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01화 (40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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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버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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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걸고 탈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이렇게 잡히고 말았다. 어린 나이에 납치되어 수년간을 유흥업소에서 생활했고, 더 이상은 이렇게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그녀의 눈에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검정, 빨강, 녹색의 머리를 한 세 명의 여자아이였다. 거기에 커다란 개가 그녀들의 뒤에서 달리고 있었다. 보통의 어설픈 코스프레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녀가 놀란 이유는 아이들이 허공을 날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들 중 하나가 자신과 눈을 마주쳤다.

“아...?”

그녀가 지금의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는 사이, 자신과 눈을 마주친 검은 머리의 아이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뭐 좀 물어볼게요.”

“아...?”

“여기 근처에 란도넬 백화점 있지 않아요? 아무리 찾아도 안보여서요.”

검은 머리의 소녀, 엘라 알스버그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 사내들이 그녀를 보며 당황하는 사이, 그 옆으로 시미와 펄, 그리고 검둥이가 내려와 그녀의 곁에 섰다.

“뭐냐? 너희들은.”

마른 사내가 어이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잠시 길을 좀 물을려고요. 근처에 란도넬 백화점 있지 않아요? 시미 옷을 좀 사려고 하는데요.”

셋은 가지고 있던 옷을 전부 두고 온 시미를 위해서 옷을 사러가던 참이었다. 물론 한 번도 백화점을 가보지 않은 세 사람이었기 때문에 한참동안 길을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여성은 대답대신 입을 열었다.

“도, 도망...”

“네?”

“도망치라고! 아악!”

꽈악!

마른 사내가 그 여성의 머리채를 잡아끌며 으르렁 댔다.

“어린계집아. 쓸데없는 참견말고 꺼져라. 알겠냐?”

“음... 검둥아?”

엘라가 고개를 돌려 검둥이를 바라보았다. 그 녀석은 귀찮다는 듯이 뒷발로 목덜미를 긁고 있었다. 자기 일이 아니니 신경쓰고 싶지 않다는 모양이었다.

“아! 나 알아! 이 사람들 인신매매범이야! 책에서 봤어!”

시미가 손뼉을 치며 사내들을 가리켰다. 어린여자아이에게 인신매매범 소리를 들은 사내들의 표정이 기괴하게 구겨졌다.

“나참. 진짜 아침부터 별 거지같은 경우를 다 만나는 군. 야. 가자.”

마른 사내가 귀찮다는 듯 여성을 잡아끌었다. 그러자 다른 사내 하나가 입을 열었다.

“야. 저것들 꽤 반반한데?”

“뭐?”

“요번달에 실적도 없는데 그냥 저것들 데려가는 게 어때? 늙은이들이 제법 좋아할 것 같은데?”

“야. 아무리 그래도 저것들 중학생도 안되어보이는데.”

“시발. 우리가 언제 그런거 따졌냐.”

“하긴...”

마른사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머지 두 명의 사내가 엘라와 시미, 그리고 펄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였다. 힘없이 늘어져 있던 여성이 무슨 힘이 솟았는지 아이들을 향해 다가가던 두 사내의 다리를 붙잡았다.

“뭐, 뭐야? 이년이! 이거 빨리 안놔?”

“빨리 도망쳐! 여기 있으면 위험해!”

“야! 뭐하는 거야? 사람들 모이기 전에 빨리 해결해.”

빠직!

“헉!”

마른사내가 여성의 등을 밟았다. 어지간히 세게 밟았는지, 순간적으로 여성이 눈을 까뒤집으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젠장. 죽은 건 아니겠지?”

그는 그제서야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정신을 잃은 그녀는 기도가 막힌 듯 꺽꺽대며 거의 숨이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야. 그년은 버리고 얘네나 잡아가. 세 명이니까 한사람씩 데려가면 되겠네.”

“젠장. 재수없게.”

마른사내는 죽어가는 여성을 내팽개치고 붉은머리의 소녀에게로 다가갔다.

