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24화 (42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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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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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어주는 것은 건물뿐입니다. 유통라인은 그대로 살아있으니 잠시 건물만 옮겨서 운영하시면 됩니다.”

“그 돈은 어디서 나오고? 아버지가 그 돈을 내줄거 같아? 그 건물이 얼마짜린데 그걸 내주면 회사에서 날 가만히 내버려 둘까?”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게 최선입니다. 일단은 지부장님께서 나오셔야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닥쳐! 당장 준 알스버근가 뭔가 하는 벌레새끼한테가서 전해! 내 돈은 한푼도 가져갈 수 없다고!”

“잠시 진정하시고 제 말을 좀 들어...”

“듣기 싫다고 했잖아!”

빽, 하고 소리를 지르며 성기용은 그에게 손을 휘둘렀다. 장원삼 과정의 머리가 돌아가고 그의 뺨에 선명한 붉은 자욱이 남았다. 성기용도 순간적으로 놀랄 정도로 제대로 맞은 것이다.

“저, 저기 그것이...”

“분이 좀 풀리셨습니까.”

“무슨...”

“지금은 화를 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일단은 지부장님께서 이곳을 나와야 무엇을 도모하든 할 수 있습니다. 준 알스버그는 이 협상이 결렬되면 지부장님을 계속해서 이곳에 가둘 생각입니다. 육개월이라고 하셨습니까? 그 시간이 육년, 육십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까지 오래 날 가둘 순 없을거야. 아버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고... 나도 인맥이라는 것이 있어.”

“3개 통신사가 현재 델타스피릿에 압박을 넣는 중입니다. 아마 그쪽 지부장님들과 친밀한 사이셨지요?”

“그래. 다들 못나긴 했어도 의리는 있는 놈들이었지.”

“친구를 아주 잘못사귀진 않으셨던 모양입니다만...”

보통 재벌가의 자식들이란 끼리끼리 모여서 노는 법이다. 그리고 거기에서도 또 등급이 나뉜다. 현재 란도넬 행성에 있는 통신사의 지부장들은 전부 성기용과 막역한 사이였고, 동시에 다같이 가문에서 그다지 기대받지 못하고 있는 동료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신들끼리 더욱 유대감을 느끼며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장원삼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현재 란도넬 행성은 외부와의 통신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그 때문에 제가 잠시 나가있었던 거였습니다. 준 알스버그가 어떻게 했는지 아십니까?”

“화들짝 놀라서 협상을 하려고 했겠지. 그래서 네가 이곳에 들어온 거 아닌가?”

“통신 위성을 만들었습니다. 아마 곧 통신이 재개될겁니다.”

“뭐라고? 대체 무슨수로... 아니 그보다 통신사업은 연합법에 따라서 3개 사만 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거 아니었어?”

“수익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자체적으로 통신망을 구축해서 외부와 연결하고, 요금을 받지 않는 식으로 회피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서 친구분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입니다.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할 판이니까요. 아마 조만간 본사로 소환될 겁니다.”

“그런...”

“조금은 감이 오십니까? 지금 우리가 누굴 상대로 하고 있는지?”

“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갤럭시 인더스트리를 상대로 배짱을 부리지는...”

“정신차리십시오.”

장원삼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성기용이 울컥하며 장원삼을 노려보았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기댈 사람은 장원삼 뿐이라는 사실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현재 델타스피릿과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사업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십니까? 얼마전 있었던 파티마제국과의 전쟁에서 어떻게 이겼는지는 알고 계시는 겁니까? 만약 지부장과 준 알스버그를 저울질 하게 되면 최종적으로 어느쪽으로 추가 기울지 생각도 안해보신겁니까?”

“너... 감히...”

성기용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의 말은 전부 옳다. 그라고 돌아가는 판세를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 그의 자존심은 준 알스버그라는 작은 기업의 대표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을 도저히 용납하지 않았다.

“선택하셔야 합니다. 자존심을 굽히는 것과, 이 좁은 세상에서 평생동안 사는 것. 부디 전자를 선택하길 바랍니다.”

