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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양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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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준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결정체 수급문제였다. 급한대로 다른 기업에서 물량을 끌어오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런 방식은 결국 델타스피릿의 자본을 다른 곳에 퍼주는 셈이 될 뿐이었다.
준은 그 해결책은 결국 결정체 생산량을 늘이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결정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헌터들의 수를 늘려야 했다.
“헌터양성프로그램이라. 나쁘지 않은 생각이긴 합니다.”
제임스가 준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준의 계획은 단순했다. 지원자를 모아서 던전에 몰아넣고 그 안에서 전투훈련을 진행하는 것이다. 어차피 던전안의 시간은 바깥보다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비교적 단기간에 다수의 헌터를 양산할 수 있었다. 단점이라면 엑조틱 에너지에 민감한 이들일수록 외도화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그것도 관리만 잘하면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오염되기 전에 던전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방법대로라면 단시간에 많은 헌터를 양산할 수 있어. 그들을 이용해서 외도사냥을 하도록 하면 실업문제에도 도움이 되겠지.”
아직도 란도넬 행성에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일은 하기 싫어도 헌터를 시켜준다고 하면 또 좋다고 달려드는 인간들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런 이들을 이용해서 결정체를 뽑아낸다면 잠재적 범죄자들의 수를 줄이는 역할도 할 수 있었다.
“문제가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만, 장점이 훨씬 더 많겠군요.”
“헌터가 위험한 직업이긴 하지만, 제법 돈을 만질 수 있기도 하잖아. 지원자는 점점 더 늘어날 거고, 마약에 의존하던 경제가 결정체 생산산업으로 전환되면 이전보다 경제규모 자체도 훨씬 더 커질 수 있어.”
지금은 긴급처방이긴 하지만 델타 엔진의 공장노동자들로 경제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거기다가 결정체 산업마저 크게 되면 이제 란도넬 행성은 어떤 행성보다도 부유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웅성웅성.
프라이어 시티에서 약 4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위성도시 아제라. 그곳은 원래 넓은 마약재배지가 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준의 공장지대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 건설되어 있는 넓은 강당에 수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모두 헌터시험을 보고자 모여든 이들이었다. 대부분은 능력이 없는 일반인들이었고, 곳곳에 최하급 헌터들이 섞여 있었다. 최하급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최하급 외도를 최소 다섯 명 이상의 파티를 짜야 겨우 잡을 수 있는 수준의 헌터들로 헌터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도 이번 기회를 타서 등급을 올려보고자 모여든 것이다.
“그런데 가능할까? 아무리 그래도 헌터를 그렇게 찍어내듯이 만들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검을 허리에 찬 사내가 입을 열었다. 검은 헌터들 사이에서 가장 애용되는 무기였다. 외도의 공격방식과 약점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가장 범용성이 높은 검은 여러 헌터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었다.
“주인장이 없는 소리 하는 거 봤냐? 다 자신이 있으니까 하는 일이겠지.”
“하긴. 그 양반이 하는 짓 중에서 상식적인 게 없었지.”
이름이나, 직함을 부르지 않고 주인장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대부분 델타포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었다. 란도넬에서도 본격적인 프로모션을 하기 전에도 델타폰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꽤나 있었고, 최하급이나 하급헌터들에게 델타폰은 그야말로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할 필수품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이들의 숫자는 제법 되는 편이었다.
“저기... 그런데 혹시 위험하거나 하지는 않겠습니까?”
갓 성인이 된 듯한 젊은 청년이 대화를 하고 있던 헌터들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헌터가 될 수 있다는 정보에 혹해서 오기는 했지만, 재능이 없이는 될 수 없다는 헌터의 세계에 정말로 발을 들일 수 있는 것인지 그는 쉽사리 믿음이 가지 않았다.
“헌터가 되려는 녀석이 뭘 그런 걸 물어보나? 당연히 위험하지. 헌터가 되는 것 자체가
목숨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건데 벌써부터 겁을 먹어서 어쩌려고.”
“그, 그렇겠지요. 괜한 걱정을 했나 봅니다.”
그는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성인이 되었는데도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그렇다고 공장노동자로 취업해서 평생 기계처럼 일만하고 싶지도 않은 그런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헌터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헌터가 되어 인류를 위협하는 괴물과 싸우는 꿈을 꾸어본적이 있었을 것이고, 그도 그런 호기에 지원을 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험악해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보니 덜컥 겁이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쯔쯔. 그렇게 겁이 많아서야. 혹시 싸움같은 걸 해본적은 있어?”
“학생 때 조금...”
“애송이구만. 전투훈련은?”
“없습니다.”
“정말 이런 녀석들을 모아서 되는 건가? 주인장은 대체 무슨 생각인거지?”
검을 차고 있는 사내가 한숨을 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과 같은 헌터로 보이는 이들은 극소수였고 대부분은 일반인들이었다. 제법 인상은 그럴듯한 녀석들이 있긴 했지만, 최하급이라고는 해도 프로 헌터인 그들이 보기에는 그야말로 허약해 빠진 인간들이었다. 외도가 나타나기만 해도 겁을 집어먹고 도망칠 놈들이 열에 아홉은 되어 보였다.
그때 누군가가 사람들이 모인 강당안의 단상에 올라섰다.
“누구지?”
“글쎄. 직원들 중 하나겠지. 인상을 보아하니 헌터 같긴 한데.”