흠칫.

그리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그 소녀의 눈이 너무나도 차갑게 가라앉아 있기 때문이었다. 보통이라면 겁을 먹고 두려워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아이들은 전혀 자신들을 보고도 무서워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앞에 있던 검은 머리의 소녀가 입을 열었다.

“검둥아. 너는 저 언니 데리고 얼른 아빠한테 가봐.”

“끙... 귀찮게스리.”

하품을 하고 있던 검둥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몸을 쭉 펼쳤다.

“개, 개가 말을 해?”

“내가 잘못들은 거 아니지?”

“시끄러. 개가 말을 하든 뭘하든 우리는 할 일만 하면 돼!”

마른 사내는 그렇게 외치며 붉은머리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슈칵!

촤악!

“어...?”

그리고 다음 순간 자신의 손목아래가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잘린 부분에서 분수처럼 피가 뿜어져 나왔다.

“아....아....?”

“너...?”

“이게 대체...”

고통은 뒤늦게 찾아왔다. 그는 손목을 쥐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으아아!!”

“뭐야! 저리 꺼져!”

“씨발. 이게 뭐야!”

사내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패닉에 빠져들었다. 마른사내의 손이 잘려나가는 것을 제대로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그 일을 저지른 것이 저 붉은머리의 소녀라는 사실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 끝에 잘린 손이 걸려있다가, 툭,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도망쳐!”

멀쩡한 두 사내가 황급히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들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무언가가 그들을 뒤에서 잡아당기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자, 검은머리 소녀가 자신들을 향해 두 팔을 뻗은 상태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시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시미. 나는 잘 모르겠는데. 저 사람들 어떻게 해야 돼?”

“음... 준은 다 죽이던데.”

“그래? 그럼 나도 그래야 할까?”

엘라가 천연덕스럽게 입을 열자 사내들의 표정이 하얗게 변했다. 자신들이 어떻게 움직이지 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녀들의 손에 자신들의 목숨이 달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사, 살려주십시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어쨌든 목숨은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들은 저항을 포기하고 재빨리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숙였다. 곁눈질로 고통을 호소하며 바닥에 엎드려 있는 마른사내의 모습을 보니 더더욱 반항할 생각이 사라졌다.

“시미?”

“그럼 일단 죽이지 말고. 던전에 넣으면 될 거 같은데.”

“그건 아빠 꺼잖아. 나한테는 없는데.”

“흠... 펄?”

“난 다 죽였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붉은 머리칼을 칼처럼 휘저으며 입을 열었다. 엘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그건 아닌거 같아. 그리고 그런거 막 자르지마. 보통 사람은 재생 안된단 말이야.”

“그런거야?”

“너도 사람이었다면서 그런걸 몰라?”

“그때 기억은 잘 안나.”

“어쨌든. 죽이지는 말고 일단 경찰서에 넘기자.”“경찰서는 어디에 있어?”

시미가 묻지 엘라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그녀도 경찰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사내들에게 물었다.

“아저씨들. 근처에 경찰서가 어디에 있는 줄 알아요?”

“그... 골목을 나서서 오른쪽으로 쭉 올라가면 있는데.”

“잘됐다. 그럼 같이 가요.”

엘라가 염동력을 풀자 그들은 어정쩡하게 일어났다.

“이쪽? 맞아요? 골목을 나가는 게 아닌거 같은데?”

엘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마, 맞아. 이쪽으로 가면 분명히 나온다고.”

그들은 마른사내를 부축하면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일단 급한대로 지혈을 하긴 했지만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으면 출혈과다로 사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향하는 방향은 경찰서나 병원이 아니라, 자신들의 아지트였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어떻게 하지 못했지만, 아지트에 가면 헌터출신 조직원들도 있다. 그들이라면 이 기이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뭔가 수상한데...”

펄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볼때마다 사내들인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동료의 손을 예고도 없이 잘라버린 저 붉은 머리 소녀는 진심으로 무서웠다.

