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75 ----------------------------------------------
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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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알렉스턴 연구소 역시 하나의 지구라트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보통의 지구라트라면 건물내에서 엑조틱에너지를 직접 공급하며 외도를 생산한다. 헌데 이곳은 보통의 외도가 아닌, 유전자조작을 통한 합성외도를 생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층에만 적게잡아도 천여마리 이상의 외도가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준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런 층이 최소한 열 개 이상이었다.
‘만마리 이상의 합성외도가 있다는 건가? 내가 성상민 회장의 목숨을 살려준 셈이 된거군.’
아무리 결정체 폭탄을 발사하는 로켓런처로 무장하고 있다고 해도, 이 정도 숫자의 합성외도가 나타난다면 이곳을 점령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삐이- 삐이-
쿠르르르---
그때 갑자기 수조들이 끓어오르며 경고음이 울렸다. 박기원이 또 무슨 수를 쓴거라고 확신한 준은 에피알게나스를 들고는 달렸다.
“전부 구멍으로 뛰어내려.”
“알고 있어!”
준이 먼저 구멍으로 뛰어내렸고, 카렌과 팀원들이 뒤를 따랐다. 그의 머리위에서 막 수조에서 깨어난 외도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풍덩!
‘뭐야? 물?’
10여층이나 아래로 떨어진 일행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물속에서 허우적 거렸다. 물속은 탁했고, 라이트세이버의 빛이나, 카렌팀들의 조명에도 제대로 시계가 확보되지 않았다.
준은 일단 염동력을 이용해 물 위로 떠올랐다. 카렌일행도 물위로 고개를 내민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야? 여긴? 젠장. 길 똑바로 안 열거야?”
카렌이 투덜거렸다.
“아. 미안. 여기도 수조가 있는 줄은 몰랐네... 잠깐 수조?”
방금 위에서 수백, 수천개의 수조를 보고온 참이다. 헌데 이 아래에 거대한 수조가 있다면 결국 답은 하나뿐이었다.
“징그럽게 귀찮게 하는 군.”
“무슨 소리야?”
“이 아래 어딘가에 외도가 있을거야. 가능한한 놈을 깨우지 않게 조용히 이동해야 할 것 같아.”
“어디로?”
“어디긴 제일 가까운 곳이지.”
준은 정면에 있는 벽을 가리켰다. 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 중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설령 못한다고 해도, 헌터 정도의 신체능력이 있는 이들은 손만 허우적 거려도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촤아악.
준과 에피알게나스는 허공에 뜬 상태로, 카렌팀은 전원 빠르게 수영을 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풍덩! 풍덩!
뒤에서 무언가 물 속으로 뛰어드는 소리가 들렸다. 준이 고개를 돌려보니 구멍을 통해 수십, 수백마리의 외도들이 물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빨리 움직여!”
카렌이 기겁을 하더니 더욱 속도를 높였다. 준은 일단 소음이 적은 니들건을 꺼내들고는 빠른속도로 추격하는 외도들을 향해 공격을 시착했다.
쏴아아!
한 차례 쇠못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전진속도만 조금 늦추었을 뿐 거의 대부분의 외도들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듯 계속해서 접근했다. 준이 입을 열었다.
“하나같이 강력한 놈들이야. 적어도 노란색.”
“지랄같네. 괜히 따라왔나 싶다. 나 생각보다 쓸모없는 것 같은데?”
“말할 힘 있으면 일단 속도나 올려.”
“그거 염동력. 어떻게 안되냐?”
“너희 전부를 어떻게 들고 가냐? 전부 합하면 1톤 넘을걸? 게다가 움직이는 물체는 밸런스 때문에 더 힘이 든다고.”
“젠장. 다이어트 좀 할걸.”
카렌은 이를 악물었다.
“아니. 잠깐만. 그거 나쁘지 않은 생각인 것 같다.”
“뭐? 헉헉. 뭐가?”
준은 대답대신 니들건을 전부 인벤토리에 넣고 염동력을 일으켰다. 그들을 모두 들어올릴 필요는 없었다. 대신 수영을 하는 그들의 몸을 앞으로 밀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카렌팀들의 스피드가 두배가까이 들었다.
“오. 이거 좋네.”
촤아아악!
카렌팀은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지나갔다. 얼추 어느정도 벽에 가까워졌다 싶어 준은 재빨리 레일건을 꺼내었다. 수면과 가까운 지역으로 약간 비스듬하게 아래로 쏘게 되면 뚫린 구멍으로 물과 함께 빠져나갈 수 있었다.
콰앙!
굉음이 일며 레일건이 발사되었다.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그쪽으로 물이 쏟아져 나갔다. 하지만 예상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응?”
준은 당황하며 가까이 다가가 벽을 살펴보았다. 벽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애초에 막힌 지역이었던 것이다. 맵을 살펴보니 이 수조 전체가 알렉스턴 연구소의 한 층을 차지하고 있었다.
즉, 벽에다가는 아무리 레일건을 갖다 박아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된거야?”
숨을 몰아쉬며 카렌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아래로 내려가야 할 것 같아.”
“뭐? 이쪽으로 못나가는 거야?”
“여긴 뚫고 나가봐야 아무것도 없어. 그냥 땅속이야.”
“빌어먹을. 그럼 빨리 아래로 쏘든지 뭘 하라고.”
“문제는, 물밖에서는 쏴봐야 바닥을 못뚫는 다는거야.”
“뭐? 어째서?”
“표면장력도 문제고, 물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바닥을 관통할 정도의 충분한 화력이 안나올거야. 이 수조 깊이가 거의 수십 미터는 된다고.”
“그럼 물속에서 쏘면 되잖아.”
“물속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레일건을 쏘라고?”
“그럼?”
