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2 ----------------------------------------------
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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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지직!
순간적으로 그의 몸에서 전기가 튀었다. 눈에 보일 정도으 선명한 푸른색 스파크는, 곧바로 쇠사슬을 타고 웜을 향해 흘러들어갔다.
“우아아아!”
키에에엑!
이브라힘의 무기는 전류방출. 자연계라고 할 수 있는 특수능력으로 오로지 타고난 재능에 의해서만 발현시킬 수 있는 능력이었다.
좌좌좍!
대기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전류의 폭풍이 이브라힘에게서 대형 웜으로 옮겨갔다. 사방에서 스파크가 일었고, 웜은 몸을 뒤틀면서 이브라힘의 전격에 저항했다.
단독으로 파란색 외도와 힘겨루기를 하는 이브라힘의 모습을 보면서 방금전까지 분노를 터뜨리던 크로울리도 입을 쩍 벌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것이... 상급헌터의 힘인가.”
쳐다보기만 해도 공포에 질식 될 정도로 압도적인 외도를 혼자서 묶어두고 있었다. 아무리 제멋대로인데다가 골치아픈 존재라고 할지라도 그들을 대우해주는 이유를, 크로울리는 확실히 깨닫고 있었다.
파직! 파직!
키에엑!
“크윽.”
하지만 역시나 혼자서는 무리였는지 이브라힘의 몸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만큼 웜은 서서히 충격에서 회복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촤르르!
하지만 나머지 상급헌터들이라고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잠시지만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웜을 향해 다시 한번 쇠사슬을 던졌다. 동시에 열댓개의 쇠사슬이 녀석의 몸에 틀어박혔다. 엑조틱 웨폰의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쇠사슬은 실드를 무력화 하고 녀석의 몸안으로 파고들었고, 그 안에서 절대로 빠지지 않도록 형태를 변화시켰다.
그리고 그 쇠사슬을 일제히 땅에다 틀어박고는 나머지 헌터들도 저마다 공격을 시작했다.
근접헌터는 쇠사슬을 타고 웜의 몸 위로 올라가 녀석의 몸을 난도질했고, 상급마법사의 화염창이 녀석의 머리를 태웠고 궁수가 발사한 1미터짜리 강판도 뚫어버리는 화살이 웜의 몸에 파고들었다.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일격들. 대형 웜은 서서히 체력을 잃어가면서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정말로 잡아 내는 건가.”
크로울리가 감탄하듯 입을 열었다. 니들건을 쥐고 있던 일반 헌터들도, 포신을 돌려 조준하고 있던 전차병들도 상급헌터들의 신들린 움직임과 공격에 다들 할 말을 잊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이라고 실력이 떨어지는 이들이 아니었다. 그들 역시 정예중의 정예. 상당수가 중급헌터였고, 일부는 상급헌터에 근접했다고 여기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오늘 이곳에서 자신들의 실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깨닫고 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중상인 웜의 공격을 모조리 피하며 절묘하게 공격을 퍼붓는 그들의 힘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그들이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마무리는 내어주지. 신호를 내리면 일제히 공격해!]
그때 이브라힘으로 부터 통신이 들어왔다. 크로울리는 방금 자신이 내던져 반쯤 부서진 통신기를 들고 입을 열었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차들에게 포격준비를 알렸다. 그렇게 다들 긴장한 채 웜이 힘을 잃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땅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뭐, 뭐야?”
크로울리가 당황하며 궤도에 정박해 있는 마더쉽을 향해 통신을 넣었다. 위성으로 이쪽 지역을 관찰하고 있는 오퍼레이터가 경악하며 회답했다.
[대, 대형 웜입니다!]
[무슨 소리야! 그건 우리가 잡고 있잖아!]
[다른 녀석입니다. 맹렬한 속도로 근접하고 있습니다. 곧 도착합니다!]
“말도안돼...”
