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05화 (405/540)

0405 ----------------------------------------------

감옥행성

*

*

*

그렇게 자신들의 모습을 본딴 로봇들을 뿌려서 자경단으로 활동하도록 했다. 목표는 수배전단지에 있는 인물들의 검거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인공지능의 수준으로 따지자면 현세대의 것을 아득히 뛰어넘는 A-10의 것을 카피한 것이다 보니 알아서 검거후 경찰에 넘기는 것 까지 할 수 있었다.

“난 사실 딱히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았는데. 수조 안에 있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고.”

“나도 괜찮은데.”

“이익. 너희도 외도라면 좀 더 패기를 가져야지. 그렇게 게을러서 인간을 사냥할 수 있겠어?”

“그거 인종차별 아니야? 외도라고 인간을 사냥해야한다는 법은 없는데. 난 원래 혼자서 살면서 외도만 잡아먹었거든.”

“나도 사람을 사냥해 본적은 없는데.”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인종차별이 아니고 종차별이야. 하여튼 오늘밤은 다들 정의의 도둑... 아니 사도가 되는거야.”

“검둥이는 어떻게 하고?”

시미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를 가리키자, 엘라가 턱시도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이 녀석도 가야지. 우리팀의 마스코트잖아.”

-...이렇게 된 겁니다.

-뭐, 어쩔 수 없나... 네가 잘 돌봐줘라. 정말로 위험해지면 바로 나에게 연락하고. 바로

날아갈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형님.

검둥이의 말에 준은 한숨을 쉬고는 집무실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 화려한 불빛들 사이에서 날아다니는 무언가가 간간이 보였다. 로봇을 얼마나 많이 뿌렸는지 눈에 보이는 것만 벌써 몇 기가 있었다.

“괜찮을까...”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하는 걸 보고는 준은 하는 수 없이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일단 루나에게도 비밀로 할 생각이었다. 그녀 성격에 절대로 엘라가 저런 짓을 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후...”

엘라와 시미, 그리고 펄이 날뛰고 다니는데다가, 그녀가 뿌린 로봇의 활약까지 더해지는 바람에 현재 프라이어 시티의 밤거리는 급속도로 안전해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로봇을 이용한 치안유지는 준도 생각지 못한 방법이었다.

그냥 현재의 경찰력을 조져서 어떻게든 상황을 개선시켜보려 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어 준도 답답해 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엘라가 해결책을 내어놓은 것이다. 그녀 입장에서야 심심풀이로 시작한 일이었고, 준이 못하게 막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낸 것 뿐일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예상치도 못한 도움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행동은 또 다른 부분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녀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경찰들이 긴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란도넬 행성을 담당하는 이곳의 경찰은 민간위탁업체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공공질서를 수호하는 이들이라는 자각이 부족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입장이다 보니 적당히 몸을 사리면서 당장의 이익들 추구하며 범죄조직들과 커넥션을 맺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라가 활약하면서 경찰력에 대한 의구심이 사회전반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하자 그 민간업체에서 언제 계약해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그들 역시 어떻게든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기존의 범죄단체와도 조금씩 손을 끊는 것이 추세였다. 한꺼번에 변하지는 않겠지만, 그 변화의 시작을 엘라가 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대체 나중에 뭐가 되려고...’

자신이 재미있자고 시작한 일이 도시 하나의 운명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쯤 되면 대견함을 넘어 무서워질 지경이었다. 대체 다음에는 무슨 짓을 저지를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준은 자신도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제임스가 지금의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너 임마. 감시 확실하게 해. 만약 걔가 또 이상한 짓 시작하면 확실하게 보고하고.

-알겠습니다. 형님. 지금 엘라가 욕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말라고 할까요? 불량배들에게서 배운 모양입니다.

-뭐라고 하는데.

-차마 옮겨드리기 힘든 욕입니다만.

-끙... 그런 건 네 선에서 처리해.

-알겠습니다.

준은 자신의 딸이 욕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고개를 저었다. 부디 착한아이로 자라주길 바랄 뿐이었다.

프라이어 시티가 파워버프걸로 한창 시끄러울 때, 한편에서 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공장지대는 완공률이 20퍼센트를 넘었고, 델타 엔진 1차 선적분을 실을 화물선이 도착했다. 총 1만기의 엔진을 우선적으로 보내자, 현찰로 법인통장에 2조가 꽂혔다.

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은 통상금지가 해제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갤럭시 측에서 힘을 쓰니 순식간에 제한이 풀렸다.

“이렇게 쉽게 해결되는 일을 안된다고 그렇게 버팅기다니.”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다른 기업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일이니, 정치적인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가 알바는 아니잖아.”

“혹시 궁금해 하실까봐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이제 일반판매도 가능한거지? 슬슬 홍보도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하는데.”

“이미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눈치를 보느라 움직이지 않았지만, 조만간 주문들이 밀려들어올 겁니다. 그러니 굳이 무리해서 홍보를 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지금은 기업판매로만 가닥을 잡아도 재고소진에는 충분하니까요.”

“네 생각이 그렇다면야. 뭐... 그럼 이걸로 당분간 월급이 밀릴일은 없겠지?”

“전함을 팔 때부터 자금에 대한 압박은 별로 없었습니다. 다만 이제 덩치를 키워야 할때가 된 것 같습니다. 자본금과 기업규모에 비해서 직원들의 수가 너무 적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직원들의 과로가 겹치면서 문제가 생기게 될겁니다.”

