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60화 (46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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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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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민 회장은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핵심이었다. 2인자를 두지 않는 스타일은 그는 수십년에 걸쳐 기업내의 절대자로 군림했다. 만약 그가 사라진다면 나머지 임원들끼리 서로 권력다툼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생포를 하지 못한다면 죽이기라도 해야했다.

‘그냥 브륜스타트를 날려버릴 걸 그랬나.’

하지만 최고의 시나리오가 그를 생포하는 것임을 생각해봤을때, 판단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는 스파일리에 있다. 사용할 수 있는 전함이 모두 파괴되거나 나포된 지금 그는 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여유가 생겼다. 준은 레이더를 주시하며 탈출포드가 지상에 착륙하는 것을 확인했다. 모르긴 몰라도 근처에 병력들이 그를 회수하기 위해서 모여들었을 것이다. 그곳에 수폭 한발을 떨어뜨리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그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서은설에게 그런 명령을 내릴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회수 방법은?”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성상민 회장을 말함이었다.

“납치.”

“경계가 최고상태일 테니 몰래 들어가는 건 쉽지 않을거야.”

“그게 가능한 사람이 하나 있잖아.”

“누구?”

“오펜하이머.”

“아.”

그녀는 스스로가 원할때 말고는 거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심지어는 준도 그녀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만약 그녀가 준의 목숨을 노린다면, 낮지 않은 가능성으로 성공할 확률도 있었다. 물론 그녀와 준은 펠로우쉽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려면 우선 계약부터 해지해야했다. 그렇게 되면 준은 그 사실을 알수 있을 테고, 그 순간 그녀는 준을 기습할 기회를 놓치게된다. 우연과 우연, 그리고 최고의 운이 겹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펜하이머는 그런 모험을 할 성격이 아니다. 목숨을 걸고 준을 암살할 성격이었다면 애초에 그렇게 쉽게 잡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만 먹었지만 지난 일 년 사이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 그녀를 일부러 방치한 것은 그녀를 시험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고 준은 그녀가 자신에 대해서 적의가 없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라면 가능할 수도.”

“비싼 돈을 들여서 먹이고 있는데 그 정도는 해내야지.”

오펜하이머는 따로 사냥도 나가지 않는다. 비시즌엔 그야말로 식충이 밖에는 되지 않는다. 게다가 가끔이지만 연구실에 처박힐 때면 또 엄청난 금액의 재료들을 물쓰듯이 사용한다.

그녀 하나에게 들어가는 돈만 따져도 일반 하급 헌터 백명은 고용할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상급헌터는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존재다. 그 정도는 투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콰아아.

대기권에 들어선 로버는 천천히 감속했다. 대기의 마찰로 인한 속도저하였다. 어차피 성상민 회장을 놓친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준도 무리해서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후 로버가 천천히 지면에 내려앉았다.

멀리 성상민 회장이 있을거라고 생각되는 요새하나가 보였다. 외도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높은 벽을 둘러친 구조물이었다. 지구라트처럼 높지는 않았지만 다수의 인간이 거주하기 위해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직경만 1킬로미터가 넘었고, 그 안에 들어선 건물들에는 일만 명의 헌터와 연구진, 그리고 그외의 노동자들이 살고 있었다.

준은 일단 에피알게나스와 함께 로버에서 내렸다. 그리고 삽과 곡갱이를 꺼내어 땅을 파기 시작했다. 백 개가 넘는 도구들이 나와서 땅을파기 시작하니 금세 넓은 구덩이가 파내어졌다. 대부분은 평범한 흙이었지만 그 안에는 셕회질을 비롯 각종 써먹을 만한 재료들이 가득했다. 따로 분류할 필요는 없다. 파낸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

“뭐하는 거야?”

“건물을 좀 지으려고. 쓸만한 막사 하나를 통째로 날렸거든.”

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막사는 준이 알카트뢰즈에 있을때부터 요긴하게 사용하던 것이다. 나름 추억이 깃든 물건이라 아쉽기는 했지만 기술력이 낮을때 제작한 것이라 구형이긴 했다. 이번 기회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어 제대로 만드어 볼 생각이었다.

“그런 짓 할 여유 있어? 곧 성상민 회장을 구출하기 위해서 함대가 출발할텐데.”

“가장 가까운 주둔지가 이곳에서 20광년이 넘어. 도착하려면 일주일도 더 걸릴걸? 성급하게 생각할 필요없어. 그리고 안에 있는 녀석들도 슬슬 답답해할 거고. 다른 곳은 몰라도 3번 던전에 있는 녀석들은 죽을 맛일걸.”

준은 빛한점 없는 컴컴한 3번 던전에 있을 병사들을 떠올렸다. 그곳은 장민성 같이 신경이 무딘 녀석이 아니면 하루도 제대로 버티기 힘든 곳이다. 물론 지금은 사람이 많으니 그럭저럭 버티고는 있지만 너무 오랜 시간 그곳에 넣어두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준은 생각난김에 3번 던전의 입구를 열었다. 어차피 하루종일 작업을 해야하는데 하루라고는 해도 그 안에서는 열흘이 지난다. 조금이라도 일찍 꺼내두는 편이 좋았다.

우웅-

3번 던전의 입구가 열리자 헌터 하나가 눈치를 살피며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낯이 익은 얼굴이었는데, 다름아닌 초비연이었다. 델타스피릿 내에서 가장 빠른 발을 지니고 있는 헌터였다. 모두가 공통기술로 사용하고 있는 풍운보의 원 주인이기도 했다.

“엇? 이제 나가도 되는 겁니까?”

“아아. 나와서 쉬고 있어. 안이 더 편하면 더 있어도 되고”

“그럴리가요. 명령 전달하고 오겠습니다.”

