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29화 (42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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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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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도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하는 말이야.”

“그렇긴 합니다만... 단순히 양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 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니들건과 전차의 수를 늘리면 돼. 그걸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면 되니까.”

“사장님께서는 군대를 보유하고 싶으신 겁니까?”

“애초에 델타스피릿은 PMC잖아? 군대를 합법적으로 보유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일 경우입니다. 헌터가 무기를 소지하는 순간 불법소지가 되어 중형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니들건 정도는 괜찮지 않아? 전차도 문제없었던 것 같은데.”

“니들건은 문제가 없지만, 전차는 해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문제제기가 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공식적으로 헌터부대를 양성하게 되면 분명히 이 문제를 걸고 들어올 곳이 있을 겁니다.”

최근들어 무리어미를 비롯한 외도의 습격이 점점 잦아지고 있었다. 준이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외도의 숫자는 한정적이었고, 준에게 의존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헌터의 수를 늘려 무장을 시킬 필요가 있었다.

“역시 연합법이 문제인건가.”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전함의 수를 늘리는 건 한계가 있는데...”.

제작으로 만든 무기는 외도의 실드를 뚫고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것은 전함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현재로서는 무리어미가 행성에 내려앉기 전에 전함의 양전자포를 이용해 피해를 입히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먹히기 위해서는 각 항성계에 최소 한 대 이상의 제작 전함이 도사리고 있어야 가능했다. 무리어미들이 일단 관측되고 나면 보통 며칠 이내, 짧으면 십수시간 안에 행성에 내려앉기 때문에 녀석들을 요격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결국 지상군을 투입해서 쓸어버리는 수밖에 없는데, 그를 위해서는 또 준이 반드시 필요했다. 결국 준 혼자서 전 항성계를 커버할 수 없다보니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굳이 다른 곳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겠습니까?”

질문의 요지는 간단했다. 굳이 무리어미 퇴치에 그렇게까지 전력을 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의뢰비로 따지면 상당한 수입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리어미 퇴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도가 높은 편이다. 게다가 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 위험도는 배가 된다. 만에 하나라도 그가 사망하기라도 한다면 델타스피릿은 그야말로 공중분해되는 셈인 것이다.

들어오는 수익에 비해서 위험성이 높은, 그런 일을 굳이 다른 행성에까지 가서 해야하냐는 질문인 것이다.

“알잖아. 그 녀석들 내버려 두면 무한증식을 하는거.”

“하지만 행성 안에서 그치는 것 일 뿐입니다.”

“글쎄. 내 생각은 달라. 일단 우주를 항행하는 외도의 존재가 확인 된 이상 방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 내 판단이야. 지구라트가 완전히 행성을 장악하고 나면 거기에서 또 뭐가 튀어나올지 어떻게 알겠어?”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직까지 그런 정보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거야. 지구라트가 더 커지기 전에 전부 제거했으니 그런 거고.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외도를 뿜어내고 있을지도 몰라.”

준은 마른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흠... 그렇다면 무슨 생각이라도 있으신겁니까?”

“연합법을 바꿀까 싶은데.”

“네?”

제임스는 아연한 표정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한동안 조용하시더니 갑자기 또 무슨 짓을 하시려는 겁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준비는 미리미리 해두는 것이 좋지 않겠어?”

“하지만 무슨 수로 연합법을 바꾸시겠다는 겁니까?”

“백인회에 들어갈 생각이야.”

준의 말에 제임스가 입을 딱 벌렸다.

백인회.

백인회는 다름아닌 연합의 입법기관이었다. 일반적인 국가의 의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만 다른 의회제 국가들과 다른 것은, 이 백인회의 선출은 오로지 각 기업의 규모에 기반해서 선정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만약 후보가 된 몇 개의 기업이 비슷하다면 기존 백인회에서 결정하여 선출하게 된다.

백인회에 선출되게 되면 몇가지 권리와 의무가 생기게 된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권리는 바로 법안을 제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인회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그 법안은 사안에 따라서 삼개월 간의 유예기간 후 곧바로 발효되게 된다.

이를 이용해 갤럭시 인더스트리는 과반의 백인회 인물들을 포섭해 놓은 상태에서 각종 규제와 법안들을 발효하여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연합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누군가가 이득을 보게 되면 반드시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된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에 반발하는 세력도 만들어지게 되고, 그들을 이끄는 수장은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파인애플 사였다. 갤럭시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패널 판매를 중심으로 성장했으며, 현재는 민간 OS시장의 약 70퍼센트 가량을 점유할 정도로 소프트웨어 쪽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백인회의 남은 한자리를 자신들의 입김이 닿는 기업을 넣기 위해서 물밑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전이라면 갤럭시 인더스트리에 밀려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겠지만, 현재는 파티마제국과의 전쟁 이후 아직 내부수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

파인애플에서는 자신들이 밀고 있는 E&M 엔지니어링을 끌어올리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었다.

B2B(기업 대 기업간의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기업인 E&M엔지니어링은 주로 산업용 로봇을 취급하는 기업인데,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상당수의 이유중 하나가 준의 공장부지 증설에 따른 것이었다. 준이 모든 공정의 기계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상당량의 기계들을 E&M엔지니어링에서 구입한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보니, 최근 파인애플 사와 그 관련업계들은 E&M에 물량을 몰아줌으로서 겉보기 매출을 올리는 식으로 백인회의 진출을 꾀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현재로서는 델타스피릿보다는 E&M의 백인회 진출이 더 유력한 상황이었다. 백인회 선출은 기본적으로 투표로 결정되지만, 후보로 올라설 수 있는 조건에 제약이 많고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기업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결국은 실적으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매출의 상당부분을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투자에 의존하는 델타스피릿에서는 겉보기 매출이 E&M에 비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주식회사도 아닌 개인기업이다 보니 규모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은 제법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 델타스피릿은 기술기업이었고, 그 기술의 가치를 생각하면 E&M따위보다 훨신 더 잠재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임스의 생각은 달랐다. 무엇보다도 거기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사장님. 혹시 잊고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만... 델타스피릿은 파티마제국의 기업입니다. 연합이 아니라요.”

