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7 ----------------------------------------------
헌터양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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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러던가.”
“아저씨. 나도 가면 안 돼?”
“넌 왜?”
“궁금해서.”
“귀찮아 할 줄 알았더니. 그럼 가고 싶은 사람들 손 들어.”
준이 그렇게 말하자 검둥이만 빼고 모두 손을 들었다. 검둥이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목덜미를 벅벅 긁고 있었다.
준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없는 곳이었다.
“넌 왜 손을 들고 있는 거냐?”
“어? 보여?”
갑자기 허공에서 오펜하이머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보일 거 같냐?”
“그런데 어떻게 안거야?”
“너라면 왠지 그럴 것 같아서.”
“아니. 그전에 내가 여기에 있는지 어떻게 안거야?”
“숨소리가 무슨 천둥처럼 들리던데. 여기에서 너 거기 없는 거 모르는 사람 있을 거 같냐?”
“난 몰랐어요.”
준이 시미를 앞주머니 안으로 밀어넣고는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너 자꾸 남의 방에 멋대로 들어오지 말랬지? 네 방 두고 왜 여길 돌아다니는 거야?”
“그... 그게 심심해서.”
“심심하면 친구라도 만들던가. 아니면 제임스를 따라다니던가.”
“그 오빠 무서워. 들키면 엄청 짜증내면서 꺼지라고 한다니까. 원래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야?”
“내가 말했잖아. 걔 엄청 성격 까다롭다고.”
“어쨌든 나 할당량도 채웠고 할 일도 없는데 끼워주면 안 돼?”
“안 돼. 여기서 검둥이랑 놀고 있어.”
“남자랑 둘이 있으라고?”
오펜하이머가 쑥스러워 하며 얼굴을 붉혔다.
“지랄도 그 정도면 별 다섯 개다.”
결국 오펜하이머까지 끼워서 던전탐사를 나섰다. 검둥이는 끝까지 가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엘라의 손에 끌려서 가게 되었다. 기왕 이렇게 된거 팀은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그녀의 억지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다들 가능한 한 내 곁을 벗어나지마.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며 람다와 시그마의 조각을 깨웠다. 두 조각의 힘을 불러일으키자, 던전생성 기술이 활성화 되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기술, 던전생성이 활성화 됩니다. 기술레벨이 상승하여 옵션기능이 활성화 됩니다. 옵션을 통해서 던전의 환경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음?”
“뭔가 이상해?”
“아니. 잠시만 기다려봐.”
준은 서두르는 엘라를 달래고는 가만히 옵션창을 들여다보았다. 던전생성 기술을 사용한 것은 몇 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던전생성의 등급이 중급으로 상승한 것이다.
‘아무래도 제타를 흡수한 때문인 거 같은데. 아니면 20레벨때문인가...?’
알 수 없을때는 시스템을 호출하는 게 편했다. 준은 델타 시스템에 질문을 던졌다.
-던전생성의 등급이 상승한 이유를 좀 알려줄 수 있겠어?
-오리진의 조각으로 생성되는 스킬은 따로 숙련도가 존재하지 않는 대신, 일정이상의 경험치를 보유하는 것만으로 등급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20레벨을 달성함으로 던전생성 기술이 중급으로 상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군.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간이동 기술 등에는 등급이 따로 없기 때문에 등급이 오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준은 던전생성 기술의 옵션을 열었다. 거기에는 몇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다름아닌 난이도 조절 슬롯이었다.
‘총 일곱단계로군.’
예상난이도는 외도의 색깔과 동일한 스펙트럼 형태로 되어 있었다. 붉은색부터 보라색까지 있었는데 가장 낮은 단계인 붉은 색 던전의 경우 생성하는데 약 20만 가량의 경험치가 들었다. 기존에 들어가던 경험치와 같은 양이었다. 그리고 등급이 올라갈수록 약 두 배의 경험치가 들었는데, 최종적으로는 약 1000만이 넘는 경험치가 소모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잠김상태가 되어 열리지 않았다.
‘현재 열 수 있는 난이도는 두 개 뿐이군.’
