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66화 (46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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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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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기업 중에서 헌터가 중심이 된 기업은 델타스피릿을 제외하고는 몇 개 되지 않았다. 헌터는 사실상 소모품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었다.

“흠. 어차피 다른 지구라트에서 조각을 회수해야 하긴 한데. 그 알렉스턴 연구소는 어디에 있는거지?”

“지구라트의 생성 순서로 붙인 번호에 따르면 2번 던전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위치는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약 30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로군.”

셔틀을 타고가면 한시간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8번 지구라트와 비슷하게 검은대지 곳곳에는 대공공격이 가능한 구조물과 비행형 외도들이 상당수 있었다. 검은 대지위에서 셔틀을 타고가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움직임도 살필겸 천천히 병력을 이끌고 이동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외도를 사냥하면서 소속 헌터들에게 경험치를 쌓을 기회를 줘야했다.

"전차를 이끌고 천천히 전진하도록 하지. 일주일이면 도착할 수 있겠지. 참, 그리고 8번 지구라트는 지금 어디에 있지?“

“본래 있던 위치에서 약 10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 있습니다.”

“변경된 위치를 란도넬에 전송해주고. 스파일리로 올 연구진들은 선발된 건가?”

“아이작 연구원을 포함해 총 열한 명의 연구진이 오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다만 실험도구를 포함한 기자재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듯 합니다.”

“늦더라도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해. 그쪽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제법 있을 것 같으니까.”

8번 지구라트는 외도를 사냥하지 않고도 엑조틱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스파일리 행성에 온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다.

숙소로 돌아온 준은 델타포럼에 접속했다. 최근 일정이 바빠 좀처럼 포럼에 접속하지 못했다. 그동안 여러가지 이슈가 빠르게 지나가고 다시 떠올랐다. 그 중에서 가장 이슈가 된 것은 델타스피릿과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분쟁이었다.

준이 정보통제를 하지 않은 것은 정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혹시라도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차라리 이쪽에서 모든 정보를 공개해버리면 쓸데없는 루머가 퍼지는 것을 막고 오히려 사람들을 안심시켜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행히 여론은 생각대로 흘러갔다. 당사자들의 문제라는 점을 확실히 한 점이 유효했던 것이다. 설령 델타스피릿이 패배하더라도 시민들에게 피해가 갈 일이 없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불안해 하던 사람들이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란도넬, 이스카야, 수라드 이 세 행성에서는 주요 뉴스의 소스를 델타포럼에서 가져간다. 즉 포럼의 여론이 안정되면 언론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건 이 세 행성의 시민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포럼의 여론은 상당히 중요했다.

준은 새로운 정보 몇개를 추려서 글을 올렸다. 현재 원정대의 상황과 앞으로의 일정등을 올린 것이다. 빠른 속도로 댓글들이 달렸다.

-오오. 주인장이다.

-오랜만이다. 이젠 댓글안달아 줌?

=바쁘다 이자식들아.

-나 입사면접에서 떨어졌는데 왜 그런거임?

=우리회사 얼굴보고 뽑음.

-크크크. 일침보소.

델타폰의 사용인원이 많아지면서 예전처럼 일일이 질문과 답변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댓글이 너무나도 빠르게 달리기 때문이었다.

제법 오랜만이라는 생각에 준은 댓글을 달기로 마음먹고 3번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시간배율이 10배이기 때문에 훨씬 더 수월하게 대답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빠른 속도였지만 일단 하는데까지는 해볼 생각이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랑 싸워야 하는 거 아님? 지금 지구라트랑 씨름할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분쟁은 국지적인 거임. 한동안 별일 없을 것.

-믿어도 되는 겁니까? 갑자기 갤럭시 소속 함대가 워프해오고 그러는 거면 골치아픈데.

=너네들이 골치아플 일이 뭐가 있냐. 싸우는 건 어차피 난데.

-아. 저도 직원이라. 플랫폼 날아가면 저 죽습니다.

