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61화 (46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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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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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에 있던 게 너무 쓸데없이 공간을 많이 차지했던 거지. 그렇게 크면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꺼내기 어렵잖아. 이쪽이 훨씬 더 효율적이지 않아?”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이렇게 좁으면...”

“안에 들어가보면 그런 말은 안나올걸.”

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막스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건물안에 들어가더니 잠시후에 놀란 표정으로 나왔다.

“이거 대체 어떻게 한거냐? 상당히 넓잖아?”

“공간확장 강화를 걸었지.”

“그래봐야 50퍼센트 정도 아니었냐? 이건 거의 두배는 넘는데?”

“강화가 중첩이 되더라고. 이거 S급 막사로 만드느라고 경험치 엄청 들었다.”

“가만있어봐. B급 이상부터 하나씩 생기니까. 그럼 공간확장을 세번이나 건거냐?”

“그런 셈이지.”

“얼마짜리냐?”

“한 100만 들었어.”

“이 부르조아자식. 그 경험치면 몇레벨을 찍을 수 있는거야?”

막스가 배가 아프다는 듯 입을 열었다. 현재 10레벨을 겨우 넘은 그로서는 100만이라는 경험치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얼마전에 1억에 달하는 경험치를 먹었다는 것은 말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기존에 있던 막사와 크게 달라진 점은 공간확장 외에도 몇가지가 더 있었다. 델타엔진을 가동할 수 있는 발전실이 하나 추가되었다. 거기다가 외부와 완전히 차폐되어 있어 대기압이 낮거나 공기가 없는 행성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입구의 설치되어 있는 감압실은 사용할 일이 없을때는 열려있는 채로 두면 되기 때문에 사용에 불편함은 없었다. 물론 생명유지장치도 추가되어 있었다.

물은 어쩔 수 없이 델타폰을 통해서 공급하거나 준이 다시 채워넣어야 했다. 대신 물펌프와 정화장비를 넣어두었으니 근처에 물이 있는 환경이라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넓은 피트니스 룸이었다. 운동을 하기 위한 기구들이 있었고, 대련을 할 수 있는 링도 설치되어 있었다. 규격은 알바트로스에 있는 것과 같았다.

그외에도 전술강의를 위한 넓은 강당등, 군사시설로서 갖추어야 할 많은 것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창고는 따로 필요없기 때문에 넣지 않았다. 어차피 이 막사를 쓰기 위해서는 준이 있어야 했고, 준이 있다면 거의 모든 장비는 인벤토리에 보관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가장 큰 변화는 전력의 공급이었다. 전에는 태양광패널을 이용해 발전기를 돌렸기 때문에 천여명이 사용하기에는 부족했다. 전등을 사용하고, 델타폰과 니들건 재충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정도였다. 냉난방도 제한적으로만 사용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리 전력을 퍼다가 사용해도 모자랄 일은 없었다. 그것이 병사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큰 변화였다.

막사에 병사들을 몰아넣은 준은 전차제작을 서둘렀다. D2전차를 모두 잃었기 때문에 D-11전차가 병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요새의 주위는 알바트로스의 정밀카메라와 초비연을 비롯한 정찰팀에 의해서 철저하게 감시되고 있었다. 혹시라도 지상으로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알렉스턴 연구소를 향해 병력을 이동시키려는 그들의 계획은 시작부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방법은 땅을 파고 이동하는 것 밖에 없었다. 적어도 10킬로미터는 파고 나가야 적들의 시야에 걸리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 나왔다. 땅을 파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채굴장비는 요새에도 많았고, 하루면 1킬로미터는 파나갈 수 있을 정도로 기계의 성능도 우수했다. 하지만 채굴장비가 있는 이유자체가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애시당초 이곳은 석유가 무진장 파묻혀 있는 지역이었다.