“상관없잖아. 란도넬 행성을 실소유 하고 있는데. 페이퍼 컴퍼니라도 만들던가, 아니면 자회사 몇개 중에서 하나 골라서 들어가면 되지.”

“자회사들은 아직 백인회의 기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자회사들이 회계상으로 적자상태입니다. 매출은 높아도 적자가 계속되는 기업이 백인회에 들어갈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그래? 어째서 그렇게 되는건데?”

“그야... 애초에 델타스피릿에서 모든 자원을 공급하니까요. 현재 가장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델타인더스트리... 그러니까 델타엔진을 생산하는 자회사도 초기투자비용이 엄청나게 높기 때문에 아직 손익을 맞추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렇군.”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상으로 현재 델타인더스트리에서는 E&M엔지니어링에서 사들인 기계를 제와한 나머지 핵심기계들을 엄청난 고가에 매입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보통이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지만, 아제라 공장에 있는 기계들은 현세대의 기술력으로 구현할 수 없는 것들이다 보니 가격을 얼마를 책정하든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런 방식으로 델타스피릿은 연합에 내는 세금을 줄이고, 자산을 늘리는 식으로 굴러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법을 고치지 않으면 회피하는 식으로는 안될까? 전차부대를 양성해서 투입하는 것은 확실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하고자 하면 못할 것은 없습니다만... 규모가 커지면 누군가는 이의제기를 하게 될 것이고 역시 그냥 넘어가지는 않겠죠.”

“역시 백인회에 들어가는게 답인 것 같은데.”

“설령 들어간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어떤 법이든 과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그걸 만들어 낼 능력이 있습니까? 차라리 갤럭시 인더스트리와 합의를 보고 법안을 만드는 쪽이 보다 현실적입니다.”

“아니. 그건 힘들거야. 갤럭시에서 그런 모험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

총기소유금지법은 헌터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비교적 초기시절부터 있어왔던 거라 이제와서 고친다는 일이 쉽지가 않다. 때문에 누군가 앞장서서 모든 비난과 공격을 받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준은 자신이 그 역할을 맡고 뒤에서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힘을 빌릴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그래도 언젠가는 해야할 문제야. 정체도 제대로 모르는 외계의 괴물들과 싸워야 하는 판에 헌터의 총기소유를 제한하자는 건 미친짓이지.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칼을 들고 적과 맞서야 하는거야?”

준이 입을 열었다. 헌터를 군대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알카트뢰즈에서 헌터부대가 가진 화력을 실제로 체험한 이후부터였다. 니들건으로 무장하고 전차와 헬기, 셔틀등을 이용한 전투를 벌이게 되면 지금처럼 무식하게 검과 활을 가지고 외도를 상대하던 시대는 끝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총기소유금지법이었다.

“다른 기업들도 조금씩 대책을 내어놓고 있으니 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를 필두로 각종 군수산업체에서 외도에 대항하기 위한 신무기를 계속해서 내어놓고 있었다. 그중에서 크게 눈에 띄는 것은 결정체를 정체한 폭탄을 탑재한 미사일이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먼저 내어놓은 그 무기는 핵무기와는 달리 화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외도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알카트뢰즈에서 보았던 결정체 폭탄과 상당히 유사했다. 알카트뢰즈 자체가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곳인 만큼, 그곳에서 유출된 기술이 갤럭시로 흘러들어 간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준의 펠로우쉽 통신으로 짧은 문장하나가 전송되었다. 현재 란도넬의 플랫폼을 관리하고 있는 서은설이 보내 온 것이었다.

-무리어미 발견. 스파일리 행성.

준은 황급히 플랫폼과 통신을 연결했다. 서은설의 얼굴이 디스플레이에 떠올랐다.

“무슨 소리야? 스파일리 행성에 무리어미가 나타났다고? 거기 얼마전까지 전쟁을 하던 곳이라 내가 판 전함이 그 자리에 있을텐데?”

[일단 영상부터 보내드리겠습니다.]

서은설이 그렇게 말하고 나자 곧바로 디스플레이에 스파일리 행성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광경에 준은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본래 황무지인 스파일리 행성의 약 3분의 1 정도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색의 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저게 뭐야?”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분석결과 석유는 아닙니다. 제 사견을 보태자면 아마 지구라트에서 흘러나온 것은 아닐까 합니다.]

“저런 규모로...?”

지구라트가 행성을 빠르게 잠식해 가는 경우를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렇게 어마어마한 규모로 잡아먹히고 있는 것은 본적이 없었다. 얼마전까지 전쟁중이던 행성인 것을 감안해보면 지나치게 빠른속도로 오염되고 있는 것이었다.

“알았어. 일단 좀 더 알아보고 이야기 할테니까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다가 뭔가 특이점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줘.”

[알겠습니다.]

서은설은 사무적인 말투로 통신을 마쳤다.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저게 정말로 지구라트 일까요?”

“모르지. 가서 보기전까지는. 그보다 일단 먼저 갈 곳이 있어.”

“어디 말입니까?”

“이걸 제일 잘 아는 녀석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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