=날아가기 전에 빨리 감지해서 연락하면 곧바로 날아감. 걱정마.

-믿겠습니다.

=걱정마라. 그리고 갤럭시가 미치지 않은 이상 멀쩡하게 돌아가는 플랫폼을 공격할 이유는 없음. 플랫폼 내에는 민간인도 많으니까. 그렇게 되면 아무리 갤럭시라도 연합 내에서 입지가 줄어들거임.

-헌데 주인장 저번에 란도넬에 폭격하지 않았음?

=그건 마약공장이었잖아.

-그래도 민간인들 제법 죽었을 걸.

=그렇게 안하고 란도넬 행성에 마약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해? 방법이야 서로 다르겠지만 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긴 함. 란도넬에 마약중독자들이 제법 많이 사라졌거든.

-잠깐. 그런데 여기 써놓은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면, 갤럭시 인더스트리아 아무 이유도 없이 주인장 공격했다는 거 잖음. 뭔가 이상한데.

-ㅇㅇ. 아무리 그래도 이유도 없이 공격할 리는 없잖음.

=그건 기업비밀이라 전부 공개할 수없는 부분인데. 스파일리 행성에서 갤럭시가 뭔 짓을 하다가 사고를 쳤음. 그거 감출려고 날 죽이려고 한거임.

-와 지인피셜도 아니고 이건 본인피셜이라 믿을 수밖에 없긴 한데 그래도 답답하다. 그냥 속시원히 이야기 해주면 안됨?

=내가 말하면 믿냐? 어쨌든 이것도 다 협상도구니까 아껴두는 거임.

-주인장님. 요즘 스토어에 새 상품 업데이트 안된지 좀 됐는데 언제쯤 올라옴?

-맞음. 나 아직도 분홍 갑옷 쓰고 있음.

-니들건 말고 화끈한 거 없음? 저번에 올려준거도 잘 쓰고 있긴 한데 더 센게 있으면 좋겠음.

현재 델타폰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상품은 여전히 니들건이었다. 마지막 업데이트때 폭발과 기절효과를 추가한 두개의 니들건 버전을 추가로 내놓았고 오리지널에 비해서 두배가까이 비싼 금액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렇게 사냥을 하고 결정체를 얻어 EP를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니 펠로우쉽 계약자가 아닌 이들의 전투력도 상당히 오른 상태였다. 일단 외도로 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갑옷 세트도 생존력을 높여주었고 에피알게나스가 만든 마약중독 치료제가 소량의 마나를 증가시켜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편법적으로 마나를 늘리는 이들이 상당히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그외에도 강화된 니들건과, 식스팩 등의 무기를 여럿 갖추면서 레이드 팀이 근접보다는 원거리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탱커가 없이 원거리 딜러들만으로 이루어진 레이드 팀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실드가 약하고 체력이 낮은 하급의 외도를 다수 몰아서 사냥하는 방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준이 세일럼에서 모기 외도인 쿨리킨을 사냥했던 것과 비슷했다. 발달된 전술을 이용하다보니 사냥효율도 엄청나게 올랐다. 델타폰의 무기와 갑옷으로 완전무장한 하급헌터 5인 팀이 하루에 붉은색 외도를 수십마리를 잡아내고 있었다.

무리를 한다면 50마리 이상, 심지어는 백마리까지 잡는 팀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더 많은 EP가 쌓이고 더 강력한 무기를 원하게 되는 것이다.

준은 잠시 고민했다. 현재 델타스토어에 올릴 수 있는 경험치 한계는 대략 1000EP. 그 경험치로 만들 수 있는 무기는 많았다. 이미 모듈형 차량은 경험치 한계가 100일때도 올라가 있었다.

준은 이미 생각해 놓은 것이 있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병사들이 사용했던 로켓런처를 제작할 생각이었다.

단발형에 피해범위가 넓어 본격적으로 전투에 들어가면 쓰기 어렵지만, 선제공격을 할 시에는 충분한 화력을 보일 수 있었다.