붉은 색과 주황색이었다.
-다른 난이도를 여는 조건은 어떻게 되는거지?
-던전클리어를 진행하게 되면 업적이 쌓이고 그를 통해서 열 수 있습니다.
-업적? 그건 조각을 얻어야지만 주는 거 아닌가?
실제로 준의 프로필에 달려있는 업적은 모두 조각을 얻음으로 인해서 생긴 것들이었다.
-능력치가 생기는 주 업적이 아닌 것들도 존재합니다. 그런 업적들은 각 조건을 완수함으로서 얻게 되고, 일정 능력을 개방하는데 사용됩니다.
-그런가. 복잡하게 왜 그렇게 만들어 놓은거야? 그냥 간단하게 전부 열어버리면 되잖아.
-델타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능력을 개화시키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능력을 벗어나는 선택을 최소화 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준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준이 우겨봐야 정해진 시스템이 변동될리 만무했다.
‘그럼 일단 오늘은...’
준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붉은색 던전을 오픈했다.
-두번째 옵션을 선택해 주십시오.
‘이건 또 뭐야?’
던전을 개방하자 또 다시 세 개의 선택사항이 생겼다. 일반, 특이, 그리고 기타 던전이었다. 일반 던전은 말그대로 평범한 형태의 던전이었다. 입구가 있고, 출구가 있는. 그리고 준이 익히 알고 있는 평범한 외도들이 나타나는 곳이었다. 특이 던전은 몬스터의 공격패턴이나 던전의 구성이 일반던전과는 제법 다른 편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3번 던전 같은 특이한 형태의 던전들을 칭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타던전의 경우에는 시스템에서도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카테고리에 들지 않는 던전이라는 말을 할 뿐이었다.
특이 던전과 기타 던전에서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준은 안정적으로 일반 던전을 선택했다.
그러자 그제서야 익숙한 형태의 웜홀이 공간을 일렁이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엘라는 생각보다 적응이 빨랐다. 처음으로 하는 외도와의 전투였지만 금세 쓸어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직접 칼을 들고 직접 전투를 한 것은 아니었고 프랜시리즈를 이용했다. 인벤토리 안에 잠들어 있는 녀석들을 꺼낸 것이다.
현재 그녀의 인벤토리는 총 열 칸으로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최소 열 기 이상의 프랜시리즈를 저정 할 수 있었고, 현재 저장되어 있는 녀석들의 수도 딱 10기였다.
준이 엘라를 데리고 올 수 있었던 이유도 전투를 그 프랜시리즈에 맡기면 될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저기... 알스버그님?”
메이드 복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뿌리고 있던 스위니가 준을 향해 더듬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그게 말이에요...”
그녀는 잠시 주저하더니 눈을 질끈 감고는 입을 열었다.
“제, 제 생각에 이건 좀 위험한 거 같은데요?”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
“그게...”
스위니는 고개를 슬쩍 돌리며 피떡이 되어 널브러져 있는 외도들을 가리켰다.
“원래 높은 사람들의 교육방침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제 생각에 이거 좀 19금 같은데...요?”
“...아.”
준은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펄은 신나게 외도를 도륙했고, 오펜하이머도 몸좀 풀겠다는 듯 마법을 난사했다. 외도는 분해되고 터져나갔다. 물론 프랜시리즈가 구멍을 뻥뻥 뚤어버린 외도들도 상당수 있었다.
“너 괜찮냐?”
엘라는 프랜시리즈들의 상태를 점검하다가 고개를 들고는 입을 열었다.
“응. 안다쳤는데?”
“그게 아니라... 좀 속이 울렁거린다던가. 너무 잔인해서 못보겠다던가.”
“괜찮은데?”
“그럼 됐고.”
“자, 잠깐만요!”
스위니가 얼른 끼어들었다. 두 부녀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대로 괜찮은 건가요? 정말요? 지금 엘라 양도 그렇고 다들 어린데. 이런 잔인한 짓을 할 필요는 없잖아요.”
“상관없지 않을까? 어차피 사냥이라고 생각하면 나쁠 것 없고.”
