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8 ----------------------------------------------
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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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던전에서 60시간, 바깥에서는 6시간에 걸친 연구 끝에 델타스토어에 크리스탈런처가 등록되었다. 화력시범을 따로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폭발력은 직접 사용해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준은 제작을 마치고 인벤토리에서 침대를 하나 꺼내곤 그대로 드러누웠다. 3번 던전안에는 아직 외도가 남아있었지만, 장민성도 있었고, 준도 살기를 띄고 접근하는 외도의 기척을 느끼지 못할 만큼 약하지는 않았다.
크리스탈런처가 풀린 첫날 대략 10대 정도가 팔려나갔다. 즉, 10만EP가 하루만에 들어 온 셈이다. 겨우 10대라고 우습게 볼일은 아니었다. 대당 가격이 워낙 세기 때문이었다. 원가가 10분의 1밖에 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이득이었다.
게다가 평도 제법 나쁘지 않았다. 물론 공격을 할 때마다 결정체를 하나씩 소모해야한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목숨을 구해줄 수도 있는 물건이었다. 게다가 기존의 화력으로는 잡을 수 없었던 고난이도의 외도를 사냥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자체도 엄청난 이득이었다.
거기다가 펠로우쉽 계약을 맺은 이들사이에서는 훨씬 더 큰 효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보통의 로켓런처의 경우는 근거리에서 폭발할 경우 아군까지 휩쓸려간다는 단점이 있다. 폭발력이 크면 클수록 더더욱 그런 위험은 더 커지게 마련인데, 만약 팀원 전원이 펠로우쉽 계약자라고 하면 아군을 죽일 수 없다는 델타시스템의 규칙 때문에 마음놓고 난사할 수 있었다. 50퍼센트까지 체력이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이미 그때쯤이면 외도는 죽고 난 이후일 것이다.
그리고 이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누군가 크리스탈 런처의 사용기를 영상과 함께 올렸고, 그 글타래는 순식간에 관심글로 지정되어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았다.
-그럼 펠로우쉽 계약자들에게 훨씬 이득인 물건이네.
-펠로우쉽 계약이 뭐임?
-일일이 설명해 주기 귀찮다. 나 대신 설명해줄사람.
-그런거 있다. 인맥없으면 하기 힘든 계약임. 델타스피릿 직원 중에서도 직접 전투를 하는 직원들 위주로 계약을 맺어준 다고 하더라고. 정직원이라도 생산직에 있으면 펠로우쉽 계약은 안해준다고 들었음.
-좋은게 뭔데?
-간단히 말해서 헌터를 만들어 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장점이 많지만 하여튼 나도 지금 주변 아는 사람 중에서 계약자 없나 찾아보고 있는 중임. 어떤 놈은 돈 주고 해준다고도 하는데 걸리면 바로 계약 취소 당하기 때문에 거의 찾기 힘듬.
-젠장. 왜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계약자가 없지?
-그거 인원수 제한도 있다고 하는데.
-풀린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는 문제없이 계약가능하다.
준이 20레벨을 돌파하면서 펠로우쉽 계약자는 10만명 까지 관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 숫자도 금방 가득찰 것으로 예상되었다. 피라미드 구조인 펠로우쉽 계약의 특성상 늘어나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5레벨을 달성하기 위해 들어가는 자금이 제법 비싸고, 거기다가 일인당 계약을 맺어줄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직 10만명을 달성하지 못한 것 뿐이었다.
-그나저나 저정도 화력이면 사실상, 최하급헌터들도 노란색 이상의 외도를 잡을 수 있게 되는거 아님?
-이론적으로는 파란색 까지 잡을 수 있음. 물론 최소 백 명이상 모여서 화력집중을 할때의 이야기지만.
-크리스탈 런처 100대면 그거 대체 얼마냐.
-100만EP니까... 현금으로 따지면 1000억쯤 하겠네.
-미친.
-생각해보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님. 파란색 외도 하나만 떠도 재앙인데 겨우 그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거지.
