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09화 (409/540)

0409 ----------------------------------------------

감옥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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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일리 행성을 둘러싸고 일어난 파티마 제국과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전쟁은 쉽사리 결말이 나지 않고 있었다. 병력의 양으로는 파티마제국이 압도적이지만, 스파일리 행성 자체가 갤럭시의 영역에 더 가까웠고 파티마제국은 적국들에 대한 견제가 동시에 이루어 져야 했기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에 한계가 있었다.

그틈을 노리고 연방과 연합한 갤럭시는 델타스피릿의 엑조틱 엔진을 탑재한 전함을 다수 앞세워 국지전에서 계속해서 이득을 보고 있었다. 점점 갤럭시 측의 우세로 상황이 흘러가기 시작하자, 통제되었던 정보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프라임 뉴스에 갤럭시와 파티마의 전투장면이 송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준은 영상을 보면서 감탄사를 흘렸다. 양측 모두 합해 총 100여대가 넘는 함선들이 서로 양전자포를 날려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특히 세 기의 전함이었다. 준이 직접 제작해 넘겨준 특수전함으로 모두 EX필드가 달려있어 빗발치는 포격속에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전면으로 뛰어들어 사정없이 포격을 시전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갤럭시 측 양전자포의 재충전 속도가 압도적이다 보니 방어력까지 갖춘 특수전함들은 거의 홀로 일개 전대 이상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전투를 수행했다. 뉴스에서도 유독 앞서서 모든 공격을 몸으로 맞고 있는 그 전함들에 대한 의문을 표했지만 갤럭시 측에서는 군사기밀이라며 공개를 꺼렸다.

일부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델타스피릿과 새크리파이스 사이의 전쟁을 언급하며 무언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결국 갤럭시가 승기를 잡아가는 건가.”

준은 나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최근에는 공장증설로 인해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루나도 아직 이스카야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파티마제국에서 엄청나게 독촉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황이 불리하다보니 조금이라도 더 나은 장비가 절실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갤럭시 측에 유리한 조건으로 강화가 이루어 질 겁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더 전쟁을 끌고 가는 것이 이득이긴 합니다만.”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이스카야는 후임에게 맡기고 란도넬로 온 그는 행성전체를 관할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업무량이 몇 배는 늘었지만, 기존의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 모양이었다.

“파티마제국에 도움을 주자는 건가? 확실히 네 말대로 이 전쟁 덕에 공장 증설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고, 현금보유량도 상당하긴 한데...”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1차 생산분 이외에도 계속해서 주문을 넣어왔다. 준의 입장에서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지만, 의도적으로 절반의 물량만을 보내고 있었다. 그대로 넘기면 편하긴 하겠지만, 갤럭시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델타스피릿도 자체적으로 판로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좋은 물건이 있는 지금이 가장 적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가격대가 높은 물건이다 보니 엄청난 현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준은 그 자금을 이용해 란도넬 행성의 정상화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눈에 보이는 사회문제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이 행성은 보이지 않는 썩은 곳이 많았다. 특히 마약중독에서 벗어나고도 과거의 습관을 벗지 못해 일을 하지 않으려는 계층도 다수 있었다. 그런 이들이 도시로 흘러들어와 극빈층을 형성하고 범죄집단이 되었다.

‘파워버프걸 덕에 좀 뜸해지긴 했지만...’

준은 엘라가 바깥에서 하고 다니는 일에 대해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최근에는 불법도박조직 하나를 박살냈다는 소식이 있었다. 가정주부와 일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던 조직이었는데, 그로 인해서 새롭게 도박방지법도 란도넬 의회에 상정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흠. 마음 같아서는 파티마제국을 거들고 싶긴 한데...”

양측의 전쟁이 길어지면 델타스피릿의 이득도 동시에 커진다. 두 집단의 양쪽에서 골수까지 현금을 빨아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준은 고개를 저었다.

“굳이 우리가 의도적으로 끼어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전쟁이 길어져봐야 고통받는 건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끝낼 수 있을 때 끝내도록 내버려 두자고.”

