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72화 (47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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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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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를 하는구만.”

준은 인벤토리에서 레일건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단상 위에 있는 연구원을 조준하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

쩌어엉!

엄청난 소음과 함께 박기원의 뒤편의 벽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 혼비백산하며 도망치는 사내의 모습을 보며 카렌이 입을 열었다.

“조준이 엉망이잖아.”

“저 이상한 투명막 때문에 궤적이 틀어졌어. 일단은 저 녀석부터 처리해야 할 것 같아.”

검은 연기와 함께 바닥에서 올라온 것은 네발로 납작 엎드려 있는 두꺼비를 닮은 외도였다. 짙은 초록색의 외피에 두꺼운 네 개의 다리가 바닥을 지탱하고 있었고, 머리처럼 보이는 부분에서는 검은색의 눈동자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흠. 그렇게 강해보이지는 않는데.”

“일단 한방 먹이고 시작하지.”

준이 레일건을 들이대자 카렌이 손을 들어 저지했다.

“잠깐만. 우리가 나설 기회도 줘야지.”

“급한 건 아니지만, 굳이 힘들게 갈 필요가 있을까?”

“사장님은 뒤에 있는 공주님이나 잘 케어하고 계세요.”

“뭐. 그러시다면.”

준은 일단 한발 물러섰다. 사실 알렉스턴 연구소에서 만들고 있다는 외도의 힘이 궁금하기도 했다. 인위적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외도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카트뢰즈에서 눈으로 확인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기술은 아직 초보단계라 그런지 그다지 정교하지가 못했다. 합성외도 자체가 불안정했고, 게다가 강력하지도 않았다. 당시 10레벨에도 미치지 못했던 준이 처리했을 정도니 지금이라면 레일건 한 방에 끝을 낼 수도 있었다.

타탓.

카렌이 녀석의 앞으로 움직이자 나머지 열 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마치 사전에 약속된 듯한 포지션이었다.

카렌팀의 전투방식은 이렇다. 탱커인 카렌이 항상 맨 앞에서 공격과 방어를 담당한다. 가장 먼저 공격하고 가장 먼저 맞는다. 사전에 정보가 있는 녀석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지만, 처음보는 외도라면 선공이 중요하다. 녀석이 어떤 식으로 공격하는지, 그 공격의 형태는 무엇인지. 그리고 독이나 기타 다른 위험은 없는지는 어쩔 수 없이 맞아가면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공격패턴을 확인하면 다음으로 근접딜러 세 명이 달라붙는다. 그렇게 총 한 명의 탱커와 세 명의 근접딜러가 공격을 쏟아붓기 시작하면 충분히 어그로가 쏠릴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머지 여섯 명 중 다섯 명이 원거리 공격을 시작하는 것이다.

마지막 남은 한명은 힐러였다. 상급레이드 팀 정도 되니 가질 수 있는 자원이었다. 다만 지금 이 자리에는 에피알게나스라는 최강의 힐러가 있다보니 존재감이 옅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역시 개량형 니들건과 크리스탈 런처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화력은 낼 수 있었다.

파앙!

카렌이 빠른 속도로 접근해 자신의 키만큼이나 큰 대검을 내리찍었다.

촤악!

그러자 두꺼비의 커다란 입이 세로로 갈라지며 진득한 노란색의 체액을 내뿜었다. 카렌은 검을 휘둘러 체액을 튕겨내고는 연속으로 검을 휘둘러 녀석의 앞발을 베었다. 그러자 그곳에서도 노란색에 체액이 뿜어져 나왔다.

거대두꺼비는 공격을 당하는 와중에 천천히 앞다리를 들더니 그대로 카렌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철푸덕!

두껍고 축축한 앞발이 바닥을 누르자 바닥에 고여있던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카렌은 타들어 가는 자신의 갑옷을 보면서 파티채널로 메시지를 날렸다.

-실드가 없다. 쉽게 베이고 강산성의 체액을 배출하니 베기보다는 타격위주로 공격 하도록. 바닥 조심하고. 스카라 부터 차례로 들어와.

-예스.

카렌이 다시 두꺼비에게 달라붙자. 스카라 몬테인이 천천히 접근했다. 그는 카렌팀의 두번째 상급헌터로 카렌을 제외하고는 이 팀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키가 작고 날쌘 데다가 기술도 완벽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적의 공격패턴을 모두 알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투입하기에 가장 적격이었다.

