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08화 (40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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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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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스티커를 붙이면 원하는 효과가 난다는 거지?“

“그래. 내가 개발한 건데. 그냥 떼다가 붙이면 한시간 동안 몸이 따뜻해지는 효과가 있어.”

“일종의 보온 팩이네.”

“훨씬 가볍고 많이 가지고 다닐 수 있어서 인기가 많은 물건이야.”

“돈이 좀 되겠는데? 팔 생각은 안해본거냐?”

“사업은 무서워서. 장사 체질도 아니고.”

“흠. 이런거 말고도 더 있냐?”

“어지간한 건 다 돼. 붙이는 것만으로도 힘이 상승한다던가, 하늘을 난다던가.”

“좋아.”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마법사, 그것도 상급의 마법사는 제법 쓸만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다는 건...”

“그래. 그 능력을 높이 산다는 이야기야. 이제 네 조건을 말해봐. 참고로 이든을 빼내준다던가 하는 건 안 돼. 그녀석은 주동자니까.”

“그런 건 아니고. 가능하면 내 정체를 밝히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후드를 쓰고 다닌 다는 거냐?”

끄덕.

오펜하이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지간히 낯을 가리는 모양이었다.

“뭐, 별 상관없지. 대체 왜 그렇게 사람들을 무서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다 생각한 준은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엘라 행성의 여성헌터를 위한 도시에 사람들을 배치하고는 간단하게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그곳에서 앞으로 그녀들이 살아가기 위해서 해야할 일들 같은 것이었다. 델타폰에 있는 공지를 다들 읽어보긴 했지만 실제로 험지에 던져졌다는 사실은 그녀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갖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자라고는 해도 모두 험한 일을 겪어온 헌터들이었다. 그녀들은 금방 안정을 찾고는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준을 공격해서 이곳을 빠져나가자는 둥의 이야기를 하는 듯 했지만 아무도 그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 중 대부분은 준의 능력을 확인했다. 기습을 할 엄두조차도 나지 않는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모두들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가능하면 싸우지 말고 다들 잘 살라고. 참. 누구 하나 대표가 있으면 좋겠는데.”

“제가 하겠습니다.”

그때 나서는 인물이 있었다. 낯익은 자는 아니었고, 대략 30대 중반쯤의 여성이었는데 주변의 다른 이들에게서 별다른 불만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나름대로 리더역할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좋아. 그럼 일단 이거부터 받으라고.”

“무슨... 아?”

그녀는 준이 건넨 펠로우쉽 계약 창을 확인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이게 뭡니까?”

“앞으로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해야할 일이지. 일단 이걸 가지고 5레벨로 만들면 다섯명에게 펠로우쉽 계약을 맺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계약을 제시하도록.”

준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에게 결정체가 들어있는 주머니를 건넸다. 그안에 들어있는 붉은 색 결정체를 본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준을 바라보았다.

“이건...”

“그거면 충분할거야. 개인적으로 유용하던지 말던지 신경쓸바는 아닌데. 이런 곳에서 살려면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사실은 잊지마. 여기서 죽어봐야 개죽음 일 뿐이니까.”

이런 곳에 직접 밀어넣고 할 말은 아니었지만, 준으로서도 최대한 사정을 배려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는 펠로우쉽 계약을 마무리 했다.

준은 마무리로 델타엔진의 사용법을 알려주고는 엘라 행성을 떠났다. 웜홀을 빠져나온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눈앞에 프라이어 시티의 전경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여, 여기가 어디냐?”

“프라이어 빌딩 최상층. 내 집이야.”

“대체 어떻게? 텔레포트? 하지만 그 걸로 항성계 이동은 불가능한데. 서, 설마. 그렇다면 우리가 방금전에 있었던 그곳이 란도넬 행성에 있던 곳이란 말인가?”

“아니. 거기 여기서 거의 보름은 넘게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인데.”

“거짓말!”

“그건 나중에 확인해 보면 알거고. 어쨌든 너도 이제 직원이니 살 곳을 마련해 줘야하겠지. 참. 너 가진 재산은 있냐?”

“그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상급 마법사라는 녀석이 재산하나 못모으고 뭐했냐?”

“어쩌다보니 그렇게... 어쨌든 의식주 정도는 해결해 줄거지?”

