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15화 (41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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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양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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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 적인 부분이었다. 실제로 그 안에 들어가서 훈련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의 정신력이 과연 버텨줄까 하는 의문이 있는 것이다. 카심은 그 훈련량을 보면서 자신이라고 해도 중간에 때려치고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사람이 소화할 만한 양이 아니었던 것이다.

준도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헌터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이만한 방법이 없다는 확실한 판단이 있었다.

“물론 중간에 포기하는 이들도 있겠지.”

“적은 수는 아닐 겁니다. 최소 절반, 아니 70~80퍼센트는 그만둘겁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10퍼센트도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수백명은 건질 수 있겠지.”

“아... 그렇다면...”

“그래. 이 프로그램은 계속해서 진행할거야. 한 번 탈락한 사람들도 제한없이 받아들일 생각이니까 심기일전해서 재도전 할 수도 있겠지. 그렇게 수십만명을 테스트 한다고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셨군요. 하긴 그정도 치열함이 없다면 외도와 마주보고 싸울 수는 없겠지요.”

“외도보다 훈련교관이 무서울 정도는 되어야지. 그리고 그런 일이라면 저 녀석도 훌륭히 할 수 있을거야.”

준은 단상에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고 있는 장민성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노력으로만 따지면 델타스피릿 내의 그 누구보다도 지독하게 하는 녀석인 만큼 지원자들도 가차없이 다룰것이다.

“벌써부터 지원자들이 불쌍해지기 시작하는 군요.”

“그래도 힘든 과정을 지나기만 한다면 그 열매는 달콤하니까. 만약 예전의 나에게 이런 기회가 있었다면 무슨수를 써서라도 붙어있으려고 했을거야.”

“저는 아닙니다. 이런 스케쥴이면 몸이 망가지는게 아니라 정신이 망가지고 말겁니다.”

“애초에 너처럼 재능이 뛰어난 녀석들이면 이런 곳까지 흘러들어오지도 않았겠지.”

준의 말에 카심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라고 해서 아무런 노력없이 상급헌터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노력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남들이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혀 좌절할때도 그는 그 벽을 적당한 수준의 노력만으로 넘을 수 있었다. 그런 난관이 부딪힐때마다 힘들다기보다는 재미있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 애초에 난이도 자체가 달랐다.

게임을 예로 들어 생각해보면 간단했다. 시작하자마자 퍽퍽 죽어나가는 말도 안되는 게임을 쥐게 되면 시작한지 10분도 안되어 게임을 그만두겠지만, 적절한 수준의 난이도로 하게 되면 그 게임에 재미를 붙이게 되고 결국 클리어까지 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

결국 재능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은 비교적 수월한 난이도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라면 재능이 없는 이들은 불가능한 난이도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력이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말도 안되는 난이도로 게임을 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나면, 어느순간 그 불가능해 보이던 난이도의 게임을 클리어 하게 되고 손쉽게 클리어 한 이들과 적어도 비슷한 수준까지는 올라설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성장가능성에서는 여전히 차이가 있겠지만 그런 것까지 모두 준이 케어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붉은색 결정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헌터들의 양산이었으니, 그 이상은 결국 스스로 해나가야 할 문제였다.

준은 1차 모집된 3천 8백명의 지원자들을 모두 2번 던전에 입장시켰다. 2번 던전이 1번 보다는 비교적 넓어 수천명에 달하는 이들도 모두 수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공장건물들이 많았기에 사람들이 잘만한 공간도 충분히 있었다. 2번 던전을 비워야 했기에 그곳에 있던 성기용은 1번 던전으로 옮겼다. 1번 던전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모두 풀어준 다음이었기 때문에 성기용이 혼자라는 점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여기는... 공장인가? 그냥 강당밖으로 나온 것 같은데...?”

이제 갓 스물이 된 청년, 란테르트는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웜홀을 통과해서 도착한 곳은 넓은 공장지대였다. 그들이 원래 있던 델타 엔진 공장과는 약간 그 형태가 달랐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곳이 실내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하늘 위에는 태양이 있었고 기후도 온화했다.

“대체 여기가 어디지?”

그런 란테르트의 뒤로 방금전 안면을 익힌 헌터들이 다가왔다. 그들도 연신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제법 센척을 해보긴 했지만 그들도 완전한 프로라고 하기에는 실력이 많이 부족한 이들이었다.

어쩌면 생 초짜보다 그들을 가르치는 것이 더 힘들수도 있었다. 최하급 헌터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기본 없이 무작정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외도사냥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나쁜 습관들이 배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그런 경우 경험만을 유일한 진리라고 생각하며 기초훈련이나 남의 조언을 무시한채 자신만의 방법을 고수하다가 평생 그 레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이들 역시 10년 째 최하급 헌터에서 머무르며 하루하루 버티는 이들이었다.

란테르트가 보기에는 대단해 보일지 몰라도, 그들 역시 자신이 보잘것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통성명이나 하지. 어차피 앞으로 자주 볼 것 같은데 말이야.”

하급헌터 무리 셋 중 가장 연장자인 위웅비가 입을 열었다. 그는 중국계 아버지와 아프리카계 어머니를 둔 인물로 제법 체격이 건장한 편이라 주로 탱커로 활동하고 있었다.

“아. 전 란테르트라고 합니다. 특기는 없고, 백수생활이나 청산해 볼까 하고 지원했습니다.”

“재미있는 친구구만. 헌터라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텐데.”

“역시 프로 헌터 분들이 보시기엔 저같은 놈은 탐탁치 않겠지요?”

