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8 ----------------------------------------------
엑조틱 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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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런데 뭔가 집 뒷마당이 이렇게 넓었나...?”
집 뒤에 놀이공원이 있다는 충격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제와서 보니 원래 뒷마당은 이런 규모의 놀이공원이 들어갈 만한 공간 자체가 없었다. 규모를 확장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 알파시티는 거대한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외도의 침입을 막기위해서였다.
“하하... 그게 엘라가 말입니다.”
검둥이가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이 또 뭘 했냐?”
준은 스마트 패널을 펼치고 설계도를 그리고 있는 엘라를 흘깃 보고는 입을 열었다.
“땅을 넓히더라구요.”
“흠... 설명이 좀 부족한 거 같은데.”
“그러니까. 그 왜 결정체를 가지고 말입니다. 땅을 만들던데요.”
“그게 설명이 된다고 생각하냐?”
“저는 그것 밖에는 딱히 설명을 못드리겠습니다. 제가 본 게 그거라.”
검둥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준은 혹시나 싶어 엘라의 프로필을 살폈다.
“흠...”
기술란에 ‘대지확장’이라는 것이 추가 되어 있었다. 아마 그걸로 땅을 넓히고 기계소환 기술을 이용, 놀이기구들을 만들어 낸 모양이었다.
‘참 별걸 다 만들어 내는 군.’
준이 이스카야를 떠나 있던 시기는 대략 석 달 정도. 물론 그 사이 아주 못본 것은 아니었다. 10만이라는 경험치가 많아보이긴 해도 준이 하루에 가만히 앉아서 버는 양이 그보다 많았으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갔다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란도넬 행성을 정상화 하느라 미처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그 사이 또 그녀가 새로운 능력을 개발한 모양이었다.
“준. 바쁜데 뭐하러 왔어요.”
그렇게 ‘엘라파크’ 라고 이름 지어진 놀이공원을 둘러보고 있는데 멀리서 루나가 다가왔다. 파티마제국에 개량엔진을 보급하는 일을 마무리 하고서 잠시 휴식중이었다. 그녀로서는 좀처럼 없는 일이었다.
“가끔은 와야지. 그나저나 오늘은 여유가 있나본데?”
“당신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늘은 하루 휴가를 냈어요.”
루나는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긴 머리칼을 차분하게 늘어뜨린 채 연구용 가운을 입고 있는 모습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를 떠올리게 해 묘한 기분이 들엇다.
“애들은 놀게 내버려두고 오랜만에 둘이서 여행이나 갈까?”
“바쁘지 않아요?”
“뭐, 바쁘긴 하지만 하루 이틀 정도는 상관없겠지.”
“제가 바쁘거든요. 그래도 오늘 하루 정도는 여유롭게 보낼 시간은 있어요.”
루나가 웃으며 준의 팔짱을 꼈다. 두 사람은 엘라가 만들어낸 테마파크를 돌아다니며 간만에 만들어낸 휴가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엘라의 테마파크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처음에는 놀이기구들만 눈에 띄었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니 외도들을 모아놓은 사파리도 있었고, 공연장과 영화관도 있었다. 심지어 구현화를 이용한 오락실도 있었다.
“여기 생각보다 본격적인데? 이걸 전부 엘라가 한거야?”
“다들 조금씩 거들다 보니 이렇게 된거에요. 엘라가 만든 건 저기 있는 놀이기구들이고, 이쪽 사파리는 막스님이, 그리고 나머지는 건축기술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을 불러서 만든 것들이에요.”
“그래? 알아서들 잘하네.”
직원들 중에서도 건축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공연팀이나 이런 부분들은 전부 알파랜드 운영팀들이 담당하고 있었다.
루나가 커다란 놀이기구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준은 저런 거 싫어하죠?”
“아니. 뭐 싫어하는 건 아니고 무서워하는거지.”
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풋. 엄청 솔직하네요.”
“들통날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럼 저건 어때요?”
루나가 커다란 대관람차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높이만 5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기구를 보며 준은 약간 다리가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관성제어를 이용해 대기권 돌파도 했던 준이었지만, 어째서 저런 놀이기구만 보면 덜컥 겁이 나는지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루나가 꼭 타고 싶은 눈치였기에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대관람차에는 사람이 없었다. 준과 루나가 기구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대관람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움직이며 서서히 준과 루나가 탄 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생각보다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괜찮아요?”
“아아. 별로 무섭지 않네. 이정도 높이는 이제 익숙해진 모양이야.”
“놀이기구 타 본적 있어요?”
“어린시절에.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그때는 어땠어요?”
“내가 왜 놀이기구를 무서워 하겠어? 죽을뻔했다고. 아버지가 사내자식이 이런걸 무서워해서 되겠냐면서 계속 나를 고속열차에 태워서 돌렸거든.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놀이공원은 가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맹새했었는데 말이야. 내 집이 놀이공원이 될 줄은 몰랐네.”
“저도 이렇게 까지 될거라고는 생각안했는데 말이에요. 그 아이가 커서 뭐가 될지 모르겠어요.”
“그러게... 나도 상상이 잘 안되네.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도 무서울 지경인데.”
엘라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기술을 만들어서 쓰고 있었다. 그게 ‘금수저’의 능력인지, 아니면 무엇이든지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나이인 때문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그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형태로 발전되기를 바랐다.
“여기까지 와서 아이 걱정을 하게 되네요. 저기 봐요. 강까지 보이는데요.”
“아아. 그때 거기 말이지?”
시미가 강바닥을 뒤집어서 한동안 생선만 먹게 만들었던 그곳이 보였다. 준의 시야에는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는 외도도 서너마리 보였다. 아직 알파시티 인근이 그다지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였다.
