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49화 (44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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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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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일이다. 그에게 너무 많은 힘을 쥐어줄 수는 없어. 게다가 그자가 협상안을 받아들일거라는 보장도 없지.”

“허면...”

“수폭을 터뜨린다.”

“가능하겠습니까? 지구라트는 그 정도 폭발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겁니다.”

“아니. 노리는 것은 외도가 아니라 준 알스버그다. 지층폭발을 일으키면 제 아무리 강한 녀석이라도 버티지 못하겠지.”

“그렇게 되면 스파일리 행성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괜찮겠습니까?

굳이 그 자를 제거할 필요는... 준 알스버그는 제법 쓸모 있는 존재입니다.”

“지금이야 그렇지만, 더 크게 되면 결국 우리를 위협할 존재가 될 것이다. 그 전에 싹을 잘라놓는게 좋겠지. 운이 좋다면 델타스피릿의 나머지 세력을 흡수할 수도 있을 지도. 그들이 쌓아놓은 기술력을 가지고 올 수 있다면 스파일리 행성에서의 손해는 어떻게든 만회할 수 있다.”

앉은 자리에서 연합전체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는 성상민 회장에게, 델타스피릿이라는 기술기업하나 해치우는 것은 그다지 큰 일도 아니었다.

발레리안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문제?”

“현재 델타스피릿의 주둔지에 성기용 지부장님이 계시다고 합니다.”

“그 녀석이...?”

“네. 한동안 실종되셨다가 최근 델타스피릿의 원정에 헌터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빌어먹을 자식... 대체 어디서 뭘 하나 했더니.”

성상민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유독 못난 자식이었다. 때문에 눈앞에서 보기 싫어 란도넬 행성까지 보내버렸다. 촌구석에서 머리나 식히고 있으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그다지 행보가 좋지 않았다. 지부의 수익은 계속해서 줄어들었고, 공금을 빼돌려서 유흥에 탕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준 알스버그와 잠깐의 다툼이 있었고, 그 직후 사라진 것으로 보아선 납치를 당했거나, 살해당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성상민 회장은 즉시 델타스피릿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통신사들을 움직였다.

딱히 이렇다 할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법으로 녀석을 옭아맬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준 알스버그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통신위성을 띄움으로서 통신사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안겨주었다.

그 방법이 통하지 않는 것을 깨닫고 어떤 식으로 그에게 압박을 넣어야 하는 것일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다시 성기용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후 사람을 보내 그를 다시 본사로 불러들이려고 했지만 갑자기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한동안 찾지 말아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제멋대로인 녀석 같으니.’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도 그는 관심이 전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놓은 자식이라고 해서, 그를 아끼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성기용의 행방을 쫓았다. 심지어 델타스피릿의 내부정보까지 빼돌려가면서 까지 그를 찾으려 했지만,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조금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잠깐... 그 녀석이 뭐라고 했지?”

“델타스피릿의 헌터부대원으로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그 녀석이 헌터라는 뜻인가?”

“네. 하급헌터 라고 추정됩니다.”

“그럴 리가. 그 녀석이 어떻게 헌터가 될 수 있지?”

“그것이 의문이긴 합니다만. 그동안 몰래 훈련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그녀석이? 발레리안 자네도 기용이 놈을 잘 알지 않나.”

성기용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노력이라는 걸 해본적도 없고, 애초에 마나를 느끼는 재능도 없었다. 좋은 선생을 붙여 10년 넘게 훈련을 시켰지만 매번 수업에 빠지기 일쑤였고 실력은 조금도 늘지 않았다. 그를 포기한지도 10년이 넘었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지금에 와서 갑자기 능력이 개화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그것이 이상해 약간 조사를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6개월 간 델타스피릿의 헌터양성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하더군요.”

“헌터양성프로그램? 그게 대체 무엇이기에 그 게을러터진 자식을 헌터로 만들 수 있었던 거지?”

“경험자들의 말로는 일종의 지옥훈련 이라고 하더군요.”

발레리안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보통제를 철저하게 하고 있는 모양인지 델타스피릿의 헌터에 접촉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중간에 훈련프로그램을 그만두고 나온 이들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발레리안의 설명이 끝나자 성상민 회장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시간배율이 다른데다가,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공간이라니. 대체 그런일이 가능한 것인가? 혹시 그 자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닌가?”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몇 사람을 더 매수해보았습니다만, 모두가 똑같은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거짓은 아니었습니다.”

“허허...”

성상민은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준 알스버그가 로오나의 유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거의 확실했다. 그가 내어놓는 물건들만 보아도 기존의 기술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었다. 어떻게든 그 기계들에서 새로운 기술을 빼내어 보려고 했지만 아주 기초적인 것들 뿐이었고, 무엇하나 제대로 카피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자는 헌터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군. 비록 하급에 불과하다고 해도 수가 많아지만 그 역시 무시할 수는 없는 힘이 되겠지.”

