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31화 (43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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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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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비슷한 짓을 아이작이 있던 던전에서 해봤기 때문에 딱히 어려울 것도 없었다. 철광석이 묻혀있는 곳을 미리 찾아 그쪽에 강하한 후, 무기를 생산하면 되는 일이다. 물론 인벤토리에 전부 넣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병기라는 건 결국 소모품이니 현지생산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된다.

스파일리 행성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이 오염되어 있다면 외도의 숫자나, 그 구성도 이전과는 비교를 하기 힘들 것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여러 가지 개조를 해야할 필요도 있었다.

준은 이스카야에 있던 인원들 중 핵심인원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1천에 이르는 헌터들을 통솔할 막스는 물론, 현재 헌터 양성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는 장민성, 그리고 식사를 담당할 마스터까지 모두 불렀다.

어쩌면 장기 프로젝트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준은 미리 루나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이번에는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집에 오는 걸로 해요. 시간 비워둘테니까.”

“그걸로 괜찮겠어?”

“대신 그 날 하루는 완전히 비워두는 거에요. 마음 같아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고 하고 싶지만...”

루나는 준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은설이도 데리고 가는 거지요?”

“아아... 뭐, 그렇지.”

그녀는 알바트로스의 메인 오퍼레이터였다. 오퍼레이터의 업무는 단순히 디스플레이에 떠오른 데이터를 기계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정보를 취합하여 함장인 준이 최적의 상황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는 상당한 경험이 누적되어 있었고 최근에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오퍼레이터 만큼이나 제 역할을 수행해 내고 있었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델타스피릿 내에서 그정도라면 최상위급의 인재라고 할 수 있었다.

“잘 해줘요.”

준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상 다른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스파일리 행성에 두 대의 우주선을 끌고 가는 일은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이쪽에서의 준비도 준비였지만 무엇보다도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직접적으로 도움요청을 보내지 않은 것이다. 멋대로 전함을 끌고 스파일리 행성에 강하했다가는 전쟁선포로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행성의 상당부분이 잠식된 상태에서 시간을 질질 끄는 것도 문제가 커질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건은 로오나까지 연관되어 있을 확률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스파일리 행성 말씀이십니까...”

출발 하루 전, 준은 장원삼을 불러 이번 원정에 대해서 미리 통보를 했다. 갤럭시와의 소통창구는 그를 통해서만이 가능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백인회에 들어가지도 않은 중견기업의 대표가 직접적으로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핵심간부에게 의사를 전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일주일 후에 출발이야. 그쪽에서 정식으로 요청한 것은 아니니까, 물론 반대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로선 하루라도 지체하기 어려운 상황이거든.”

준은 그렇게 말하며 스파일리 행성의 영상을 그에게 넘겨주었다. 물론 장원삼 과장 정도가 스파일리 행성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리가 없었다.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 영상을 훑어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준의 예상을 다소 벗어난 것이었다.

“이 영상을 어떻게 구하셨습니까?”

“내가 널 너무 우습게 봤나본데? 뭔가 아는게 있는 모양이지?”

“사실 현재 본사가 상당히 어수선한 상황입니다. 현재로선 저도 정확한 사실관계는 모릅니다만...”

“그 행성에 대규모 무리드랍이 있었을 것이라는 정보가 있어. 몰랐으면 모를까 일단 알게 된 이상 돕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잖아.”

“저희 회사에서도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장원삼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는 잘못하면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던 두 기업의 사이를 틀어지게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준이라고 그걸 모를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앉아서 그쪽의 허가를 받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그 사이 정말로 로오나의 유물이 발견되면 큰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곳에 조각의 일부가 잠들어 있을 수도 있었다.

“내가 보기엔 전혀 아닌데? 이걸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들겠지?”

준은 다시 한번 스파일리 행성의 모습을 가리켰다. 검은 색의 대지가 행성을 뒤덮고 있었다. 누가봐도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긴 합니다만, 본사에서 특별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일정을 미뤄주시길 바랍니다.”

“착각하지마. 나는 혹시라도 모를 혼선이 생길까 해서 통보를 하려는 것 뿐이야. 허락을 받기 위해서 널 부른게 아니란 말이다.”

“저희를 무시하시는 겁니까?”

장원삼에게서 불만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놓고 화를 내지는 못했지만, 그정도면 충분히 자신의 기분을 어필한 셈이다. 아무리 준이 이곳에서는 절대자라고 해도 갤럭시 인더스트리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은 충분히 분란의 소지가 된다.

준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난 파티마제국 소속으로 행성의 이상현상을 탐사하러 가는 거라고. 원래라면 여기서 이런 말을 할 필요도 없는거야. 혹시나 해서 사전통보를 해주는 데도 이렇게 비협조적이라니, 서운한 건 오히려 내쪽인걸.”

“파티마 제국입니까...? 그거라면 명분은 충분합니다만.”

