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41화 (44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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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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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다 꺼진 것 같은데. 이제 실드를 거둬들이는 게 어떤가?]

“아직이야. 불은 꺼졌지만 내부온도가 너무 높아. 이대로면 실드를 제거하는 순간 다시 불이 붙을 거야. 조금씩 실드의 범위를 줄이면서 온도를 떨어뜨려야 해.”

준은 그렇게 말하며 펠로우쉽 계약자들의 기술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이런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광역마법을 찾고 있었다.

준은 그 중에서 사용하기 적절한 몇 개의 마법을 찾았다.

기술

아이스필드(초급) : 반경 20미터 범위에 냉기를 가합니다.(숙련도 0%)

블리자드(초급) : 반경 10미터 범위에 냉기폭풍을 일으킵니다.(숙련도 0%)

콜더레인(초급) : 반경 20미터 범위에 비를 불러옵니다.(숙련도 0%)

준은 차례로 열기와 검은 연기로 가득찬 실드 안쪽의 세상에 아이스필드와, 블리자드, 그리고 콜더레인을 시전했다. 산소가 전혀 없는 지독한 검은 연기 속에서 갑자가 차가운 기운이 퍼졌다. 아이스필드는 직접공격 마법이라기 보다는 적진에 냉기를 가함으로서 병사들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데에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근처의 대기가 서서히 냉각되었고, 거기에 준은 추가로 블리자드와 콜더레인을 시전했다. 그러자 차가운 눈보라가 일면서 검은 연기가 폭풍에 휘말려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조금은 시야가 보이자, 준은 열기로 인해 녹아내린 유정근처의 시설들을 볼 수 있었다.

투툭. 툭. 타타탁.

콜더레인은 비를 내리는 마법이었는데 아이스필드와 블리자드의 영향으로 비가 아니라 우박의 형태가 되어 근처 바닥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었는데, 떨어지는 빗방울이 냉기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준은 재빨리 콜더레인을 취소하고 두 개의 마법만을 가지고 인근의 온도를 낮추었다.

“현재 온도는?”

[약 500도 정도.]

“많이 낮아졌군.”

하지만 아직 실드를 해제할때는 아니었다. 석유의 발화점은 상당히 낮았고, 이정도 온도라면 작은불씨에도 쉽게 불이 붙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약 10분 정도 더 마법을 시전하자, 300도 이하로 온도가 떨어졌고, 준은 그제서야 실드를 해체했다.

“후...”

그는 완전히 새카맣게 변해버린 대지를 둘러보았다. 모르긴 몰라도 로버 역시 완전히 검게 변해 있을 것이다. 초초하르듐으로 되어있는 외장이 타거나 한 것이 아니라, 흡착성이 있는 연기로 인한 것이다.

[기분이 찝찝한데. 좀 씼었으면 좋겠군.]

“그럴 시간 없어. 그럼 출발한다.”

준은 콘솔을 당겼다. 그러자 서서히 로버가 걷기 시작했다.

쿵. 쿵.

“달려갈거야?”

에피알가네스가 입을 열었다.

“날아가는 것 보다는 경험치 소모가 적거든. 그리고 기왕이면 외도를 좀 유인할 생각이야.”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서 주변의 외도를 끌어모와 델타스피릿의 주둔지로 향하는 놈들을 줄일 생각이었다.

쿠웅! 쿵!

로버의 보폭이 점점 넓어지면서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속도는 점점 높아져 거의 시속 300킬로미터에 육박했다. 오로지 달리기만으로 그런 속도를 낼 수 있는 것도 대단했지만, 놀라운 것은 로버내의 관성제어 시스템이었다. 준이 따로 관성제어기술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안쪽에서 느끼는 관성력은 거의 0에 가까웠다.

