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26화 (42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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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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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의 결과는 참혹했다.

총 331명 중. 사망자 10명. 중상자가 120명이었다. 장민성이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많이 봐줬군. 절반은 죽어나갈 줄 알았더니.”

“너 머리에 총맞았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훈련중에 사람을 그렇게 죽이라는 거냐?”

“그런 것 치곤 제법 죽었다만.”

“미친놈들처럼 엉겨붙는데 방법이 있나... 애초에 정규직 소리를 한 네가 잘못한거야.”

준도 노동시장의 가장 밑에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정규직 사원이 얼마나 큰 메리트인 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다들 동료가 죽어나가는데도 불구하고 덤벼든 것이다. 하지만 그들 중 단 한명도 준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은 없었다.

상처를 입은 이들은 입은 이들대로 휴식을 취하러 보냈고, 사망한 자들의 시신은 염동력으로 얼추 수습해 두었다.

어차피 하루가 지나면 다시 부활할 녀석들이었다. 제일 끔찍한 꼴을 당한 건 대흉근을 상대하던 이들이었다. 녀석에게 얻어맞으면 하급에 불과한 훈련병들은 사지가 수수깡처럼 부서져 나갔다. 방어고 뭐고 아무런 소용이 없었으니, 애초에 이 싸움은 성립자체가 안되는 것이었다.

탱커고 근접딜러고 일격에 전투불능에 빠져드니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앞선이 무너지기 전에 뒤에서 원거리 딜러들이 유효타를 날리는 것이다. 헌데 문제는 준에게는 전가의 보도인 ‘항력전개’가 있다는 점이다. 최대출력으로 전개하면 핵무기에서도 버텨내는 그 실드는 하급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원거리 딜러들의 공격에 조금의 흠집도 나지 않았다.

거기다가 백여개에 이르는 니들건은 집요하게 원거리 딜러들을 노렸고, 기동력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이들은 멍하니 서있다가 쇠못에 팔다리를 관통당했다.

근접딜러들이 모두 리타이어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5분. 그 사이 원거리 딜러의 절반이 전투불능에 빠졌고, 그 이후 남은 이들은 준의 원거리 공격에서 도망치기만 바빴을 뿐 이렇다할 공격시도 조차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다들 근성은 있어보였는데.”

일방적인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서도 단 한명도 포기하거나 줄행랑을 치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회피동작을 하는 와중에서도 공격을 하려고 애를 쓴 것이다.

“그동안 고생한게 있는데 당연한 일이지.”

장민성도 그 점은 마음에 드는 듯 흡족한 표정이었다.

“헌데 말이야. 이왕 그런 일을 할거라면 미리 나에게 말해주지 그랬어?”

“무슨 소리지? 뭔가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건가?”

“외도와의 싸움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나와 싸울 필요는 없지. 직접 외도와 싸우면 되지.”

“외도를 잡아서 여기에 풀어놓는다는건가? 나쁘진 않은 생각이긴 하군. 그 녀석들도 다시 살아날테니, 계속해서 훈련에 동원할 수 있고. 다만 녀석들을 통제할만한 사람이 있어야겠지만.”

“아니. 굳이 잡아 올 필요는 없어.”

준에게는 일정량의 경험치를 지불하고 지금까지 상대한 외도를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비록 던전안에서만 활성화 되는 능력이지만 훈련용도로는 충분히 써먹을 수 있었다.

그 지독한 전투의 와중에서도 그나마 멀쩡한 이들이 있었다. 위웅비 일행이었다. 란테르트는 가장 앞에서 가장 용감하게 싸우다가 가장 처음 사망한 훈련병이 되었다. 위웅비, 유관덕, 장이삼은 제법 요령있게 전투를 벌이면서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상처를 입고 전장에서 이탈했다.

위웅비가 처참한 전투의 현장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나 말이야. 제법 강해졌다고 생각했거든.“

“저도 그렇습니다. 형님.”

“나는 아니었는데.”

장이삼이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세 사람 중에서는 장이삼이 가장 요령이 좋은 편이었다. 그나마 셋 중 유일하게 거동이 가능한 녀석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얍삽했고 좋게 말하면 상황판단능력이 뛰어난 편이었다.

“뭐, 이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 저 인간이 얼마나 강한지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일방적인 결과라니.”

“그건 장 가 저놈이 너무 한 거 아닙니까? 뻔히 이런 결과를 예측하고 무리하게 시킨거 같은데.”

유관덕은 제법 화가나는지 이를 갈고 있었다. 그는 현재 하반신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다. 대흉근이 휘두르는 주먹에 맞은 헌터하나와 부딪히며 척추가 부러진 것이다.

“경고를 한거겠지. 적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죽을 수 있다는.”

“후... 경고치곤 좀 과합니다.”

“내일이면 다들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외도사냥을 하다보면 이보다 끔찍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예방주사 맞은 셈 치라는거지. 겁이나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만.”

위웅비가 란테르트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가장 실력의 상승폭이 높았고,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다보니 가장먼저 뛰어들었고 가장 먼저 죽었다. 이번 전투가 그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거야 내일 적당히 위로해주면 될 일입니다. 그나저나 이런 이벤트가 있는 걸 보니 슬슬 훈련이 끝나가나 봅니다.”

“며칠 후면 약속한 4개월이니까. 다들 그동안 수고했다.”

위웅비가 유관덕과 장이삼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세 사람, 그리고 란테르트까지 더해 네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힘든 훈련의 나날을 버텨왔다. 그것도 이제 며칠이면 끝인 것이다.

