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74화 (47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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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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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외도, 바라키온 등장!]

치이익!

요란한 소개가 끝나자 곧 검은 연기와 함께 바닥에서 거대한 기둥이 솟아올랐다. 검은색에 끝이 날카롭고 기이한 무늬가 있는 기둥은 계속해서 하얀 바닥에서 솟아올랐고, 곧 기둥의 뿌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 기둥이 기둥이 아니라 사실은 거대외도의 머리부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설마. 저게 머리라는 거야?”

카렌이 입을 쩍 벌리며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나온 크기만 해도 10여미터. 몸 전체가 빠져나오게 되면 얼마나 크게 될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였다.

준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스피커가 나왔던 지점이 약 100미터. 그 이상으로 크진 않을 테지 아마 오십미터 내외의 크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피알게나스.”

“로버 꺼내게?”

“일단 체급을 맞춰야지.”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로버를 꺼내들었다. 경험치 소모가 크긴 하겠지만 지금 바닥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외도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쿠웅!

[우와아앗! 이게 뭐야!]

로버가 인벤토리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눈앞에 거대한 머리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외쳤다.

“뭐긴. 지금부터 싸워야 할 놈이지.”

[저것과 싸운다고? 너무 크지 않나?]

“네가 싸우냐? 내가 싸우지.”

[흠. 너는 나를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럼 이번 싸움에서 보여줘.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흥. 덩치만 크다고 세다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지.]

“방금전에 겁먹지 않았어?”

[그냥 조금 놀란 것 뿐이다. 닥치고 올라타기나 해.]

“닥치라니. 어디서 그런 말을 배운거야?”

“준이라고 생각하는데.”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부정은 못하겠군.”

준이 웃음을 흘리며 그녀와 함께 로버의 열린 가슴을 통해 조종석으로 올라탔다.

카렌과 그녀의 팀이 전투에 방해가 되지 않게 최대한 뒤로 물러서는 걸 확인한 준은 벨트를 단단히 조이고는 이미 로버의 키를 넘어선 거대외도를 바라보았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띈 외형에 가슴과 배 쪽이 주황색의 단단한 껍질로 뒤덮여 있었다.

머리는 각룡류 공룡처럼 긴 뿔과 함께 부채살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몸체는 팔이 길고 구부정한 고릴라와 흡사한 형태였다. 확실히 뭔가 뒤죽박죽으로 섞어놓은 느낌이었다.

준은 거의 상체의 절반이 넘게 빠져나온 적 외도, 바라키온을 향해 라이트세이버를 휘둘렀다.

쩡!

로버의 공격에 놈은 자신의 뿔을 이용해 라이트세이버를 막았다. 엄청난 소리의 파동이 공간 전체를 뒤흔들었다.

"흠집도 안나다니. 엄청 단단하잖아?“

“실드 때문이야. 몸 자체도 강하지만 실드량도 상당해.”

로버의 데이터를 분석한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얼마나 되는데?”

“몰라. 아직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어.”

“몇 대 때리다 보면 알겠군.”

준은 라이트세이버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경험치 소모속도도 덩달아 빨라지며 검의 크기가 두 배 가량 더 커졌다.

[아아. 박기원 연구원입니다. 바라키온이 완전히 빠져나온 다음에 공격해주시길 바랍니다.]

막 공격하려던 순간 천장에 매달려 있는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준은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언제까지 실험같은 소리를 할 수 있는지 두고보지.”

실험이고 뭐고, 자신은 이 녀석을 쓰러뜨린 후에 곧바로 조각이 있는 곳 까지 직행할 생각이었다. 더 이상 영문모를 놀음에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준은 바닥에서 몸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바라키온을 향해 매크로어택을 시전했다. 라이트세이버에서 수십개의 검술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콰아앙!

크아아아!