이정도면 급격한 방향이동을 하더라도 거의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속도를 내어 달리자 곧 검은 대지가 눈에 들어왔다. 스파일리의 지형은 전체적으로 메마르고 건조한 편이었다. 석유가 다량 매장되어 있다는 것은 과거에는 생명이 넘치던 땅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 행성이 어쩌다가 이렇게 메마른 땅이 되어버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으로선 시야가 트여있었기 때문에 적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에 수월했다.

그리고 천리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전진하는 준의 시야에 일단의 헌터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얼추 보아도 수천에 이르는 무리였다.

그리고 그들은 거대한 외도 한마리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로버. 내가 보고 있는 쪽을 확대해봐.”

[알았다.]

준의 명령에 로버가 갤럭시 인더스트리가 있는 곳을 띄웠다. 적어도 30미터는 되어보이는 대형웜을 상대로 헌터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10기의 전차가 불을 뿜고, 그 아래로 상급헌터로 보이는 이들이 계속해셔 견제하며 녀석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었다.

제법 그럴듯한 전술이었지만, 생각보다 웜은 잘 버티고 있었다. 전차포탄이 빠르게 움직이는 웜을 제대로 맞추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상급헌터들도 혹시나 폭발에 휩쓸릴까 싶어 움직임이 둔했다.

“어떻게 할거야?”

에피알게나스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열었다. 그녀는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비록 갤럭시 인더스트리라고 해도 외도를 적으로 하는 이상, 그녀에게 그들은 아군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음 같아선 내버려 두고 싶지만...”

준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이 여기서 전멸한다면 준은 수월하게 나머지 지구라트를 점령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저들은 외도를 몰아서 자신들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까지 했다. 그정도라면 그들을 내버려 두고 간다고 해서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준의 선택은 그들을 구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외도에게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게 반갑지는 않아.’

키릭.

쿵! 쿵! 쿵! 쿵!

준은 로버의 속도를 더 올렸다. 거의 전력질주로 달리자 순간적이지만 속도가 시속 400킬로미터를 넘었다.

“젠장! 좀 맞추란 말이야!”

“녀석이 너무 빠릅니다! 일단은 이쪽으로 오지 못하게 하는 게 우선입니다.”

콰앙! 쾅!

D2전차들이 빠르게 기동하며 포탄을 날렸다. 대형 웜이 전차를 향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한 자리에 멈춰서 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거기다가 근처에 있던 상급헌터들의 움직임도 여간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당장 포격 멈춰! 누굴 다 죽일 셈이냐!]

[빌어먹을! 그러면 그 놈들 좀 잡아두던가 하란 말입니다!]

[닥쳐! 그게 보는 것처럼 쉬울 것 같아?]

[씨발! 그럼 뭐 어쩌라고?]

통신회선에서는 상급헌터들이 계속해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현재 스무명에 달하는 상급헌터들은 대형웜을 붙잡아 두기는 커녕 제대로 된 딜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전차의 포격에 스치기라도 하게 되면 그들 역시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전차가 아니라면 대형웜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주기도 어려웠다. 애초에 상급헌터들과 공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훈련을 할때 그들이 같이 참여를 했다면 이런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런 생각을 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일단은 피해를 감수하고라서도 저 웜을 처리해야 지구라트를 향해 진격할 수 있었다.

“전차대 모두 정지. 지금부터 무조건 조준사격 한다!”

“그렇게 되면 피해가 커질겁니다!”

“현재로선 그게 최선이다! 몇 대 부서지더라도 그쪽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크로울리의 외침에 부관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통신을 통해 명령을 하달했다. 무전기 너머로 전차병들의 불만이 터져나왔지만 명령은 명령이다. 사방으로 어지럽게 산개하고 있던 전차들이 자리에 일제히 정지 한 채 포신을 웜에게로 돌렸다.

키에에에!

갑자기 전차들이 멈추자, 웜은 개 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전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벌레라고 우습게 보았지만 순간반응속도, 선회력, 가속까지, 현재 이쪽에서 가지고 있는 그 어떤 병기보다도 기동성이 우수한 녀석이었다.

콰직!