“비록 정직원은 안되겠지만 지금 능력이면 이전보다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거다. 잘만하면 우리끼리 팀을 짜서 붉은색 외도를 잡을 수도 있을거야. 그렇게 되면 수입도 이전에 비해서 훨씬 더 늘어나겠지.”

“계약직으로 지원할 수도 있을겁니다. 델타스피릿에서도 용병을 고용하는 것 같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내 생각도 그렇긴 해.”

장이삼이 유관덕의 의견에 동의했다. 비정규직이라고 해도 델타스피릿의 대우가 좋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퍼져있었다. 하급헌터들의 일자리는 아직 많지 않았지만, 앞으로 결정체 생산을 위해서 고용을 늘릴 거라는 소문도 퍼지고 있었으니 한 번 기대해 볼만했다.

짝짝!

“다들 그 자리에서 듣도록. 좋은 소식이 있다.”

그때 장민성이 박수를 치며 시선을 모았다. 그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위웅비는 어쩐지 불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소식이라니... 괜히 느낌이 안좋은데.”

“이제와서 안 좋을게 뭐가 있겠습니까. 설마하니 훈련기간을 늘린다거나 하지는 않겠죠. 하하.”

유관덕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장민성의 말이 이어졌다.

“다들 기뻐하도록. 프로그램에 실전훈련이 추가되었다. 즉, 훈련기간이 한 달 정도 더 늘어나게 되었다.”

장민성의 말이 끝나자 모두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위웅비는 조용히 유관덕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으윽... 형님. 왜때리십니까.”

“시끄러 자식아. 말이 씨가 된다고. 너 때문에 이렇게 된거잖아.”

“그게 어떻게 저때문입니까... 그나저나 실전훈련이라는 게 대체 뭘까요?”

“모르면 물어보면 되지.”

위웅비는 손을 번쩍 들었다. 장민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질문을 던졌다.

“실전훈련이라는 게 정확히 뭘 말하는 겁니까?”

“외도를 상대로 한 훈련이다. 다들 신체는 단련했지만 실제로 외도를 사냥한 이들은 거의 없을테니 특별히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는 상당한 자원이 투자되는 만큼 다들 최선을 다해서 임해주었으면 한다. 그럼 오늘은 더 이상의 일정이 없으니 휴식하도록. 실전훈련은 사망자들이 전원 회복한 이후 시작하도록 하겠다.”

장민성이 말을 마치고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외도를 데리고 실전훈련이라... 어쩌면 오늘의 이벤트는 그를 위한 준비였던 모양이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형님?”

“외도를 상대하게 되면 좋던 싫던 죽음과 마주해야한다. 우리야 익숙하지만, 실전을 경험해본적이 없는 다른 훈련병들이 외도를 처음 만나게 되면 공포에 질리게 될 확률이 높지. 십중팔구는 가진능력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죽게 될거다.”

“아하. 그러니까 미리 한번 겁을 콱 주고 시작한다는 건가요?”

“그런 셈이지. 사실 붉은 색 외도정도는 주인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사실은 급조된 프로그램이었지만 위웅비의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실전경험이라는 것은 차후의 생존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그를 위해서라는 생각을 하자, 오늘의 무리한 전투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실전훈련까지 추가되어 한 달, 바깥 시간으로는 1주의 시간이 더 걸려서 드디어 모든 프로그램이 끝났다. 델타포럼에선 훈련이 끝났다는 공지가 떴고, 이제나저제나 가족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아제라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커다란 건물 안쪽에서 정확히 331명의 사람들이 천천히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 대부분은 훈련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전에 일반인이었던 이들이다. 하지만 지금, 던전안에서 온갖 훈련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온 그들의 눈빛은 충분히 단련된 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두들 수료 기념으로 받은 검을 하나씩 허리에 차고 있었는데, 훈련용 장비였지만 준의 제작기술로 만든 것인 만큼 대외도용으로는 다른 고가의 무기들에 비교해서 전혀 부족하지 않은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보!”

“아버지! 무사하셨군요.”

“엄마...!”

“어머니!”

여기저기서 가족들이 상봉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겨우 한달이었지만 안에서 얼마나 지독한 훈련을 하고 있는지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문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가족들을 만나는 훈련병들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는 자들이 속출했다.

그만큼 힘들었던 과정이고,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훈련을 5개월간이나 버텨왔다는 것에 모두들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이다 다들 힘든 것을 견디고 참아왔던 것이다. 위웅비가 란테르트를 향해 입을 열었다.

“가족은?”

“그것이... 하하... 사실 집에는 여행 간다고 하고 몰래 나간겁니다. 백수주제에 무슨 여행이냐며 엄청 혼났었는데.”

란테르트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 얼굴에는 혹독했던 지난 훈련의 그늘이 전혀 없었다. 훈련병들 중 그가 가장 뛰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그 천성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어쩔 생각이야?”

“일단은 집에 가야겠죠. 그뒤로는...”

란테르트는 잠시 고개를 돌려 훈련병들의 뒤에 서 있는 장민성을 쳐다보았다.

“잠시만요.”

그는 위웅비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장민성에게 달려갔다. 퇴소하는 와중에 단 한녀석도 자신에게 인사를 하러 오는 사람이 없어 내심 섭섭해하고 있던 장민성이 짐짓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저기 말입니다. 혹시... 교관이 더 필요하지 않습니까?”

“음...?”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실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교관의 숫자가 더 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훈련병들 중에서 뽑을 계획은 없다.”

“생각해보십시오. 이 훈련을 겪은 사람만이 제대로 훈련을 시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존의 헌터들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훈련을 시키는 일에 서투릅니다. 저라면 제대로 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겁니다.”

“내가 서툴렀다는 말인가?”

“그,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라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흠... 과연.”

장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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