“아니 꼭 그런건 아니고. 사실 우리라고 그렇게 대단한 놈들은 아니라서 말이야.”

위웅비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까. 제가 보기엔 상당히 강해보이시는 데 말이죠.”

“진짜 헌터들은 말이야. 우리같은 놈들이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라고. 사실 그들이 보기엔 너나 우리나 별 차이도 없을거야. 그래서 우리도 지원한거고. 최하급헌터들도 실력을 키워준다고 하더라고.”

“그런가요. 그럼 저기 보이는 저 장민성이라는 사람은 어느정도나 되는 겁니까?”

란테르트가 이제 막 웜홀을 통과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장민성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위웅비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모르긴 몰라도 여기있는 우리 세 명이 전부 덤벼도 옷깃조차 스치지 못할걸?”

“그렇게 대단합니까?”

“슬쩍 여기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중급에서도 상당한 실력자라고 하더라고. 아직 상급은 못되지만 그 정도면 사실 엄청나지. 참. 상급헌터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고 있어?”

“글쎄요... 저도 잘.”

“약 4~5만명 쯤 된다고 하지.”

“그러면 엄청나게 많은 거 아닙니까?”

“전체 인구수대비로 따져야지. 백만명 중에 하나라고. 일반인 들 중에서 헌터의 재능을 지닌이들이 약 1퍼센트라고 따져도, 헌터 1만명 중에 한 명 정도가 겨우 상급에 올라갈 수 있는거야.”

“1만 명 중에 하나라... 0.01퍼센트인가요. 엄청난 엘리트네요.”

“그래. 그리고 그 상급보다 더 괴물같은 놈들도 있다고.”

“그보다 더 강한 자들도 있다는 말입니까?”

란테르트는 위웅비의 이야기에 빨려들었다. 그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재주가 있기도 했고, 이제 곧 그가 들어가게 될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그래.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델타스피릿의 대표. 준 알스버그야.”

“그건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헛소리를 하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나저나 상급을 넘어선 인간이라니... 그 정도로 강해지려면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수련을 해야하는 걸까요.”

“그런데 웃긴게 말이야. 준 알스버그의 나이가 스물 셋인가 넷인가 그렇다고 하더라고.”

“네?”

“그러니까 세상이 참 불공평하지?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우리같은 놈들에게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지도 모르니 포기하지는 말아야지.”

위웅비는 그렇게 말하며 짧은 한숨을 쉬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도 지난 10년간 놀고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단지 노력의 방향이 틀렸을 뿐. 그것을 최근 들어서야 겨우 자각했고, 어떻게든 방법을 바꾸어 보려고 했지만 오랜시간 몸에 밴 습관들은 그리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델타스피릿의 헌터 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고, 이걸 기회로 삼아 달라지려고 지원하게 된 것이었다.

“어쨌든 우리 잘 버텨보자고. 자기네들이 버티기만 해도 여기서 나갈 때쯤엔 한사람 몫을 하는 헌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하니 그만한 무언가가 있겠지.”

“네. 저도 다른 건 몰라도 버티는 것 하나는 자신이 있습니다.”

란테르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사라지는 데는 단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허억. 허억. 헉. 이, 이게. 헉.”

“이런 씨부랄. 이게 그 베일에 쌓여있던 훈련법이라는 거냐? 미친... 헉. 헉.”

란테르트와 위웅비 일행은 숨을 몰아쉬며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나마 위웅비 일행은 기본 체력이 있어서 나았지만 란테르트 같은 경우는 한 시간 사이 세 번 동안이나 내용물을 확인해야 했다. 하도 게워내서 이제는 더 이상 나올 것도 없는 상태였다.

“눕지마라! 눕게 되면 오히려 체력회복이 더뎌진다. 정 힘들면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쉬도록.”

장민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볼때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인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악마의 목소리처럼 들릴 지경이었다.

조금 숨을 돌린 위웅비가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장민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니. 어떻게 사람을 한 시간 동안이나 쉬지도 않고 굴릴 수 있습니까?”

“힘들면 나가도 좋다. 대신 비밀보호규약은 엄수하도록. 그렇지 않으면 계약불이행으로 벌금을 맞게 될테니까.”

“아니... 나가겠다는 건 아닙니다만...”

위웅비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저 젊은 훈련교관은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었다. 사람이 눈을 까뒤집고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엉덩이를 걷어차며 훈련을 제대로 수행할때까지 계속해서 갈구었다. 그러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자들이 속출했는데, 그러다보니 훈련 1시간만에 탈주자가 벌써 100여명에 달했다.

“하아. 하아. 정말. 이렇게. 훈련. 한다면. 헉헉. 맨주먹으로. 돌도 깨부수겠. 습니다.”

란테르트가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색은 이미 노랗다 못하 파랗게 변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병원에 데리고 가야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래도 이런식은 안되겠다고 생각한 위웅비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저거 위험한 거 아닙니까?”

“지금 남 걱정할때는 아닌 것 같은데.”

“아니. 상식적으로 사람이 저렇게 죽기 일보직전이면 좀 사정도 봐가면서 해야하는 거 잖소!”

참다못한 위웅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다른 이들도 심정적으로 위웅비에게 동의하는 지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다만 그 처럼 일어날 기운이 없을 뿐이었다.

“처음부터 말했을텐데? 죽거나 다칠일은 없다고.”

“그걸 말이라고! 저러다가 죽으면 책임 질거요?”

“194번 훈련생. 다시 자리에 앉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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