농담삼아 삽으로 땅만 퍼도 석유가 솟아오른다는 곳이니, 거대한 채굴장비로 10킬로미터에 이르는 긴 땅굴을 파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쥐새끼처럼 땅굴을 파고 도망갈 바에는 명예롭게 죽겠다는 장교도 있었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만큼 로버의 존재는 엄청난 압박이었다.

함대함 전투에서뿐만 아니라, 지상전도 가능한 전천후 병기인 로버는 단하나의 단점인 경험치 소모를 제외한다면 현시대의 그 어떤 병기로도 막을 수 없는 괴물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단점 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설령 안다고 해도 현재 5천만에 달하는 경험치를 보유하고 있는 준이었기 때문에 약점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며칠사이 약 5킬로미터에 걸친 땅굴을 파내는 데 성공했다.

성상민 회장은 동굴 벽에서 석유들이 줄줄 새어나오는 것을 보며 걸음을 빨리했다. 언제 갱도가 붕괴할지 몰랐다. 급히 지지대를 만들어 두긴 했지만 거의 붕괴직전이라는 것은 누가봐도 알 수 있었다. 싸우기도 전에 이런 지하동굴에 매몰되어 죽을 수는 없었다.

“5킬로미터라. 너무 짧지 않은가.”

“현재로서는 이게 한계입니다. 적들의 낌새가 수상한 것으로 봐선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은 없습니다.”

“할수없지. 최대한 늦게 알아채기를 바라는 수밖에.”

멀리 동굴의 끝이 보였다. 마침내 땅굴을 통과해서 나온 그는 눈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델타스피릿의 병사들을 보면서 신음을 삼켰다.

성상민 회장의 계획을 알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오펜하이머는 몸을 감추고 어디든지 돌아다닐 수 있었고, 하급헌터들이 지키고 있는 요새문을 넘나드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 보다 쉬운 일이었다.

물론 핵심 시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근처만 돌아다닌다고 해도 땅굴을 파내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낼 수 있었다. 오펜하이머는 귀찮아 하면서도 준의 명령을 수행했고, 성공적으로 정보를 알려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확인하자 마자 준이 먼저 빙 돌아서 출구로 향한 것이다.

준은 암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상민 회장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성상민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군.”

“더 나쁜 방식이 될 수도 있었지.”

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와는 지원 성격의 무기거래를 계속해서 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델타스피릿을 견제하고 있다는 인상은 계속해서 받았다. 그리고 델타스피릿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쁜 방법으로 마주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준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성상민 회장의 목줄을 쥐고 있는 지금이 더 나은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었다.

“어디로 도망 칠 생각이었지?”

“어디든.”

“이렇게 도망쳐 봐야. 결국 따라잡히게 되었을 거란 말이지. 헌데도 목숨을 걸고 땅굴을 파면서 까지 도주하려고 했다. 나는 거기에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상상력이 풍부한 친구로군. 정면대결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것 뿐이다.”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대신 말할 입들은 충분하니까.”

준이 막스에게 눈짓을 하자, 곧바로 병사들이 성상민 회장을 구속했다. 수천에 이르는 헌터들이었지만 전차와 함께 니들건이 겨누어져 있는 상황에서 싸우려고 드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을 감금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준은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포로들을 모두 4번 던전에 넣었다. 거의 일만에 달하는 포로들의 숫자를 감당하기에 충분히 넓은 곳이었다. 준은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장교 몇을 심문했다. 고문까지 할필요는 없었다. 이미 모든 것이 틀렸다고 생각한 그들은 순순히 자신들의 계획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사실 헌터들이 충성심을 보일 이유는 없었다. 그들은 돈으로 고용된 이들이고, 이런 상황에서까지 성상민 회장을 위해 목숨을 버릴 자들은 없었다.

