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58화 (45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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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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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치를 걸었을 거라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백도어 프로그램 하나면 버튼하나로 먹통이 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자폭프로그램을 심어놓았을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안드는 군. 그럼 저 녀석이 살아서 돌아가는 걸 눈뜨고 지켜봐야 한다는 건가?”

“로버가 나타난다면 2개 함대가 아니라 10개 함대라도 이기기 힘듭니다. 지금으로선 물러서는 것이 옳은 선택입니다.”

발레리안의 말에 성상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현재 델타스피릿의 주둔지에 성기용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수폭을 날렸다. 그 선택은 기민했고 지금도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체 무슨수를 쓴 것인지 녀석은 채 5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델타스피릿의 헌터들을 철수시키고는 자신마저 살아서 돌아갔다.

궤도는 계속해서 감시중이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로켓이나 반중력 셔틀을 타고 올라왔다는 것은 말이 안되었다. 무엇보다도 5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대기권을 돌파하고 3만 킬로미터가 넘는 정지궤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준 알스버그... 대체 뭐하는 녀석이냐. 유령이라도 되는건가?’

성상민 회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든지 이용하다가 버릴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이, 지금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턱밑에 비수를 겨누고 있었다.

“일단 돌아가도록 하지.”

“스파일리 행성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알스버그가 차지하기 전에 빠르게 움직이도록. 아무리 그라고 해도 혼자힘으로 여덟곳의

지구라트를 모두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다. 몇군데라도 건져야지.”

성상민 회장의 말에 발레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오페레이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적함 알바트로스! 브륜스타트를 향해 전속접근 중입니다!”

“뭐라고?”

성상민 회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화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은백색으로 칠해져 별처럼 반짝이는 작은 함선 하나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요격 할까요?”

“통신은?”

“아직 없습니다. 아. 지금 들어옵니다.”

“메인으로 돌려.”

성상민 회장이 입을 열자, 곧 주 디스플레이로 준 알스버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처음 보는 군. 이쪽은 델타스피릿의 준 알스버그라고 한다.]

10대라고 해도 믿을 풋풋한 청년이 조소를 입에 머금은 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왜 우리 함선을 공격한거지?”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 말이군. 대체 왜 수폭을 사용한거지?]

“우리 구역에 있는 지구라트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한 것 뿐이다. 그것이 잉베스트를 격침한 이유라도 된다는 것인가?”

[뭐, 그렇게 나올거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 둬. 선제공격은 그쪽에서 먼저했고, 나는 그런 공격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 만큼 마음이 너그럽지 않아.]

“건방진... 네놈이 감히 우리를 공격하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당장 본대를 이끌고 가서 란도넬 행성을 초토화 시킬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말이야.]

준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곧 엄청난 충격파가 브륜스타트을 때렸다.

콰앙!

“크윽!”

삐이- 삐이-

“무슨일이냐!”

“적함으로 부터 양전자포가 발사되었습니다! 선체의 10퍼센트가 손실되었습니다! 3번 엔진 파손, 주동력계에 심각한 손상이 있습니다!”

“뭐라고? 대체...? 유효사거리 바깥이 아닌가?”

“맞추기가 어렵긴 합니다만 일단 발사된 양전자포는 수백만 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오차범위를 줄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사거리는...”

쾅!

“젠장! 당장 공격지시해! 얻어맞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전함 공격태새! 목표는 알바트로스!”

발레리안의 목소리가 브륜스타트를 호위하고 있던 전함정에게 전해졌다. 현재 브륜스타트를 호위하고 있는 것은 EX필드가 달려있는 브륜힐트를 포함 총 10기. 구축함 잉베스트가 파괴되긴 했지만 아직 이쪽에는 1개 함대에 달하는 전력이 구축되어 있었다.

하지만 성상민도, 발레리안도 지금 상황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적은 새크리파이스의 10개 함대를 박살낸 전력이 있는 함선이었다.

“델타시스템의 연산력이 대단하긴 하네요. 이 거리라면 우주공간속의 먼지와 반응하면서 미세하지만 오차가 생기게 마련인데. 그것까지 보정해주는 건가요?”

“경험치를 쏟아부은 보람은 있어야지.”

델타시스템은 준의 레벨이 상승할수록 처리용량이 늘어난다. AI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부분에서 시스템의 성능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넘치는 연산능력은 이런식으로 컴퓨터와 연동하여 사용할 수도 있었다. 브륜스타트의 초장거리 사격은 델타시스템의 오차제어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괜찮을까요? 갤럭시와의 전면전은 결코 이득이 되지 않을 겁니다.”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현재 델타스피릿의 주 수입원은 갤럭시 인더스트리에 공급하는 각종 물건들이었다. 델타엔진만 해도 2차 3차 선적분이 현재 란도넬 행성에서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두 기업이 전면전으로 들어가게 되면 델타스피릿의 재정에 심각한 타격이 올것은 불보듯 뻔했다.

“나도 알아. 하지만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뒤처리는 제임스가 해줄거야.”

“와. 방금 엄청나게 무책임해보였던거 알아요?”

“그만큼 제임스가 유능하다는 거지.”

“그렇긴 하지만. 이 소식을 전하면 함장님을 죽이려고 들지도 몰라요.”

“괜찮다는데?”

“벌써 말한 겁니까? 아니 그보다 괜찮다니. 그럴 리가.”

“상황설명 했더니 이해한다고 하네. 오는 길에 목을 맬 밧줄 하나만 사다달라고 하긴 했지만.”

“농담 같은 거 안하는 사람인거 알죠?”

“뭐, 다 생각이 있어서 저지른거야.”