“야! 이 새끼야! 누가 그걸 몰라!”

“아시는 분이 왜그러십니까?”

“니가 적당히 기분을 풀어줘야 내가 알았다 하고 머리를 숙일거 아냐! 지금 니가 그렇게 나오면 내가 뭐가 되는데?”

“저는 지부장님 부하가 아닙니다. 기분 맞춰드리자고 있는거라면 나가서 다른 사람을 찾으십시오.”

“뭐라고? 너 내가 아버지에게 말만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해보십시오. 어떻게 되는지.”

장원삼은 성기용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본사와 델타스피릿을 오가며 온갖 고생을 도맡아서 한 장원삼이었다. 그런 만큼 돌아가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만큼은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기에, 성기용에게는 미래가 없었다. 장원삼이 그를 빼내려고 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델타스피릿과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성상민 회장이 버린 자식이라고 할지라도 성기용이 계속해서 준에게 잡혀 있으면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다.

재벌체제의 기업환경은 오너의 감정변화가 큰 변수다. 애초에 그런 변수를 차단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이익!”

퍼억!

성기용은 주먹을 쥐고는 장원삼을 내리쳤다. 그는 가만히 맞았다. 반격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그에게 독설을 하는 것과 그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다른문제다.

장원삼이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입을 열었다.

“협상문입니다. 여기에 놓고 갈테니 마음이 바뀌시면 말씀하십시오. 잠시 나갔다가 오겠습니다.”

“할 게. 빌어먹을! 한다고!”

“잘 생각하셨습니다.”

장원삼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약간의 트러블이 있긴 했지만 결국 협상은 이루어졌다. 그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성기용을 이곳에서 빼낼 수 만 있다면 상관없는 일이었다.

“너 이새끼...”

성기용은 준을 보자마자 이를 뿌드득 갈았다. 한동안 화를 내는 것 조차 지쳐있었지만, 본인을 앞에 두고보니 새삼 분이 치미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준은 그를 상대하는 대신 장원삼을 향해 입을 열었다.

“협상문은 보안절차를 거쳐서 조정기관으로 보낼테니까. 쓸데없는 뒷말 안나오게 하고.”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가보십시오.”

장원삼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부들거리는 성기용을 의식하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멍청해도 여기서 사고를 치진 않겠지.’

생각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돌발적인 행동을 하면 언제든지 그를 저지시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 이만 가보지. 퇴거는 빠른 시일내로 해주도록 해.”

“웃기지마! 누가 이런 말도 안되는 협상문을 지킨다고!”

결국 참지못한 성기용이 협상문을 저장하둔 스마트패널을 집어던지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장원삼의 표정이 썩어들어갔고,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준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그래서? 권력 좀 손에 잡더니 무서운게 없다 이거냐? 어디 한 번 맞짱 떠볼까?”

성기용은 웃옷을 집어던지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쿵쿵.

그러자 바깥에 있던 경비원이 안 쪽으로 들어와 성기용의 두 팔을 봉쇄하고는 그를 압박했다.

“이 씨발것들! 한 번 남자답게 일대일로 붙어보자고! 누가 이기나 씨발!”

“지부장님! 그걸 말이라고!”

“좋아.”

“알스버그님. 지금 지부장님은 너무 오랫동안 갇혀 있어서 제정신이 아닌 상황입니다.”

“미친놈에게는 매가 약이지. 풀어줘.”

준의 명령에 경비원들이 성기용을 묶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러자 그는 잡혀있던 어깨를 풀면서 준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내가 씨발. 지난 육개월동안 니 면상에 주먹을 꽂는 상상을 하면서 지냈다.”

“야동 생각이 아니라?”

“뭐, 뭐라고?”

“거의 600편이 넘는 작품을 봤던데. 그것도 풀버전으로. 하루종일 야동만 6개월 동안 보는 머리는 대체 어떤 머리인 건지. 그정도면 중증아닌가?”

“설마 본건 아니겠지?”

“왜 아니겠어?”

준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던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안에 들어가지 않고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와아아아!”

