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33화 (43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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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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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검을 쓰는 것보다 효율적이지는 않아.’

다른 이들은 그의 잔혹함과 변칙적인 움직임에 휘말려 당하고 말지만 성기용은 달랐다. 애초에 정석으로 기본기만 다져온 이들이 변칙에 약한 것은 당연한 일. 그것인 시간이 지나면 경험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외도를 적으로 상정하고 기술을 익힌 그들에게 아직 대인전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경험 자체가 부족했다.

하지만 성기용은 기본적으로 성격 자체가 꼼수와 변칙을 좋아하는 인간이다. 그런 면에서 성기용과 볼테르는 통하는 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볼테르가 왜 그런 방식으로 싸우는지 까지 알고 있었다.

‘재미가 없는 거지?’

검으로 상대를 죽이는 건 단순하다. 목이 베이던 배가 뚫리든 간에 검의 궤적안에 상대방을 밀어넣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끝난다. 하지만 그래서야 재미가 없다. 허를 찌르고, 함정을 파고, 약점을 공략하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내 전공이라고.’

성기용은 검을 쓰면서 틈을 노렸다. 오른발을 내딛으며 사선으로 검을 내리치는 단순한 동작. 하지만 피하기는 어려운 동작이었다. 볼테르는 몸을 팽이처럼 돌리며 훌쩍 성기용의 뒤쪽으로 몸을 던졌다.

“제법!”

놀라운 회피동작이었지만, 동작 자체가 크다. 그만큼 체력소모도 크고 허점도 보이게 된다. 성기용은 그대로 검을 뒤로 돌리는 대신 몸을 숙였다.

쉬익! 쉭!

그러자 두 개의 손바닥 만한 단도가 뒷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볼테르 역시 자신의 회피동작의 단점을 알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그것을 역이용해, 자신의 허점을 노리고 들어오는 적을 노리기 위해 단도를 날린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을 성기용은 읽고 있었다.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니까.’

제법 전투에 익숙해지니 여러 가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오기로 시작했던 헌터훈련이었지만 어느순간부터는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능력과 게으름의 화신이었던 자신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이루기 시작했다.

재미가 붙기 시작하면 실력이 는다. 성기용은 최고는 아니었지만 훈련병들 사이에서 어느정도 두각을 보일 정도로는 성장할 수 있었다. 툭하면 시비를 걸어 싸움을 하는 것은, 성격탓이기도 했지만 반쯤은 경험을 쌓기 위한 방법이었다. 치익.

오른발을 옮기며 상체를 틀었다. 바닥을 스치고 지나가는 신발밑창이 끌리는 소리와 함께, 성기용의 검이 일직선으로 볼테르를 향해서 날았다. 볼테르의 날카로운 인상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콰악!

“큭?”

성기용의 검이 볼테르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더운 피가 확 튀었지만, 그 사이 볼테르는 고통을 무시하고 왼손으로 검날을 잡아챘다. 치명상을 감안한 방법이었지만, 손을 내어주는 대신 허리가 깊숙이 베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짧은 시간 검의 움직임이 둔해졌고, 볼테르는 자유로운 오른 손을 뿌리치듯 성기용에게 휘둘렀다.

쉬쉭!

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성기용은 황급히 고개를 틀었지만 단도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며 긴 자상이 생겼다. 얼굴에서 피가 튀었고, 순간적으로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흐르는 피가 눈에 들어간 것이다.

‘빌어먹을. 하필.’

시야가 흐려진 상황, 그는 발작적으로 손에 쥔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동시에 뜨끔한 고통이 가슴에서부터 퍼져나갔다.

“커헉!”

성기용은 볼테르의 단도가 자신의 심장에 정확히 틀어박히는 것을 느꼈다. 고통과 함께 서서히 의식이 흐려졌다. 하지만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는 순간에도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자신의 손 끝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확실히 든 것이다. 적어도 중상, 운이 좋다면 동귀어진이었다.

“호오. 저 녀석 실력이 제법 늘었는데?”

위웅비가 제법이라는 듯 쓰러진 성기용을 보며 입을 열었다. 심장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맞은 편에는 허리가 반쯤 갈라진 볼테르가 인상을 찌푸리곤 주저앉아 있었다. 저대로 내버려 두면 알아서 회복할 것이다.

“볼테르가 이긴건가?”

장이삼이 중얼거렸다. 유관덕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밖이었으면 둘 다 죽었겠지. 저런 상처로 살아나기는 힘들어.”

“하긴 그렇겠군요. 그나저나 일격에 죽이다니, 볼테르 저 자식 저런 능력이 있으면서 그동안 그렇게 어설프게 칼질을 했다는 건가?”

“일부러 그랬다는 거지. 뭐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위웅비가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자신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을 인지한 볼테르는 그 찰나의 순간 정확하게 성기용의 심장에 단도를 틀어박았다. 그 순간 느껴진 살기에 위웅비가 저도 모르게 반응할 정도로 단도는 날카로운 예기를 담고 있었다.

위웅비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허리를 쥐고 있는 볼테르를 향해 다가갔다. 그가 무어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고통때문인지 이를 악물기만 할 뿐 입을 열진 못했다.