-그건 그렇네. 그러면 이건 팀단위가 아니라 기업단위에서 사용할 수도 있겠는데?
-아마 지금쯤 다들 테스트하고 있을 거다.
이미 준의 델타폰은 레이드기업들에서 최소 하나 이상씩은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소한 연합내에서 델타스피릿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기업이었고, 델타폰은 그곳에서 팔고 있는 핵심 물건이었다. 게다가 이미 니들건을 통해 델타폰에서 판매하는 무기들이 강력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만큼 크리스탈런처에 대해서도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형님 바쁘신 줄 알았더니.”
검둥이가 델타폰을 만지작 거리며 입을 열었다.
“뭐야?”
“아무것도. 그나저나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야?”
검둥이는 하품을 하며 입을 열었다. 전국일진대회라는 웃기지도 않은 대회가 실제로 열리고 있다는 사실에 고무된 것도 잠시. 그 대회가 열리려면 아직 몇 달은 더 남아있다는 사실에 좌절한 엘라는 학교에 흑막을 세우려는 계획을 가속화 했다.
“그게 뭐야?”
“계획서. 일단 흑막이 되려면 계획이 있어야 하잖아.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
“줘 봐.”
검둥이는 엘라에게서 계획서를 넘겨 받았다. 스마트패널에 간단하게 끄적인 계획서의 골자는 간단했다.
“지하투기장?”
“지난 일주일간 학교를 관찰한 결과. 배스커빌 중학교에서는 하루평균 10.5건의 싸움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어.”
“그래서?”
“아무리 애들 싸움이라지만 보호장비도 없이 싸우는 건 문제가 되잖아? 게다가 중간에 말리는 사람도 없고, 선생님이 개입할 여지도 없이 완전히 정정당당하게 싸울 수 있게 만들어주자는 거지.”
“애들싸움을 더 키우겠다는 거냐?”
“걱정마. 도박은 안할테니까.”
“그걸 누가 관리하고?”
“당연히 너지. 내가 공간도 넓히고 링도 만들고 장비도 만들거니까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해. 홍보도 좀 하고.”
“귀찮아. 내가 왜 그런 짓을.”
“생각해봐. 널 귀찮게 하는 애들을 합법적으로 밟아줄 수 있잖아.”
“그런게 학교에서 허용될 거라고 생각하냐?”
“여기 종합격투기부로 허가받았어.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쉽게?”
“원래 있던 부였는데, 사람이 없어서 폐지되었었나봐. 금방 다시 복구 시켜주던데.”
종합격투기부라면 부실안에 링이 있는 것도, 거기에서 스파링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크게 다치는 일만 없다면, 학교에서도 딱히 신경은 쓰지 않을 것이다.
‘저 열정을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쓰면 좋을텐데.’
검둥이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엘라의 능력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때로 준 조차도 그녀의 진화하는 능력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랄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능력을 오로지 자신의 재미를 충족시키는데만 쓰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녀는 겨우 2살이었다. 여기서 무언가를 더 기대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었다.
‘사고만 안치길 바라야지.’
크리스탈런처를 완성한 준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서 추가적으로 전차를 더 생산했다. D2전차를 모두 잃었기 때문에 전원이 전차에 탑승한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약 50대 정도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새로 50대를 생산해서 총 150대를 만들었다.
대당 7명을 탑승시키고 모자란 곳은 6명만 태우도록 했다. 어차피 전차를 운용하는 것은 두 명, 전투중이 아닐 경우면 한 명이면 충분했기 때문에 나머지는 넓은 실내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교대로 운전을 하기로 했다.
300킬로미터라고는 해도 어지간한 지형은 모두 다닐 수 있는 무한궤도 전차의 특성상 이동에 큰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스파일리 행성 전체가 거의 대부분 평탄한데다가 사막지형이기 때문에 전차가 이동하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문제라면 검은대지로 인해 이동속도가 느려진다는 것 뿐이었다. 그래도 시간당 20킬로미터 정도는 이동 가능했기에 만약 전투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사흘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거리였다.
콰앙! 쾅!
