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21화 (42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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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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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예술품과 황금 식기 등이 아니라 이런 평범한, 물론 오래되었다고는 하지만 비교적 생활용품들이 고대유물로 취급되는 것은 모두다 특수능력이 붙어 있는 물건들이기 때문이었다.

준은 그 아이템들을 스펙을 하나하나 확인하고는 백발사내가 내어주는 커다란 가방에 그것들을 담았다.

그러자 퀘스트가 갱신되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 ‘고대의 보물’이 완료되었습니다. 보물들을 사용하여 던전핵을 찾아 파괴하십시오.

던전핵 파괴(0/1)

‘이걸 사용하라고?’

준은 보물들을 살폈다. 하나같이 모두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이었다. 아마도 이것들을 전부 착용하면 던전핵이 있는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모양이었다.

준은 안경을 슬쩍 쓰고는 입을 열었다.

“염동력을 사용할 줄 아는건가?”

“어느날 갑자기 할 수 있게 되더군. 자네도 그런 듯 한데.”

사내는 준의 뒤에서 오리새끼들 처럼 따라다니는 니들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뭐, 그렇지. 그나저나 이 물건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데. 어디서 구한거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더군. 참. 그러고 보니 통성명을 못했군. 내 이름은 아이작이라고 하네.”

“준.”

“헌데 지금 뭘하는 건가?”

“이걸 사용해야 이 던전의 핵을 찾을 수 있거든.”

“핵?”

“이 던전을 유지하는 힘이지.”

“그런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아이작은 신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500년간이나 이곳에서 살면서 그런 것도 몰랐다는 건가?”

“그저 성안에서 시간을 보낼 뿐이었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책을 읽는 것 밖에는 없었다네.”

“어쨌든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금방 나갈 수 있게 해줄테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며 모든 아이템들을 착용했다. 깃털펜은 앞가슴에 꽂고 회중시계는 왼손에 들었다. 손에 든 지팡이로 가볍게 땅을 툭, 치자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이 넓게 퍼지며 던전 전체를 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준은 미니맵으로, 그리고 자신의 눈으로 던전핵이 있는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쿵. 쿵.

던전핵은 마치 심장처럼 아이작의 가슴 왼편에서 거칠게 뛰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외도가 가지고 있는 결정체처럼 그 존재의 기반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대부분의 던전 보스들이 그렇듯이, 눈앞의 존재가 이 던전을 지키는 최종수문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와 다른 점은 그가 인간이라는 점이다. 물론 지금은 인간이라고 하기 힘든 상태였지만, 적어도 인간의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던전핵을 먹고 외도화 되었던 그랑튀르 뒤부어라는 사내의 경우가 있긴 했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당시는 그랑튀르가 외도를 죽이고 나온 던전핵을 삼켰다면, 지금은 그의 존재 자체가 던전보스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거... 굳이 죽여야 하는 건가...?’

하지만 던전을 귀속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 되었건 던전핵을 취하는 일이 필요했다. 이 던전을 유지시키는 힘을, 즉, 던전핵을 얻어 권한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멀쩡히 살아서 움직이는 인간을 죽여서 던전핵을 뽑아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무얼 그리 고민하는 건가?”

그런 준의 표정을 읽었는지 아이작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 쪽을 죽여야 이 던전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준은 있는 그대로 이야기 했다. 굳이 그를 속여봐야 얻을 것도 없었고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가. 제법 아쉽군.”

그 말을 하는 그의 표정에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자신이라고 해도 이런 외도밖에 없는 곳에서 오백년을 살아왔다면 바깥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를 죽여야만 이곳을 귀속시키고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쪽 가슴속에 던전핵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뭔가 나를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 정도. 그걸 던전핵이라고 부르나보지?”

“그걸 가지고 있어야 이 던전을 유지할 수 있어.”

“없다면? 자네는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건가?”

“그런건 아니지만...”

준은 잠시 주저했다. 어쨌거나 40만 EP를 들여서 생성한 공간이었다. 본전도 뽑지 못하고 그냥 떠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클리어 하기도 전에 아이작을 데리고 던전바깥으로 나가게 되면 던전은 그냥 사라지고 다시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이래저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끙... 그냥 포기해야하나... 아이템도 얻었고... 가격대비성능은 구리지만.’

아이작이 넘겨준 보물들은 하나같이 특수능력이 붙어 있었다. 거대거북의 지팡이만 해도 실드생성능력이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40만 EP값을 하는 것은 아니다. 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계약을 맺으면 괜찮지 않을까?’

펠로우쉽 계약은 계약자 서로를 죽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것은 물론, 준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전투중에 준이 날린 광역기에 혹시라도 아군이 맞아 죽으면 안되기 때문에 이 제한은 상당히 유용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아이작에게 계약을 맺어두면 심장을 대체하고 있는 던전핵을 꺼내게 되더라도 죽지 않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한데.”

“뭔가?”

“그리 어렵지는 않아. 물론 약간의 제약은 있을거야.”

준은 펠로우쉽 계약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현재 펠로우쉽은 막스가 만들어 낸 규약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즉, 절도나 살인 같은 범죄행위를 저지르게 되면 그 죄질에 따라 펠로우쉽 기능의 일시 정지나 최악의 경우 계약파기까지 이를 수 있었다.

가만히 설명을 듣던 아이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악의 경우 계약파기인가. 그다지 불리할 것도 없는 일이로군.”