일격에 바라키온의 머리가 홱 돌아가며 상체가 엄청난 기세로 휘청였다. 하체가 아직 전부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넘어지거나 하지 않았지만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그건 반칙입니다! 정정당당한 대결을 부탁드립니다!]

머리위에서는 계속해서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은 매직미사일을 날려 시끄러운 스피커를 날려버리고는 빠져나온 두 팔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바라키온을 향해 높이 뛰어올랐다.

바라키온이 고개를 들며 손을 뻗었다. 준은 순간적으로 관성제어를 이용해 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며 그대로 검을 그었다.

“매크로어택!”

꽈과과광!

매크로어택은 준이 검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다. 매 공격마다 몇 만에 가까운 경험치가 날아가긴 하지만 그만큼 엄청난 위력을 담보했다.

쿠르르...

연달아 두 번의 공격을 허용한 바라키온은 제법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첫 일격은 두 팔이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거의 무방비로 얻어맞았고, 두 번째 공격은 어떻게든 막아보려 애썼지만 로버의 움직임을 따라올 정도로 민첩하지 못했다.

“실드량이 어느정도 계측되는 것 같아. 약 10퍼센트 정도 빠졌어.”

“생각보다 강하진 않은 녀석이군.”

[내가 강한 거라고 말하긴 죽어도 싫은 거냐?]

로버가 입을 열었다. 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나서서 자랑질만 안하면 그렇게 말해줄 용의도 없는 건 아닌데 말이지.”

[자신의 강함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는 건 자랑이 아니다.]

“그러세요. 읏차!”

쿠웅!

준은 거내한 바라키온의 손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걸 보고 얼른 몸을 날렸다.

쿠웅!

녀석의 손바닥이 바닥을 강하게 때렸다. 이미 공격권에서 멀어진 로버가 부르르 떨릴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준이 보기엔 너무 느렸다. 관성제어까지 사용하는 로버의 움직임을 따라올 정도는 아니었다.

남은 건 최대한 화력을 쏟아부어 녀석이 완전히 소환되기 전에 끝내는 것 뿐이다. 준은 매크로어택의 쿨타임이 돌아올때마다 녀석의 정수리 부분을 집요하게 노리며 공격을 퍼부었다.

녀석은 유일하게 자유로운 두 팔을 어지럽게 휘둘렀지만 항상 그보다 한 발 빨리 움직이는 로버를 잡을 수는 없었다.

‘확실히 강한 녀석이긴 한데... 딱히 이정도로 로버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드는군.’

성상민 회장이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무언가가 이 알렉스턴 연구소 안에 있을 것이다. 준은 적어도 그것이 지금 자신이 상대하는 바라키온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맷집이 세고,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몸이 전부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허접함이 있었다.

준은 녀석에거서 멀찌감치 떨어져 녀석에게 손을 뻗었다.

“매크로미사일.”

콰과과과광!

수십발의 마력탄들이 어지러운 궤적을 그리며 바라키온의 몸에 적중했다. 단일 공격력으로만 따지면 매크로어택보다 매크로미사일의 위력이 훨씬 강하다. 원거리 딜링이 보편적으로 강한 것과 같은 이치였다.

“끝. 실드 완전히 제거 됐어.”

“오케이. 그럼 이제 끝내지.”

로버의 공격을 계속해서 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던 바라키온은 상체만 나온 상체로 완전히 탈진해 있었다. 실드가 있다고는 해도 로버의 공격은 실드를 뚫고 지속적으로 녀석의 신체에 타격을 준 상황이다.

실드가 완전히 벗겨진 이상, 이 싸움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준은 라이트세이버를 세웠다. 어차피 준의 기술은 대부분 펠로우쉽 계약자들에게서 가져온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기술이라고 해도 숙련도에 따라 그 위력이 천양지차이기 때문에 상급헌터의 기술이라고 해도 초급에 머무르고 있다면 다른 기술들과 별 다른 차이가 없다. 매크로어택은 그 초급기술들을 한데 묶어 사용해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기술. 준이 처음부터 익히고 지금까지 갈고닦아 왔단 단 하나의 기술만큼은, 초급을 넘어 중급, 그리고 현재 상급에 이르러 있었다.

