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79화 (47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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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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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통신을 마쳤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로 가만히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파티마 제국과의 협상은 제법 길어질 것이고, 그동안 마냥 놀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파괴된 알렉스턴 연구소를 재건하는 일이다. 필요한 장비는 박기원에게 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없는 장비들도 있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들에 대한 설계도 작성도 지시해두었다. 설계도만 있다면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음은 8번 지구라트의 주인인 에든을 이쪽으로 부르는 일이다.

-에든.

-알스버그인가. 무슨 일이지?

-지금 내 위치 전송할테니까 이곳까지 올 수 있겠어?

-상당히 멀군. 한 달 정도는 걸릴 것 같다. 헌데 굳이 거기까지 가야할 이유가 있나?

-이쪽에 대규모 연구단지를 만들 생각이야. 박기원이라는 친구가 제법 반항을 하는 바람에 연구소 하나가 통째로 날아갔거든.

-그 정신병자 말인가?

-그쪽도 만만치 않을텐데.

-우리가 왜 찢어졌는지 알텐데.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았다는 정도? 우리쪽 연구원들도 상당히 투입할테니까 일단 와. 서로 협동하면 더 좋은 물건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거든.

-네가 하라면 해야겠지. 다만 그 녀석과는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아.

-그건 뭐, 알아서 하라고. 참. 그 엑조틱에너지 생산하는 것 말인데. 혹시 검은대지가 반드시 필요한 거냐?

-그렇진 않다. 검은대지는 땅위를 돌아다니는 외도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니까. 애초에 내가 만든 것도 아니다.

-그래? 그럼 누구 짓이야?

-처음으로 이 행성에 온 존재. 무리어미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인물 때문이지.

-인간이 아닌건가?

-우리가 이 행성에서 발굴한 존재지. 수만년간 땅속에 묻혀있던 것을 파내어 부활시켰다. 그는 자신을 로오나라고 말했다.

-수만년...?

에피알게나스를 제외한 로오나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가 이곳에 도착한 것이 수만년 전이라는 것은 좀처럼 믿기 힘들었다.

-확실한거야?

-탄소연대측정법으로 체크했으니 틀림없다. 처음으로 외계의 존재를 발견하고 흥분했던 그때가 떠오르는 군. 결국 이런식으로 서로 찢어지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전우주를 바꾸어놓을 역사적 순간이라고 생각했었다.

-흠. 알겠다. 자세한 건 직접 가서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군.

어쩌면 에피알게나스와는 달리 외도의 습격 이전에 넘어온 녀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정도 시간을 들여 준은 연구소를 완성했다. 건물 자체를 올리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안에 들어갈 각종 기자재를 보급하는 것이 제법 시간이 걸렸다. 준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들도 있었고, 란도넬 행성에서 공수해와야 하는 물건들도 있었다.

8번 지구라트도 도착했고 서른 명의 연구원들도 도착했다.

그 사이 성기용에게서 내전이 일어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생각보다 잘 해주고 있었다.

-현재 두 개의 행성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분위기는 좋지 않습니다만 지원을 좀 더 해주시면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성기용이 장악하고 있는 행성은 아이우스와 세레스 행성이었다. 둘 다 한 항성계 내에 존재하는 행성으로 대규모 농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곳이었다. 사실상 가장 쩌리 행성을 먹은 셈이다. 하지만 그 덕에 다른 자식들의 견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준은 연구소를 건설하면서 남는 시간에 알바트로스와 동급의 함선을 두 대 제작해서 성기용에게 보내주었다. 들어간 경험치는 천만이 넘었지만 스파일리 행성을 정리하는 동안 버텨만 준다면 그 이상의 가치는 하는 셈이다.

파티마제국과의 협상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제임스가 적극적으로 나서 50조에 행성을 사들였다. 물론 일시불이 아니라 10년 동안 나눠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한해에 5조 라면 지금의 델타스피릿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후 준은 스파일리 행성의 나머지 지구라트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에든과 박기원을 제외한 나머지 지구라트들은 끝까지 준에게 저항했다. 건질만한 기술도 별로 없던 차라 모두 제거하고 조각만을 취했다.

총 5개의 조각을 얻었고, 준은 25레벨이 되었다.

남은 것인 1번 지구라트 뿐이었다.

“흠. 겨우 이거 하나 건진건가?”

반년 동안 스파일리 행성을 돌아다니면서 정리한 지구라트의 개수는 총 7개. 그중에서 중복되지 않은 것은 파이의 조각과 세타의 조각이었다.

세타의 조각효과는 ‘적응’이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신체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업적효과는 ‘정신력+5’. 이래저래 둘 다 애매한 느낌이었다.

대신 25레벨이 되면서 얻은 능력들이 많았기에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었다.

일단 펠로우쉽의 숫자가 10만에서 100만으로 늘었다. 단번에 10배가 상승하자 그동안 늘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펠로우쉽 계약자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준의 수익은 계속해서 수직상승하고 있었다. 십일조와, 결정체, 델타폰의 수익을 합하면 매일 벌어들이는 EP가 이백만이 넘었다. 한 달에 육천만이 넘는 경험치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 델타의 영향력거리가 1만 광년으로 늘었고, 델타스토어에 올릴 수 있는 제작품의 경험치 한계도 1만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전차를 통으로 델타스토어에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게 마지막인가.”