사실 외도에게 있어 펠로우쉽 계약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불리하다고 봐야했다. 호감도 시스템에 의해 준에게 반강제로 종속당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항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체력시스템으로 전환되기 때문인데, 이는 외도끼리의 전투에서는 이득이지만 인간과 싸울때는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준은 아이작에게 펠로우쉽 계약을 걸었다. 계약은 승인되었고, 준은 그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용자 : 아이작

결정도 : 107

클래스 : 인간

속성 : 불

체력  : 1800/1800

‘인간...?’

확실히 이 자는 특이했다. 인간이면서 외도와 같은 방식으로 계약이 맺어졌다. 스탯도 없고 가진 것은 오로지 결정도와 체력뿐. 기술창도 아직 생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정도도 낮고, 딱히 이렇다할 기술이랄 것도 없는데 어떻게 이 고성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었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아이작이 그런 준의 의문에 간단히 대답했다.

“그 괴물들 말인가? 굳이 날 공격하지는 않던데. 자네 생각보다 평화로운 곳이었네 이곳은.”

“같은 외도라고 해서 공격을 하지 않을리는 없고. 초식외도들이 많아서 그런 건가.”

외도들에게도 성향이라는 게 있다. 어떤 녀석들은 더 공격적이고 어떤 놈들은 덜 공격적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자기들 사이의 이야기였고, 인간을 만나면 죽자고 덤벼드는 것은 같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조금 아플텐데. 잠깐만 참으면 될거야.”

준은 라이트 세이버를 뽑아들고는 아이작을 향해 다가갔다. 아무리 준이라도 남의 가슴에 손을 집어넣어서 심장을 뽑고 싶지는 않았다.

“으음... 정말 괜찮은 건가?”

오백년을 살아온 인간일지라도 죽음에 대한 공포는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마. 절대로 죽지는 않을테니까.”

던전을 귀속시키는데 성공한 준은 아이작이 회복되길 기다린 후, 함께 던전을 빠져나왔다. 200층의 크리스탈 룸에서 주변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조용히 떨리고 있었다.

“지금이 몇 년이지?”

“2184년. 그래봐야 서로 다른 지역일테니 별 상관은 없을텐데.”

준은 적어도 그가 지구에서 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슷한 역사를 지닌 비슷한 환경의 우주에서 고립된 인간. 도른처럼 그도 어쩌다 파편화된 우주에 홀로 남아 살아남게 된 것일지도 몰랐다.

“그럼 여기는 지구가 아닌건가?”

“여기는 란도넬 행성이야. 아니, 그보다 당신이 있던 곳이 지구였나?”

준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랬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확실하진 않군.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는 내가 누구였는지도 잊어버릴 지경이라네.”

“지구라...”

던전이 파편화된 우주의 잔재라면, 거기에서 지구가 튀어나올 일은 없어야 했다. 지구는 지금도 멀쩡하게 살아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자의 말이 진실이라면, 던전에 대한 기본정보부터 다시 수정해야했다.

“혹시 당신이 그 던전에 가게 된 경위를 말해줄 수 있겠어?”

“어렵지 않지.”

아이작은 그렇게 말하며 입을 열었다.

“나는 연금술사라네.”

아이작은 당시 제법 유명한 연금술사였다. 연금술이 유명인사들 사이에 퍼졌을 무렵, 자신도 전 재산을 쏟아부어 연금술에 투자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험은 모두 실패로 끝났고, 한 귀족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하던 중 돌연 이상한 공간왜곡과 함께 얼마전까지 자신이 있던 바로 그 던전으로 빠졌다고 한다.

고성도 본래 그의 소유는 아니었다. 연금술에 관심이 많던 귀족이 그에게 실험실을 내어주고 연구비를 지원해주다보니 그곳에 있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간 너머에 떨어진 것은 오직 자신과, 자신의 연구실이 있던 그 성 뿐이라고 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준이 입을 열었다.

“설마 당신 이름이 아이작 뉴튼은 아니겠지?”

“하하. 아니라네. 이름이 같을 뿐. 그런 사람과 나를 비교해주다니 고맙긴 하지만 말일세.”

“하긴... 그럴리 없지.”

아이작 뉴튼은 85세까지 잘 살다가 노환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연금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처럼 젊지도 않았고 실종 된 적도 없었다.

“그럼 우연히 공간왜곡이 생기고 그쪽을 통해서 던전으로 떨어졌다는 말이군... 연금술 실험의 영향일 수도 있겠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네.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나중에는 신이 내게 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했지.  먹거나 자지 않아도 얼마든지 또렷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거든. 실험도 지속할 수 있었지. 나중에는 재료가 떨어져서 불가능했지만, 이론은 얼마든지 세울 수 있었거든. 그리고 그렇게 500년의 세월이 흘렀지.”

“제법 오래 살았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

“왜 안들었겠나. 슬슬 사는 것도 지겨워질 무렵이었지. 하지만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연구들을 단 한번도 제대로 실험해 보지 못한다는 것이 억울했지. 어떻게든 살아서 여길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네.”

“그런 것 치곤 별로 기뻐보이지 않던데.”

“오랫동안 혼자 살다보면 감정표현에 서투르게 되지.”

“그런가.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일단 이 세계를 좀 알아야겠지. 궁금한 것도 많고. 연금술이라는 학문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네.”

“예전이라면 허튼소리로 치부되겠지만, 당신 운좋게 좋은 시기를 찾아 온 것 같군.”

웜홀이 열리고 외도가 침범하면서부터, 허황된 이야기에 불과했던 연금술도 생명을 얻었다. 4대원소를 이용한 실험들이 실제로 결과를 내보이기 시작했고 과학과는 또다른 분파로서 연금술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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