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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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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도넬 행성에서 출발 한 지 한 달 가량이 흘렀다. 두 기의 우주선이 우주공간을 밀면서 워프기동을 하고 있었다. 워프중이라고 하더라도 초광속통신기는 문제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도 준은 계속해서 현장의 정보를 갱신하고 있었다.
“여기 보이듯, 검은 대지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달 전에 비해서도 약 10퍼센트정도 증가한 상태입니다.”
서은설이 간단한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그 앞에는 준을 비롯해서 주요 인물들이 앉아 있었다.
“10퍼센트라고는 해도 행성 전체로 보면 어마어마한 양이로군.”
막스가 턱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현재 제임스가 란도넬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막스가 부함장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갤럭시 측의 대책은 어떻지?”
준이 입을 열었다. 저렇게 될 때까지 아무런 방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나름대로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듯 합니다만, 오염속도가 너무 빠른 듯 합니다. 파티마제국에서는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지상에 거주하고 있던 인원을 전부 철수한 상태입니다.”
“그럼 파티마 제국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건가?”
“아직 사태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모양입니다. 정확히는 저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듯합니다. 오히려 신의 저주라 칭하며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정국가는 이래서 문제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방대한 석유가 묻혀 있는 땅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막스가 투덜거리며 입을 열었다. 준이 고개를 저었다.
“그네들 입장에서는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땅이야. 갤럭시와 전쟁을 하게 된 이유도, 석유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였던거고. 결국 양쪽 다 먹지 못하게 된다면 파티마제국 측에서 아쉬울 건 없겠지.”
“하긴... 애초에 독점시장이나 마찬가지일테니까.”
“갤럭시 측은 계속해서 오염지역의 정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지상군이 투입되고 상당한 수의 헌터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쪽에 공식적인 요청이 없는 것은 확실하지?”
“네. 장원삼 과장에게서도 별다른 회신은 없습니다.”
행성단위로 오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외도의 숫자도 수천, 수만이 아닌 수십만 단위였다. 그런 녀석들을 상대하면서 델타스피릿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이곳의 상황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갤럭시 측에서 투입한 병력의 수는?”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만, 대략 일만은 넘는 것으로 보입니다.”
“좀 적은거 같은데? 겨우 그정도 밖에 동원하지 못한 건가?”
“일반 군인들은 제한 수치입니다.”
“헌터만 1만이라는 건가? 휘유!”
맨 뒷자리에 앉아 있던 거구의 여성헌터 카렌이 입을 열었다. 상급헌터로서 이스카야 행성에서 지속적으로 사냥을 해온 그녀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10레벨을 달성했다. 그렇게 얻은 직업 두 개를 전부 근접전투형으로 올린 그녀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탱커가 되어 있었다. 지금이라면 토르를 상대해서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예상될 정도여다. 준이 입을 열었다.
“갤럭시 정도가 아니면 동원하기 힘든 인원이로군. 그냥 병력 1만도 엄청난데 말이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지금도 헌터의 유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몇달 안에 2만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희생을 최소화 한다는 전제하에서입니다만.”
“2만의 헌터라... 알카트뢰즈가 생각나는군.”
“그 녀석들 보다 셀 것 같진 않은데 과연 그 숫자로 될지 모르겠군.”
준의 말에 막스가 한마디 보태었다. 두 사람은 알카트뢰즈에서 밴디트와의 전투를 치룬 경험이 있다. 대규모 전투에 대해서 이미 경험이 있었고, 2만이라는 숫자가 많긴 하지만 저 정도 규모의 외도를 상대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실제로도 오염지대는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파티마제국쪽에 연락을 넣어둬. 곧 도착한다고.”
스파일리 행성에는 플랫폼이 없다. 두 국가에서 각기의 플랫폼을 건설중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올스탑 된 상태인 것이다. 결국 강하를 위해서는 우주선을 정지궤도 위에 올려놓고 셔틀을 이용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 다른 우주선에게 공격받을 위험이 있다. 때문에 미리 파티마제국과는 연락을 취한 상태였고, 도착하기 전에 다시한번 확인을 하려는 것이다.
두번째 우주선인 수송선 ‘펠리컨’에는 강하용 셔틀을 십여기나 적재하고 있었다. 함선의 크기만 해도 알바트로스보다 상당히 큰편이었다. 거기다가 공간확장까지 걸려있었기 때문에 안쪽의 공간은 이천 명에 가까운 병사들을 수용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지난 한달간 준은 펠리컨에서 헌터들을 데리고 전술훈련을 실시했다. 인벤토리에 담아둔 전차 백여대를 이용해서 기동훈련을 한 것이다. 준이 믿는 것은 병력의 숫자뿐만 아니라 그 질을 높이는데 있었다.
아직은 전차뿐이지만, 스파일리 행성에 내린 다음에는 다른 병기들도 더 제작할 계획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델타엔진을 탑재한 병기를 만들게 되면 많은 수의 외도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하루의 훈련을 끝내고 란테르트는 던전안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4번 던전의 하늘은 늘 푸르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는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
위웅비가 다가왔다. 란테르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스파일리 행성을 향해서 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아서요. 금방이라도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집에 가봐야 그다지 환영받지도 못한다면서.”
“백수탈출 하고났더니 제법 대우해주던걸요. 그쪽이 오히려 더 불편하긴 했지만.”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훈련을 마치고 나서도 그는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교관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나서도 거의 몇 달이 더 지나서야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 가출한 것으로 알고 있던 아들이 돌아왔음에도 가족들은 냉랭한 반응이었다.