오히려 대부분은 적극적으로 동조하기까지 했다. 자신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어필하려는 목적이었다. 어쩌면 델타스피릿에 좋은 자리를 얻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준은 확답을 주지는 않은 채로 그들에게 충분히 정보를 끌어모았다. 어차피 현장에서 전투를 하는 헌터들과 척을 질 이유는 없었다. 그들이 그대로 전력이 되어준다면 준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이 돌아갈 자리가 완전히 없어지고 난 다음, 그러니까 갤럭시 인더스트리를 붕괴시키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 과연 연합 최고의 그룹을 붕괴시킬 수 있을 지는 준도 확신하지 못했다.

새크리파이스 조차도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하고 살길을 열어줘야 했다. 그 해답은 제임스로부터 얻었다.

-간단합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는 1인 경영체제입니다. 모든 권력이 성상민 회장 한명에게 집중되어 있죠. 그러니 그가 가지고 있는 지주회사의 지분을 태워버리는 것만으로 각 기업의 연결고리를 끊어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룹을 해체됩니다. 뿔뿔이 흩어진 갤럭시 그룹을 두려워 할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그가 인정하지 않을텐데.

-유서 한 장이면 됩니다. 우리에겐 성기용 지부장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리 그래도 이쪽에서 납치한 후에 강제로 유서를 쓰게 만든 건데 그게 법적 효력이 있을 리 없잖아.

-없죠. 하지만 유언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 인정한다면 다르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지?

-모든 자식에게 공평하게 지분을 남겨준다는 유서를 남기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습니까?

성상민 회장은 자녀가 다섯이다. 성기용까지 해서 3남 2녀를 두고 있었고, 그중에서 차남인 성찬용 갤럭시 일렉트로닉 사장이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 지목받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 성상민 회장이 건강하다보니 후계문제가 대두될 정도는 아니었다.

-분쟁을 일으키자는 건가?

-네. 처음에는 혼란스러울 겁니다. 하지만 차츰 각자의 권리를 찾아서 흩어지게 되겠죠. 갤럭시 인더스트리는 순식간에 쪼개져서 세력을 잃을 겁니다.

-전근대적인 시스템을 차용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겠군.

-기업이라는 것이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걸 잊고 사는 이들이 많지요. 그래서 전문 경영인 체제가 중요한 겁니다. 재벌가의 오너가 기업을 뒤흔드는 건 장기적으로 불안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거 나에게 하는 말은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죠. 사장님은 델타스피릿 그 자체니까요. 소유하든 말든 누가 뭐랍니까.

-왠지 놀리는 것 같은데. 너 혹시 화난 거냐?

-그럴리가요. 새크리파이스에 이어서 갤럭시 인더스트리까지 평정하시고 계신 위대한 경영자님에게 어떻게 화를 내겠습니까. 덕분에 이쪽에서 몇 사람 정도 과로사 했지만 원래 대를 위해선 몇 명 정도 희생되는 건 아무것도 아니겠지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거라고.

-누가 뭐랍니까.

-너 요새 자꾸 개긴다?

-배 째시든가요.

-...화 많이 났구나. 내가 돌아가는 대로 여자 소개시켜 줄게.

-필요없습니다.

-야. 그러지말고 들어봐. 오펜하이머가 이번에 공을 많이 세웠는데, 포상으로 너와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끊습니다.

-야. 야 임마!

더 이상 제임스로 부터 회신이 오지 않았다. 펠로우쉽 통신은 애초에 끊는다는 개념이 없다. 차단기능도 없으니 그냥 무시하고 있다고 봐야했다. 준은 옆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오펜하이머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 싫단다.”

“그래서요? 데이트 안해준대요?”

“본인이 싫다는 데 그만해도 되지 않겠냐? 찾아보면 더 괜찮은 사람도 많은데. 제임스는 재미없고 일중독에다가 피도눈물도 없는 놈이라고.”

“바로 그 점이 포인트인데요. 내가 싫어서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억지로 데이트 하는 모습을 생각해봐요. 와. 진짜. 대박.”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부르르 떠는 오펜하이머를 보며 준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난 네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변태같아. 정신적인 변태라고 할까.”

“사랑이에요. 사랑.”

“아니. 절대로 아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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