“정면내려치기.”

서걱!

촤아아아아!

준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그어지자, 바라키온의 이마가 둘로 쪼개지며 붉은 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위상변화가 풀리며 하얀색의 방이 이지러지기 시작했다. 준은 얼른 에피알게나스를 데리고 뛰어내린다음 로버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위상변화가 풀리자, 거대한 방이었던 곳은 격자무늬가 있는 평범한 정사각형의 방으로 변했다. 카렌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작은 방이 그렇게 크게 느껴졌던 건가?”

“위상변화는 완전히 다른 공간을 새로 창조하는 거야. 여기와는 전혀 상관없지. 그것을 지탱하고 있던 힘이 붕괴하면서 원래대로 돌아온거고.”

“뭐가 뭔지 모르겠으니. 일단 나가자. 좁은 곳은 딱 질색이야.”

카렌이 투덜대며 입을 열자 준이 고개를 저었다.

치지직-

[두번째 실험을 통과한 것을...]

퍼억!

준이 기공파를 날려 스피커를 부순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방향은 이쪽이야.”

준은 레일건을 꺼내들고는 발밑을 향해 발사했다.

콰앙!

순식간에 십여층에 걸친 구멍이 뚫렸다. 층층마다 특수한 형태의 방이 있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수십개의 대형 수조속에 각종 기묘한 형태의 외도들이 잠들어 있었다. 준은 그것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수조마다 작은 라벨이 붙어있었는데, 어떤 외도를 조합했는지에 대한 정보였다. 신체의 모든 장기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반적인 생명체와 달리 외도의 유전자는 단순하고, 또 허술한 부분이 많았다. 생명체 내에서만 활동을 할 수 있는 바이러스처럼 외도는 반드시 체내에 엑조틱에너지가 존재해야만 생명체로서 움직이고 행동할 수 있었다.

헌데 또 그 단순한 부분 때문에 다른 생명체와 쉽게 조합할 수 있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냥 아무 생명체의 유전자에다가 갖다 붙이는 것만으로도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의 상당수를 발현한다. 그렇다 보니 외도연구학은 제법 유행하는 분야였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실험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외도들은 단순히 유전자를 이어다 붙이는 수준이 아니었다. 방금 준이 상대했던 바라키온의 경우 완전체일 경우 거의 50미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 정도라면 최소한 파란색 이상의 외도다. 유전자 조합만으로 그런 외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은 현재 어느 연구소에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즉, 외도의 특징만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녀석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기술도 있다는 것이다.

“뭐하는 거야. 얼른 내려가자. 이것들이 언제튀어나올지도 모르잖아.”

칼렌이 입을 열었다. 괜히 시간 끌다가 또 비슷한 공간에 끌려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었다.

“아. 잠깐만. 이것들 좀 챙기고.”

준은 염동력을 이용해 외도가 들어있는 수조들을 전부 3번 던전 안으로 던져넣었다.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살아있는 것들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다.

“그런 걸 가져가서 뭐하게?”

“가지고 있으면 다 쓸데가 있겠지. 그럼 계속 이동하자.”

하지만 이런 수조는 준이 있는 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래층, 그 다음층, 그리고 그 다음층에도 계속해서 수십개의 수조가 늘어서 있었다. 혹시나 해서 준은 방을 빠져나가 복도를 통해 다른 방으로 가보았다. 그곳에도 마찬가지로 수십개의 수조가 있었다.

준은 맵을 확인해 현재층의 구조를 확인했다. 하나의 복도가 원형으로 건물을 관통하고 있었고, 복도의 좌우측으로 수십개의 방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방 하나하나에 모두 이런 식으로 수조들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건 마치 산란장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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