먹을 입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 그다니 반갑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받은 월급을 내어 놓자 금세 태도가 달라졌다.
갑자기 란테르트는 집안을 일으킬 기둥이 되었고, 평생동안 받아보지 못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 그것이 제법 불편했다. 항상 소리만 지르던 어머니와, 관심조차 보이지 않던 아버지가 만면에 미소를 띄고 자신의 눈치를 살폈다. 백수에서 일시에 신분이 상승한 셈이다.
웅성웅성.
그때 훈련이 끝나고 쉬고 있는 헌터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무슨일인가 싶어 위웅비가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서로 시비가 붙은 모양이었다.
“이 개자식이. 내가 누군지 알아?”
삼십대 중반의 사내 하나가 커다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곳에 모여있는 이들이래봐야 다들 사정이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에 괜한 허세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태도였다. 하지만 위웅비는 그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저새끼 또 사고치네. 한동안 조용하나 했더니.”
위웅비가 한숨을 내쉬었다. 욕설을 하면서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 듯이 위협을 하고 있는 이는 다름아닌 성기용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준에게 복수할 거라며 허풍을 치던 녀석이 무슨 바람이 불어 델타스피릿과 계약하고 헌터가 된지는 그도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건 간에 위에서도 별 다른 말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이곳까지 따라오게 되었다.
“말릴까요?”
유관덕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 녀석이 사고를 치는게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내버려둬. 뒤지게 얻어맞고 나면 또 한동안 조용하겠지.”
“이번에는 좀 잘못건드린 거 같은데요?”
“상대가 누군데?”
“볼테르요.”
“아. 그 사이코.”
위웅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비교적 하층민이 모여드는 헌터양성프로그램이다 보니 이곳에는 별의별 인간들이 모여있었다. 볼테르는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또라이였는데, 골치아프기로 따지면 성기용 정도는 애교로 보일 정도의 인간이었다.
“흐흐흐.”
스릉.
볼테르가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들었다. 훈련용 검이 아니다. 그가 일대일 대결을 할때만 꺼내드는 전용 단검이었다. 40cm정도로 비교적 검신이 짧은 그 숏소드는 근접전에서 상대의 신체를 해체하기에 최적화 되어 있는 물건이었다.
훈련병들은 대체로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곧잘 시비가 붙게 되는데 특히 볼테르의 경우는 다른 이들에 비해 그 수가 두 배 이상으로 많았다. 게다가 일단 시비가 붙으면 상대가 죽을때까지 달려든다. 교관들을 제외하고는 아직 펠로우쉽 계약자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로를 죽이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그런 싸움에서 볼테르는 단 한번도 진 적이 없었다.
전투기술도 기술이지만, 녀석의 골때리는 점은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싸움방식에 있었다. 검을 휘두르다가도 달라붙어서는 눈을 찌르거나 낭심을 걷어차기도 하고 이빨로 물어뜯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마지막은 거의 상대방을 토막내어버리는 것으로 끝냈다.
실력 자체는 탑클래스가 아니었지만, 실전에 강한 타입인데다가 손속이 잔인해 다들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비가 걸리지 않으려고 해도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녀석이 반응하는 포인트가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부모욕을 해도 조용하다가, 어떤 날은 자신의 그림자를 밟았다는 이유로 싸움을 벌였다. 하루는 외도의 전투를 하는 도중에 자신에게 오인사격을 한 원거리 딜러 하나에게 다가가 배에 검을 박아 넣었다.
그 덕에 훈련프로그램 최초로 퇴소조치를 받았다. 그렇게 몇 번의 재도전 끝에 결국 9차 훈련프로그램을 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훈련장 바깥에서는 절대로 사고를 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통제가능 한 싸이코라는 뜻이었다. 그 점 때문에 그의 인성을 염려하던 델타스피릿에서도 그를 계약자로 받아 준 것이다.
“구경이나 하지. 그렇지 않아도 심심했는데.”
훈련중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휴식시간이다. 그때 일어나는 일에는 기본적으로 터치 하지 는 것이 방침이었다.
성기용은 펄펄 끓어오르는 기운을 느끼며 검을 휘둘렀다. 가진 것은 돈밖에 없는 인간이다. 헌터들에게 좋다는 음식과 약들을 엄청나게 위장으로 밀어넣었다. 보통 그런식이 되면 신체에 부담이 오면서 오히려 몸을 망가뜨리는 원인이 되는데, 그는 그 부작용들을 던전안에서 있는 것만으로 모두 해결했다. 비록 기술은 부족하지만 마나보유량 만으로 따지면 현재 신입헌터들 중에서는 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쓰아앙!
마나가 실린 검이 굉음과 함께 허공을 갈랐고, 볼테르의 반짝이는 머리가 오른쪽 시야를 스치고 지나갔다. 처음으로 싸워보는 상대지만 멀찍이서 본적은 있다. 녀석은 단검을 쓰긴 하지만 그것만 주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볼테르는 그야말로 온몸이 흉기인 인간이다. 몸 곳곳에 날붙이를 숨겨두고 사용했다. 신발 밑창, 팔꿈치, 손목, 심지어는 입안에도 칼날을 숨겨두었다.
그렇게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이긴 했지만 성기용은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