“그렇습니까. 어쩔 수 없지요.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제임스는 제법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준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돈에 연연해하지 말자고. 어차피 델타 엔진은 향후에도 계속해서 수익을 낼 수 있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릴게 있습니다만.”

제임스는 무언가 말하기 곤란한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어지간해선 그런 일이 없기에 준은 약간 호기심이 일었다.

“무슨 일인데?”

“그 새로 데리고 온 마법사 말입니다만.”

“오펜하이머 말하는 건가? 그 녀석이 무슨 사고라도 쳤어?”

“아무래도 제 사무실에 몰래 숨어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들어오는 것 같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것이... 사무실에서 계속 이상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그 걸로는 증거가 불충분한데.”

“일단 지금 그녀의 위치가 어딘지 확인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위치추적 말인가? 뭐, 어렵지 않지.”

펠로우쉽 계약자들은 자동으로 위치를 델타시스템에 전송하도록 되어있다. 준이 오펜하이머의 위치를 확인하자, 정말로 그녀가 제임스의 사무실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이군.”

“아무래도 산업스파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중요 문서에는 전부 보안을 걸어두었으니 확인하지는 못하겠지만, 혹시 제가 놓치는 것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녀를 다른 곳으로 좀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확실히 그건 문제로군. 그나저나 넌 어떻게 그게 오펜하이머라는 걸 알았지?”

“지금 제 사무실에 투명화 마법을 쓰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니까요.”

“누군가 있었다는 건 확실해?”

“제 사무실의 모든 집기는 정확한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잠시 눈을 돌리거나 밖에 나갔다 온 사이 미묘하게 위치가 바뀌어져 있더군요.”

“흠... 그것만으로 오펜하이머를 범인으로 지목하다니. 대단하다고 해야할까.”

“처음부터 뭔가 이상했습니다. 유난히 저에게 관심을 많이 보이더군요.”

“너에게?”

“네. 그때부터 의심을 가지고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제가 쳐다보면 무언가 찔리는 게 있는 듯 수상한 행동을 하더군요.”

“흠... 네 말도 일리가 있긴 한데... 그 녀석이 산업스파이라... 그정도로 영리한 녀석 같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상급마법사 아닙니까? 그정도의 실력을 지닌 마법사가 어리숙해 보인다면 오히려 더 의심할만 하지요.”

“하긴. 어쨌든 녀석에 대해서는 내가 좀 더 알아보도록 하지. 그동안은 너도 보안에 신경을 좀 쓰도록 해.”

“알겠습니다.”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치!”

오펜하이머는 재채기를 하곤 중얼 거렸다.

“후... 누가 내 욕을 하는 건가?”

그녀는 코를 문지르고는 제임스의 책상위에 엉덩이를 걸쳤다. 사무실 안은 정갈하고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완벽에 가깝게 정리되어 있는 제임스의 사무실에서 그녀는 델타폰을 꺼내어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델타포럼에 글과 사진을 올렸다.

-여긴 제임스 오빠의 사무실. 몰래 들어오는데 성공함. 냄새도 좋고 장난 아니게 깨끗함.

-인증샷? 몸을 보니까 어린애 같은데 얼굴은 왜 가림?

-쟤 여자냐? 그보다 제임스가 누구야?

-모르냐? 제임스 맥어보이라고, 델타스피릿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최고권력자인데.

-뭐? 주인장 보다 더 높은거야?

-그건 아닌데. 주인장이 전혀 일을 안하잖아. 대신 일해주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마음만 먹으면 델타스피릿을 통째로 집어삼킬 수 있을걸.

-주인장이 포럼에서 놀면서 어떻게 회사를 굴리나 했더니 그런 인간이 있었구만.

-관심 좀 가져라. 뉴스같은 것도 좀 보고.

-내가 알아서 뭐하게. 여기 취직할 것도 아닌데.

-난 할 건데. 일단 취직해서 저 사람 밑에 들어가면 고속승진한다더라. 지금 들어간지 일 년도 안되는 신입이 이스카야 쪽 행정업무를 총괄하고 있대. 직급은 아직 사원인데 대우는 팀장급으로 해준다더라.