준이 입을 열었다. 지금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들은 상당수가 곤충형 외도였다. 물론 중간중간 야수형 외도가 있긴 했지만, 같은 외도인데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된다고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애초에 외도사냥이 딱히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연합은 국가적으로 외도사냥을 권장하고 있었고 실제로 외도사냥에는 어린나이에 마나를 깨닫고서 헌터사냥을 하러 나서는 아이들도 제법 되었다. 장민성도 그런 케이스였고, 지금도 그런 아이들이 제법 많았다. 헌터에는 나이가 없다는 것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었다. 외도에 의해 멸종당할 위기에 까지 빠졌던 경험이 있는 인류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는 관대한 편이었다.
“그런가요...? 엘라는 정말로 괜찮은거야? 일단은 아직은 생명의 소중함 같은 걸 배울때라고 생각하는데.”
스위니가 엘라를 향해 몸을 낮추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엘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 말에도 일리는 있네요.”
“그럼 여기서 기다리면서 프랜시리즈들만 보낼게요. 그러면 되는 거죠?”
“그런 이야기가...”
“됐고. 그냥 가. 어차피 경험치 라고 생각하면 별것도 없어. 그리고 던전안에서 죽인 놈들은 금방 사라진다고.”
준은 스위니의 말을 끊고 주변을 가리켰다. 그의 말대로 죽은 외도들의 사체가 어느샌가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그, 그러네요.”
스위니는 뭔가 찜찜한 얼굴이었지만, 이내 포기하고는 일행을 따라나섰다.
던전을 클리어 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펄과 오펜하이머라는 존재가 준이 굳이 나서도 되지 않을 정도의 파괴력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준은 가능하면 그 둘을 자제 시키며 스위니와 엘라가 활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엘라는 프랜이 있으니 상관없었지만 문제는 스위니였다. 외도를 눈앞에서 본 것도 처음이었고, 전투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보니 이렇다 할 전투 기술도 없었다. 때문에 준은 그녀에게 니들건을 쥐어주고 사용법을 가르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 발 중 한발도 제대로 맞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그래도 니들건 자체의 위력 덕분인지 제법 외도를 처리할 수 있었다. 던전이 마무리 될 즈음에는 제법 익숙해 졌는지 명중률도 올라, 열발 중 두발 정도는 맞출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보스는 제법 강해 보이는 대형 집게벌레 였는데, 나타나자마자 프랜시리즈에 벌집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대외도전용병기의 무서움이었다.
엘라가 프랜시리즈, 그중에서도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른 기계들은 파워버프걸을 카피하느라 외모가 조금씩 달랐지만, 프랜만은 약간 서은설을 닮은, 최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수고했어.”
“별 말씀을.”
자세를 숙이고 있던 프랜이 몸을 일으켰다. 그동안에 개량을 좀 많이 했는지 목소리의 기계음이 거의 빠져있었다.
“그럼 슬슬 마무리를 지어볼까.”
준이 대형집게벌레가 품고 있던 던전핵을 집어 들었다. 아이템의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쉬워 할 것도 없었다. 던전핵의 용도는 현재로서는 순간 각성능력 정도밖에 밝혀진 바가 없었기 때문에 던전을 깨뜨려서 퀘스트완료를 하는 편이 경험치를 훨씬 많이 가져갈 수 있었다. 게다가 준의 경우는 제타의 조각으로 인해 추가 경험치 30퍼센트까지 있기 때문에 경험치의 손실이 거의 없이 제법 돌려받을 수 있었다.
다만 그렇게 되면 애초의 목적인 던전귀속에서는 멀어지는 셈이었지만, 일단 첫 던전은 깨뜨려서 퀘스트 경험치를 받는 쪽으로 가기로 했다. 엘라와 스위니에게 경험치를 몰아주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그다지 마음에 드는 던전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다.
‘동굴형 던전은 어둡기만 하고 환경이 별로니까.’
기왕이면 오픈 된 곳이 귀속시키기에는 좋았다. 2번 던전처럼 아예 공장같은 건물이 있어서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금상첨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