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67화 (467/540)

0467 ----------------------------------------------

스파일리 행성

*

*

*

“오랜만에 대련 어때?”

“바쁘신 사장님께서 일개 직원과 드잡이질을 할 시간이 있으신가?”

“왜 이러실까. 그동안 관심을 안줘서 삐진거야?”

“이리와. 오랜만에 그 입에 한방 먹여줄게.”

장민성이 발끈하며 준을 향해 손짓했다. 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궁금하네. 너 몇레벨이냐?”

“프로필 보면 되잖아.”

“대련전에 능력치 확인하는 건 왠지 치사한 것 같아서.”

“9레벨.”

“뭐야. 왜 그렇게 낮아?”

“딱히 레벨을 올릴 생각을 안했으니까.”

“강해지고 싶다면서 레벨은 등한시 한 거냐? 일단 10레벨이라도 찍어보지 그랬냐. 한 번에 두 배는 강해질텐데.”

“강해지는 방법이 다를 뿐이야. 나는 내 몸을 단련해서 능력을 키우는 편이 마음에 들어.”

“펠로우쉽 시스템에 불만이 있는 거냐?”

“전혀. 오히려 고맙지. 덕분에 신체를 극한으로 단련해도 후유증없이 계속해서 훈련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그럼 레벨을 올리면서 요령껏 해도 되는 거 잖아.”

“어차피 레벨은 올라. 전투를 하면서도 오를거고, 널 따라다니면 퀘스트를 받을 테니까 거기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 나는 지금 당장의 능력을 키우고 싶은 게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겠냐?”

“뭐, 조금은.”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민성의 고집스러운 태도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효율 적이었다. 레벨이 오르고 스탯을 배분해서 더 강해지게 되면 그만큼 훈련에 있어서도 효율성이 높다. 더 높은 경지에서 하는 훈련은 그만큼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해준다. 같은 시간을 쏟아부어도 얻어가는 것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펠로우쉽에 의지해서 힘을 키우려고 들지 않았다. 어찌보면 하찮은 자존심 때문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허나, 그런 태도가 그로 하여금 계속해서 앞으로 정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라면 오히려 그것이 그에게는 더 나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모두가 효율적인 방법만을 쫓을 필요는 없지.’

설령 느리더라도 지치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 될 수도 있었다.

퍽.

준은 눈앞이 번쩍하는 것을 느끼며 뒤로 벌렁 넘어졌다. 장민성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뭐야? 대련 중에 딴 생각하기냐?”

“이 자식이!”

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마구잡이로 달려들었다. 예전이라면 이런 식의 공격에도 장민성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기본적인 능력치 차이가 워낙 심하게 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장민성은 번개같이 접근하는 준의 공격을 피하면서 왼발을 걸었다.

틱.

“엇?”

준이 당황하며 허우적거렸다. 우습게 본탓도 있었지만, 그만큼 장민성도 성장했다. 예전이라면 피하기에 바빴지 반격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한 방 더!”

장민성이 체중을 실어 허우적대는 준의 관자놀이에 주먹을 날렸다.

휘익!

하지만 그의 주먹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장민성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거 반칙이다.”

“규칙을 언제 정했다고.”

염동력으로 장민성의 공격을 흘리는 동시에 관성제어를 통해 그와의 거리를 벌렸다. 대련중에 특수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당황한 준이 능력을 사용한 것이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거지?”

스릉.

장민성이 검을 뽑아들었다. 실제로 그의 주 무기는 검이었고, 체술은 어디까지나 신체단련을 위해 배워두는 정도였다.

“안본사이에 실력이 많이 늘었구만. 쳇.”

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화아악.

라이트세이버의 밝은 빛이 어두운 3번 던전안을 밝혔다. 장민성은 약간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야... 그 무기는 좀... 누구 죽일일있냐.”

“어차피 펠로우쉽 끼리는 서로 못죽인다고.”

“너 혹시 까먹은거냐?”

“무슨 소리야?”

“훈련프로그램 때문에 던전안에서는 서로 죽이는 게 가능하도록 설정해놨었잖냐.”

