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82화 (48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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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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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 분석을 요청한 것인 현재 스파일리 행성의 식생과, 기후, 지형 등을 토대로 한 시뮬레이션이었다. 물론 행성의 변화에는 내적요인뿐 아니라 운석충돌이나 별이 뿜어내는 감마선 같은 외부적 요인도 있었기 때문에 100퍼센트 정확할 수는 없다. 그런 것들은 확률변수로 계산하면 된다.

결론이 나왔다.

-현재의 스파일리 행성이 데이터에 있는 사막행성과 같아질 확률은 약 11퍼센트입니다. 시간은 약 350만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11퍼센트라. 상당히 높은 확률이군.’

우주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거시적으로 보면 상당히 논리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이런 작은 행성의 변화와 같은 요소는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런 우연이 겹쳐서 변화되는 모습은 아주 사소한 이유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11퍼센트의 가능성이라는 것은 엄청나게 높은 확률이었다. 즉, 이 행성이 자신이 알고 있는 스파일리 행성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방증이었다.

“그럼 높은건가?”

“유의미한 수치야.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는 거지.”

“으음... 델타가 그렇다면 믿을 수밖에 없는 건가...”

카렌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 표정으로 창밖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이 생명력 넘치는 행성이 스파일리 행성이라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과거라니. 그녀가 다른 건 몰라도 타임머신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간축을 넘어왔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어.”

“나도 그래. 하지만 일단은 그렇다고 생각하자고. 어차피 십년 이십년도 아니고 수백만년단위니까 타임 패러독스 같은게 일어날 리도 없을거고.”

“그렇긴 하지.”

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과거의 스파일리 행성이라고 해서 딱히 엄청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외도가 없는 고대의 환경에서 독충과 싸우면서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준은 운좋게 작은 철광맥 하나를 찾았다. 그곳에서 파낸 철광석을 이용해서 우주선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알바트로스의 카피였고, 제작기간은 일주일. 들어간 경험치는 육백만이었다.

완성된 우주선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현재 준이 수용가능한 크기는 딱 알바트로스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물론 그보다 작은 사이즈는 무한으로 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인벤토리가 부족할 염려는 없었다.

다음은 그걸 우주로 올리는 일이었다. 셔틀을 타고 우주로 올라간 준은 해치를 열고 에어락으로 들어갔다. 보통은 여기서 우주선을 입고 있어야 했지만 준은 가만히 우주로 향한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카렌으로부터 메시지가 들어왔다.

-정말 괜찮은거야?

-신경쓰지말고 감압해.

-알았어. 이상 있으면 바로 연락 줘.

우주복이 없이 우주공간으로 나간다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물론 준은 실드를 이용해 가혹한 환경에서 자신의 신체를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실드도 전개하지 않은 상태였다.

감압이 시작되고 공기가 완전히 빠져나가자, 준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준의 신체내에서 자체적으로 산소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제대로 작동하는 군.’

‘적응’은 세타의 조각을 얻고 난 이후 얻게 된 패시브 능력이다. 실제로 사용해보는 것은 처음이라 얼마나 제대로 작동할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숨쉬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은 방사능인가.’

스파일리 행성 역시 모항성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감마선을 내리쬐이고 있었다.

우웅-

에어락의 문이 개방되고, 준은 염동력을 이용해 우주공간으로 몸을 내밀었다. 아무런 장비없는 맨몸으로 우주공간으로 나서자 마치 몸의 양쪽에 얼음과 불덩이를 가져다 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태양빛이 닿는 곳의 온도가 최소한 300도 이상, 그림자가 진 부분은 영하 200도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느낌도 잠시. 곧 약간의 온도차만 느껴질 뿐 이렇다 할 고통은 없었다. 우주복을 입었을 때에 비해 직접적으로 피부에 닿는 온도차가 느껴지긴 하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진짜 괜찮아?

-오케이. 문제없어.

메시지를 보낸 준은 셔틀에서 좀 더 멀찍이 떨어졌다. 우주공간에서 맨눈으로 보는 스파일리 행성은 제법 아름다웠다. 행성의 3분의 1이 바다인 스파일리 행성은 전체가 녹색의 숲으로 물들어 있었다. 숲의 범위가 워낙 넓다보니 다른 거주형 행성과 달리 푸른색이 아니라 녹색의 행성으로 보였다.

‘그럼...’

셔틀과 적당히 멀어졌다고 판단한 준은 인벤토리에서 알바트로스의 카피 함선을 끄집어 내었다.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갑자기 엄청나게 큰 함선이 나타났지만 대기가 없는 우주공간이다 보니 주변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초미세중력파검출기를 사용한다면 약간의 신호가 느껴지긴 하겠지만, 인간의 몸으로는 느낄 수 없는 신호였다.

