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07화 (40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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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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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혹시 ‘업무기간’이 끝나도, 계속해서 이곳에서 일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엘라 행성을 말하는 거냐?”

“네. 그렇습니다. 어차피 다른 곳에 가서 일하기에도 너무 늦은 나이일거고.”

준은 이곳에 잡혀 온 헌터들의 재소기간을 일괄적으로 10년으로 잡았다. 따로 재판과정이나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적합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베를루스의 경우 이곳에서 10년을 지내게 되면 나이가 50에 가까워지게 되니 다른 곳에 가서 취직하기도 어려운 것도 사실이긴 했다.

“흠... 생각을 좀 해봐야겠군.”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옥에서 더 살겠다고 하니 이상한 녀석이로군.”

“물론 계속해서 이곳에 산다는 것은 무리겠습니다만...”

“알아. 이곳에 파견직형태로 근무하겠다는 거잖아. 하지만 그걸 이야기 하기엔 아직 이르군.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 그때가서 생각해보자고. 대신 그동안 네 지휘권은 계속 인정해주지.”

“감사합니다.”

베를루스가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그가 원한 것은 지금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뒤에 준 알스버그가 있음으로 해서 권위를 얻는다면 헌터들을 통제하는 데 수월하기 때문이었다.

준도 딱히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는 지휘관 출신이고,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그를 이용해서 이곳의 질서를 잡는 다는 것이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그럼 교육 좀 잘 시키고. 문제 있으면 바로 연락 하도록 해.”

“벌써 가시게요?”

“다른 곳에 볼일이 있어서.”

“네. 그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베를루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시청사로 돌아갔다. 공식적인 직함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는 시장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엘라행성의 모든 일은 베를루스가 관리했고 그에 반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았다. 공식적인 사냥팀에 끼워주지 않는다는가 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실력에 자신이 있는 사라센 같은 녀석들이야 상관없었지만, 중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들은 그 질서에 따르지 않으면 굶어죽을 수밖에 없었다.

생존문제를 가지고 협박을 하는 셈이었지만, 베를루스도 무상의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지는 못했다. 그를 견제할 만한 충분한 힘을 가진이들이 다수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당장 사라센만 하더라도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거기다가 이번에 새롭게 들어온 헌터들은 베를루스 대위가 지휘하던 군인들 만큼이나 하나의 끈으로 연결된 이들이었다. 반란군 출신 헌터들이었고, 그들은 이든 베넷을 중심으로 하나의 세력을 이루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어떻게든 중심을 잡고 사람들을 이끌고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준이 그에게 힘을 실어준 것도 어찌 보면 그런 이유에서였다. 괜한 세력 다툼 때문에 결정체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었다.

준은 셔틀을 타고 엘라 행성을 종단했다. 여성헌터들이 거주할 공간을 찾기 위해서였다. 생각해보니 굳이 다른 행성을 찾아서 힘들게 테라포밍을 할 이유가 없었다. 행성은 넓고 이백 여명에 불과한 사람들이 살만한 곳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었다.

대신 두 집단이 가능한 만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준은 최대한 먼 곳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걷고 또 걷다보면 언젠가는 만나겠지만,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제대로 개척조차 되지 않은 행성을 돌아다니는 것은 상급헌터라고 해도 자살행위이니, 적어도 몇십년 안에 이 두 집단이 만나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흠. 이쯤이 좋으려나.”

준은 적당히 지형을 살피고는 사람이 살만한 곳을 찾았다. 넓은 강이 흐르면서도 바다에 가까워 외도사냥을 못하더라도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을 만한 곳이었다. 물론 헌터인 이상, 직접 물고기를 잡거나 조개를 채취해서 먹고 살려는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이야기였다.

“어디보자...”

준은 지형을 살피다가 가장 평평한 지역을 골라 셔틀을 내렸다. 행성 엘라는 전체가 생명으로 가득 찬 곳이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라 원시림으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준은 일단 셔틀에서 내린 다음에 골렘형제들을 꺼냈다.

대흉근과 골렘 1,2,3호들은 순식간에 나무들을 뽑아 멀리 집어 던졌다. 갑작스런 날벼락에 근처에서 살던 외도들과 동물들이 화들짝 놀라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거의 대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외도들이라고 해도 대부분이 일반이나 붉은색 외도였기 때문에 초록색 외도인 골렘들을 보는 순간 꽁지가 빠져라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에게 평탄화 작업을 시키니 순식간에 사람이 살만한 넓은 대지가 완성되었다. 현재 2번 던전에서 대기하고 있는 여성헌터들의 숫자는 약 이백 명 정도. 대부분은 반란군 출신인데다가 중급헌터 수준에 이르러 있으니 외도가 많다고는 해도 생존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준은 남성 재소자 들의 도시를 카피해 그대로 똑같은 형태의 도시를 하나 만들었다. 도시 가운데 엘라의 동상이 있는 분수를 만든 것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공장지대를 만들면서 대규모 건설에는 익숙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도시 하나를 뚝딱 완성하는데는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준은 노을이 지는 것을 보면서 분수광장 가운데에서 2번 던전을 열었다. 처음처럼 도른이 여성헌터들을 데리고 나왔다. 대부분은 반란군 출신에 몇몇 이들은 새크리파이스의 함대원들도 섞여 있었다. 노예로 팔려가기를 거부한 이들이었다. 솔직히 말해 이곳에 있는 것보다는 파티마제국에 팔려가는 쪽이 대우가 괜찮았겠지만, 굳이 본인이 거부하는데는 준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네놈...”