“옷은 델타스피릿 정복이 있으니 그거면 되겠고. 밥은 무료로 제공해주지. 근무지는 네가 원하는 장소로 선택해.”

“어, 어디로 가야하지?”

“수라드. 이스카야. 란도넬. 어디든 네가 원하는 대로. 어차피 널 전투조에 넣을 생각도 없으니까 장소는 관계없어. 그러고 보니 원리 넌 이곳 출신이지? 가족은 없어?”

“있는데... 그게 가기가 좀 곤란해서.”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럼 당분간은 이곳에서 지내도록 해. 이 커다란 빌딩에 방 하나정도는 얼마든지 내어줄 수 있으니까.”

준은 그렇게 말하고 제임스를 불렀다. 그는 오펜하이머를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어디서 또 여자를 주워오셨습니까? 그것도 이런 머리에 피도 안마른 어린애를. 또.”

“시끄러. 이 녀석 상급헌터야. 돈이 될만해서 주워온 거라고. 그리고 강조하지 말라고. 나라고 일부러 그런거 아니니까.”

“정말이십니까...?”

“됐고. 이 녀석에게 방 하나 내어줘. 무보수로 일을 시킬건데 그래도 잘 곳은 있어야지.”

“알겠습니다. 그럼 따라오시지요.”

“네? 네!”

오펜하이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대답했다. 마치 말 잘 듣는 학생처럼 보일 정도였다.

“참. 그 녀석 계약도 좀 맺어줘.”

“그런 건 좀 알아서 하십시오.”

“깜빡했어. 가는 길에 좀 해두라고.”

“네. 알겠습니다.”

제임스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오펜하이머는 얼굴을 내놓고 그를 따라갔다. 준은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보니 저 녀석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고 하지 않았나...?”

펠로우쉽 계약을 맺은 오펜하이머는 하루종일 스티커 제작에 몰두했다. 준이 그녀에게 쓸만한 물건을 제작해서 가지고 오라는 명령을 내린 때문이었다. 보온팩이라던가, 헤이스트, 힐링 같은 지원형 마법스티커를 만들어 오면 그중에서 쓸만한 것을 델타스토어에 올려서 팔아먹을 생각이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실질적인 이득은 전부 오펜하이머에게 돌아가게 된다. 무보수 노동을 시키긴 했지만 결국 완전히 무보수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그 이익률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었고, 그것을 판매함으로서 델타폰의 컨텐츠가 늘어나는 것은 준에게도 이득이기 때문에 나쁠 것은 없었다. 킬러 컨텐츠의 숫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었다.

델타스토어에서도 이번에 새롭게 생긴 스티커 판매에 대한 여론이 좋은 편이었다.

-야. 이거. 스티커 이거 뭐냐? 애들도 아니고 이제 별걸 다파는 구만.

-설명서 좀 읽어봐라. 그거 다 쓸데가 있어서 파는 거다. 병신아.

-이거 붙이면 정말로 움직임이 빨라진다고? 버프같은 거네?

-이건 투명화 마법인데? 야. 근데 너무 비싸다.

-투명화 마법을 쓸 수 있는 건데 그 정도는 해야지. 난 벌써 사용했다. 꿈은(별)이루어진다.

-지랄하네. 여탕갔다왔냐?

-요즘도 공중목욕탕이 있냐?

-우리 동네에는 아직 있음. 그런데 젊은 여자는 없던데.

-상상력 발휘 좀 해라. 연예인 보고 옴. 지속시간이 짧아서 오래는 못있고, 가까이서 냄새까지는 맡고왔다.

-시발참신한변태새낔ㅋㅋㅋㅋㅋ

-야 그거 걸리면 좆되는거 아니냐?

-목숨걸고 할 만한 가치는 있는 듯. 역시 아이돌은 냄새부터 다름.

-경찰아저씨 여기에요!

준은 투명화 스티커를 판매중지했다.

파티마제국과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도 델타스피릿은 평온했다. 아니, 오히려 엄청나게 바빴다. 델타 엔진의 수요가 늘어난데다가 그동안 통상금지로 막혀있던 때문에 팔지 못했던 물품들의 주문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준, 미안해요. 아무래도 내가 가봐야 할 거 같아요.”

그 덕에 루나가 다시 이스카야 행성으로 불려가게 되었다. 눈알에 대한 연구가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 연구를 중지시켜야 할 만큼 어그로시스템과, 개량엔진에 대한 판매가 늘어난 때문이었다.