“저기 보이는 기둥이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야. 가려면 저걸 통해서 가야할 것 같아.”
카렌은 준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리는 약 이백미터. 수영으로 못 갈거리는 아니지만, 사방에서 합성외도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쉬운일은 아니었다.
“젠장. 수중전이라니.”
“뭐, 어쩔 수 없지. 내가 최대한 보조할게.”
준은 다시 니들건을 뽑아들었다. 백여기 모두 폭발형 니들건이었다. 이걸 사용했다가는 혹시 있을지 모를 외도가 눈을 뜰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
퍼퍼퍼퍼펑!
물속으로 파고든 니들건들이 수중폭발을 일으켰다. 폭압에 수면이 거칠게 일렁였고, 그 때문에 카렌팀의 주위로 외도들이 달려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카렌팀의 이동 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염동력을 니들건을 사용하는데 쓰고 있는데다가, 충격파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카렌팀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카렌도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입을 여는 대신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갔다. 겨우 기둥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카렌팀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았다. 물속에서 퍼지는 충격파는 피하거나 막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체력의 3분의 1이 날아간 상황이었다.
“젠장. 죽는 줄 알았네. 빨리 이거 뚫어봐.”
카렌이 기둥을 통통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기둥은 두께만 이십여미터에 달했다. 준은 카렌을 뒤로 물리고는 레일건을 꺼내 벽에다가 대고 갈겼다.
콰앙!
와르르!
그러자 기둥의 한쪽면이 무너져 내렸다. 안쪽에 계단이 보였다. 준과 일행은 재빨리 계단으로 뛰어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수면이 불쑥 솟아올랐다. 마치 거대한 파도가 일어나는 듯 했다.
촤아아악!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상어였다. 몸 길이만 40미터가 넘었다.
“와아. 내가 아무리 상급헌터라지만 저거하고는 못싸우겠다.”
“동감이야.”
하지만 한가롭게 농담따먹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허억. 허억.”
일행은 물에 빠진 생쥐꼴로 수조의 아래층에 도착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와중에 엄청난 물이 쏟아지며 일행 전부를 단숨에 최하층까지 내려보낸 것이다. 결국 준과 에피알게나스도 물을 뒤집어 써야 했다.
“축축해.”
에피알게나스는 물에 젖은 머리를 뒤로 묶어 올렸다. 옷은 물에 젖어도 달라붙지 않는 소재였기 때문에 딱히 서로 민망한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물에 젖은 그녀의 모습은 심장에 좋지 않았다.
“왜 그렇게 사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거야?”
“딱히 별 생각은 안했는데.”
준은 얼른 고개를 돌리며 얼버무렸다. 지금은 쓸데없는데 정신이 팔려있을 때가 아니었다. 카렌이 준의 어깨를 툭 치며 입을 열었다.
“너 욕심이 너무 많은거 아니냐?”
“니가 할 소리는 아니지.”
준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준은 맵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길을 따라 움직였다. 지금 있는 곳이 최하층인 만큼 더 이상 골치아픈 놈들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이끼가 잔뜩 끼어있는 바닥을 한참 걸으니 작은 문이 나타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수없이 많은 기계들이 늘어서 있는 방이 나타났다. 각각의 기계들은 엄청난 수의 전선들이 연결되어 있었다. 최소한 천대 이상의 기계들이 한데 물려서 시끄러운 비프음과 빛을 내고 있었다.
“설마 이게 다 컴퓨터인가?”
준은 처음보는 압도적인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흘렸다.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그런 것 같은데. 이 정도 규모의 연산장치가 아니면 위에서 봤던 것들이 불가능했을 것 같긴해.”
“안쪽으로 더 들어가보자.”
준과 일행은 천천히 컴퓨터들 사이를 걸었다. 기계 하나의 크기는 높이가 4미터에 달했고 너비도 2미터 가량이었다. 하나하나가 슈퍼컴퓨터에 달하는 처리장치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런 것이 거의 천여개가 넘게 있었다.
“성상민 회장이 아까워 할만 하겠는데.”
저런 슈퍼컴퓨터 한 대면 최소한 수백억이 들어간다. 그런 것이 천대가 넘는다. 대충 잡아도 수십조원의 예산이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컴퓨터가 가득한 공간이 끝나자 수없이 많은 디스플레이들이 늘어서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한쪽 벽 전체가 디스플레이로 되어 있었고, 그 곳에서는 엄청난 양의 숫자들이 빠른 속도로 스크롤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 한 가운데 박기원이 서 있었다. 숫자들을 살펴보던 그가 몸을 돌려 준을 바라보았다.
“좀 너무 하지 않습니까? 제법 준비한 것들이 많았...”
카렌이 그를 향해 뛰어나갔다.
쿵!
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녀가 인상을 쓰며 검으로 내리쳤지만 그 정도 위력으로는 흠하나 가지 않을 정도였다.
준이 레일건을 꺼내자 박기원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강도를 몇 배나 늘렸습니다. 이런 실내에서 발사했다가 만약 튕겨나가기라도 했다간 오히려 그쪽에 피해가 있을 겁니다.”
“미안하지만 나도 화력을 높이는 방법이 있거든.”
파직!
준은 전자기장 제어를 통해 몇배나 되는 전류를 흘렸다. 이정도로 과부화 된 전류가 흐르게 되면 한 번 발사로 내부가 타버리겠지만, 별 상관없었다. 어차피 레일건은 또 만들면 그만이었다.
콰아앙!
쩌저저정!
“히익?”
레일건의 발사되자 준과 박기원의 사이에 있던 투명한 벽이 산산조각이 나며 터져나갔다. 준은 고장난 레일건을 바닥에 버리고는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갔다.
박기원은 멍한 표정으로 준을 쳐다보다가 번득 정신을 차리곤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