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80화 (48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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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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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가 나올때마다 카렌팀이 상대하며 계속해서 이동했다. 그렇게 세 시간쯤 움직이니 금세 최심지까지 올 수 있었다.

쿵. 쿵. 쿵.

지구라트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이걸 터뜨리면 지구라트의 생명은 끝난다. 더 이상 검은대지도 생성하지 못할거고 외도를 배양할 수도 없다.

우웅-

라이트세이버를 꺼내자 빛이 동굴안을 환하게 밝히며 거대한 심장을 비추었다. 막 검을 내지르려는데 심장의 뒤편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오시지.”

“흠...”

침음성을 흘리며 나타난 인물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노인이었다. 머리는 하얗게 세어 있었고, 수염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노인이라도 저렇게 까지 하얗게 바래기는 쉽지 않다.

“로오나인가?”

“대체 왜 이 곳을 공격하는 거지?”

“외도의 둥지를 공격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나? 오히려 되묻고 싶은데. 로오나라면 외도에 증오를 품는 것이 당연할텐데 어째서 지구라트를 끼고 앉아 있는 거냐?”

“그게 무슨 소리지?”

“무슨 소리냐니... 로오나가 외도에 의해서 멸망한 걸 모르는 건가?”

“멸망했다고?”

그는 정말 모르는 눈치였다.

“멸망직전에 탈출한 것이 아닌가?”

“아니... 나는 우연히 슬립스트림에 빠지는 바람에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멸망이라니. 이것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그는 지구라트의 심장에 손을 올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연기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쪽에도 로오나가 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로오나와 외도가 전쟁을 벌였고 결국 패배했다고 하던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이 녀석들은 철저하게 통제가능한 환경에서만 배양하도록 되어 있었을텐데.”

“지금 외도를 만든 것이 로오나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유기체연구의 일환이었다.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 그를 통해서 로오나의 취약한 유전자풀을 넓히기 위함이었다.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고, 우리는 돌파구가 필요했으니까.”

“내가 아는 것과 다르군.”

로오나가 외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외도가 로오나를 멸망시켰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진실이라면 로오나는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걸어간 셈이다.

극도로 발달한 기술이 만들어낸 비극일까. 아니면 노망난 늙은이의 헛소리일까. 일단 준은 판단을 보류했다. 어차피 해야할 일은 명확했다.

“나와. 네가 이걸 뭐라고 생각하든 간에 나는 이걸 처리하고 조각을 받아가야 겠으니까.”

“조각이라면 화이트 크리스탈을 말하는 거겠지?”

“잘 알고 있군.”

“그걸 건네준다면 이 녀석을 살려줄건가?”

“지구라트를 살려둔다고? 내가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해야하지?”

“이 녀석을 통제할 자신이 있다.”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죽인 외도의 숫자만 만단위가 넘는다. 그런 말을 하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건...”

“그리고 지구라트는 내버려 두면 계속해서 세력을 확장한다. 내가 이걸 살려둬야할 이유를 모르겠군.”

“생각만큼 그렇게 위험한 개체가 아니다.”

“말이 안 통하는 군.”

준은 라이트세이버에 마나를 밀어넣었다. 지금까지 모든 전투를 카렌이 담당했기 때문에 4만에 이르는 마나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콰아아아-

라이트세이버가 거의 3미터 이상 크기로 자라났다. 이정도 크기면 저 거대심장을 단숨에 조각내기에 충분했다.

박기원도, 에든도 살려주었지만 지구라트는 남겨둘 수 없었다. 지구라트는 무리어미가 만들어 낸 외도 생산기지 그 자체였다. 통제를 할 수도 없거니와 통제를 벗어나버리게 되면 준이 미처 손을 쓰기 전에 다른 행성까지 오염시킬 위험이 있었다.

“후. 가급적이면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거늘.”

백발의 로오나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무슨 함정이라도 있나 싶어 감각을 끌어올렸지만, 준의 미래예지와 초감각에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믿는 구석도 없이 저렇게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지는 못할 것이다.

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다.

“무슨 꿍꿍이지?”

“이 생명종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을까. 그럼 다음기회에 보도록 하지.”

“도망가게 둘 것 같으냐?”

“날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는 기묘한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놈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팟!

준은 땅을 박찼다. 매크로무브를 이용한 순간이동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준이 그를 덮치기 직전, 노인의 발밑에 커다란 구멍이 나타나더니 그를 휙, 빨아들였다. 준이 건진 것은 노인의 옷자락 뿐이었다.

쿵. 쿵. 쿵.

심장소리가 점점 격해지고 있었다. 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미니맵에서 반짝이던 신호가 사라진 것이다.

“조각을 들고 사라지다니.”

“대체 어디로 간거야?”

카렌이 입을 열었다. 준은 고개를 저었다.

“글쎄. 적어도 반경 100광년 이내는 아니야.”

현재 준이 탐사할 수 있는 조각의 반경은 대략 100광년. 하지만 방금 사라진 신호는 그 범위 안 어디에서도 추적되지 않고 있었다.