스카라는 긴 철봉을 꺼내들었다. 외도들 중에는 강산성의 체액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 많았고, 특히나 일부러 몸을 베임으로서 헌터들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스타일의 공격을 하는 놈들도 있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상처를 내지 않으면서 타격을 입히기 위해 날이 없는 강철봉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풀딜을 넣을 때는 본래의 무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주무기와의 데미지 차이가 극심하기 때문이었다.

스카라가 공격을 시작하자, 곧이어 근접딜러들이 하나씩 달라붙어 공격을 시작했다. 두꺼비 외도의 공격패턴은 동일했다. 앞발을 들어 내려찍기. 그리고 베인 곳에서 체액을 방출하는 것. 그 두가지 뿐이었지만 카렌팀은 신중하게 공격을 피해가며 조심스럽게 외도의 체력을 깎아나갔다.

두꺼비녀석의 피부는 검에 베이거나 강철봉에 쉽사리 터져나갔다. 하지만 상처부위는 순식간에 끓어오르며 복구가 되었다. 외도들의 회복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이 녀석의 회복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흠. 상처를 입히면 산성액을 터뜨리고, 그 상처는 순식간에 복구가 된다. 공격패턴은 단순하면서도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 방어형 외도인가. 이런 타입은 처음보는데.’

지금까지 보아왔던 외도는 뭐가 되었든 상당해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속도도 빠르고 아무리 단순한 공격이라도 한 번 한 번의 공격이 매우 강력했다.

하지만 저 두꺼비의 앞발 공격은 마치 해초더미로 내려치는 것처럼 별다른 위력이 없었다. 거기다가 느리기까지 하니 도저히 맞아주고 싶어도 맞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회복력이 너무나도 강력하다보니 이쪽에서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원딜 공격해.

-예스!

카렌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섯명의 원거리 딜러와 한명의 힐러가 공격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공격한 것은 니들건을 쥐고 있는 힐러였다.

퍼엉! 펑! 펑!

폭발형 니들건을 발사하자 두꺼비의 피부가 펑펑 터져나가며 다시금 체액이 허공을 비산했다. 마치 비처럼 쏟아지는 체액에 스카라를 포함한 근접공격수들의 동작이 제한되며 순간적으로 딜링이 멎었다.

그 모습을 본 카렌이 근접딜러들을 물렸다. 아무래도 이 녀석을 처리하기 위해선 강력한 화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좀 도와줄까?

준이 파티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자 카렌이 가운데 손가락을 세웠다. 아직 할만하다는 뜻이었다.

-원딜들은 측면으로, 근딜은 정면으로 붙어!

원딜의 공격으로 인해 쏟아지는 산성액의 피해를 막기 위해 포지션을 바꾸었다. 그러자 빠르게 원딜들이 자리를 옮기고 근접딜러들은 조금도 카렌의 곁으로 붙었다.

그리고 잠시 후 원거리 딜러들의 화력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콰앙! 쾅! 콰광!

화염 마법과, 전격이 실린 화살, 그리고 폭발형 니들이 두꺼비의 옆구리와 등을 때렸다. 준이 서있는 위치까지 충격파가 날아올 정도의 강력한 공격이었다.

‘엄청난 화력이군. 오펜하이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해.’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녀석의 화력은 일회용이다. 한두 번 공격을 퍼붓고 나면 곧바로 힘이 부친다며 사라졌기 때문에 레이드팀에서 써먹기에 좋은 자원은 아니었다.

꾸륵! 꾸륵!

지금까지 아무리 공격을 해도 반응하지 않던 녀석이 처음으로 고통스러운 듯 움직임을 보였다.

‘먹힌건가?’

녀석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닥은 산성액과 방금의 폭발로 인해 떨어져 나간 젤리같은 몸체가 흩어져 있었다.

-계속 공격해!

그리고 카렌과 근접딜러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런 카렌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사방에 흩어져 있는 신체의 일부를 향해 움직였다.

계속해서 근접공격들이 퍼부어졌다. 원거리 딜러들이 쿨타임에 걸려있는 동안 두꺼비는 근접 공격을 몸으로 맞아가며 엉금엉금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정도 자신의 떨어져 나간 신체에 가까이 가자 갑자기 혀를 쭉 내밀어 그것을 집어 삼켰다.

