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78화 (47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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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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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턴의 신체가 양전자를 만나 쌍소멸 반응을 일으키며 해체되기 시작했다. 준은 로버를 뒤로 이동시키고는 그 모습을 천천히 감상했다.

[[훌륭합니다! 대단해요!]]

“저 놈은 아직도 살아있네.”

박기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준이 인상을 팍 썼다. 산산조각 나고 있는 외도 안에 탑승하고 있었다면 멀쩡할 리가 없었다.

“저기.”

에피알게나스가 디스플레이에 박기원의 모습을 띄웠다. 녀석은 반투명한 캡슐에 탑승한 채 허공에 부유하고 있었다. 양전자포에 맞기 직전 탈출 한 것같았다.

“도망가게 둘 수는 없지.”

후웅!

준은 양전자포를 인벤토리에 넣고는 라이트세이버를 소환했다.

[[잠깐만요! 타임! 타임!]]

“타임같은 소리하네.”

[[항복하겠습니다!]]

“장난하냐?”

로버가 허공으로 총알처럼 솟구쳐 올랐다.

콰드득!

로버가 캡슐을 양손으로 쥐었다. 박기원은 황급히 캡슐을 구동하고 있던 오리진의 조각을 뽑아서 보여주었다.

[[이거 필요하신거 아닙니까? 살려만 주시면 넘겨드리겠습니다!]]

“맞아. 그건 필요하지. 하지만 널 죽이면 얻을 수 있는데 뭐하러 그런 골치아픈 거래를 하냐?”

[[그럴수가! 당신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입니까?]]

“그런 소리 들을 이유없어! 임마!”

와그작!

캡슐이 로버의 손 안에서 납작하게 우그러졌다.

“아. 조각.”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자. 준이 얼른 손을 펼쳤다. 조각의 내구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로버의 힘을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다.

헌데 정작 손바닥을 펼쳐보니 놈은 아직도 살아있었다. 운이 어찌나 좋은 지 로버의 손가락틈 사이에 끼어 있었던 것이다.

“이 자식 생명력 하나는 끈질기군.”

“죽일 필요까진 없잖아? 살려두면 쓸데가 있을거야.”

“그렇게 살려둔 녀석들이 벌써 한트럭이 넘어. 하나정도 없다고 해도 괜찮을거야.”

“그렇긴 하네.”

준과 에피알게나스의 대화는 로버의 바깥에까지 들렸다. 정신을 차린 박기원이 로버의 손바닥 위에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살려만 주시면 노예처럼 일하겠습니다.”

“네가 뭘 잘하는데?”

“보시다시피 외도유전공학쪽에선 저를 따라올 사람이 없습니다!”

“합성기술 말이냐? 괜히 그런 짓 했다가 걸리면 큰일날걸.?”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도 필사적으로 감추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니 지구라트에서 반란이 일어났을 때 병력을 동원해서라도 제거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갤럭시 인더스트리는 몰랐다. 외도보다도 훨씬 더 큰 문제, 준 알스버그라는 재앙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는 것을.

“외도학의 위대한 발전을 위해서 그정도 리스크는 감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위험성이 더 높아. 새로운 종의 외도가 나타나게 되면 오히려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어.”

박기원의 말에 에피알게나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는데?”

“제 기술은 유전자 합성 뿐만이 아닙니다.”

준은 알렉스턴 연구소 내에서 봤던 외도들을 떠올렸다. 놈들은 검은색 결정체를 가지고 있었다.

“결정체 합성을 할 줄 안다는 거군.”

“네. 저가의 결정체를 합성해서 최대 열배 이상의 효율을 뽑아내는 결정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기술만 완성하면 결정체 시장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킬겁니다.”

“그건 좀 흥미가 가는데.”

준에게는 현재 수백만개에 이르는 붉은색 결정체가 있었다. 돈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양이지만 전부 흡수해봐야 오천만을 넘을까 말까다. 오리진의 조각 하나를 얻는 것에 비해서 그 효율이 낮은 것이다.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고 인벤토리에 보관중이었다. 헌데 그걸 이 녀석이 합성결정체로 만들어 결정도를 높여준다면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8번 지구라트의 인펙터 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인 엑조틱에너지 생산기술까지 더하면 준의 경험치 수입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좋아. 일단 살려주지.”

“정말이야? 이 사람 위험할 수도 있어.”

“연구소를 이곳에 지어버리면 돼. 다른 행성으로 못 나가면 큰 문제는 없을 거야.”

“파티마 제국도 있잖아.”

현재 스파일리 행성은 파티마제국과 갤럭시 인더스트리가 절반씩 분할하고 있는 상태였다.

“검은대지가 행성의 3분의 1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잖아. 석유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헐값에 넘겨받을 수 있어.”

“그렇다면 문제는 안되겠지만...”

에피알게나스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인위적으로 유전자조작을 통해 외도를 생산하는 자가 곱게 보일리 없었다.

“너도 알다시피 델타스피릿은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야. 내가 벌어오는 걸 무작정 쓰기만 하는 기업이지. 델타엔진이니 뭐니 팔기는 하지만, 들어오는 수입보다 지출이 훨씬 많은 건 알고 있잖아?”

게다가 툭하면 분쟁을 일으키는 바람에 판로개척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나 이번에는 델타스피릿의 최대 고객인 갤럭시 인더스트리와 싸움이 붙었으니 장기적으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부디 성기용이 제대로 회사 내부를 장악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 놈 실력에 뭘 제대로 할지는 모르겠지만.’