D-11전차들이 이동하면서 레일건을 발사했다. 150여기의 전차들이 기관총과 주포를 발사하니 근처에 접근하던 외도들이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휘유. 이거 장난 아닌데.”
막스가 휘파람을 불며 감탄사를 흘렸다. D2전차의 화력도 강했지만, 주포를 교체한 D-11전차의 화력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다만 단점이라면 곡사로 발사할 수가 없어 지형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이었지만, 외도를 상대하기에는 큰 단점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각도를 조정하면 비행행 외도까지 격추할 수 있었기에 오히려 직선으로 날아가는 레일건 쪽이 훨씬 더 유용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나에 1만 EP가 들어간 물건인데 밥값은 해야지.”
준이 입을 열었다. 현재 준이 탄 전차에는 준과 막스, 파비앙, 장민성, 배정현, 그리고 오펜하이머가 탑승한 상태였다. 오펜하이머는 전차 한쪽에 드러누워서 잠들어 있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포격음에도 자고 있는 걸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데 너무 시끄럽지 않냐? 외도들의 시선을 너무 끌 것 같은데.”
“어차피 정리해야할 놈들인데 알아서 몰려오면 고맙지.”
“뭐, 그렇긴 하지.”
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2번 지구라트에 접근하면 그곳의 정신체가 외도를 움직여 공격을 시도할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미리미리 정리하면서 움직이는 쪽이 나았다. 준이 무리해서 지상으로 움직이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헌데 그 8번 지구라트 말인데. 네 말대로라면 스스로 엑조틱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건데 그게 가능한 일이냐? 나는 솔직히 상상이 잘 안되는데. 원래 외도들은 인간을 잡아먹어서 에너지를 충당하잖냐. 외도가 거주행성에 주로 나타나는 이유도 그거고.”
“아마도 석유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것 같아. 지구라트 내부에서 봤던 검은액체가 석유와 비슷해 보였거든. 지하로 엄청나게 파내려 간 것도 그렇고. 석유를 외도들이 흡수하도록 한 뒤에 거기에서 엑조틱에너지만 걸러내서 사용하는 것 같아. 자세한 매커니즘은 연구진들이 합류하고 나면 알게 되겠지.”
“석유에서 엑조틱 에너지를 뽑아내다니... 상상도 못해본 방법이로군.”
“효율이 나오기만 하면 엄청난 신산업이 되겠지. 굳이 외도를 때려잡지 않아도 워프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될거야. 그게 아니면 EP로 전환해도 되고. 어쨌든 만들 수만 있으면 사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지. 델타엔진에 사용할 에너지 팩으로 만들게 되면 전기로 쉽게 전환가능하잖아. 굳이 핵융합발전소가 필요하지 않게 될 수도 있어.”
“엄청나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이걸 알았다면 엄청나게 배아파할 것 같은데.”
“그렇군. 생각난김에 이야기 해주고올까?”
현재 성상민 회장을 비롯한 주요간부들이 준의 4번 던전안에 구금되어 있는 상태였다. 적어도 갤럭시 인더스트리가 완전히 분열하고 각자 흩어지기 전까지는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을 풀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1만에 달하는 헌터들과 민간인들까지 계속해서 그곳에 둘 수는 없었기 때문에 조만간 엘라행성에 데려다 놓을 생각이었다.
콰앙! 쾅!
전차들이 계속해서 불을 뿜었다. 수백마리의 외도들이 근접하기도 전에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막스가 입맛을 다셨다.
“이제는 직접 칼을 맞대고 외도와 싸울일이 점점 줄어들겠군.”
“그동안 너무 무식했던 거지.”
“좀 비겁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말이야.”
“원래 이렇게 싸우는 게 정상이야. 중세시대도 아니고 칼을 들고 싸우다니. 이제야 제대로 된 전쟁을 하는 거지. 크리스탈런처도 나왔으니 슬슬 외도들과의 싸움도 화력전을 변해갈거야.”
“아. 그거 나도 봤어. 헌데 연합정부에서 그런 무기를 계속 내버려 둘까?”
“법적으로 문제는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