-일 년 만에? 지금 델타스피릿이면 솔직히 대기업이라고 해도 될 정도 아니냐? 그런데서 일 년만에 팀장대우면 초고속 승진인데.

-에이. 아직 대기업은 아니지. 직원도 적잖아. 정규직 숫자는 천명도 안될걸.

-이번에 대거 정규직 전환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오백명 겨우 넘는다고 하더라.

-아니. 그건 그거고. 쟤는 왜 저기 들어가 있음.

-무슨 상관이야. 비서같은 거겠지.

-요즘은 비서를 저런 어린애를 쓰냐?

-어린애 아니거든? 19살인데?

-로리최고!

-이 동네에는 왜 변태밖에 없냐. 소아성애자들 싹 잡아다가 알카트뢰즈에 처넣었으면 좋겠다.

-저놈 그거 때문에 알카트뢰즈에 들어가있는 놈임.

-어떻게 암?

-나도 알카트뢰즈에 있거든. 유명한 변태새끼임.

오펜하이머를 호출한 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앉아 있는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제임스의 사무실에는 뭐하러 들어갔냐?”

“누, 누가 들어갔다고 그래?”

“바보냐. 네 위치정보는 실시간으로 나한테 들어온다고. 그런 안전장치도 없이 내가 널 풀어둘 것 같냐?”

“그런! 그건 인권침해다!”

“시끄러. 반란군주제에 무슨 인권운운이야. 당장 감옥행성으로 돌아가고 싶어?”

“용서해주십시오.”

오펜하이머는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입을 열었다. 준이 기가차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애초에 거길 왜 들어간거야? 너 진짜 스파이냐?”

“스파이는 아니고 자료조사를...”

“무슨 자료조사?”

“그, 그건 프라이버시라서 말할 수 없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제임스는 델타스피릿의 핵심인물이야.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 회사가 받을 타격이 얼마가 될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라고. 그런데 신입이 녀석의 뒷조사를 하고 다닌다면 궁금하지 않을까?”

“...나쁜 생각에서 한 일은 아니야.”

“투명화 해서 남의 사무실에 들어가는 일이 좋은 일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넌 앞으로 프라이어 빌딩은 출입금지다. 다른 곳에 숙소를 마련해 줄테니까 거기로 가.”

“안 돼.”

“돼.”

준이 슬쩍 눈짓을 하자 대기하고 있던 경비원 두 명이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오펜하이머가 다급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이, 이유를 말할게.”

“그러거나 말거나 출입금지겠지만, 들어는 보지.”

“그... 그게...”

“뭐? 제임스를 좋아한다고?”

“어어? 아직 말 안했는데?”

“안해도 알지. 바보도 아니고. 스파이라는 놈이 델타포럼에 그런 사진을 올릴 리가 없

지.”

“봐, 봤어?”

“봤지. 그럼. 포럼내에 올리는 글은 전부 검열 대상이야.”

“넌 대체 어디까지 인권을 침해해야 만족하겠어?”

“시끄러.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너 이 사진들. 제임스가 보면 어쩌려고 올린거냐?”

“포럼에 올라오는 글이 하루에 수천개가 넘는데 그걸 어떻게 보겠어.”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하지만... 어쨌거나 말이야. 니가 누굴 좋아하든 상관은 안하겠는데. 스토커처럼 투명화해서 남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건 좀 자제해라.”

“하, 하지만... 그게 내 유일한 낙인데.”

“아니. 애초에 넌 이든을 좋아했던 거 아니었냐?”

“몰라. 그런 남자. 내가 아무리 쫓아다녀도 눈길 한 번 안줬는데 무슨 정조를 지킬 이유가 없잖아.”

“...애초에 그 녀석은 네가 여자인 줄도 몰랐잖아.”

“그런 사소한 건 신경쓰지 말라고. 어쨌거나 난 이곳에서 운명의 남자를 만났으니까. 과거는 깨끗이 잊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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