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34화 (43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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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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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남았지?”

“10광년 정도입니다.”

서은설이 대답했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곤 디스플레이에 떠오른 스파일리 행성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 영상은 파티마 제국 측에서 보내오는 것으로 초광속통신을 통해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었다. 초고화질 카메라로 찍힌 덕에 지상을 돌아다니는 외도의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대지는 말그대로 석유처럼 보였지만 형질 자체는 제법 달랐다. 아마도 지구라트가 스파일리 행성의 석유를 이용해 새로운 물질로 변화시킨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검고 끈적한 대지위를 수천의 외도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상당히 분주해 보였는데 그것들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질서정연했다.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 만은 확실했다.

“눈알외도 같은 놈들이 저기에도 있다는 말이군. 지구라트의 개수는?”

“현재 8개입니다. 그리고 하나가 생성되고 있는 듯 합니다.”

서은설이 콘솔을 조작해 빠른속도고 건설되고 있는 지구라트를 비추었다. 그것은 란도넬 행성에 있는 것과는 제법 달랐는데, 겉모습이 숨쉬듯 움직이는 것이 거의 유기체나 마찬가지로 보였다. 단단한 광물로 겉면을 방어해 건축물의 느낌을 주었던 다른 지구라트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최초의 무리어미는 몇마리였다고?”

“한 마리였다고 합니다.”

“역시...”

스파일리 행성의 문제에 도움을 주겠다 하니 파티마제국 측에서는 적극적으로 정보공유를 해왔다. 완전히 소통을 단절하고 있는 갤럭시와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저 안에 뭔가 있다고 봐야하겠군.”

준이 영상을 돌리자 최초의 지구라트로 추정되는 거대한 생체건물이 비춰졌다. 높이만 50미터가 넘는 대형 지구라트였다. 저정도면 거의 요새라고 해도 무방했다. 지상군으로 공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전차의 포격이나 셔틀을 이용한 공중폭격이 아니면 답이 없어 보였다. 갤럭시 인더스트리에도 준이 넘긴 전차가 있긴 했지만 수가 너무 부족하다보니 저걸 공략할 엄두는 내지 못하는 듯 했다.

“궤도폭격은?”

“바닥에 석유가 다량 매장되어 있어 위험하다고 합니다.”

“아. 맞다. 그랬었지.”

알카트뢰즈와는 다른 이유로, 스파일리 행성에서 궤도폭격은 위험한 일이었다. 스파일리 행성은 지표면 아래 석유가 바다처럼 흐르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었다. 거기다가 궤도폭격을 해버리게 되면 행성 전체가 죽음의 행성이 될 수도 있었다.

“흠... 어쨌든 지상군 밖에는 답이 없다는 말이군. 지원은 없는 거지?”

“파티마 제국측에서는 이미 포기했다고 합니다. 보급정도는 해주겠다고 합니다.”

“뭐, 갤럭시 쪽이나 견제해달라고 해. 외도를 상대하는 건 바라지 않으니까.”

“알겠습니다.”

서은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파티마제국과 통신을 재개했다. 그 사이 준은 스파일리 행성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전례가 없을 정도의 엄청난 확산 속도. 최초의 무리어미 드랍이 한 마리였음을 감안해 보면 눈알외도의 두 번째 추측이 거의 맞아간다고 보면 되었다.

그때 준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리진의 조각이 검색되었습니다. 위치가 전송됩니다.

“응?”

10광년 이내의 조각위치를 탐색하는 레이더가 발동한 것이다. 준은 황급히 맵을 띄웠다. 눈앞에 3차원 지도가 떠올랐고, 스파일리 행성의 표면에 아홉개의 광원이 반짝이고 있었다.

“아홉개...?”

준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오나의 유산이 있을거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었다. 어쩌면 조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꺼번에 9개나 되는 조각이 발견 될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이거 안좋은데...’