“윽. 저걸 먹어?”

지켜보고 있던 준이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질퍽질퍽하게 뭉개진 자신의 신체일부를 집어 삼킨 두꺼비는, 순식간에 부서진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떨어진 신체를 먹음으로서 피해를 복구하는 것 같았다.

카렌도 그 모습을 보고는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저거 못먹게 막아.

두꺼비의 몸에 붙어 근접공격을 하던 근접딜러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나머지 신체조각들로 향했다. 녀석이 먹어치우기 전에 먼저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떨어진 덩어리만 해도 수미터 크기였다. 과연 저걸 어떻게 처리할까 하고 준이 궁금해 하고 있는데, 스카라가 손을 가져다 댄 녀석의 몸통이 순간 허공으로 사라졌다.

“인벤토리에 넣을 줄은 몰랐군.”

준은 그 기발함에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그냥 칼로 난도질 해서 없앨 줄 알았는데 저런 식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있었던 것이다. 현재 카렌의 팀원들은 전부 10레벨이 넘은 상태였고, 인벤토리도 100칸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저런 살덩이 몇 개 정도는 넣어도 충분할 정도의 크기엿다.

-2타 갑니다!

그리고 다시금 원거리 딜러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처음과 달리 진영이 무너진 상태다. 만약 이상태에서 녀석의 몸에서 체액이 뿜어지면 처음과 달리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그에 대비해 카렌이 명령을 내렸다.

-알아서 피해!

-예쓰!

콰앙! 쾅! 콰아앙!

그리고 다시한번 불덩이와 뇌전, 그리고 결정체 폭탄이 떨어졌다. 화력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공격을 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가장 쿨타임이 늦은 기술에 맞춰서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다.

퍼석!

그리고 그 화력을 버티지 못한 두꺼비의 몸이 여기저기 터져나갔다. 카렌은 대검을 휘둘러 산성액을 튕겨내었고, 스카라를 비롯한 나머지들은 두꺼비에게서 최대한 멀리 도약했다.

치이익-

어느새 바닥은 두꺼비에게서 흘러내린 산성액이 가득 고였다. 카렌은 자신의 가죽신발이 타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더 이상 피할 바닥도 없었다. 그녀는 근접공격을 포기하고는 다른 근접딜러 들과 함께 녀석의 흩어진 몸체를 제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어차피 녀석은 공격력도 약하고 움직임도 느리니 원거리딜러들에게 별다른 위해를 끼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곧바로 수정했다. 녀석이 앞발을 높게 치켜들고는 그대로 바닥을 내리찍자, 바닥에 고여있던 산성액들이 엄청난 기세로 사방으로 퍼진 것이다.

“크윽!”

치이익!

가장 놈의 가까이에 있던 카렌은 황급히 검을 휘둘렀지만, 어느정도는 산성용액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왼쪽 다리에 산성용액이 묻자, 순식간에 갑옷이 녹아 들어가며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퍼졌다.

그녀 뿐만이 아니었다. 원형으로 퍼져나간 산성용액은 다른 근접딜러들 뿐만 아니라 멀리 위치해 있던 원거리딜러와 준에게까지 닿았다.

준은 실드를 펼쳐 자신과 에피알게나스를 보호하고는 카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도와 줘?

-이제 시작이야. 녀석의 공격패턴은 전부 파악했어.

-그 녀석 보니까 온몸이 산성용액 덩어리야. 순진하게 그냥 때려서는 끝이 안날 거 같은데. 독약이 든 병을 깨뜨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보기나 해.

준은 뭔가 대단한 걸 보여주려나 싶어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카렌은 별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다만 두꺼비가 다시 바닥을 내리쳐 산성용액을 튀게 할 때마다 미리 경고를 해 팀원들의 피해를 최소화 했다는 정도.

그 이후는 같은 패턴의 반복이었다. 쿨타임을 채운 원거리딜러들이 한꺼번에 공격을 하고, 터져나간 두꺼비의 몸을 수거했다. 처음에는 지루했지만 그렇게 삼십 여분을 실수 한 번 없이 완벽히 같은 패턴의 전투가 진행되고 보니 어느새 두꺼비는 처음에 비해 거의 3분의 일 크기 까지 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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