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16화 (41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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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양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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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금...”

“명령불이행으로 당장 쫓겨나고 싶은가?”

“크으...”

위웅비는 장민성의 강압적인 태도에 분기가 치밀었지만 그렇다고 더 반항했다가는 정말로 쫓겨날 수도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도 이번 기회는 중요했다.

“2912번 훈련생. 힘든가?”

“조금. 하아. 하아. 힘듭니다.”

10여분간의 휴식이 있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기본체력이 없는 상태에서 지나치게 혹사를 시킨 탓에 호흡조절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포기하도록.”

“아, 아닙니다!”

란테르트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했다. 하지만 몸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여하튼 어딘가 고장이 나긴 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장민성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태도였다.

“휴식 끝. 다시 체력훈련을 1번부터 시작한다. 모두 기립!”

장민성의 말에 사람들이 꾸물꾸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일반인들이라 이미 사점조차도 지난 상태였다. 이런 상태로는 회복도 제대로 되지 않이 몸이 식고 나면 최소 한 달 이상은 드러누워서 정양을 해야할 판이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위웅비로서는 답답할 뿐이었다.

그는 참다 못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식의 단순반복 훈련을 죽을때까지 굴려봐야 결국 몸만 상할 뿐입니다. 이들은 헌터도 아니고 일반인 아닙니까. 제발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위웅비는 거의 사정조였다. 장민성이 짧게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이곳은 바깥에 비해 신체회복속도가 빠르다. 그러니 그런 걱정말고 훈련이나 똑바로 하도록.”

“그렇지만...”

이미 사전에 설명을 들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실제는 달랐다. 눈앞에서 거의 죽어 갈 것 처럼 휘청거리는 란테르트를 보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그는 란테르트를 부축했다.

“그만하자. 이러다가는 정말로 죽겠다. 헌터가 되려다가 죽으면 무슨 소용이냐.”

“형님. 전. 괜찮. 습니다.”

“뭐 임마? 너 지금 죽기 일보직전이야.”

“제가. 잘하는 거라곤. 이것. 밖에. 버티는 것. 밖에 없습니다.”

“후... 제기랄.”

위웅비는 긴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지옥같은 하루를 버틴 것은 처음의 3800명 중에서 겨우 1000명이었다. 거의 4분의 1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그들은 전부 포기선언을 했다. 욕할 기운조차 없는 그들은, 따로 공장의 다른 건물에 수용되고는 다음날 퇴소하도록 결정되었다. 지금 상태에서 던전 밖으로 나갔다가는 신체의 기능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란테르트는 어떻게든 하루를 버텨낼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버텼다기 보다는 정신을 잃고 기절을 한 것이다. 도저히 정신을 차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장민성이 그를 포함해 정신을 잃고 쓰러진 이들을 따로 모아 빈 공장에 던져넣었다. 위웅비도 그때쯤에는 이미 지칠대로 지쳐 항의를 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자, 위웅비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위형. 이거 뭔가 이상한데요?”

“그렇지? 왜 이렇게 몸이 가뿐한거지?”

위웅비와 함께 있는 두 명의 헌터들은 모두 장이삼과 유관덕이라는 이름으로 위웅비와는 의형제를 맺은 사이였다. 그들은 거의 10여년을 함께 활동한 사이로 친형제 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말 그 개자식이 한말이 맞는 모양인데요?”

장이삼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면서 입을 열었다. 하루종일 굴려댄 결과 최하급이라고는 하지만 헌터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그들도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탈진한 상태였다. 그 정도로 몸을 혹사시키고 나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어야 하는 것이 정상. 하지만 전날의 그 혹독한 훈련이 꿈이었기라도 한 듯 정상 컨디션으로 몸이 돌아와 있었다.

“몸이 빠르게 회복된다고 하더니 정말인 모양이군. 아참. 그 친구는 괜찮을까?”

“금방 회복하지 않았을까요? 우리처럼.”

위웅비의 말에 유관덕이 입을 열었다. 그는 전설속의 유현덕처럼 팔이 거의 무릎까지 닿는 인물이었다. 그 이름도 부모님이 유현덕을 닮으라는 이름에서 유관덕으로 지은 것이었다. 팔이 길다보니 리치가 길어 근접 딜러임에도 상대적으로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싸울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들 형제는 란테르트를 찾아갔다. 예상대로 그는 개운한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

“비록 첫날에는 기절을 했지만 오늘부터는 다를 겁니다. 왠지 벌써부터 기운이 나는 게 다를 것 같습니다.”

“하긴. 회복만 제대로 된다면 실력을 키우기에는 이런 지옥훈련만한게 없긴 하지. 그 자식의 말이 맞긴 맞았군.”

위웅비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대체 여기는 뭐하는 곳일까요? 전 어디에서도 사람의 몸을 이렇게 빠른 속도로 회복시켜주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이정도면 병원도 필요없는 거 아닙니까?”

장이삼이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이 있는 곳은 폐공장. 원래의 형태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쓰러지기 직전의 엉망인 상태였다. 그나마 내부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잡동사니들은 한쪽 구석으로 치워져 있어 공간은 제법 넓은 편이었다.

“내 생각도 그렇긴 한데... 이 물건도 그렇고.”

위웅비는 손에 든 델타폰을 들고 만지작 거렸다. 지금에서야 익숙해진 물건이지만, 처음 델타폰을 사용했을 때 느낀 충격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스마트패널에서 물건을 바로 뽑아낸 다는 것도 원리를 알기 힘든 것이었고, 거기다가 구현화 기능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때는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에 감사할 정도였다.

“거기다 말이야. 뭔가 이상한거 모르겠어?”