‘그렇게나 잡아댔는데도 아직 돌아다니는 놈들이 있네.’
외도들은 대체로 영역동물과 비슷하게 행동한다. 가끔 여기저기 방황하는 놈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잘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때문에 일단 한번 외도를 쓸어버린 지역에서는 녀석들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저렇게 돌아다니는 놈들이 있는데, 대부분은 자신들끼리의 영역다툼에서 밀려난 놈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놈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근방의 외도밀집율이 상당히 높다는 뜻이었다.
‘눈알 같은 녀석이 하나 있으면 컨트롤 하기 쉽긴 할텐데.’
그 녀석들 데리고 오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 지구라트의 일부이면서도 독자적인 생명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구라트라는 증폭기가 없으면 녀석의 능력은 극히 제한된다.
‘음... 지구라트 자체는 너무 커서 들고오기가 힘들고.’
자체적으로 녀석의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좀 더 수월하게 외도를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나. 지구라트에 대해서 연구하고 싶은 생각없어?”
“흠... 그렇지 않아도 슬슬 전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연구 할만한 게 있나요?”
“이번에 란도넬 행성에서 지구라트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 외도를 조종할 수 있는 녀석이 하나 있었거든. 지금 펠로우쉽 계약을 맺어서 데리고 있는데, 그 녀석을 연구하면 외도를 컨트롤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아무래도 외도학은 루나가 전공이잖아.”
한동안 어그로시스템과 개량엔진에 대해서 연구하느라 바빴던 그녀였지만, 원래 전공은 외도학이었다. 그녀라면 지구라트의 원리에 대해서 어느정도 밝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번에 란도넬 행성에 갈 때 같이 갈까요?”
“그럴 수 있겠어?”
“이쪽일은 이제 실무적인 일만 남았으니까요.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가도 될 것 같아요. 다만 엘라가 걱정인데...”
“그녀석도 데리고 가지 뭐. 어차피 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지 않아도 한동안은 란도넬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가족과 오랜시간 떨어져 있는 것 보다는 모두 함께 있는 편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은 두고 가기로 했다. 수도와 전기까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떼어가려고 하면 손 볼 곳이 많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가게되면 프라이어 빌딩에서 지내게 될 것이라, 집을 따로 구할 필요도 없었다.
다만 문제는 펄이었다. 물이 있어야 제대로 쉴 수 있는 그녀였기 때문에 빌딩건물은 그녀에게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그냥 두고 갈 수도 없었다.
결국 프라이어 빌딩의 한층을 통째로 수조로 만들어 그녀가 쉴 수 있도록 만들기로 했다. 돈도 제법드는데다가, 한층 전체를 물로 채우게 되면 그로 인한 하중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보강공사가 필요했다. 결국 그 부분은 준이 맡기로 했다. 하루이틀사이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준의 건축기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현재 상급에 이르러 있는 준의 건축기술은 건물을 올리는 것 뿐만 아니라 보수하는데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때문에 기존 건물의 빔을 강화 재질로 바꾸고 콘크리트의 강성도 높여 설령 대형 비행형 외도가 건물을 들이받아도 뚫리지 않도록 강화시켰다.
그렇게 하고나서, 준은 건물 내부의 거주시설에 ‘공간확장’ 강화를 걸었다. 기존의 크기에 비해 50퍼센트 정도 확장된 공간은 엘라를 비롯 시미와 펄이 뛰어놀기에 충분했다.
“이정도면 괜찮겠지?”
준은 뿌듯한 얼굴로 아이들 용으로 만들어 놓은 실내를 보며 입을 열었다. 루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준과 루나가 거주할 최상층 바로 아래에 만들어 놓은 엘라와 시미, 그리고 펄의 거주구역은 아래층까지 이어진 커다란 수조와, 그리고 흙을 만지면서 놀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기본적으로 넓은 건물인데다가 공간확장까지 걸어두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짓이었다.
엘라와 시미, 펄도 그럭저럭 만족하는 눈치였다. 무엇보다도 200층에 이르는 프라이어 빌딩의 최상층인 만큼 전망이 좋아 다들 강화크리스탈을 통해 바깥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루나는 지구라트에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 준은 그녀가 사용할 수 있도록 전용셔틀을 하나 제작해 주었다. 준처럼 인벤토리에 넣어 다닐 수는 없지만 빌딩 옥상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이동에 문제는 없었다.
그녀의 경호원으로는 검둥이를 붙였다.
-형님. 이제 제가 필요없으신 겁니까.
“뭔 개소리야.”
-그것이... 매번 저를 떼어놓고 다니시니 말씀입니다. 이제 저는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인가 싶어 말씀 드렸습니다.
“네가 가장 믿을 만 하니까 붙여두는 거지.”
-그, 그런 거였습니까?
검둥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혀를 내밀었다. 준은 결정체를 하나 꺼내어 멀리 집어 던졌다.
후다다닥!
꼬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달려간 녀석은 결정체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낼름 삼키고는 다시 준에게 돌아왔다.
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거.”
준은 초록색 결정체를 던져주었다. 검둥이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고, 준이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진화할 때 되지 않았어?”
그동안 쌓인 경험치도 꽤 있을테니 그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그건 준의 오산이었다.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형님.
노란색 정예에서 초록색 정예로 오르기 위한 경험치는 최소 수백만. 다만 그동안 검둥이와 함께 다니면서 녀석이 훔쳐먹은 경험치가 상당히 쌓여있었기에 그 절반 정도는 이미 채워놓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