“설마. 공간이동이라도 했다는 이야기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지.”

준 역시 공간이동을 사용할 수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조각이 시그마의 조각이라면 얼마든지 이동용 웜홀을 생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거라도 정리하고 나가...”

쿠쿠쿵!

갑자기 지구라트가 엄청난 기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진?”

카렌의 말에 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지구라트 자체가 움직이고 있는거야.”

“그럼 빨리 죽이던지.”

“그렇지 않아도... 핫!”

준은 라이트세이버를 휘둘러 심장을 베었다. 심장의 표면에 붉은 실선이 그어지더니 이윽고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거의 폭포수가 터진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다들 내쪽으로!”

혹시라도 피에 산성성분이 섞여있을지도 몰라 준은 카렌팀을 모두 자신의 주변으로 불러모았다. 준이 실드를 펼치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실드가 피에 의해 침식되기 시작했다.

“일단 여길 빠져나가자. 심장이 죽었으니 외도들이 더욱 날뛸거야.”

심장이 터진 지구라트는 평범한 건물과 다를바가 없게 된다. 유기체는 석화되어 단단한 건물이 되고, 그 자체로서는 구조물 외에 그 어떤 능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배양실에 있던 외도들 역시 영양소를 더 이상 공급받지 못해 말라죽거나, 최후의 발악을 하거나 할 것이다.

콸콸!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는 어느새 발목깊이 정도까지 차올랐다. 준이 전개한 실드 안에 있기 때문에 실제로 몸에 닿지는 않았지만 피웅덩이 속에 있다는 것이 그다지 기분좋진 않은 상황이었다.

쾅!

레일건을 꺼내어 천장으로 발사한 준은, 그 구멍을 통해 일행들을 염동력으로 들어올렸다. 25레벨을 달성한 이후 준의 염동력 기술 역시 강화되어 5톤 이상의 무게를 들어 올 릴 수 있었다.

쾅! 쾅!

천장이 막힐때마다 레일건을 발사하며 올라가던 준은 마침내 지구라트의 천정을 뚫고 빠져나오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은 울창한 나무들이 눈에 보였다.

“...여긴 어디야?”

카렌이 중얼거렸다. 방금 전까지 준과 카렌 팀이 있던 곳은 검은대지의 한가운데였다. 설령 지구라트가 죽음으로 인해 검은대지가 사라졌다고 해도, 나타나야 할 것은 숲이 아니라 사막일 것이다.

준은 황급히 맵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델타맵은 근처의 지형만을 알려줄 뿐이지, 이곳이 정확히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었다.

오리진의 조각 탐지 모드로 변형하자, 19광년 근처에 점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방금 놓친 로오나인이 가지고 있던 조각의 신호였다.

“우리가 그 녀석을 쫓아온건가?”

준은 일단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가 직접 공간이동을 발동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방금 공간이동을 한 로오나의 힘에 의해서 끌려들어 온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준은 일단 지구라트에서 벗어나 바닥으로 착지했다.

지구라트는 스파일리 행성에 있던 것과 동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이곳은 스파일리 행성이 아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이 지구라트 자체가 두개의 공간을 잇고 있다고 봐야했다.

“준. 펠로우쉽 메시지가 안먹히는데.”

“그래?”

준은 혹시나 해서 막스에게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하지만 회신은 없었다.

-카렌. 이 메시지는 보여?

-응. 문제없어.

카렌에게는 문제없이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이 지구라트를 기점으로 반대쪽의 펠로우쉽 계약자들과 연결이 끊어졌다는 이야기였다.

일단 로오나를 추적하는 것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어차피 놈과의 거리는 20광년 가까이 벌어져 있었다. 우주선이 없이는 쫓아갈 수 없기 때문에 급하게 굴어봐야 의미가 없었다.

인벤토리는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아니. 기본적으로 델타의 능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라면 다른 펠로우쉽과의 연결이 끊긴 것이다.

델타스피릿과 그 영향력 하에 있는 모든 행성들은 준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만약 잠시라도 그가 없다면 대 혼란이 일어날 정도로 준에게 의존하는 구조였다.

준은 시그마의 조각을 이용해 웜홀을 열었다. 목표지점을 스파일리 행성으로 두고 열자 일렁이는 푸른색의 웜홀이 나타났다.

“이건 문제없이 작동되는 군.”

“돌아갈 수 있는 거지?”

“웜홀이 열리니까. 일단 들어가보면 알겠지.”

준은 그렇게 생각하며 웜홀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반대편으로 빠져나왔다.

“응?”

여전히 변하지 않는 풍경을 보면서 준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방에는 울창한 숲이 있었고, 원시림에 가까운 그것을은 엄청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어디에서도 본 적없는 엄청난 숲.

300미터에 달하는 나무. 끝없이 펼쳐진 숲. 이 두 가지 사실이 말해주는 것이 준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또 여기야?”

카렌도 의아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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