“그렇습니다. 지금도 벌써 천여명에 달하는 소속 헌터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성장세입니다.”

“아깝군. 아까워.”

성상민회장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그 기술이 우리에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떻게든 그를 우리쪽으로 끌어오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발레리안의 태도는 시종일관 동일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델타스피릿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준 알스버그를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사람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하고자 하면 방법은 어떻게든 만들 수 있었다.

“어렵다.”

“네?”

“지금보다 훨씬 세력이 미약할 때에도 새크리파이스와 정면대결을 하는 초강수를 두었던 인간이다. 누구 밑에서 일할 녀석이었다면 그때 숙였겠지.”

“델타스피릿에 대해서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한다면 그도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새크리파이스의 교훈을 잊었나?”

“그들과 저희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가 움직이면 준 알스버그는 숨도 쉴 수 없을 겁니다. 파티마제국으로 도망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니. 내 생각은 달라. 친구가 되거나, 적이 되거나 둘 중 하나지.”

“허면 회장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친구가 되던 적이 되던 결론은 한가지지. 연합의 정점에 그녀석이 서게 될 거라는 것. 그리고 나는 그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생각은 없다..”

“결론은 이미 내려진 것이군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일단은 기용이 그 놈을 빼내는 데 총력을 다하게.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병력들은 철군시키고.”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발레리안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성상민은 복잡한 얼굴로 스파일리 행성을 바라보았다. 저 검은대지를 걷어내지 않으면 조만간 스파일리 행성은 끝장나게 될 것이다. 외도도 외도였지만, 검게 변해버린 대지는 태양에서 오는 빛을 거의 대부분 흡수해버린다. 이미 행성 전체의 평균온도는 1도가 넘게 오른 상태였다. 보고에 따르면 대기온도가 오르는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가속화 되고 있었다. 한번 균형이 깨져버리게 되면 결국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다지 상관없는 일이기도 했다. 스파일리 행성의 가치는 자원과 로오나의 유산, 단 두 가지 뿐이었다. 그 중에 더 중요한 것은 후자였고 애초에 거주가능행성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성상민은 영상으로만 본 한 청년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는 늘 약간 오만한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실제 그의 능력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겸손하다고 까지 할 수 있으리라.

‘준 알스버그. 어차피 넌 이 행성에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

준이 지구라트에 돌입한 이후 세 시간, 델타스피릿의 주둔지로 향해 대규모의 외도무리가 공격을 시작했다. 일천대 오백의 싸움이었지만 개개의 화력비교는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애초부터 백병전을 배제한 싸움이었다.

뻐엉! 뻥!

100기의 D2전차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외도들이었지만 전차의 일제포격은 여전히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수십기의 외도가 산산조각 났고, 그 두 배의 숫자가 사방으로 튕겨나가며 일시적으로 전투력을 잃었다.

철컥. 철컥.

두 번째 탄을 장전하는 동안 헌터들은 긴장감을 감추며 니들건을 조준하고 있었다. 니들건의 유효사거리인 100미터 안까지 접근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원래는 사거리가 더 짧았지만 그나마 개량을 통해서 늘어난 것이다.

사실 니들건은 현재 준의 제작레벨에서 보기에는 상당히 구식무기에 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들건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효율이 좋은 무기이기 때문이었다.

“재미없는 싸움이야.”

카렌이 지루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녀는 자신의 키만큼이나 큰 대검을 등에 매고 있었는데, 두 번의 전투를 거치는 동안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동안 너무 무식하게 싸운 거겠지.”

“당신 입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니 자살하고 싶어지네.”

막스의 말에 카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막스가 흐흐, 하고 웃음을 흘렸다. 외도들은 포격에 의해서 다소 주춤해진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없이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녀석들의 공격 방향이 한쪽으로 몰려있다는 점이었다. 포위공격을 당하게 되면 제법 곤란했지만 녀석들은 그다지 영리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뻐엉! 뻥!

두 번째 포격이 시작되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수십마리의 외도가 죽어나갔다. 하지만 그 사이 두 집단의 거리는 500미터 이내로 가까워졌고, 본격적으로 헌터들 사이에 긴장감이 어렸다. 제법 큰놈들은 10미터가 넘는 놈들도 있어 우습게 보았다가는 순식간에 쓸려나갈 위험이 있었다.

“카렌. 네 역할은 숙지하고 있겠지?”

“당연하지.”

막스가 뿔 달린 거대 투구벌레를 가리키자, 카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형 외도의 경우 일단 근접하게 되면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그런 녀석들은 카렌 팀이 도맡아서 하급헌터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하지만 카렌이 혼자서 모든 녀석들을 막을 수는 없었으니 포격역시 저런 대형 외도들을 향해 집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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