크로울리는 통신기를 쥔 채 팔을 늘어뜨렸다. 한 마리만 해도 상대하기가 버거운데 한 마리가 더 등장한 것이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통신기에서 이브라힘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된거냐고! 이 진동은 뭐야!]
크로울리는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통신기를 들어 입을 열었다.
[두번째 웜입니다. 파란색 입니다.]
[뭐라고...?]
파지직!
이브라힘의 몸에서 뻗어나오던 전류가 일순간 끊겼다. 파란색 외도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었다. 그 충격적인 사실에 놀란 그가 순간적으로 집중을 잃은 것이다.
키에에엑!
그리고 웜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거칠게 뒤흔들었다. 녀석을 공격하고 있던 근접헌터들이 사방으로 튕겨나가자, 녀석은 곧바로 땅속으로 머리를 처박았다.
콰드드득!
엄청난 흙먼지와 함께 30미터에 달하는 웜이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거대한 몸체가 땅속으로 파고드는 모습은 온몸이 오싹할 정도로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빌어먹을! 포격개시!”
뻐엉! 뻥!
땅으로 파고드는 웜을 향해 전차의 주포가 불을 뿜었다. 하지만 땅속으로 파고든 웜에게는 별다른 위협을 가하지 못했다. 오히려 다급한 포격에 휘말린 상급헌터 몇이 폭발에 휘말려 중상을 입고 튕겨나갔다.
[다, 당장 포격 중지해!]
이브라힘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회선을 통해 전해졌고,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크로울리가 포격을 중지시켰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스무명의 상급헌터 중 두 명이 사망하고 다섯명이 중상을 입었다. 남은 이들은 아직 열 셋 이었지만 그들 만으로 두 마리의 대형 웜을 막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콰콰콰!
그리고 멀리서 파도처럼 대지를 뒤집어 엎으며 접근하는 두 번째의 웜이 눈에 들어왔다. 크로울리의 표정에 절망이 맴돌았다.
“빌어먹을...”
키에에엑!
두 마리째의 웜이 땅위로 몸을 솟구치자, 흙먼지가 태양을 가렸다.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대지를 통해 전해지는 충격파에 상당수의 헌터들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나마 서 있던 이들도 공포에 질려 점점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공격이고 뭐고 도망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칭찬해 주어야 할 상황이었다.
‘도망칠 수 있을까?’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특수작전부대 1,2,3팀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허공으로 치솟은 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전부 정예중의 정예였지만 항거불능의 적이라는 생각에 모두들 전의를 잃은 모습이었다.
‘이대로 도망치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델타스피릿의 주둔지로 외도를 유인했다고는 하지만, 이곳은 검은대지다. 지구라트의 영역안이라는 뜻이다. 도망치는 헌터들은 수시로 외도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전의를 잃은 헌터들이 제대로 반격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접어야 했다.
즉, 이대로 도망쳤다가는 거의 대부분 살아남기 힘들다고 봐야했다. 그는 재빨리 결정을 내렸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상급헌터가 피해를 입었지만 또다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전차 포격 개시!”
“이, 이대로라면 모두 전멸합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부관이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는 완전히 겁에 질려있었다.
짜악!
크로울리가 부관의 뺨을 올려붙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어차피 여기서 저 녀석들을 물리치지 못하면 전부 죽어! 어떻게든 남은 병력을 추스르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공격을 해야한단 말이다! 당장 명령 하달해!”
“네, 네! 알겠습니다.”
그제서야 정신 차린 부관이 황급히 통신망을 통해 전차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남아 있는 D2전차들이 일제히 기동을 시작하며 포격을 시작했다. 고정사격은 힘들었다. 최대한 회피기동을 하며 병력을 추스르며 물러서기 위한 위협사격이었다.
콰앙! 쾅!
두 마리의 웜이 땅속을 휘젓고, 그 사이에 D2전차들의 포격이 떨어졌다. 폭발과 웜의 움직임으로 인해 사방은 흙먼지와 연기로 가득찼다.
