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77 ----------------------------------------------
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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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실수했군요.]]
“실수같은 소리하네.”
준은 알렉스턴의 공격 반경에서 물러섰다. 녀석이 검은대지에서 허우적대는 동안은 굳이 근처에서 공격을 맞아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콰아아앙!
다시한번 전차들이 불을 뿜었다. 직사로 날아가는 레일건의 텅스텐 탄자는 90퍼센트가 넘는 명중률을 보이며 알렉스턴의 몸체에 틀어박혔다.
콰르르.
녀석의 몸 여기저기가 떨어져 나가며 녀석의 몸이 비틀거렸다. 실드에서 상당량의 충격에너지가 감소하긴 하지만 남은 힘만으로도 놈의 신체를 부수기에는 충분했다. 준은 거의 2킬로미터가 넘는 거리까지 물러나 있는 전차부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적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정도 거리에서도 유효탄을 내기에는 충분했다.
“애들을 데리고 오길 잘했네.”
무리해서 전차부대를 끌고 온 보람이 있었다. 로버만으로 저 녀석을 상대해야 했다면 때리다가 지쳐서 물러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법 돈을 들여 만든 레일건들은 충분한 화력을 발휘했고, 이제 승리는 시간 문제였다.
그렇게 몇번의 포격이 이어지자, 알렉스턴의 실드량이 거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준은 느긋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슬슬 끝나겠군.”
[[그렇게 쉽게 끝날 것 같습니까?]]
“거기 파묻혀 있는 주제에 뭘 어쩌겠다는 거야?”
[[후후후. 보여드리죠. 알렉스턴의 진정한 힘을.]]
“변신이라도 하려는 거냐?”
우우우우우!
후우우우우웅!
다리가 땅속에 파묻힌 알렉스턴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두 팔을 허공으로 치켜들기 시작했다. 준은 순간적으로 저 녀석이 하려는 게 무엇인지 깨닫고는 로버를 움직여 녀석과의 거리를 벌렸다.
방금전까지 여유롭게 상황을 지켜보던 준의 돌발적인 행동에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왜?”
“저거. 점프할 생각이야.”
“땅에 하반신이 파묻힌 상태에서?”
“간단한 물리법칙이야. 젠장. 저런 방법이 있을 줄은.”
두 사람이 대화하는 중에도 알렉스턴은 여전히 팔을 들어올리는 중이었다. 워낙 덩치가 크다보니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이다. 그리고 녀석의 팔이 어깨를 넘어 머리위를 지나자, 갑자기 몸이 땅속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거지?”
“하늘로 들어올린 팔의 무게와 속도 때문에 생긴 운동에너지 때문에 몸이 떠오르는 거야. 거의 100미터는 날아오를 수 있을걸?”
“그런 게 가능해?”
“가능해.”
콰아아아!
녀석이 마치 땅솟에서 솟아오르듯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완전히 검은대지에서 빠져나온 녀석의 몸은 그러고도 모자라 준의 예상대로 100미터 가까이 날아올랐다. 자신의 키의 절반에 달하는 높이었다.
-막스! 전속으로 후진해!
-왜? 무슨 일이야?
-안보이냐? 저 녀석이 착지하면 거기까지 충격파가 갈거라고.
-헐. 알았다.
준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차들이 일제히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녀석이 착지하기 까지는 10여초도 남지 않았고, 그 사이 얼마나 도망갈 수 있을지는 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알렉스턴이 지면에 착지했다.
콰아아아아아앙!
녀석의 몸이 거의 머리까지 땅속으로 파고 들면서 엄청난 충격파를 사방으로 내뿜었다. 점성이 있는 검은대지가 파도처럼 출렁이며 엄청난 충격파를 사방으로 쏟아냈다.
검은파도의 높이는 수백미터에 달했고, 충돌에너지로 인해 녹아내린 대지의 일부분이 붉게 타오르며 사방으로 불똥을 날렸다. 유정에 불이 붙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쿠우우우--
알렉스턴은 반경 삼백여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화염의 크레이터 속에서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준은 막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상황은?
-큰 피해는 없는데, 전력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야. 이거 대체 왜 이런거야? 대충 만든거 아냐?
-대충 만들긴... 충격파 때문에 EMP효과가 생긴 모양이야. 전자장비 제외하고는 다른 건 멀쩡할테니까 일단 정비하고 있어.
-수리하기 전에는 레일건을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젠장. 알았어.
준은 불길속에 있는 알렉스턴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메크로어택으로 놈을 쓰러뜨리는 건 무리다. 녀석의 실드를 다 까기도 전에 자신의 마나가 먼저 고갈될 것이다. 그렇다고 라이트세이버로 평타를 때리는 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동안 녀석의 주먹에 한대도 맞지 않아야 하고, 로버의 경험치 소모를 버틸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이래저래 골치 아픈 상황.
“너무 커도 문제구만...”
지지는 않는다. 저 녀석은 지금 로버를 상대로 단 한대의 유효타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상황이 나빠지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기에는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델타를 얻은 뒤로 단 한번의 패배도 경험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준이 모은 조각의 수도 두자리수에 근접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겨우 하나의 조각을 엔진으로 삼는 녀석에게 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기술로 상대해야해.’
준은 계속해서 되뇌었다. 가장 강력한 기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힘. 주문처럼 반복해서 중얼거리던 준은 당연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나는 엔지니어다.’