그리고 첫번째 포격이 이루어지기 직전, 웜은 하나의 D2전차를 그대로 깔아뭉갰다.

뻐엉! 뻥! 뻥!

그리고 나머지 아홉대의 전차가 불을 내뿜었다.

쾅! 쾅!

그리고 개중 3개의 포탄이 녀석의 몸에 명중했다. D2전차는 준의 제작레벨이 상급으로 올라가기 전에 제작한 물건이다. 전자장비도 없었고, 기껏해야 구형 무전기 정도나 달려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동 중에는 명중률이 극도로 떨어졌다. 준의 경우는 델타시스템에서 보조를 해주기 때문에 그나마 나았지만 시스템의 보정을 받을 수 없는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는 오로지 눈썰미 만으로 조준을 할 수밖에 없다보니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때문에 전차를 정지시키고 고정사격을 한 것이다.

키이이이익!

그럼에도 불구하고 웜의 이동속도는 빨랐다. 그 와중에 세 발의 명중탄을 내었다는 것도 대단한 쾌거였다.

“됐어! 이탄 장전!”

크로울리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이 전차부대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안다. 제아무리 파란색 외도라고 할지라도 연달아 포격을 맞게 되면 버티지 못한다. 드디어 저 괴물같은 웜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철컥! 철컥!

한 기의 D2전차를 희생양삼아 공격을 성공시킨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병력은 대형 웜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 두 번째 탄을 장전했다.

이제 다시 한번 명중탄을 내면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크로울리가 발사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통신회선을 통해 상급헌터들의 리더인 이브라함에게서 통신이 들어왔다.

[포격 중지! 이제 저 녀석은 우리가 맡는다!]

“무슨!”

크로울리가 버럭 화를 내며 고개를 쳐들었다. 전차들이 조준을 하고 있는 대형웜의 사이로 스무명의 상급헌터들이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녀석이 고통에 몸을 비틀고 있는 사이 접근해서 숨통을 끊어놓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이런 어리석은! 공을 독차지 하겠다는 건가!”

다른 것도 아니고 파란색 외도다. 상급헌터들은 자신들이 잡은 외도만큼의 보수를 받게 된다. 파란색 외도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아마도 이 번에 이 녀석을 잡기만 하면 이전에 만져본적 없는 돈을 만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크로울리 입장에서는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겨우 전차 한대를 희생하고 녀석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제 2차 포격을 하면 녀석을 죽음에 몰아넣을 정도의 타격을 입힐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가서 그는 상급헌터들에게도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그들이 구경만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때문에 상급헌터들의 몫도 어느정도 챙겨줘야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쪽에서 녀석을 완전히 무력화 시킨 다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직 녀석에게 충분한 데미지를 먹이지 못했다. 당장이야 고통으로 몸부림 치지만 녀석은 아직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곧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전보다 더 무섭게 공격을 해댈 것이 분명했다.

[뭐가 그렇게 급한겁니까! 아직 녀석은 충분히 쌩쌩합니다! 지금 공격하는 것은 자살행위...]

[닥치고 보고나 있어!]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욕설뿐이었다.

콰직!

크로울리는 손에 들고 있던 통신기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이 대형 웜을 잡던가, 아니면 상급헌터들을 전멸시킬 각오로 포격을 하던가. 크로울리는 전차들에 포격중지 명령을 내리고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젠장...”

“투척!”

이브라함은 탄소합금강으로 만든 쇠사슬을 들어 녀석을 향해 집어 던졌다.

촤르르륵!

그러자 사방에서 날카로운 창이 달린 쇠사슬이 웜을 향해 날아들었다.

키이익!

하지만 웜이 몸을 뒤틀자, 녀석을 향해 날아들던 쇠사슬은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모조리 튕겨나갔다. 몇몇 쇠사슬들은 녀석의 몸에 박혔지만 힘을 받기에는 충분치 않은 상황이었다.

“됐어.”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브라힘은 녀석의 몸에 연결된 쇠사슬 중 하나를 붙잡고 마나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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