초비연이 웜홀 안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의 뒤로 줄줄이 헌터들이 밖으로 나왔다. 하나같이 찡그린 표정이었는데, 어두운 곳에 오래있다가 밝은 빛을 본 때문인 듯 했다.

마지막으로 고개를 내민 것은 성기용이었다. 준이 녀석을 얼굴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도 나오게?”

“반성 많이 했습니다. 이 녀석도 그럴겁니다.”

성기용은 그렇게 말하며 볼테르의 머리를 끄집어 냈다. 녀석은 불만이 있는 표정이었지만 더 이상 안에 있고 싶지는 않았는지 한풀 기세가 죽은 모습이었다.

“일단 나와. 그리고 미리 말해두는데 너는 앞으로 할일이 좀 있을거다.”

“네. 알고 있습니다.”

“뭘 알고 있는데?”

“아버지가 미사일을 날렸다면서요?”

“그래. 인질이 될건데 괜찮겠나?”

“아버지가 절 신경이나 쓴다면 말이죠.”

“하긴. 어쨌든 여기에서 대기하고 있어. 어딘가 쓸데는 있겠지.”

준은 녀석을 어디다가 써먹을까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흙을 파내었다. 어느정도 흙이 쌓이자 준은 인벤토리에서 강철바들과 함께 시멘트 포대를 잔뜩 끄집어내었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건물의 재료도 여러가지로 진화했지만 여전히 건물을 짓는데는 그것만한 것이 없었다.

준으 건축기술을 이용해 건물을 올리기 시작할때쯤에는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마른 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파일리 행성은 일교차가 크다. 헌터들은 곳곳에 불을 피우고는 몸을 녹였다.

검은대지가 없는 곳이라 그런지 외도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눈치없는 외도 몇이 근처를 지나다가 병사들에게 잡혀 결정체를 토해낸 것 말고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막사를 짓는 일은 다음날 오후까지 계속되었다.

성상민 회장은 초췌한 얼굴로 회의실 탁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는 군복을 입은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장교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저 녀석들로 부터 탈출할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

“싸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전차와 헬기가 있으니 기습을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제 5특전대를 이끌고 있는 조한나 에버슨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오른쪽 뺨에 있던 긴 상처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로버에 의해서 모두 죽겠지.”

성상민 회장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일이 이렇게 까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계획대로라면 준은 이미 죽어야 했다. 거기에서부터 차질이 생기니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로오나의 유산은 회수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아니. 잠깐...’

성상민 회장의 머리속에 무언가가 번득였다. 이곳에 일만에 가까운 병사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로버를 상대로 승리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만큼 현재 준 알스버그의 힘은 강력했다. 하지만 그것을 상대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내일 새벽. 알렉스턴 연구소로 향한다.”

“네? 그곳은 현재 지구라트에 점령되어있는 곳입니다.”

알렉스턴 연구소는 갤럭시 인더스트리가 스파일리 행성에서 로오나의 유산을 발견하고 난 이후에 세운 곳이다. 무리어미가 이곳에 도착하고 난 이후에, 두번째로 지구라트를 건설한 곳이기도 했다.

“그래. 그리고 준 알스버그는 바깥에서 머뭇거리고 있지. 그 틈을 타서 그곳을 점령한다.

적어도 이곳에서 말라죽는 것보다는 그쪽이 훨씬 낫겠지.”

“하지만 그렇게 까지 해서 그곳을 점령한들, 다시 준 알스버그의 병력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 동안 손실될 병력까지 생각하면 훨씬 더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될 뿐입니다.”

“아니. 일단 점령하는데 성공하면 방법이 있다.”

“그게 무슨...”

“문제는 로버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다른 건 모르지만 그 괴물같은 로봇만큼은...”

이곳에 있는 이들 중에서 방금전 일어난 전투를 보지 않은 이들이 없었다. 실시간으로 영상이 전송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로버가 바로 전날 이곳에 착륙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헌터들도 나타나 진을 치고 있었다. 얼핏보아도 백명은 넘어보였는데, 그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을 생각해보면 다른 헌터들도 어디선가 오고 있을지도 몰랐다.

때문에 더 많은 수의 병력들이 충원되기 전에 놈들을 기습하려 했다. 물론 로버때문에 그 일도 시행되지 못했다. 기습을 성공해서 준을 바로 죽이지 못하면 곧바로 로버에 의해서 반격당할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는 그 로버를 상대할 만한 것이 있다.”

성상민 회장의 표정에 희망이 떠올랐다. 그가 스파일리 행성을 가지려고 했던 이유중, 가장 핵심이 되는 것. 그것이 알렉스턴 연구소에 있었다.

준이 곧바로 요새로 쳐들어가지 않고 막사를 지으려고 한 것은 성상민 회장이 더이상 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로버가 있는 준에게 셔틀을 띄우는 것은 자살행위다. 애초에 셔틀을 궤도로 올린다고 해도 들어갈 함대가 없었다.

준은 그를 요새에 가두어 둔 채로 막사를 새로 짓고 병력들을 추스린 다음 무력시위를 할 생각이었다. D2전차는 모두 버려야 했지만 준이 새로 제작하던 전차들은 인벤토리 안에 모두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 그것들을 모두 제작한 이후 포격을 통해서 시선을 끈 다음 오펜하이머를 이용해 성상민 회장을 납치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해가 중천에 떠올랐을 무렵 대형막사를 모두 완성한 준은 던전에 있던 헌터들을 모두 밖으로 불러내었다.

“새로 만든 거냐? 좀 좁아보이는데?”

막스가 입을 열었다. 그가 던전에서 나오자 마자 본 것은 5층짜리 막사였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서 그 크기가 꽤 작았다. 높이는 높았지만 바닥 면적 자체가 이전 것에 비해 3분의 1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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