마냥 조각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일전에도 확인한 바 있지만 조각을 품고 있는 외도는 다른 외도에 비해 훨씬 더 상대하기 까다롭다. 예측하기 힘든 특수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준은 맵을 유심히 살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것들이 각자 균등한 거리를 두고 각자 떨어져 있었다. 그것을 다시 스파일리 행성의 영상과 겹쳐보니 각 조각의 위치가 지구라트와 겹치고 있었다.

‘조각의 힘으로 지구라트를 생성하고 있는 건가...?’

그 위치가 겹친다는 점으로 봤을때 연관이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각 조각이 만들어낸 지구라트가 끊임없이 대지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이틀 후. 준이 이끄는 두대의 함선 알바트로스와 펠리컨이 스파일리 항성계에 도착했다. 본래 이 항성의 이름이 스파일리 였고, 일반적으로 스파일리 행성이라고 부르는 곳은 스파일리 알파 행성이었다. 다만 줄여서 부르다보니 그냥 스파일리 행성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준은 워프기동을 멈추고 임펄스 엔진을 가동시켰다. 그렇게 한 나절을 더 날아가 스파일리 행성에 도착했다.

“플랫폼이 없지는 않았군.”

디스플레이를 보며 준이 입을 열었다. 스파일리 행성에 도착하고 보니 파티마제국의 함선들이 만들다 만 플랫폼에 도킹을 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아마 내부 기능은 거의 사용할 수 없을 겁니다.”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파티마 제국과 실시간으로 통신을 하고 있었다. 도킹허가나 복잡한 작업은 이스카야에 있는 제임스가 처리하고 있었고, 그녀는 통보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통역기가 완벽하지는 않았기에 제법 골치아픈 일이긴 했다.

“그래? 갤럭시에서는 별다른 연락이 없지?”

“네. 저희를 발견했을텐데 조용한 걸 보니 이상하긴 합니다.”

반대편 정지궤도에는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함선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쪽은 건설중인 플랫폼 조차도 없어서 그냥 초대형 수송선이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었다. 300미터에 근접하는 크기다보니 간이 플랫폼으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였다.

“그쪽에도 계속해서 통신을 시도해. 어쨌건 간에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 사실이니까.”

“만약 그들이 적대적으로 나오면 어쩌실 생각입니까?”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만에 하나라고는 하지만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일단은 낙관적으로 보고 있긴 한데. 정 위험하면 뭐...”

준은 슉, 하고 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점프하는 듯한 모션을 그렸다. 서은설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공간이동을 통해서 돌아가겠다는 뜻이다.

“그 방법 밖에는 대책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애초에 저쪽에서 우리와 전투를 벌일 생각이 없을걸? 차라리 다른 기업이라면 모를까.”

“근거는 있어요?”

서은설의 질문에 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는 우리 최대고객이잖아.”

“그 정도 이유로는 부족하지 않을까요? 파트너 쉽이라고는 해도 언제 끊어질지도 모르는데.”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그럼...?”

“현재 델타스피릿의 힘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녀석들이 바로 놈들이라는 거지. EX필드가 달린 함선, 전차, 델타엔진 까지. 써본놈들이 그 위력을 제일 잘 알고 있을거고 어지간해선 싸우고 싶지 않을걸?”

“하긴 그렇겠네요. 헌데 그냥 넘겨주진 않으셨겠죠?”

“당연하지. 내가 그걸 넘겨줄 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리가 없잖아.”

준이 갤럭시에 넘긴 병기들은 전부 공격불가 옵션이 달려있었다. 펠로우쉽 계약자나 준의 제작품대해서는 데미지를 입힐 수 없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물론 갤럭시 쪽에 그 사실을 알리진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낙관하긴 이르지.”

“방금 전이랑 말이 다르잖아요.”

“조각이 있는 것이 확인 된 이상,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도 그것의 존재를 안다고 봐야할거야. 허면, 그것이 뭐든지 간에 자신들의 손아귀에 있는 물건을 빼앗기고 싶지는 않겠지.”

“그래서 결론은요?”

“지상에서는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거지. 함대전은 피해가 클 수 있지만 지상전은

다르잖아. 비교적 적은 피해로 우리를 저지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준의 말에 서은설도 고개를 끄덕였다. 외도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2만 헌터들도 조심해야한다는 뜻이었다.