“아. 그랬었지.”

준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양성프로그램 중에서 대인전투 부분의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 던전안에서는 무제한으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도록 해두었다. 어차피 던전안에서는 죽여도 죽지 않으니, 가상체험이라고 해도 죽음을 경험하는 것이 헌터로서의 성장에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어차피 죽어도 살아나잖냐.”

준은 그렇게 말하며 라이트세이버에 마나를 잔뜩 밀어넣었다. 3번 던전에서 빛의 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야이... 개자식아.”

장민성은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로 드러누워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동안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가파른 성장을 해왔다고 자신했다. 대련을 신청한 것도 자신의 실력향상이 어느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국은 준의 몸에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고 일방적인 공격을 당한 끝에 패배했다. 준이 라이트세이버를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이야. 더 노력하라고.”

“이 얄미운 자식. 언젠가는 꼭 때려눕혀주지.”

“크크. 절대로 그런 날은 오지 않을걸.”

그렇게 말하면서도 준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장민성의 발전은 놀라웠다. 힘과 스피드, 그리고 판단력. 그 모든 부분에 있어서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라이트세이버를 꺼낸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만일 예전처럼 체술만으로 상대했다면 지금 저기 누워있는 것은 장민성이 아니라 자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자 ; 장민성

레벨   ; 9

클래스 ; 전사

칭호   ; 펠로우쉽의 대상자(모든 능력치 +1)

능력치

체력 1300/10191  마나 473/7543 경험치 452120  잔여 스탯 45

힘 23(+7)  민첩성 23(+3)  지능 12(+3)  정신력 37(+3)

기술

근성(중급) : 초월적인 정신력으로 모든 것을 이겨 냅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2)

강인함(중급) : 타고난 근성으로 근력의 한계를 뛰어넘습니다. 힘이 상승합니다.(+4)

냉철(중급) :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습니다. 전투시에도 기본회복량의 75퍼센트 만큼 마나를 회복합니다.

건강(중급) : 규칙적인 생활과 좋은 식단은 신체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초근성(초급) : 강인한 정신은 신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를 10퍼센트 만큼 강화합니다. 지속시간 5분.

근면성실(중급) : 규칙적인 생활은 능력치의 상승속도를 100퍼센트 증가시킵니다.

“야... 너 경험치.”

준은 바닥에서 여전히 숨을 몰아쉬고 있는 장민성을 향해 기가막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왜.”

“40만이나 있잖아. 그거면 12레벨까지 올릴 수 있는 수치야.”

“아. 그래?”

“‘아 그래?’가 아니잖아! 당장 레벨 올리라고! 뭐하러 9레벨에서 이러고 있는거야?”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무슨 소리야?”

“9레벨까지 오만 오천이 넘는 경험치가 들었는데, 10레벨로 올리려면 10만이 필요하더라고.”

“그래서?”

“그게 이유야.”

“그게 전부라고? 그냥 당장 레벨올려.”

“10만 EP면 쌀이 몇 포댄 줄 아냐?”

“몰라.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아.”

“40킬로짜리 1억포대.”

“어차피 경험치는 돈으로 환산이 안되는 거야.”

“그래. 하지만 물건으로 바꿀 수는 있지.”

델타폰에서는 델타스토어외에도 여러 가지 살 수 있는 물건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원거리택배를 통한 물건수령과 마스터의 음식등이 있었다.

“어쨌거나 그게 무슨 상관이야? 설마 그걸로 자선사업이라도 하려는 거냐?”

“나 동생들 많은 거 알지?”

“아 그랬지? 지금 몇 명이라고 했지?”

“97명.”

“다시 들어도 놀랍구만. 그럼 지금은 다들 어디에 있는거야?”

“얼마전에 란도넬로 전부 옮겼다. 교사를 구하기가 아무래도 큰 행성이 쉬울 것 같아서.”

“교사?”

“학교를 제대로 못다닌 애들이 많아서 아예 학교를 지었다. 물론 거기서 일할 사람들에게는 월급을 지불해야 하겠지만, 기자재라던기 필요한 물품들이 많아. 그리고 그중 상당수는 델타스토어나 원거리택배를 통해서 구입할 수 있더군.”