장원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갤럭시와는 공식적으로 적대관계인 파티마제국과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영 불편했다. 그래도 동맹기업도 아니고, 애당초 이권으로 얽혀 있는 사이일 뿐이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이제 네가 할 일이 뭔지 알겠어?”

“가급적이면 호의적인 방향으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일이 돌아가는 게 확인대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좋아. 그럼 부탁하지.”

“만에 하나... 본사에서 거부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장원삼의 말에 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다수의 무리어미가 행성 하나를 집어삼키고 있다. 이걸 숨기고 있는 쪽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준은 그렇게 말하고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장원삼의 미간에 주름이 늘었다. 자세한 것까지는 모르지만, 이번 일에는 분명히 최고위층의 의지가 들어있다. 스파일리 행성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파티마 제국 역시 스파일리 행성의 일부에 대한 권리가 있다. 그것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 그는 이 일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후. 나같은 말단 직원이 뭐 이런 고민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 일을 전해야했다.

9차 양성프로그램은 상당히 진행되어 있었다. 5만명에 이르던 인원들은 이제 4천명 까지 줄어들었고, 남은 인원들은 마지막 고비인 실전훈련 코스만을 남겨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훈련프로그램이 끝나면 곧바로 헌터계약을 마치고 스파일리 행성으로 전출될 계획이었다. 그리고 장민성을 포함한 교관들도 스파일리 행성 원정에 차출되었다. 그 일행에는 란테르트와 위웅비 일행도 당연히 섞여 있었다. 어차피 준이 없다면 훈련이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일까요? 갑자기 원정이라니?”

란테르트가 훈련장으로 완전히 구색을 갖춘 3번 던전, 공장지대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들은 오늘부터 시작될 실전훈련을 준비하며 제법 긴장한 모습이었다. 경험자도 꽤 있었기 때문에 실전훈련의 가혹함에 대해서 모르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1차 때 처럼 준이 전부 쓸어버리는 이벤트는 없었지만, 훈련병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외도를 가져다 놓고 레이드 훈련을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목숨이 수십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죽어나간다.

그렇게 죽고 죽으면서 실전에 대한 감각을 쌓고, 스스로 위험상황에 대한 대체를 익혀나가는 것이다. 일일이 한 사람을 가르칠 수는 없다보니 실전으로 대처하는 식이었는데 이것이 제법 효과가 좋았다.

물론 훈련 자체가 스파르타 식이다보니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이들도 많았지만, 끝까지 버티기만 하면 그들은 이제 어지간한 헌터들 보다 많은 실전경험을 쌓게 되는 것이다.

“모르지. 알아야 할 거라면 알려줄거고, 우리는 명령받은대로 움직이면 돼.”

위웅비는 제법 여유가 있어보였다. 란테르트가 그런 그를 향해 부러운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형님은 별로 긴장이 안되시나 봅니다. 전 걱정되어서 죽겠는데.”

“긴장 되지. 그래도 나쁘진 않아. 솔직히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거든. 1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는 해도,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그렇지 않잖아.”

델타스피릿과 훈련교관으로 계약을 맺은 이후, 체감시간으로 거의 4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었다. 그 동안 펠로우쉽 계약을 맺고 월급으로 받는 결정체를 이용해서 8레벨까지 올렸다.

하지만 슬슬 현장이 그리워지고 있었다. 미래가 불안하고 언제 죽을지도 모른 채 전장으로 나가 목숨을 건 싸움을 하는, 그런 치열한 삶이 그리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바깥은 위험합니다.”

란테르트는 여전히 걱정을 놓지 못했다. 던전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떨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몸이 떨려오는 것도 사실이었다.

“교관이라는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하다니. 하긴, 넌 바깥에서 사냥을 해본적이 없겠군.”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란테르트는 얼굴을 붉혔다. 훈련이 몸에 맞았고, 훈련을 시키는 일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목숨을 걸고 외도와 싸워야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몸이 떨려왔다. “진짜 헌터가 되어야지. 언제까지 가상의 적과 상대할거야?”

“그렇긴 합니다만...”

“게다가 여기 있는 사람들. 교관이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지 않겠어?”

란테르트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 경험해야 할 일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이 친구 독한 줄만 알았더니... 너무 걱정말아. 막 훈련을 끝낸 이들까지 전부 전출대상이라고 하니까 주인장도 생각이 있다면 대책이 있겠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렇겠지요?”

“내가 듣기로는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동안 계속해서 전술 훈련을 할거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장이삼이 입을 열었다.

“그동안은 기본적인 전투 훈련만 받았으니까. 대규모 전투를 하려면 손발이 맞아야 하니까. 어쩌면 소문으로만 듣던 여러 가지 병기들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르겠어.”

“그 전차 말씀이십니까?”

란테르트의 말에 위웅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란도넬 행성 전체에 반란의 기운이 맴돌 때, 준은 전차 한 대를 이끌고 수천에 이르는 헌터들을 와해시켰다. 물론 전부를 상대한 것도 아니고, 핵심인물만 골라서 처리한 것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전차가 상당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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