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38화 (43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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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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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버려둬. 죽고싶어서 환장했나보지.”

어차피 이제와서 불러들이기에도 늦었다. 아마 녀석의 상급자가 미친듯이 파티채널을 통해서 녀석을 불러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다는 듯 외도들 사이로 뛰어들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빌어먹을. 어디가나 저런 놈들은 꼭 있다니까.”

그동안 훈련을 통해서 개인적인 돌발행동을 극도로 제한했다. 델타스피릿은 레이드팀이 아니라 군대로 조직하고 있었다. 때문에 철저하게 명령에 따를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터라는 종자들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저 자식 당장 강등시켜 버려야겠어.”

“강등하기 전에 죽을 거 같은데.”

곧 그 헌터가 외도들 사이에 파묻혔다. 아직 살아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아무리 그가 실력이 좋다고 해도 결국 하급헌터였고 외도에게 포위당한 상태에서 오랜시간을 버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여기서는 죽을 수도 있다고 그렇게 경고했건만...”

“일단 저쪽으로 포격 집중시켜. 정말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빌어먹을 새끼. 살아오기만 해봐. 내가 죽여줄테니까.”

막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입을 여는 사이, 또 한명이 튀어나갔다. 그는 익히 준도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성기용?”

“저 자식은 왜 또 저래?”

“이제는 정말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겠는데?”

다른 녀석이라면 몰라도 성기용은 죽으면 안된다. 어째서 저 녀석이 여기까지 오게되었는지는 준도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녀석은 살려두면 좋은 협상 대상이 된다. 때문에 리스크를 감안하고 녀석을 델타스피릿의 계약직으로 받아 준 것이다.

“내가 미쳤지. 이 나이 먹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하앗!”

그는 검을 단단히 그러쥐고서 검을 휘둘렀다. 키틴질의 외골격을 가지고 있는 외도의 다리 하나가 썩둑 잘려나갔다. 하지만 아직 남은 다리는 열두 개. 누가 벌레 아니랄까봐 다리 하나는 더럽게 많았다.

“어디냐! 이 개자식아!”

만약 정말 혼자였다면 결코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볼테르가 뛰어들자 그쪽으로 화력이 집중되었고, 약간이지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눈에 보였다.

퍼억!

콰직!

“히익!”

사마귀를 닮은 외도하나의 머리가 터지며 사방으로 체액을 뿌렸다. 방금 전 자신의 등을 노리던 외도였다.

-당장 안뛰어들어와!

-저 자식은 살려야지! 이 피도 눈물도 없는 것들아!

파티채널을 통해서 분대장의 목소리가 귀를 찢을듯이 울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볼테르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미우나 고우나 긴 시간동안 그 개같은 훈련을 같이 버텨온 전우 인 것이다.

‘전우같은 소리하네.’

그는 방금 자신의 머리속에 떠오른 단어에 몸서리 쳤다. 그런 거창한 이유같은 것 때문에 뛰어든 것이 아니었다. 단지 방금 전까지 자신의 곁에서 멀쩡히 살아있던 녀석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던 것 뿐이다.

콰앙!

“큭!”

자신의 바로 곁에서 포탄이 터졌다. 전차의 주포가 발사된 것이다. 그는 온몸이 산산조각나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바닥을 굴렀다. 눈앞이 팽팽 돌았다. 현기증을 느끼며 성기용은 가까스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잘 보고 조준하라고 이새끼야!”

-닥치고 빨리 돌아와. 볼테르는 우리가 어떻게든 할테니까.

“젠장... 이러다가 진짜 죽겠는데.”

호기좋게 튀어나왔지만 포격 한방에 기세가 꺾였다. 아군의 포격이라 체력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낀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그는 다시 검을 쥐고는 외도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풍운보.’

사삭!

성기용의 몸이 바람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이 빌어먹을 병신새끼가.’

이번 포격 덕에 볼테르를 포위하던 외도무리의 한축이 무너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미친듯이 검을 휘두르고 있는 볼테르의 모습이 보였다. 녀석은 온몸이 낭자당한 채 피를 흘리고 있었고, 오른팔이 잘려나간 채로 왼손만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성기용은 왼손으로 니들건을 난사하며 한 축이 무너진 포위망으로 뛰어들었다. 볼테르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성기용의 얼굴을 스쳤다. 파티채널을 통해서 그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꺼져. 병신아.

-좆까.

콰앙!

그 순갼, 두 사람의 사이로 다시한번 포탄이 떨어졌다. 성기용은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는 것을 느꼈다.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결국 자신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흐릿해지는 시야로 시스템메시지가 떠올랐다.

-계약자의 몸을 사리지 않는 희생을 통해 ‘전우애’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계약자 볼테르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전우애가 활성화 된 상태에서는 전투력이 10퍼센트 상승하게 됩니다.

‘시발... 이건 뭐야...’

그는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전투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최초의 전투는 사망자 없이 끝날 수 있었다. 애초에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부상자도 어떤 미친놈이 외도들 사이로 뛰어드는 바람에 생긴 것이었다. 원래라면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전차의 포격을 쏟아부음으로서 겨우겨우 구해낼 수 있었다.

“저 놈들 이등병으로 강등시켜!

막스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두 사람은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었는데, 비교적 멀쩡한 성기용과는 달리 볼테르는 한 팔이 없었고 등과 허리에 심각한 상처가 있었다. 펠로우쉽 계약자가 아니었다면 당장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처였다.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네.”