에피알게나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은 박기원에게 조각을 건네받고는 그를 2번 던전에 집어넣었다. 현재 준이 보유하고 있는 던전의 수는 열다섯개였다. 대부분은 헌터양성프로그램의 훈련프로그램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 것은 지금까지처럼 1,2,3,4번이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리진의 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파이의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관련 능력이 개방됩니다.

“나이스!”

준은 주먹을 쥐었다. 이전에 있던 조각들과 겹치지 않는 것이다. 경험치를 받는 것도 좋지만, 조각의 능력들은 하나같이 기적에 가까운 수준이었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업적, 파이의 소유자가 추가됩니다. 마나가 100퍼센트 상승합니다.

-특수능력 거대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조각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본 10만의 경험치가 필요합니다. 크기가 커질수록 경험치 소모량이 증가합니다.

마나의 증가는 준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100퍼센트 증가라고 해도 준의 마나는 3만에 불과하지만 배수 증가라는 건 성장하면 할수록 점점 좋아지기 때문에 충분히 좋은 기능이었다.

“거대화라... 좀 애매하긴 한데.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

“그거 꼭 필요할거야.”

준의 혼잣말을 들은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그럴까?”

“이번 전투에서 느꼈을 거 아냐.”

“하긴 그렇긴 하지.”

박기원이 조종하던 외도는 거대한 몸을 무기로 삼는 종류였다. 그리고 준은 단순히 크기만 하더라도 얼마나 위협적일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었다. 만약 로버를 이용해 거대화를 시전한다면 외도 알렉스턴 보다도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경험치가 많이 들기는 하겠지만, 잘만 사용하면 괜찮을 것 같아.”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 외도전을 가정한 이야기다. 함대함 전투에서 괜히 거대화를 했다가는  노출되는 크기만 커져서 오히려 더 손해를 볼 수 있었다.

일단 준은 알렉스턴 연구소가 있던 곳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 막사를 세웠다. 한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지구라트 공략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테라포밍작업도 함께 했다.

“후와. 엄청나구만. 여기 원래 검은대지가 장악하고 있던 곳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하겠다.”

막스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면서 입을 쩍 벌렸다. 막사를 중심으로 반경 10킬로미터까지 울창한 숲과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원래 사막이기도 했지.”

“헌데 저 호수들은 어떻게 생기는 거야? 지하에 수맥이라도 있는 건가?”

“대기중의 물을 끌어오는 게 아닐까 하는데, 사실 델타의 능력이라는게 원자레벨에서 재조립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 별 상관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 모래를 물로 바꿀 수도 있거든.”

“그런 건 모르겠고. 덕분에 좀 살만해 진 것 같다. 한동안 너무 더워서 밖에 나오기가 싫을 정도였거든.”

막스가 태양을 가리는 나무그늘에 기대며 탄성을 내뱉었다. 벌써부터 병사들은 웃옷을 벗고 막사 앞에 있는 호수로 뛰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저거 식수로 사용가능할까? 석유라도 흘러들어오는 거 아니야?”

“괜찮아. 반경 10킬로미터라는 건 지하까지도 포함하는 거고 테라포밍 구역은 주변환경과 독립적인 공간이니까.”

애초에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공간을 거주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테라포밍의 능력이다. 스파일리 행성정도면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다음은 어디로 갈거야?”

“일단 휴식을 좀 하면서 생각하자고.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전차의 수리도 해야했고, 그동안 지친 병사들의 휴식도 필요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파티마 제국에게서 스파일리 행성을 사들이는 일이다. 지금은 검은대지로 인해 점점 오염되어가고 있지만 만약 준이 8개의 지구라트를 모두 제거하고 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고, 팔려고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준은 제임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게 됐어.

-행성하나를 통째로 사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어려운 건 아니잖아. 어차피 플랫폼도 없고. 석유개발 안한다는 조항이 있으면 싸게 받을 수 있을거야.

-얼마전까지 거기에 쏟아부은 돈을 생각하면 힘들지 않겠습니까.

-검은대지가 곧 행성을 뒤덮을 거라는 걸 강조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석유를 뽑고 싶어도 못 뽑게 된다고. 만에 하나 검은대지가 더 확장되지 않는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경우에는 석유사업에 대한 의지가 있었으니까 전쟁까지 해서 막으려고 했겠지만 우리는 아니잖아.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겠군요. 그만한 현금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스파일리 행성의 가치가 천조를 넘어가는 건 아실테고요.

-석유를 제하면 공짜로 받을 수도 있는 땅이지.

-그렇다고 공짜로 넘겨줄리는 없습니다만.

-널 믿는다.

-뭐, 어쩔 수 없겠죠. 그게 제 할일이니까요.

제임스는 의외로 순순히 납득했다. 예전 같았으면 배를 째라며 길길이 날뛰었을 그였기에 약간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어?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면 마음의 준비까지 한 내가 민망해지잖아.

-이미 스파일리 행성에 대한 원정을 준비하실때부터 인력충원을 시작했습니다.

-역시. 믿음직하단 말이야.

-대신 예산을 두 배로 편성했습니다.

-그정도야 뭐. 알아서 하라고. 예산 관리도 전부 네가 하는 거 잖아.

-하아... 제가 들고튀면 어쩌시려고 그럽니까?

-얼마나 들고 튈건데? 말해. 맞춰줄게.

-...됐습니다. 파티마제국과의 협상은 진행 되는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움직이지 말고 대기해주시길 바랍니다.

-알았어. 애들 훈련 시키면서 놀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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