“지금 비정규직들을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해. 무슨 말인지 알지?”

“펠로우쉽 계약을 말하시는 겁니까?”

“그래. 직원들에게 할당을 주든 뭘하든 펠로우쉽 계약서를 쓰게 만들라고.”

펠로우쉽 계약은 한사람당 맺을 수 있는 숫자가 제한되어 있었다. 그것은 준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지금은 상당히 그 수가 늘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훨씬 많은 사람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한 명만 나서도 되니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결정체가 좀 들어가긴 하겠습니다만.”

제임스는 한 사람을 우선 5레벨을 만들어서 그 사람으로부터 피라미드처럼 연쇄적으로 계약하는 방법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결청체가 많이 든다. 일단 5레벨 까지 찍는데 경험치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현재 다른 방식으로 경험치를 넘겨줄 방법은 없고 오로지 결정체를 념겨 주는 것만으로 가능했다.

결정체는 준이 관리하고 있는 만큼 그의 결재가 없으면 사용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애초에 그가 꺼내주지 않으면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얼마나 필요한데?”

“조만간 보고서로 올리겠습니다.”

그렇게 델타스피릿의 직원들이 속속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수라드행성을 담당하고 있는 양주안과 그 부하들, 그리고 비정규직으로 고된 일을 자처하고 있는 이스카야 행성의 노인들, 그 외에도 각 부분에서 일반인으로서 일을하고 있던 이들을 모두 펠로우쉽 계약과 함께 정규직으로 전환을 시켰다.

특히나 이스카야 행성의 노인들에게 극적인 반응이 나타났는데, 실제로 그들의 체력이 젊은 시절에 견주어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적으로 육체도 젊어지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막스나 마스터의 상태로 봐선 완전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현재보다는 상당히 젊은 육체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번기회에 공채도 진행했다. 델타스피릿의 인원들 상당수가 몸쓰는 일에 최적화 된 인간들이었기 때문에 가방끈이 긴 사람들도 다수 필요했다. 그리고 그들을 뽑는 일에는 제임스가 나서서 직접 면접을 보았다. 그렇게 뽑힌 이들의 수만 해도 거의 백여명에 이르렀다. 그들은 향후 몇 달간 제임스 밑에서 굴려진 다음 행정가가 필요한 각 부분에 배치될 것이다.

그렇게 델타스피릿과 란도넬 행성이 안정세에 들어갈 무렵, 파티마 제국과 갤럭시 인더스트리 사이에 일어난 전쟁은 여전히 교착상태에 빠져있었다.

최초 전황은 파티마 제국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갤럭시에서 실드를 가진 전함을 세대나 가지고 있었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중간에 루나의 개량워프엔진을 보유하게 되면서 함선의 성능도 향상되었다.

델타엔진을 개조하는데 필요한 시간보다 그쪽이 훨씬 더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시기가 빨랐고 결국 석유행성 뿐만 아니라 몇 개의 항성계를 더 빼앗기며 갤럭시의 통치반경이 상당히 줄어버렸다.

델타 엔진은 이제 막 보급받은 상황. 그것을 현재 가지고 있는 전함에 적용해서 개조하기까지는 또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에 파티마제국은 또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시간 문제일 뿐, 델타엔진으로 보강한 갤럭시의 전함은 압도적인 화력을 통해서 파티마제국의 전함들을 압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망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

하지만 갤럭시와 연방의 연합함대가 그리 쉽게 무너질리 없었다. 몇 개의 항성계라고는 했지만 갤럭시 인더스트리에서 관리하는 항성계는 거의 100개가 넘었다. 물론 그 대부분이 인구 100만 이하의 작은 행성이지만 그래도 인구 1억 이상의 제법 큰 행성도 가지고 있었다. 아직 손실은 감당할 만한 수준에 불과했다.

준은 그쪽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상황의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스파이 까지 파견했다. 그쪽의 상황을 좀 더 제대로 알기 위해서 였다.

그리고 준은 그 사이 두 번째 감옥행성을 만들기 위해서 준비를 시작했다. 그동안 충분히 숙성된(?) 사람들이 던전안에 다수 존재했고 일반인 이었던 이들도 대부분 헌터로 변한 상태였다.

엘라행성까지의 거리는 알바트로스를 타고도 거의 보름이상 날아가야 할 정도로 먼 위치에

있었지만 준은 단번에 그곳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럼 다녀올게. 문제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다녀오십시오.”

제임스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준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경험치 10만짜리 공간이동 웜홀 안으로 가볍게 뛰어들어갔다.

행성엘라는 딱히 치안이랄게 없다. 자신들끼리 규칙을 만들고 자신들끼리 그 안에서 서열을 이루고 살아간다. 그리고 현재 엘라행성은 군인조직이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다보니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이 기본이 된 형태로 조직되어 있었다.

그들이 엘라 행성에 온 것도 몇 달이 지났다. 그 짧은 사이 그들은 몇가지의 생존기술을 몸에 익혀야 했다. 그것은 문명화 된 도시에서 살던것과는 다른 방식의 생존방법이었다. 일단 모든 보급품은 델타폰으로 전송된다. 즉, 먹고 살기 위해서는 경험치가 필요했고 죽기 싫으면 사냥을 해야했다. 던전에 있을때와는 달리 죽는다고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교한 형태의 사냥방식이 필요했다.

엘라행성의 외도들은 알카트뢰즈에 비해 제법 강한 편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최소 한 팀에 열명 이상씩을 포함해서 움직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