“그래서 그거 아껴서 학교에다가 투자하겠다는 거야?”

“그런셈이지.”

“그래도 엄청나게 남을 텐데?”

“애들 먹일 입이 한 둘인줄 아냐. 게다가 델타스토어에서 나오는 물건들이 좀 비싸야지.”

“비싼 값은 하거든.”

“그래. 어쨌든 간에 아껴야 할 이유가 있다 그거지.”

“흠. 그러면 할 말은 없지만. 헌데 아예 학교를 지어버리면 돈도 제법 들어갈텐데. 월급 줄 돈은 있냐?”

“모아둔 돈이 제법 있지. 그리고 네가 주는 돈도 많아.”

“그걸로 되겠어? 월급 좀 올려줄까?”

“됐어. 특별대우는 바라지 않아. 나도 다 여력이 되니까 하는 거다.”

“뭐, 알았어. 나중에 동생들 소개나 좀 시켜줘.”

“안 돼.”

“뭐? 왜?”

“은설이 하나면 족해. 몇이나 데려갈려고.”

“이 자식이. 사람을 뭘로보고.”

펑!

“크악. 이 자식아 뭘 던진거야?”

머리에 불이 붙은 장민성이 황급히 불을 끄며 소리를 질렀다.

“파이어볼. 제법 뜨거울거다.”

“빌어먹을 자식. 은설이만 아니었으면 넌 벌써 내 손에 죽었어.”

“뭐라더냐.”

“자기가 알아서 한단다. 내가 참 울화통이 터져서. 두번째 부인이라니.”

“뭐. 임마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뭐? 안할거냐? 이제와서 버리겠다 그거냐?”

“...대체 어느 쪽이야.”

“어느쪽도 마음에 안들어.”

장민성이 투덜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을린 머리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

대련을 마친 준은 로켓런처의 설계도면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도면을 그리는 작업은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단 평소에 준이 잘 사용하지 않는 도구들을 소형화 하고 그것을 적재적소의 위치에 배치해야했다. 그래도 소형화 과정 자체는 제작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에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에는 완성해낼 수 있었다.

준은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안정성이 비교적 높은 로켓런처를 개발해내는데 성공했다.

최종적으로 완성한 버전은 시뮬레이션만 약 1천번을 돌려 기계의 안정성테스트까지 마쳤다.

상급제작기술을 이용해 ‘크리스탈 런처(B급)’를 제작하셨습니다.

크리스탈 런처는 결정체를 발사체로 사용하는 무기로, 결정도에 따라 화력이 결정되는 대외도전용병기입니다. 항력에 효과적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으며, 폭발범위도 넓어 다수외도를 상대하기에 용이합니다.

특수효과 : 결정체의 폭발력이 10퍼센트 상승합니다.

B급 제작효과로 폭발력 증가가 붙었다. 공격무기에 붙을 수 있는 가장좋은 옵션이라는 생각에 굳이 강화효과를 바꾸지는 않았다.

“이렇게 오래 걸린 물건은 처음이네.”

시작부터 해서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거의 60시간이 걸렸다. 실제 무기의 연구기간과 투자금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만들어진 무기였지만, 준이 만든 물건 중에서는 제작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물건이었다. 알바트로스 같은 우주선의 경우는 기존의 설계도면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경우였기 때문에 제작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 정작 연구에 쓴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만큼 공을 많이 들인 무기였고, 그만큼의 위력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으로 결정할 것은 가격이었다.

‘만EP정도 받으면 적당하려나.’

과거라면 그정도 엄청난 금액을 지불할 만한 여력이 있는 팀이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EP가 레이드 팀들 사이에서 엄청난 기세로 쌓이고 있었고, 그렇게 축적된 EP를 소모시킬 필요가 있었다. 원가에 비해서 거의 열배에 해당하는 폭리였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실제로 10억정도의 돈을 들여서 살 수 있는 헌터장비와 크리스탈 런처의 효용성을 비교하면 후자가 압도적으로 뛰어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