“굳이 루나가 갈 필요는 없잖아?”

“AS요청이 들어왔어요. 엔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누수현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제가 직접 가서 봐야할 거 같아요.”

“얼마나 있어야 하는데?”

“글쎄요. 일단 가서 확인해봐야 알 것 같아요.”

“뭐, 어쩔 수 없지. 그럼 당분간은 내가 애들 보고 있을게.”

“네. 너무 위험한 짓은 못하게 잘 말리고요.”

“하하. 별일이야 있겠어?”

준이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다. 사실 파워버프걸의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루나에게도 들키고 말았다. 결국 엘라가 다시 한번 소환되었고, 결국 엉덩이를 두들겨 맞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고집은 말릴 길이 없었다. 검둥이를 믿고 있는 준은 어느정도 풀어주어도 괜찮다는 생각이었지만, 루나는 달랐다. 그녀는 엘라가 절대로 위험한 일을 하도록 둘 생각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집에 없는 동안 나가는 것 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서로의 눈치싸움이 한창인 와중에 그녀가 다시 이스카야로 출장을 나가게 된 것이다.

“사고치는 건 꼭 누굴 닮아가지고...”

“응? 뭐라고 했어?”

“절대로. 그 아이가 위험한 짓 못하게 하라고요. 준. 잊지마요. 그아이가 다 커보여도 이제 겨우 두 살이에요.”

“알았어. 나만 믿어.”

“어쩜 이렇게 믿음이 안갈까요.”

루나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준이 어색하게 웃으며 공간이동용 웜홀을 열었다. 이스카야까지 열흘은 걸리는 거리다. 우주선을 타고가는 것 보다 이렇게 보내는 편이 준도 마음이 편했고, 루나도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그럼 연락할게요.”

“응. 잘 갔다와.”

루나가 웜홀로 들어서고, 곧 그녀에게서 잘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오자 준은 웜홀을 닫았다. 그리고 준은 199층으로 내려갔다.

“오셨어요?”

젊은 여성이 그를 맞이했다. 스위니 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다름아닌 엘라가 처음으로 구해준 여성이었다. 1번 던전에 넣어놨던 걸 깜빡하고 있다가 엘라 행성에서 돌아온 다음에 풀어 준 것이다. 하지만 딱히 갈곳이 없다보니 가정부처럼 데리고 있게 되었다. 한없이 넓은 199층을 청소해 줄 사람이 필요하기도 했으니 그녀를 고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정에는 엘라가 그녀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애들은?”

“잠들었어요. 밤새 또 돌아다녔나봐요.”

“끙. 적당히 좀 하지.”

준이 한숨을 쉬자, 그녀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그 아이들 덕분에 제가 이렇게 있을 수 있는거니까. 전 고마울 뿐이에요.”

“그런가. 어쨌든 잘 돌봐달라고. 골치아픈 녀석들이니까. 솔직히 말해서 보통 사람이 감당할 녀석들이 아니거든.”

“저도 그냥 청소만 하는 가정부일 뿐인데요.”

“하긴. 그럼 수고 좀 해줘.”

준은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갔다. 그녀가 문을 닫고 돌아서자, 자는 척을 하고 있던 세 아이들이 벌떡 일어났다.

“아빠 갔어요?”

“응. 갔어.”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엘라가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그런데 정말 해야겠니?”

그녀는 엘라가 건네준 메이드 복을 손에 들고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언니도 돕고 싶다고 했잖아요. 이미 계약도 맺었고 레벨도 올려드렸잖아요.”

“그, 그렇긴 한데... 이런 식으로는 좀...”

메이드 복은 어디까지나 엘라가 가지고 온 것이다. 무슨 만화를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러운 전통메이드 복장이었다.

“언니도 한 번 해보면 재미있을거에요.”

“아니. 그러니까 난 재미로 돕겠다는게...”

“언니.”

엘라가 정색하며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든지 재미있지 않으면 오래 할 수가 없어요.”

“그, 그래...”

묘한 박력에 그녀는 결국 메이드 복을 입고야 말았다. 그리고는 등에 제트팩을 메고선 파워버프걸로 분한 세 아이들과 함께 하늘을 날았다.

다음날 뉴스의 헤드라인은 파워버프걸의 새 멤버인 메이드걸에 대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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