자신의 가장 강력한 기술. 그것은 다름아닌 기술제작 스킬이다. 준은 녀석에게서 최대한 멀어졌다. 놈이 또 다시 두 팔을 들어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는 훨씬 더 높이 뛰어오르겠다는 듯, 무릎까지 굽히며 완전히 점프를 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수백미터 이상 날아오를 것이고, 그 파괴력은 방금전에 비해서 수십배는 강력한 것이다.
준은 제작카테고리를 열었다. 무엇을 만들지는 이미 정해 두었다. 단일 공격으로 가장 강력한 위력을 내는 무기.
포지티브 트론 캐넌.
양전자포였다.
준이 가진 모든 스킬과 능력은 로버를 통해 증폭되어 구현된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공격용 스킬을 증폭하는데만 사용했는데, 당연히 공격기술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염동력조차도 증폭하여 사용가능한 상태에서 제작스킬이라고 되지 않을리가 없다.
준은 알바트로스에 탑재되어 있는 양전자포 로즈마리의 설계도를 올렸다. 로버가 입을 열었다.
[행성파괴라도 할 작정이냐?]
“그럴 능력은 있고?”
[그거야 네 능력에 달렸지. 나는 단지 탑승자를 보조해주는 능력이 있을 뿐이다.]
“언제는 자기가 다 싸우는 것처럼 말하더니.”
[방금 그 발언 철회하지.]
“됐어. 임마.”
설계도가 완전히 로딩되고, 준은 인벤토리를 열어 안에 있는 재료들을 쏟아부었다. 수천톤의 강철바가 와르르 쏟아졌다.
-기동형 양전자포의 제작을 시작합니다. 전력공급을 위한 추가장치를 필요로 합니다. 설계도에 추가하시겠습니까?
-오케이.
델타의 AI가 계속해서 경고음을 내뱉었다. 단숨에 2천만이라는 경험치가 쭉 빠졌다. 단순한 양전자포의 제작이라면 들어가는 경험치도 백만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 준이 하고 있는 것은 로버를 통한 급속제작이다.
제작스킬의 위력이 강해지는 만큼, 소모되는 경험치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수밖에 없었다.
쏴아아아-
바닥에 쏟아진 강철바들이 순식간에 양자화 되며 설계도면대로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차츰 완성되며 모습을 드러내는 양전자포는 로버의 상체 절반을 덮은 채로 길다란 포신이 앞으로 뻗어져 있는 상태였다.
마치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 로버가 양전자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로버는 그저 양전자포의 전력을 충당하기 위한 부속품의 느낌이었다.
[꼴사나운 모습이구만. 좀 더 그럴듯하게 할 순 없었나?]
“시끄러. 양전자포는 소형화가 안된다고. 이정도까지 크기를 줄인 것도 대단한거야.”
보통 함선에 장착되는 양전자포는 길이만 백미터가 넘는다. 그것을 절반크기까지 줄인 것도 로오나의 기술을 끌어다 쓰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건 뭡니까? 바늘로 찔러서 죽이겠다는 뜻인가요?]]
박기원이 조롱조로 입을 열었다. 확실히 알렉스턴의 거대한 크기에 비하면 로버에 장착된 양전자포의 모습은 바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양전자포를 바늘이라고 보면 로버는 바늘귀에 꿰어져 있는 상태인 것이다. 로버의 말대로 미적으로 세련되지는 못했다. 그것까지 신경 쓸 정도의 시간이 없어 최대한 기능성 위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글쎄. 바늘인지 송곳인지는 당해보면 알겠지.”
[[그래봤자 알렉스턴에게는 소용없습니다아!!]]
콰아아아아!
알렉스턴이 다시금 두 팔을 활짝 위로 펼치며 허공으로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팔을 들어올리는 속도가 이전보다 훨씬 빨랐고, 몸이 떠오르기 시작하자 살짝 굽혔던 무릎을 펼치며 땅을 박찼다.
그 순간의 임팩트에도 충격파가 일며 검은대지의 파도가 로버를 덮쳤다. 준은 실드를 펼쳐 그 공격을 버텨내고는 전력을 끌어올렸다.
“포지티브 트론 캐넌. 충전률 10%! 완료까지 30초!”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에피알게나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사방에서 검은대지의 파도가 몰아쳐 목소리가 묻히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 빨리 할 수 없어?”
“무리야. 로버가 못버텨!”
[어이. 내가 그렇게 약하다고 생각하는 거냐?]
“허세는.”
[지금이라면 녀석이 떨어지기 전에 충전이 완료되지 않을거다.]
“알아.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텨보라고.”
준은 그렇게 말하며 전자기장제어를 시행했다. 남아있는 모든 마나를 끌어올리자 로버로부터 빠져나간 힘에 의해 기동형 양전자포의 전력을 담당하고 있는 델타엔진의 출력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과아아아아앙!
파지지직!
로버의 몸에서 부터 시작된 스파크가 양전자포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엄청난 기세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더니 한순간 로버의 몸을 수직으로 꿰뚫는 번개가 내려쳤다.
콰앙!
[아. 따거. 정전기 올랐다.]
“시끄러! 임마! 긴장감 없게!”
전자기장제어를 풀로 끌러올리고 있는 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몸 안은 맹렬히 타오르는 마나로 인해 엄청나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충전완료! 발사준비끝!”
[날려버려!]
준은 자신의 머리위로 하강하고 있는 초거대외도 알렉스턴을 향해 포구를 들었다. 박기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죽는겁니다아!!]]
“누가 죽는다고?”조준경을 들여다보던 준이 타이밍에 맞춰 콘솔의 방아쇠를 당겼다.
번쩍!
빛이, 대기를 관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