사람들이 웅성거리자, 단상에 올라선 인물이 입을 열었다.
[나는 델타스피릿 소속의 헌터 장민성이라고 한다. 이번에 지원자 여러분들의 훈련을 맡게된 훈련교관이기도 하지.]
마이크를 통해서 강당에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사람들이 조금씩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본격적 인 헌터시험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다들 많은 정보는 없으리라고 생각된다.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니 그만큼 걱정되는 것도 많을 것이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약속할 수 있다.]
장민성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절대로 죽거나 다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사실이다.]
그의 말에 대부분은 안심하는 눈치였다. 헌터 훈련이라는 것이 육체를 단련하는 과정인 만큼 얼마든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 정도까지 확신을 가지고 말한다면 안전하다는 것 정도는 믿어도 될 것 같았다. 게다가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동시에 훈련의 강도가 생각만큼 높지는 않다는 이야기도 되었다.
그러자 소수이긴 하지만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아니. 헌터 훈련을 받는데 다치지도 않을 정도라면 얼마나 살살 한다는 거야? 그런 식으로 정말로 헌터를 길러낼 수 있는 건가?”
“그러게 말이야. 외도를 상대로 싸우려면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제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식이라면 자살예정자들만 잔뜩 양산하는 꼴 아니냔 말이야.”
“뭐, 주인장이 추진하는 건데 그래도 생각이 있지 않을까?”
“못믿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한 쪽에서는 안도가, 그리고 한쪽에서는 불만을 가진채로 헌터시험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오늘 이곳에 모인 전원이 이번 1기 헌터 양성소의 훈련 대상자로 선발되었다.]
다시말해 따로 선발과정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강당에 모인 이들은 어림잡아도 수천명에 이른다. 개 중에는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어린 소년에서 부터 오늘내일 하는 중늙은이까지 있었다. 닭모가지조차 비틀지 못할 정도로 허약한 사람들까지 모두 헌터훈련의 대상자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쯤되자 사람들의 머리속에 의문이 더욱 커져갔다.
“대체 뭘 하려는 거지? 헌터훈련은 사기고 무슨 인체실험 같은거 하려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새크리파이스라면 모를까 델타스피릿인데. 그 녀석들 그래도 그정도까지 막장은 아니잖아.”
“모르지. 새크리파이스를 흡수하고선 더 나쁜놈이 되었을지도 모르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다. 주인장이니 만큼 뭔가 믿는 구석이 있겠지.”
웅성웅성.
하지만 사람들의 소요는 점점 더 커져갔다. 일반인 출신들이 보기에도 장민성의 말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장민성은 장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지자 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켰다.
[지금 당장은 의문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헌터훈련에 들어가면 그러한 의문들은 모두 해소가 될 것이니 지금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훈련강도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말도록. 델타스피릿은 헌터양성을 위해 필요한 최적의 훈련양을 설정하여 훈련과정을 이수하기만 한다면 누구나헌터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장민성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다소 누그러 들었다. 준 알스버그의 이미지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도 델타스피릿 자체에 대한 호감도는 높은 편이었다. 마약소굴이었던 란도넬 행성을 빠른 속도로 정상화 시키고 있었고, 실업자들을 취업시켜 경제도 문제없이 돌아가도록 했다.
델타스피릿이 들어선 이후 전체적인 치안도 높아져 예전보다 훨씬 살기좋은 행성이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다보니 란도넬 행성의 사람들은 현재 델타스피릿에서 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신뢰를 가지고 따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전히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는 있지만, 적어도 이 자리까지 온 이들은 속는 셈 치고 따라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래.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믿고 따라보자고. 어쨌든 지금까지 우리를 실망시킨 적은 없지 않나.”
“그렇긴 하지. 혹시나 해서 오긴 했는데 정말로 가능할지.”
적어도 50은 넘어보이는 사내가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신체는 건강하지만,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나이였다. 하지만 직장을 잃고 노숙자로 굴러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뭐든지 해야했다. 공장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 지원도 했지만 아직까지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만 들을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지원한 헌터양성프로그램인데 정말로 그대로 받아들여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해볼 수밖에.”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앞에 놓여있는 난관이 어떤 것인지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무대 뒤에 있던 카심이 입을 열었다. 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장민성이라면 훈련대장으로 삼기에는 손색이 없지.”
“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 저런 오합지졸들을 데리고 헌터로 만들겠다는 생각이시냐고요.”
“뭐, 버티기만 한다면 다들 뛰어난 헌터가 될 수 있겠지.”
“그 버틴다는 게...”
카심은 고개를 저었다. 장민성과 준이 합작을 해서 만든 헌터양성프로그램은 엄청난 양의 훈련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었다. 거의 쉬는 시간없이 죽을 때까지 굴리는 단순한 방식이었다.
신체를 단련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때문에 스파르타식 훈련은 생각보다 효율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던전안에서의 훈련은 다르다. 그곳은 육체의 회복이 말도안되게 빠른 곳이다. 죽었다가도 금방 살아나기 때문에 말그래도 죽을때까지 굴려도 그 어떤 리스크가 없었다. 때문에 계속해서 반복훈련을 하게되면 엄청난 속도로 강인한 육체를 만들 수 있었다. 거기다가 던전안의 시간 흐름까지 생각해본다면 단기간에 상당한 수의 헌터들을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