준은 눈앞에 있는 거대한 지구라트를 바라보았다. 전형적인 삼각뿔 형태의 지구라트였다. 이것이 스파일리 행성에서 분화한 지구라트들의 모태였다.

지난 반 년간 헌터들의 실력도 엄청나게 늘었다. 이곳에 올 때만 해도 대부분이 하급헌터였지만, 준과 함께 지구라트를 털면서 경험치를 쌓아 거의 전원이 10레벨을 달성한 상태였다.

사망자도 제법 있어 숫자는 900명으로 줄었지만 대신 전력 자체는 크게 상승한 것이다.

“포격 시작.”

“포격!”

준이 명령을 내리자 막스가 큰 소리로 복창했다. 뒤이어 D-11전차의 레일건이 굉음을 내며 텅스텐 탄자를 뿜어내었다.

콰앙!

백오십기의 전차가 일제히 불을 뿜자 거대한 지구라트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200미터가 넘던 초거대외도 조차도 버티기 힘들었던 화력이다. 평범해 보이는 지구라트가 오래 버틸 수 있을리 없었다.

포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구라트 공략도 8번째였다. 이미 델타스피릿은 지구라트 공략의 매뉴얼을 작성한 상태였다. 적당히 포격을 해서 지구라트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준이 카렌팀과 안으로 파고들어가 핵심 시설을 파괴하거나, 주요 인물을 사로잡는다.

그렇게 함으로서 지구라트 내부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은 건지고, 나머지는 파괴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전차로만 포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 오리진의 조각을 얻기 위해서는 준이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실드체크 좀 부탁해.”

“30퍼센트 남았어.”

에피알게나스가 란도넬 행성에서 공수한 엑조틱 센서를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로버의 것에 있는 것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현재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것들 중에서는 가장 성능이 좋은편에 속하는 물건이었다.

콰앙!

촤아악!

그리고 실드가 사라지자 포격에 의해 지구라트의 첨단부분이 날아가며 시커먼 액체를 내뿜기 시작했다. 저 액체가 스파일리 행성 전체에 퍼지고 있는 검은대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었다.

“슬슬 들어가볼까.”

“이번에도 잘 부탁해.”

카렌이 몸을 풀며 입을 열었다. 지구라트 공략에 있어서 카렌팀은 상당한 공을 올렸다. 쉴틈없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외도들을 정리하며 준이 쓸데없는 마나소모를 하지 않도록 만들어 준 것이다.

결국 지구라트의 마지막은 오리진의 조각을 가진 적과 싸워야 하고, 그때를 위해 마나를 최대한 아껴두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초거대외도 알렉스턴과의 전투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현재 25레벨인 준의 마나량은 총 4만. 그것도 파이의 업적효과덕에 두배로 뻥튀기 된 숫자였다.

“그럼 들어가자.”

실드가 완전히 날아가자 전차들이 포격을 날릴때마다 지구라트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준은 그중에서 가장 커다란 구멍을 골라 카렌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지구라트의 내부는 근육과 혈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스파일리 행성에 존재했던 지구라트들의 모습이 특이한 것이지 원래는 이것이 기본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었다.

쿠쿠쿠쿠!

안에 들어서자 마자 넓은 통로를 통해서 수백마리의 외도가 몰려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준은 한발 물러섰다. 하나같이 노란색 이상의 외도였지만 지금의 카렌팀에게는 그다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선형대형으로! 한 마리도 놓치지 마라!”

카렌팀이 만든 저지선을 넘어가는 외도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철벅.

외도의 사체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흥건하게 지구라트의 내부를 채웠다. 준은 신발이 조금씩 타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동분류를 시전했다. 사체뿐만 아니라 놈들의 피까지도 모두 양자화 되어 준에게로 흡수되었다.

이번 한번 전투만으로 수십만의 경험치가 쌓였다. 날이가면 갈수록 경험치가 쌓이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경험치만 5억이 넘으니...’

다음 레벨로 오르기 위해 필요한 경험치가 6억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조각을 얻으면 곧바로 레벨업을 할 수 있는 수치였다. 하지만 준은 당분간 25레벨에서 멈추어 있을 생각이었다.

1레벨을 올림으로서 얻는 능력보다 거기에 들어가는 경험치가 너무나도 높아진 것이다. 6억의 경험치는 사용하기에따라 1레벨을 올리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다.

만약 건설 기술에 쏟아붓는다면 천만명이 사는 도시를 만을 수 있고, 제작에 사용한다면 알바트로스와 같은 함선 100대를 제작할 수 있었다.

연합 전체를 상대로 해도 두렵지 않을 정도로 경험치를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준과 카렌팀은 계속해서 이동했다. 이전처럼 바닥에 구멍을 뚫는 짓은 하지 않았다. 딱히 급한 일도 없었고 천천히 정해진 길을 따라서 움직여도 결국에는 지구라트의 핵심에 도달하게 되어 있었다.

이런식으로 전투를 하는 이유는 카렌팀의 성장을 위해서였다. 전투가 끝나고 나면 방금처럼 준이 자동분류를 통해서 경험치를 흡수한다. 하지만 준이 먹은 만큼 그들에게 결정체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경험치를 챙겨주고 있었다.

그 덕에 현재 카렌의 팀원은 전원 15레벨을 달성한 상태였다. 인벤토리의 크기는 1000칸으로 확장되었고, 3개의 직업을 가졌다. 중급에 불과하던 이들도 모두 상급의 벽을 뚫었다.

델타스피릿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레이드팀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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