‘이 개같은 년들 잠시만 기다려라. 아지트로 돌아가면 전부다 참교육을 시켜줄테니까.’

그렇게 약 십분 정도를 골목길을 돌아 한 주점의 뒷문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철로 만들어진 문이었는데 안쪽에서만 열수 있는 자그마한 눈구멍이 있었다.

“여기입니다.”

“여기가 경찰서에요?”

“뒤, 뒷문이라서 그럽니다.”

엘라의 말에 사내가 궁색한 변명을 하며 황급히 철문을 두드렸다.

쾅쾅!

“어이! 이봐! 빨리 문열어!”

찰칵!

눈구멍이 열리면서 매서운 눈빛의 흑인 사내가 모습을 나타냈다.

“뭐야? 매카시잖아. 그 년은 잡았어?”

“일단 열어봐. 여기 다른 계집을 잡아왔으니까.”

매카시라고 불린 사내는 눈구멍에다 대고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아니... 그게 무슨... 벤은 또 왜 저러는 거야? 어디 다쳤어?”

“닥치고 빨리 문부터 열라니까.”

“아, 알았어.”

기잉-

무거운 철문이 열리면서 덩치큰 흑인사내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대충 걸쳐입은 린넨셔츠 아래 단련된 근육이 느껴질 정도로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이쪽입니다.”

“아니. 잠깐만요.”

매카시가 철문 안쪽으로 안내하자 엘라가 입을 열었다.

“여긴 경찰서가 아닌데요.”

“맞으니까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여기가 경찰서 뒷문입니다.”

“아무리 내가 어려도 그렇지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면 안되죠.”

엘라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펄이 입을 열었다.

“거봐. 다 죽여야 된다니까.”

“하지만 죽이면 나중에 걸리잖아. 재판받으면 감옥에 갈수도 있는데?”

시미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펄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눈을 깜빡이고는 입을 열었다.

“그럼 증거를 없애면 될 거야. 시체를 물속에 던져버린다던지.”

“그래. 증거공판주의. 나도 TV에서 봤어.”

“나랑 같이 봤잖아.”

그렇게 진지하게 증거인멸에 대해 두 사람이 모의하는 사이 흑인사내가 입을 열었다.

“이 꼬마들은 뭐야?”

“상품들이야. 아아. 잠깐. 이 녀석들 나이는 어려도 이상한 능력이 있는 것 같아.”

매카시는 조용히 귓속말로 소근거렸다. 손목이 잘린 벤과 그를 부축한 다른 사내는 이미 철문 뒤로 넘어간 상황이다. 잠시후면 헌터들이 올라와서 저 녀석들을 잡을 수 있었다.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했다.

언제든지 목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일만 성공하면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매카시는 없던 용기마저 솟아오르고 있었다.

“정말이야?”

“벤 손모가지 날아간거 안보여? 저 빨간머리 년이 한 짓이야.”

“이런... 제법 귀여운 년들을 데리고 왔군. 어린데다가 얼굴도 반반하고 능력까지 있으면 제법 상등품이잖아. 일만 제대로 풀리면 너희들 포상 좀 받겠는데?”

“건드리지 말고 안전거리 유지해. 저 머리카락으로 자르는 거 같으니까 1미터 정도 거리만 유지하면 될거야. 다가오면 뒤로빠지고.”

“흥. 그렇게 강한건가?”

“벤이 손도 못쓰고 당했다고. 그녀석도 이 구역에서 짬좀 먹은 놈인데.”

“나는 괜히 끼어들지 않는 편이 좋겠군.”

흑인사내와 매카시가 아이들의 맞은편에서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서 있었다.

“그런데 저 녀석들 도망칠 생각을 안하네?”

“그러게. 상황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는 건가?”

사실 매카시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당장 엘라와 아이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가만히 여기서 다른 헌터들이 올때까지 기다리는게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만약 아이들이 도망치려고 한다면 어느쪽으로 도망치는지만 보려고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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