위웅비의 말에 모두들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배를 툭툭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지금 배고픈 사람.”

“어...?”

“그러고보니, 우리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먹은 거 같은데.”

위웅비 일행중 가장 식탐이 많은 것은 유관덕이었다. 그는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배를 문질러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냥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회복됐잖아. 그리고 네가 힘들다고 배가 안고플 녀석이냐?”

위웅비의 말에 유관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물어보면 알겠지.”

위웅비의 말에 다들 훈련장으로 향하는 데, 한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다시 훈련에 참여하겠습니다! 어떻게든 끝까지 완수할테니 한 번만 봐주십시오!”

“다음 기회가 있으니 그때 찾아오도록.”

장민성이 단호한 태도로 그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그의 입장에서 한 번 포기한 자들을 다시 받아들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정 그렇게 까지 절박하다면 다음번 기회에 다시 참여해도 될 일이었다.

“그게 언제인지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그때까지 뭘 먹고 살라는 말입니까?”

“그건 내 상관할 바가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까지 사정하는데 그깟 거 하나 못들어주는 겁니까?”

“그깟거?”

장민성이 입술을 비틀며 땅을 내리찍었다.

쿠웅!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마치 지진이 일어난 듯이 땅이 울렁거렸다. 방금전까지 장민성에게 따지듯이 대들던 사람들이 중심을 잃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한수에 당장이라도 그를 칠 것 처럼 따지던 이들이 전부 숨을 죽였다.

그제서야 자신들을 괴롭히던 훈련교관이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피부로 느낀 것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기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헌터양성 프로그램은 계속해서 운용될테니 다음번에는 포기하지 말도록.”

“아, 알겠습니다.”

실력행사를 한 장민성의 말에 토를 다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바늘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장민성의 태도에 모두들 아쉬움을 달래며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엄청 무섭네. 저 나이에 저런 실력이라니.”

위웅비가 고개를 저었다. 란테르트가 입을 열었다.

“대단한 겁니까?”

“보면 모르냐? 땅을 내려찍는 것만으로 충격파를 만들다니. 중급 중에서 저런 걸 할 수 있는 녀석이 얼마나 있을 것 같냐? 아. 너는 아무것도 모르지?”

“언젠가는 저도 저렇게 될 수 있는 거겠죠?”

“글쎄. 노력한다면. 어쩌면 네게 재능이 있을 수도 있지.”

위웅비가 어깨를 으쓱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내심 고개를 저었다. 결국 사람에게는 누구나 한계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혹시나 하고 그 역시 이곳을 찾아오기는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어떤 지점이 있다는 것을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위웅비 일행과 같은 의문을 가진 이들이 하나 둘은 아니었다. 모두들 밥을 먹을 생각이 들지 않는 자신에 대해서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누군가가 먼저 장민성에게 물었고, 그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이곳에서는 음식을 먹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하다.”

“대체 여기가 어딘데 그런 일이 가능한 겁니까?”

“알 것 없다. 중요한 것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체내에 마나가 쌓인 다는 거겠지. 훈련장소로 이보다 좋은 곳은 더 없을 것이다. 그자식이 진작 나에게 이야기만 했어도...”

“저... 교관님?”

“아. 미안하다. 잠시 다른 생각을... 어쨌든 오늘의 일정도 곧 시작하도록 하지.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곳에 들어온 이상 어떤 상처도 회복되고, 어떤 음식을 먹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하다. 이게 뭘 뜻하는 지 알겠나?"

꿀꺽.

모두들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모두 같은 심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장민성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밥먹는 시간도 아껴가면서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거지. 모두들 나처럼 기쁠거라고 생각한다. 모두 이탈자 없이 나와 함께 끝까지 훈련을 할 수 있으면 좋겠군.”

그는 정말로 그 사실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훈련병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닥쳐올 미래를 두려워 하고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혹독하게 훈련을 시킬 수 있나 했더니 본인이 몸을 혹사시키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이거... 죽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란테르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위웅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1기 헌터양성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나서, 준은 귀속할 던전의 수를 늘일 계획을 세웠다. 1번 던전은 크기가 작은데다가 내부가 어두워서 장기간 훈련하기에 적합한 공간은 아니었다. 3번 던전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어두컴컴한데다가 이동조차도 자유롭지 못했다.

‘둘 다 특수목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좀 평범한 던전이 필요해.’

하지만 던전이라는 것이 준이 원하는 모양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보니 결국 많은 던전을 열어서 쓸만한 곳을 귀속시키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 기회에 준은 엘라에게 경험치를 좀 몰아줄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밤늦게 돌아다니는 그녀가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레벨이라도 좀 많이 올려두면 만약의 사태에서도 안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엘라. 준비 끝났으면 얼른 올라와.

-잠깐만 기다려.

잠시 후, 엘라가 200층으로 올라왔다. 그 뒤에 시미와 펄, 그리고 검둥이와 스위니가 따라붙었다.

“뭘 그렇게 주렁주렁 달고 오는거야?”

“원래 패밀리는 같이 다니는 거야.”

“네가 무슨 마피아냐? 그리고 저 녀석들은 전부 경험치 엄청나게 먹은 녀석들이야. 던전 한두개 깨서는 티도 안날걸.”

“흠... 그러면 스위니 언니 만 같이 가면 안돼요?”

“꼭 부탁할 때만 공손하지?”

“헤헤. 언니도 아직 레벨이 낮아서 위험하잖아요.”

“뭐, 안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나머지는 전부 내려가.”

“나도 갈건데요?”

시미가 손을 들었다.

“넌 경험치 많잖아.”

“안 싸우면 되잖아요.”

시미가 그렇게 말하고는 폴짝 뛰더니 작아지며 준의 앞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준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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