준은 알바트로스의 카피버전인 이 함선의 이름을 모킹버드라고 지었다. 흉내지빠귀라는 이름의 이 명칭은 완전 동일한 제원의 카피버전임을 감안한 네이밍이었다.

모킹버드의 함교에 들어선 준은 셔틀을 착륙시켰다. 곧 카렌일행이 함교로 들어섰다.

“오. 이거 알바트로스랑 똑같네.”

“일부러 같은 걸로 만들었어. 쓰기 편하게.”

“우리야 나쁠 것 없지. 허면 이제 로오나를 추적하는 건가?”

“그래야지. 일단 녀석을 잡아야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약 놈을 잡지 못하면?”

“그럼 우리들끼리 이곳에서 살아야지. 지금이면 인류가 아직 나타나기도 전일걸.”

준의 말에 카렌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럼 나는 인류의 어머니가 되는 건가? 그거 나쁘지 않은데.”

“꼭 돌아가야겠군.”

“크크크. 어때 지금이라면 괜찮지 않아? 네 말대로라면 아직 루나나 서은설이 태어나기도 전이잖아. 지금이라면 나랑 같이 자도 바람피는게 아니라고.”

“정중히 사양할게.”

준은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조종간은 전투시가 아닐 경우에는 굳이 잡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로오나의 위치로 추정되는 행성으로 목표점을 지정한다음 자동운행을 시작했다. 거리는 약 20광년, 도착하는 데 걸리는 추정시간은 약 4일이었다.

준은 델타폰을 만지작거렸다. 델타폰을 만든 이후 처음으로 포럼에 들어갈 수 없는 상태다보니 일종의 금단증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거 진짜 방법이 없는 건가...?”

일단 이곳이 과거라고 확신한다면 무슨 방법을 사용하던 포럼에 접속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무슨수로 커뮤니티에 끼어들겠는가.

혹시나 싶어서 준은 일단 3번 던전의 입구를 열었다. 3번던전은 준이 가지고 있는 것이고 시간왜곡이 일어나는 장소다. 어쩌면 장민성이 3번 던전을 열 수 있게 되면 두 지점 사이의 시간축이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였다.

그렇게 되면 수백만년의 시간을 격하고 두 공간이 연결되는 것이다. 물론, 가능할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한 번 해본 것 뿐이다. 헌데 준은 그 안에서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는 장민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 이거 진짜 연결되는 건가?”

준은 장민성을 향해 다가갔다. 녀석은 준을 흘깃 쳐다보더니 다시 개인훈련을 계속했다. 뭔가 이상했다. 지금쯤 자신이 없어 난리가 났을 텐데 녀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야. 잠깐만 멈춰봐.”

준이 장민성을 부르자 그가 수련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왜? 또 대련하자고?”

“아니. 그게 아니라... 별일없냐?”

“별일없어. 그건 왜 묻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준은 혼란에 빠졌다. 자신이 없는데 어떻게 이곳에서 아무일이 없을 수가 있지?

“내가 없는데 델타에는 문제가 없었냐고.”

“네가 없다니 무슨 소리야?”

하지만 장민성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준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처음부터 설명하기로 했다.

준이 길게 이야기 하자, 그의 표정이 점점 미친놈을 보듯이 변해갔다. 그리고 그가 이 던전에 들어오기까지의 설명을 들은 그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네말은 마지막 지구라트를 정리하고 나와보니 과거의 스파일리 행성이었다는 거냐?”

“그렇지.”

“그런 일은 없었는데?”

“뭐라고?”

준은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네가 사라진 일도 없고, 너 방금전까지 검은대지 정리한다고 테라포밍 하고 있었잖아.”

“아니...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테라포밍을 하고 있었다고?”

“그래.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거냐?”

“잠깐만...”

준은 틀림없이 그가 과거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다. 즉, 과거로 간 시점에서 현재의 그는 사라진 것이다. 물론 타이밍을 맞춰서 원래의 시간축으로 돌아간다면 아무런 이상없이 모든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준이 과거로 와 있는 동안 현재 시점에서 준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남아서 일을 하고 있다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직접 맞닥뜨려보면 된다.

“민성아. 입구 좀 열어봐.”

“내가?”

“내가 열면 내 시간축으로 갈 것 같아서.”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알았어.”

장민성이 3번 던전의 입구를 열었다. 준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그 입구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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