델타스피릿의 헌터들은 첫번째 강하위치로 파티마제국이 만들어 놓았던 석유시추시설 옆으로 잡았다. 얼마전까지 사람이 있던 곳이라 보급품과 각종 무기를 만들 재료도 충분했다.

“으윽. 기름냄새.”

막스가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준이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왜 나는 좋구만.”

“너야 공돌이니까 그런거고. 기름냄새라면 익숙하겠지. 하지만 나같이 섬세한 영혼을 가진 사람은 기름냄새라면 아주 학을 뗀단다.”

“웃기고 자빠졌네. 생긴대로 놀아라.”

카렌이 웃음을 흘리며 이죽댔다. 막스가 인상을 팍 쓰고는 준에게 귓속말을 했다.

“쟤는 왜 데리고 온거야?”

“세잖아. 델타스피릿 최정예 팀인데 두고 올 수는 없지.”

“끄응... 난 쟤 싫은데. 통제가 안된다고.”

“내버려 둬. 카렌 팀은 내가 직접 명령을 내릴테니까. 아. 그런 녀석이 하나더 있어.”

“누구?”

“오펜하이머!”

준이 크게 외치자, 막스의 뒤에서 후드를 눌러쓴 오펜하이머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불렀어?”

“어이쿠! 깜작이야!”

막스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펄쩍 뛰며 오펜하이머에게서 물러섰다.

“왜 그런데 숨어있냐?”

“너에게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들키지 않을 만한 곳이요.”

“그러니까 내가 제일 만만하다 그거구만. 젠장.”

막스가 툴툴 거렸다. 그는 여전히 중급에 머물러 있었다. 그동안 막스라고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상급의 벽은 높다. 결국 그는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는 레벨업을 통해 상급의 벽을 깨보고자 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15레벨은 달성해야 하다보니 그쪽도 먼 이야기였다.

“일단 근처를 좀 돌아다니면서 혹시 수상한 사람없나 좀 살펴봐줘.”

“그걸 왜 내가 해야함?”

“넌 원래 하는 일이 없잖아. 이런 거라도 좀 해라. 마법 뒀다 어디다가 쓰냐. 알람마법도 좀 걸고.”

“흐음... 알았어.”

오펜하이머는 뭔가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르르 사라졌다.

“저 녀석은 왜 기분이 저렇게 나빠 보이는 거냐?”

막스가 입을 열었다.

“제임스를 안데리고 와서.”

“뭐? 저 녀석 제임스 좋아해?”

“거의 스토커 수준이야. 꽁꽁 숨어있는 걸 억지로 잡아서 데리고 온거라 기분 엄청 별로야.”

“하지만 따지고 보면 포로나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그렇게 풀어줘도 되는 거냐?”

“이 정도가 마지노 선이라고 봐야지. 여기서 더 막나가면 그때는 정말 엘라 행성에 보내버리는 거고.”

준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고개를 돌렸다. 오펜하이머의 기척이 느껴졌다. 아직 이 근처를 떠나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일단 준은 병사들이 모두 강하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전차를 꺼내들었다. 현재 준이 인벤토리에 가지고 온 전차는 모두 백 대. 그걸 가지고 던전안에서 기동훈련을 했으니 일단 전차를 운용하는데 문제는 없다고 봐도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보니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조각을 품고 있는 외도도 있었고, 검은 대지위에서 돌아다니는 외도가 일반적인 외도에 비해서 훨씬 강하다는 이야기도 파티마제국 측으로 부터 들을 수 있었다.

결국 더 많은 병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준은 며칠 정도 이곳에 머무르면서 병사들을 준비시키며 전차를 더 생산할 작정이었다.

일단 인벤토리에 있던 숙소를 꺼내어 근처에 설치한 준은 병사들을 숙소에 보내놓고서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석유시추시설로 향했다. 그곳에 있는 설비를 그대로 재료로 사용해 병기를 제작할 생각이었다. 사전에 협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버려진 곳이고 외도가 파괴했다고 하면 그만이니 마음대로 사용해도 별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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