나오자마자 검은 후드를 깊게 둘러 쓴 오펜하이머가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여전히 준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모양이었다.

“아직 기가 살아있는 걸 보니 그 안이 살만했나 보군.”

2번 던전은 1:4의 시간비를 가진다. 즉, 이곳에서 한 시간이면 안쪽에서는 네시간이 지난다는 뜻이다. 반란군을 진압하고도 한달 반이 넘게 그 안에 가두어 두었으니 그들로서는 거의 반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답답한 던전안에서 보낸 셈인데도 그녀는 처음 만난 것처럼 준을 죽일 듯이 대하고 있었다.

“이든은...? 이든은 어떻게 됐지?”

“방금 나갔잖아. 그녀석들도 잘 있을거야.”

“그런가...”

“그나저나 그거 좀 벗으라고. 다른 녀석들이 겁먹잖아.”

준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후드를 가리켰다. 마법사 오펜하이머는 다른 헌터들 사이에서도 평이 좋지 않았다. 항상 음침하게 어두운 곳에서 있는데다가, 성격도 지랄맞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후드를 뒤집어쓰고는 남자인 척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이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왜냐하면 여긴 여자들만 있으니까.”

“크흐흐... 이제 네 녀석의 의도를 알겠군. 이곳을 네 놈의 욕망을 채울 하렘으로 만들 생각이구나!”

“넌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거냐? 욕구불만인 아저씨 같은 소리하지말고 당장 후드벗고 저기 줄서라고. 지금부터 살곳도 배정해야하고 할 일이 많으니까.”

“버, 벗으라고...?”

그녀는 당황하며 몸을 움츠렸다. 준은 잔뜩 인상을 쓰고는 그녀를 향해 걸어가 입고 있던 후드를 잡고 휙 잡아 당겼다.

“꺄악! 이 변태!”

“쓸데없는 소리 한번만 더하면 바닷속에 집어 던져버린다.”

준은 후드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는 그녀를 사람들 사이로 밀어넣었다.

“여자였어?”

“목소리도 바뀌었잖아...”

“지금까지 속인거였네.”

“나 저 인간한테 추행당한적 있는데. 그건 뭐야?”

“몰라. 속은 남자인거 아냐?”그런 사람이 정말 있어?“

“저 녀석 마법사니까. 마법으로 어떻게든 한 거 아닐까?”

“으아... 생각만 해도...”

헌터들은 오펜하이머를 보며 수근거렸다. 그녀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녀는 거의 울것같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 녀석 엄청나게 낯을 가리는 모양이군...’

애초에 후드를 눌러쓰고 있었던 것이 무게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인관계가 서툰 것을 감추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오펜하이머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너... 혹시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게 힘든거냐?”

“왕따 아니거든...”

“아니... 그렇게 까지 말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준은 뺨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오펜하이머는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그, 그거... 내놔.”

“후드 말이야?”

“그래. 그거.”

준은 인벤토리에서 후드를 꺼내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그 옷을 품에 안더니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든은 무슨 말이 없었어?”

“아니. 전혀.”

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생각보다 환경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안도하고 있을 뿐이었다.

“역시. 그런거네.”

“연인이었던 거냐?”

“그런 건 아니지만...”

“혹시 그녀석도 네가 여자인 걸 모르는 거냐?”

“아, 아마도...”

“이정도면 중증이구만... 뭐, 10년 정도 여자를 못만나면 누구라도 좋을 테니까 그때가서 고백해 보던가.”

“자, 잠깐.”

준이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자, 오펜하이머가 준의 옷깃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왜?”

“나 꽤나 쓸만한데? 정말 이런데다가 처박아 놓을거야?”

“꼬맹이는 취미없거든.”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제법 괜찮은 마법사라고. 시키는대로 할테니까. 이런 곳에 두고 가지 말아줘.”

“뭐, 상급헌터가 있으면 좋긴 하지만...”

준은 말끝을 흐렸다. 그녀의 실력에 의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 반란세력에서 활동했던 헌터를 아무런 조건없이 델타스피릿에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는 해도, 그건 다른 이들과의 형평성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

“무, 무보수라도 좋아. 그냥 날 버리지 말아줘.”

겁먹은 얼굴로 주변 사람들을 흘깃 보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무서운 것은 외도가 아니라 사람들인 것 같았다. 이런 사회부적응자가 대체 어떻게 상급헌터가 되고, 반란세력에 몸담고 있었는지 신기할 뿐이었다.

“흠... 잠시만.”

준은 그녀를 데리고 사람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여성 헌터들이 의심스러운 눈빛을 두 사람에게 보내왔다. 노골적으로 혐오하는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오펜하이머가 준에게 수상한 제안을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무보수로 10년간 델타스피릿에서 근무하겠다는 거냐?”

“그, 그래. 대신 조건이 있어.”

“지금 네가 조건을 말할 타이밍은 아닌 것 같은데.”

“별로 어렵지 않은거야.”

“뭔데. 일단 들어보고 결정하지.”

“내 전공은 마법진이야. 그러니까. 이런 종이 같은 거에 마법진을 그려서 마법을 발동하는 거지. 그때는 제대로 기술을 발휘할 상황이 아니었지만...”

오펜하이머는 큰 기술을 사용하려다가 카심에게 일격을 얻어맞고 그대로 기절했다. 뭔가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사로잡힌 것이다. 때문에 준에게 자신의 능력을 최선을 다해 어필하고 있었다.

준은 가만히 서서 그녀가 하는 말을 들었다. 보아하니 전투형이 아니라 지원형 마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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