“다행이기는. 그냥 콱 죽어서 다시는 안봤으면 했는데.”

말은 그렇게 해도 막스도 내심 안도하는 얼굴이었다. 볼테르가 골치아픈 인간이긴 해도 어쨌든 델타스피릿의 일원이었다. 게다가 막스는 그런 거친 인간들도 그리 싫어하지 않았다. 결국 같은 적을 상대로 하는 동료일 뿐이다.

“그래도 전투중에 대열을 이탈한 것은 문제이긴 한데.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쫓아낼 수도 없고. 뭐 좋은 방법없어?”

준이 고민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헌터들의 상벌을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막스의 몫이었다.

“돌아 갈 때까지는 구석에 짱박아 둬야지. 싸움을 좋아하는 녀석이니 아마 몸이 달아서 못버틸걸.”

“그 정도로 될까?”

“물론 아니지. 장민성에게 붙여놓을 생각이야.”

“음...”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민성은 원정중에도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특별히 준에게 부탁해서 다른 곳도 아니고 ‘3번’ 던전, 그러니까 블랙홀 던전에 자진해서 들어가는 인간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홀로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그곳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곳이 다른 던전에 비해서 시간배율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럼 지금 던져놓지 뭐.”

준은 슬라임을 소환했다. 3번던전의 입구를 담당하는 녀석이었다. 은백색의 반투명한 몸체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스물스물 다가가더니 그대로 꿀꺽 집어삼켰다.

첫 번째 전투는 끝났지만, 거기서 곧바로 이동할 수는 없었다. 몬스터웨이브는 총 다섯번이었고 역시나 초비연에 의해서 또 다른 외도무리가 접근하고 있다는 소식을 받은 것이다. 아무래도 근처에 외도가 집결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첫번째 전투를 끝낸지 반나절이 되지 않아 두번째 외도의 습격을 받았다. 이번에는 수는 적었지만 이전보다 덩치가 더 크고 강력한 놈들이었다.

아무래도 이동속도 차이때문에 생기는 문제 인 듯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인근에 어그로시스템을 설치함으로서 외도들을 끌어모은데다가 유정이 폭발하며 연기와 화재를 통해 시선을 끌다보니 근처 수십킬로미터 반경에 있는 외도란 외도는 죄다 모여들고 있었다.

뻐엉! 뻥!

아침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두 번째 전투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전투가 수월하게 끝난 때문인지 다들 아직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 전투가 시작될 무렵,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헌터 부대가 천천히 인근 지구라트로 이동하고 있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 제1특수작전팀장 크로울리가 강화복을 입은 채 발목까지 빠지는 검은 늪에서 인상을 잔뜩 쓰고 있었다.

“젠장. 이 더러운 땅은 아무리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군.”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따르는 일천 병력이 자신과 같은 강화복을 입고서 조용히 걷고 있었다. 검은 대지는 아무런 보호장비가 없다면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 인간의 생기를 빨아들인다. 헌터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날 수록 마나가 고갈되는 식이었다. 때문에 검은대지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하고서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 짧은 사이 지구라트의 영역은 행성의 상당부분을 뒤덮었다.

그리고 충분한 수의 강화복이 지급되고 나서야 움직일 수 있었다. 강화복의 개당 가격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투자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늦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공중으로 이동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크로울리의 곁에서 함께 걷고 있던 부하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지구라트를 향해 강하를 시도했다. 하지만 비행형 외도에 의해 번번이 막히는 결과만 반복될 뿐이었다. 현재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비행형 외도를 상대할 수 있는 셔틀이 없기 때문에 결국 지상군을 결집해 움직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거기다가 설령 강하가 성공해서 지구라트를 점령한다손 치더라도 사방에서 몰려드는 외도에 포위될 위험이 있었다. 차라리 이렇게 지상군으로 진격하면서 근처의 외도들을 정리하면서 움직이는 것이 좀더 확실하고도 안전한 방법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외도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크로울리의 곁에서 함께 걷고 있던 직속부하가 입을 열었다.

“작전이 제대로 먹힌 것 같긴 하더군.”

그는 멀리 보이는 검은 연기를 응시하며 대답했다. 이곳에서 델타스피릿이 있는 거리는 대략 60킬로미터. 밤새 위성을 통해 전달받은 정보에 의하면 그들이 있던 유정이 원인모를 폭발로 인해 불바다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밤새 그 빛에 이끌린 외도들이 떼로 모여들고 있다고 했다.

해가뜨면서 그 수는 줄어들었지만, 밤새 움직인 외도들로 인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외도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현재 자신과 함께 움직이는 팀은 총 3개 팀이다. 즉 3천의 헌터들이 자신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 숫자라면 지구라트 하나를 점령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수였다.

쿠르르-

잠시 멈춰있던 그의 곁으로 병사들과 함께 전차가 지나갔다. 델타스피릿으로 부터 구입한 D2전차였다. 그동안 갤럭시에서는 그 전차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얂았다.

“그런데 대체 저기에 뭐가 있길래 그렇게 위에서 난리인겁니까.”

평범한 지구라트라면 이렇게 많은 병력을 쏟아부어가면서까지 점령을 시도할 필요가 없었다. 스파일리 행성이 막대한 자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일만의 헌터를 소모해가면서 까지 얻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면 고개가 갸웃해 지는 것도 사실인 것이다.

“나도 모르지. 그런 건 극비에 해당하는 거니까. 하지만 대충 들은 건 있어.”

“뭡니까?”

“상급헌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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