성기용이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뻐억!

장원삼이 눈을 질끈 감았다.

“으음...”

성기용은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처음보는 호텔방이었다.

“여긴 어디지...”

“헤인즈워드 호텔입니다.

“끄응... 그 자식은...?”

“누구 말입니까?”

“준, 준 알스버그! 그 작자는 어디있냐고?”

“그 분이라면 저기 프라이어 빌딩에 계시겠지요.”

“그 분? 넌 대체 어디 직원이냐? 델타스피릿에서 파견된 스파이 아니야?”

“쓸데없는 짓은 이제 그만하십시오. 당분간 업무는 이 곳에서 보시는 걸로 하십시오. 비서들도 곧 이곳으로 부르겠습니다.”

“됐어. 회사건물도 없는데 회사가 돌아가기나 하겠어? 당분간은 올 스톱이야.”

“대체 어쩌시려고...”

“그 자식 면상을 한 방이라도 때리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아.”

“정신차리십시오. 그 분은 상급헌터들도 상대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헌터도 아닌 일반인인 지부장님께서 뭘 어쩌시겠다는 겁니까? 정 억울하면 차라리 회장님에게 가서 사정이라도 하십시오. 함대를 보내서 혼을 내달라고요.”

물론 성상민 회장이 그런 말도 안되는 부탁을 들어줄리 없었다. 더 이상 투정부리지 말라는 뜻에서 한 이야기였다.

“날 뭘로보고 그런 소릴 하는거야? 남의 손을 빌릴 생각따위는 없어.”

“그럼 대체 뭘 어쩌시려고...”

“헌터가 되면 될거아냐?”

“...네?”

장원삼은 드디어 성기용이 돌았다고 생각했다. 마약에 찌든 머리로 혼자서 반년이나 지내다 보니 드디어 머리가 이상해 진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내가 헌터가 돼서, 그 자식보다 더 강해지면 될거아냐!”

“그... 그걸 말이라고...”

장원삼은 기가막혔는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왜? 나라고 못할거 같아? 그 애송이가 할 수 있는 걸 내가 못한다고 생각하는거냐?”

“네.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이 새끼 존나 단호하네.”

“준 알스버그의 강함은 이례적입니다. 아마도 현재까지 알려진 헌터들 중에서는 열 손가락에 들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지고한 경지를... 지금까지 노력이라고는 해본적도 없는 지부장님이 이룰 수 있을거라고... 아니 애초에 최하급의 경지에라도 들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닥쳐. 돈이면 다 돼. 그 뭐냐, 영약같은거 있잖아.”

“헌터로 만들어 주는 약 말입니까?”

헌터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다보니 별의별 것들이 만연하고 있었다. 한 알이면 마나를 깨닫게 해준다는 약에서부터, 장복하면 꾸준히 마나량을 늘려주고 신체능력을 끌어올려준다는 약초같은 것들도 있었다.

대부분은 가짜였지만, 개중에 진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그 자식도 아마 그런 걸로 실력을 키웠을거라고.”

물론 성기용의 말에 일말의 진실이 섞여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준 역시 일반적인 헌터들처럼 신체를 단련하여 그 수준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행운이 그에게 찾아올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수준에 오른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잘해봐야, 마나를 깨달은 일반인 정도겠지요.”

“젠장! 그럼 그거 있잖아! 그 헌터양성프로그램 인가 하는 거!”

성기용은 문득 델타포럼에서 보았던 글이 떠올랐다. 힘든 들지만, 확실히 실력을 키우는데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지금 델타스피릿에서 진행하는 헌터양성프로그램을 말하는 겁니까?”

“그래! 그거!”

“그러니까 준 알스버그님이 만든 프로그램을 이수해서, 준 알스버그님을 쓰러뜨리겠다는 겁니까?”

“씨발. 그래. 맞다! 뭐 불만있냐?”

“그걸 말이라고... 아니. 아닙니다.”

장원삼은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번 기회에 그를 제대로 갱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평생을 놀고먹기만 했던 인간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는 것까지 막을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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