‘강화는 무리겠지만 화력을 뿜어내기엔 충분하겠지.’

아직 총기규제법 완화를 백인회에 상정시키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총기는 올릴 수 없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화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로켓런처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소총은 안되는데 중화기는 된다는 게 웃기긴 하지만...’

사실 갤럭시에서 로켓런처를 사용하기 전까지 그게 사용가능하다는 것은 준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개인화기 범위에 로켓런처가 들어가기 때문에 법에 저촉이 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사용한 로켓런처는 화기가 아니었다. 결정체 폭탄의 원리를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화기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법안의 허점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방법인 셈이다.

‘문제는 결정체 폭탄의 원리를 모른다는 건데...’

준이 직접 설계하지 않는 이상, 제작카테고리 안에 올라가 있지 않은 물품은 제작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정체 폭탄은 그 범위안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준은 문득 자신이 알카트뢰즈의 연구소에서 방대한 자료를 빼돌렸던 것을 기억해 내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여러가지 사건이 있다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 안에 결정체 폭탄의 자료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일일이 살펴보기엔 자료의 양이 너무 방대했다. 진작 루나에게 넘겼다면 지금쯤 제법 많은 것들이 분석되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시스템에게 질문을 던졌다.

-시스템. 혹시 알카트뢰즈에서 다운 받은 ‘그 자료’중에서 결정체 폭탄과 관련된 부분을 정리해 줄 수 있어?

-검색중입니다. 감마선 처리를 통한 결정체의 분자구조의 불안정성에 관한 논문, 결정체 폭발의 매커니즘, 압출식 처리를 통한 결정체 폭발의 제어 등, 총 12개의 자료가 검색되었습니다. 모두 열람하시겠습니까?

-일단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목록을 정리해줘.

총 12개의 논문, 총 일천페이지에 달하는 문서였다. 모두 읽으려먼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하나같이 준의 전문분야는 아니었던 탓에 관련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준은 일단 델타포럼을 닫고는 대신 논문을 눈앞에 펼쳤다. 그러자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눈앞에 책을 펼친 것 처럼 자료들이 떠올랐다.

“후...”

준은 눈을 비비고는 몸을 움직였다. 3번 던전안에서 거의 이틀밤을 새워가며 논문을 읽느라 피로가 몰려들었다. 엔진이나 기계장치에 관한 것이라면 슥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핵심을 이해하고 바로 설계도를 짤 수 있었지만, 결정체 폭탄의 경우는 기본개념들만 이해하는 데에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것도 수시로 알지 못하는 기술적 용어에 대해서 시스템과 루나에게 도움을 요청해가면서 읽었던 터라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준에게 필요한 것은 결정체 제작을 위한 핵심 구조였다. 문제는 결정체 자체가 기계적 구조가 아니라는데 있었고, 결정체폭탄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감마선 조사를 비롯한 여러가지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결정체 폭탄은 제작으로 만들 수 없는 물건이었다. 물론 그 결론은 이미 애저녁에 나와있었다. 준이 하려고 한 것은 로켓런처 자체에 결정체를 폭탄으로 변환시킬 수있는 기술을 적용하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즉석폭탄제조기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부득이하게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긴 했지만, 경험치 제한선에 아슬아슬한 정도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문득 시계를 보았다. 3번 던전에 들어온지 40시간이 넘었다. 하지만 바깥에서는 겨우 네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네가 여길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어.”

“뭔 소리야?”

준에게서 약 10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장민성이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준이 한참 논문을 보고 있을때 들어온 것이다. 참고로 장민성은 3번 던전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는데, 그에게 은회색 슬라임의 신체 일부가 있기 때문이었다.

슬라임은 3번 던전의 입구 역할을 하는데 그곳에 드나들기를 좋아하는 장민성에게 준이 일부를 떼어준 것이다. 그 슬라임은 그의 인벤토리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꺼내서 사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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