준은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이쪽으로 포신을 돌리고 있는 9대의 함정을 보았다. 대형수송함 브륜스타트를 제외한 나머지 10기의 함선 모두 양전자포를 탑자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왕 싸움이 시작 된 이상 유리한 패를 먼저 잡아야 했다.

“뭘 하시려고요?”

“머리를 잡아야지.”

“전함들은 모두 알바트로스에 화력을 집중하도록!”

발레리안의 명령이 빠르게 함대에 전달되었다. 구축함 4기와 전함 6기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열발의 양전자포의 절반 가량이 알바트로스에 명중했다. 하지만 모두 알바트로스의 EX필드를 뚫지는 못했다.

“브륜힐트는?”

“소용없습니다. 전혀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습니다.”

브륜힐트 1,2,3호가 발사한 양전자포는 모두 알바트로스에 명중했다. 그것들은 EX필드를 뚫고 본체에 명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준이 걸어둔 공격불가 옵션 덕분이었다.

그리고 양전자포를 맞은 전함하나가 산산조각 나며 우주의 먼지로 흩어졌다. 너무 불공평했다. 이쪽은 아무리 공격해도 전혀 데미지를 입지 않지만, 이쪽은 단 일격에 파괴되어버린다. 발레리안은 분노에 찬 시선으로 은백색의 알바트로스를 노려보았다. 저 괴물같은 함선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그는 새크리파이스 소속의 함장들이 느꼈을 절망을 공감하며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켜야 할 필요를 느꼈다.

‘하지만 어떻게?’

그의 명령에 따라 전함들로부터 일제히 수폭이 발사되었다. 새크리파이스와의 전투 정보는 사소한 것 하나라도 모두 확보해 놓았다. 몇 번이고 자료를 분석할 결과 양전자포에는 거의 데미지를 입지 않지만 수폭에는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일단은 맞추고 난 다음이다. 알바트로스가 수킬로 미터 안까지 접근하고 나면 그 조차도 쓸 수 없었다. 적이 아직 멀리 있을 때, 남아있는 모든 수폭을 때려박아야 했다.

수백발의 수폭이 꼬리에 불꽃을 달고는 날아들었다. 우주공간에는 산소가 없어 연소현상이 발생하지 않지만 저 미사일들은 액체산소를 달고서 추진력을 얻고 있는 물건이다. 양전자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초속 수십킬로미터의 속도로 날려보낼 수 있었고, 그 정도 속도의 수폭은 인간의 눈으로 맞출 수없다.

알바트로스의 컴퓨터가 수폭의 궤적과 속도를 계산하야 기관포를 발사했다. 하지만 수폭 역시 요격을 피하기 위해 랜덤하게 방향을 조금씩 틀면서 움직이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었다. 기관총은 수폭에 비해 느리고, 직선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기관포의 포탄으로 수폭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유도수폭미사일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직진한다. 속도 최대로 올려. 충격에 대비한다.”

준은 회파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속도를 끌어올려 놈들의 예상보다 앞질러 갈 생각이었다. 수폭이 유도기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알바트로스에는 카모플라쥬 기능이 있었다. 눈으로는 볼 수 있지만 레이더에서는 자취를 감출 수 있는 기능이다. 그 능력이면 수폭의 유도기능을 무력화 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결국 갈곳을 잃은 수폭은 그 자리에서 폭발하거나 알바트로스를 스쳐지나갈 수밖에 없다.

브륜스타트에서 수동으로 폭발 시키는 방법도 있겠지만, 어느쪽이든 알바트로스에 직격하는 놈은 없을 것이다.

‘직격만 피하면 돼.’

온전하지 않은 EX필드는 수폭이나 원폭같은 가공할 양의 물리력에 빈틈을 보인다. 하지만 준에게는 실드전개라는 능력이 있고 선체에 직접 얻어맞는 것만 아니라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카모플라쥬 전개.”

“은폐장 생성합니다.”

우웅-

알바트로스의 선체에서 낮은 진동이 울렸다. 지금쯤 성상민 회장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번쩍!

적 함 하나가 불을 뿜으며 폭발했다. 이로서 두 번째. 전함 하나에는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천명이 넘게 탑승한다. 초대형 전함의 경우 5천명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이 단 한발의 양전자포에 휩쓸려 우주의 먼지로 화하는 것은. 준에게도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동정조차 기만이고 위선이었다. 준은 잡생각을 떨쳐내고는 눈앞의 적들에 집중했다.

적 전함 중 두기가 완파되었다. 이론상 양전자포의 재충전 속도는 10초면 완료되었고, 델타 엔진의 장점인 무한한 전력공급을 생각해보면 주포는 고장나지 않는 이상 분당 여섯발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양전자 덩어리를 발사할 수 있었다.

“로즈마리 과열. 냉각에 들어갑니다.”

“시간은?”

“대략 30초 정도 걸립니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연사를 하다보니 분당 한발을 쏠때보다 훨씬 더 열을 많이 받은 모양이었다. 겨우 네발째, 로즈마리는 급속 냉각작업에 들어갔다. 그 와중에 적진에서 발사한 수폭이 거의 코앞까지 도착했다.

콰앙!

알바트로스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폭발을 유도하는 일은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어려운 일이다.

첫 번째 수폭은 알바트로스에서 약 30킬로 미터 부근에서 폭발했다. 그정도 거리라면 약간의 충격파 이외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전자기펄스가 알바트로스를 덮치고 함선이 약간 흔들렸지만 EX필드와 전자장비는 거의 손상을 입지 않았다. 그리고 차례로 수폭이 터지기 시작했다.

쿵! 쿠웅! 쿵!

전자기폭풍이 연이어 알바트로스를 덮쳤다. 서은설을 비롯한 함교의 선원들이 지지대를 잡고 버티는 동안 준은 침착한 표정으로 디스플레이를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적들은 아직 진영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직 도망을 치거나 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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