크로울리는 빠르게 명령을 내려 혼비백산하고 있는 병력들을 뒤로 물리며 통제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여기서 명령체계가 무너지면 전부 죽는다고 봐야했다.
쿵! 쿵! 쿵!
그렇게 필사적으로 병력을 추스르고 있는 크로울리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숨이 넘어갈 듯한 긴장감과,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해야한다는 책임감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쿵! 쿵! 쿵!
귓가에 들리는 심장소리가 더욱 격렬해졌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심장소리가 아님을 깨닫는 순간, 그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통해 고개를 돌렸다.
‘저게 뭐지...?’
멀리서 은빛으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또다른 외도가 아닌가 하고 긴장했지만, 차츰 그것의 형태가 눈에 들어오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로봇?”
얼마나 놀랐는지 입밖으로 소리가 튀어나왔다.
“두 마리네?”
준은 난장판을 펼치고 있는 두 마리의 웜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제법 싸울 만 하겠군. 몸이 끓어오른다아!]
“됐고. 얼른 끝내자. 여기서 시간 끌 이유 없어.”
준은 라이트세이버를 뽑아들었다. 라이트세이버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무기가 아니다. 준의 마나를 이용해 이끌어 내는 에너지 덩어리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했다. 준의 마나가 로버가 소모하는 엑조틱에너지를 통해 증폭되어 거의 10여미터 크기로 뽑아져 나왔다.
키이이...
갑자기 나타난 로버에 두 마리의 웜이 경계하며 공격을 멈추고는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준은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숨을거면 좀 깊이 들어가던가.”
쿵!
준은 땅을 박차며 뛰어올라 꿈틀거리는 대지를 향해 그대로 내려앉으며 라이트세이버를 찔러넣었다.
키에에엑!
촤아악!
그대로 등을 관통당한 웜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엄청난 흙먼지가 일었지만 준의 시야를 가릴 수는 없었다. 준은 그대로 녀석의 등에 박아넣은 라이트세이버를 그어내렸다.
촤아악!
단 두 번의 칼질에 웜하나의 육체가 반토막이 나버렸다. 파란색 외도치고는 시시한 결과였다.
[크하하하! 약해빠진 놈들 같으니라고!]
로버가 시끄럽에 웃어제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시끄러. 저정도로 죽을 놈이 아니야.”
준의 말이 끝나자 마자 반토막난 웜이 각기 움직이며 로버를 향해 달려들었다. 땅속으로 숨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었다.
“위험!”
에피알게나스가 입을 열었다. 준도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검을 마구 그었다. 제대로 된 투로도 없는 검술이었지만 두개로 갈라진 웜의 공격을 막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 순간 준의 뒤에서 한 마리의 웜이 로버의 등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쿠웅!
“컥?”
눈앞을 신경쓰느라 두번째의 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수였다. 로버가 크게 휘청이는 사이 전면에서 공격하던 갈라진 웜이 그대로 로버에 달려들었다. 머리쪽은 그대로 로버의 왼팔을 물어뜯고, 하체쪽은 다리를 감으며 로버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봉쇄했다.
“으득!”
준은 이를 악물며 몸을 펼쳤다.
기기기!
로버의 구동계가 기이한 소음을 내며 엄청난 힘으로 하체를 봉쇄한 웜을 튕겨냈다. 그 순간 자유로워진 준은 몸을 틀며 뒤에서 공격을 해오던 두번째 웜의 머리를 오른쪽 팔꿈치로 쳐냈다.
휘잉!
“크아아악!”
하지만 여전히 왼팔에 매달려 있는 웜은 로버를 물고 놔주지 않았다. 신경망이 연결되어 있는 로버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준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는 라이트 세이버로 왼팔에 붙어 있는 웜을 향해 휘둘렀다.
촤악!
녀석의 머리가 잘리며 다시한번 몸체가 머리와 분리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머리는 팔을 물고 놔주지 않고 있었고, 잘린 몸통은 꿈틀거리며 로버를 향해 움직였다.
“이 녀석들 대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