“너 얘 누군지 아냐?”

위웅비의 말에 볼테르는 가만히 그를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위웅비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 회장 아들이야.”

움찔.

“저, 정말인가...?”

아무리 막나가는 놈이라고 해도 갤럭시 인더스트리라고 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볼테르가 깜짝 놀라며 몸을 뒤틀었다. 그 바람에 조금씩 줄어들고 있던 출혈이 다시 폭포처럼 터졌다.

“이런... 출혈이 너무 심한데...”

“큭. 그건 다, 당신이...”

“어쨌든 알아서 잘해보라고. 이 녀석 되게 치사하거든. 정도로 따지면 너 못지않으니까.”

위웅비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로 성기용이 복수를 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봤을때는 그러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대충 알고 있는 거긴 하지만, 집에서 내놓은 자식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볼테르에게 경고를 하기 딱 좋을 타이밍이긴 했다. 마음대로 하자면 그냥 당장 쫓아내고 싶은 녀석이었지만, 정말 심각한 사고를 치기 전까지는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다들 집합!”

그때 멀리서 장민성이 다가오며 큰 소리로 외쳤다. 헌터들은 성기용와 볼테르를 내버려 두고 빠르게 도열했다. 전우애 같은 건 그 두 사람에겐 관계없는 일이었다. 당연하지만 두 사람 다 헌터그룹내에서 왕따였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도열하는 헌터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장민성이 뒤에 쓰러져 있는 성기용과 볼테르를 확인하고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저 두사람이 이런 사고를 친게 하루이틀도 아니었고, 헌터들간의 대련은 적극권장사항이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기로 마음먹었다.

“며칠 후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 전에 한가지 해야할 일이 있다.”

“그게 뭡니까?”

헌터들 중 하나가 손을 들고는 입을 열었다. 장민성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좋은거다.”

웅성웅성.

갑자기 헌터들 사이에서 소요가 일기 시작했다.

“아, 안돼. 저자식이 웃었어. 분명히 개같은 걸거야. 난 안할거야.”

“야. 조용히 해. 들리겠다.”

“들으라지. 이제와서 뭐 어쩌겠어? 난 죽어도 안할거야. 분명히 노예 계약 같은 걸거야. 평생동안 여기서 못나간다던가 장기적출을 당한다던가. 시발. 내가 돈에 눈이 멀었지... 왜 여기까지 와서...”

한번 동요가 일기 시작하니 여기저기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장민성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진짜 좋은거다! 이 자식들아!”

“오. 펠로우쉽 계약을 제시하려는 겁니까?”

그때 위웅비가 입을 열었다. 그는 훈련교관 자격으로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원래는 정직원에게만 해주는 것이지만, 헌터들에게는 직종의 특수상 가급적 펠로우쉽을 맺어두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 프로그램 수료생들에게는 펠로우쉽 계약을 맺지 않고 있었다. 단순히 숫자가 많기 때문이었다. 펠로우쉽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처럼 다단계 형식으로 퍼뜨려야 했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마다 5레벨을 만들어 주어야 했다. 그 방법은 다량의 결정체가 필요했고, 가격으로만 봐도 일인당 5천만원이 넘게 들어가기 때문에 천명이 넘는 헌터들을 전부 계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곧 무리어미에서 뿜어져 나오는 외도들과의 싸움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돈을 아끼다가 헌터들이 죽어나가게 되면 오히려 그쪽이 더 손해였다.

성기용과 볼테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헌터들의 펠로우쉽 계약을 마쳤다. 다음날 일어난 두 사람은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냐... 너도 느끼는 거냐?”

“뭔가 이상하군...”

볼테르는 눈을 희번득이며 다른 헌터들을 쳐다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녀석들이었다. 헌데 하루만에 그런 느낌이 싹 사라졌다. 이제는 누구와 붙어도 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성기용도 답답한지 상의의 단추를 풀었다. 지나가는 헌터 하나하나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이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동안 내부에서 워낙 사고를 많이 치다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고 그 시선 하나하나가 몸을 떨리게 만들 정도였다.

“씨발. 이거 대체 뭐야? 어떻게 하루만에 이렇게 되는거지?”

성기용의 말에 볼테르도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 역시 스스로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 이곳이 아니었다면 언젠가는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할 정도였다.

그만큼 그에게 있어 델타스피릿은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지해주는 곳이었다. 헌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어버리니 점점 더 초조해지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성기용을 향해 이를 드러내었다.

“야.”

“뭐?”

“너 밖에 없다.”

“무슨 개소리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다들 엄청나게 강해진 것 같다.”

“그래서?”

“죽일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다고!”

퍼억!

볼테르가 성기용의 안면을 후려갈겼다. 맨주먹이라고는 해도 힘을 제대로 실었다. 깨어나자 마자 바닥을 나뒹군 성기용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볼테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개새끼야! 안그래도 복수하려고 했어!”

투닥투닥.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던 란테르트가 입을 열었다.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냅 둬. 도착할때까지는 고생 좀 해야지.”

위웅비가 킬킬대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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