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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조틱 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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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떴다.
-나도 봄. 그 여자 대박이던데. 새로 데뷔한 배우인가?
-CG아냐? 사람이 그렇게 생길 수 있을 리가.
-아니. 진짜 사람이라는데.
-시바 지금 여자얘기부터 하는거냐?
-그거보다 중요한게 뭐가있냐? 내가 지인한테 들었는데 델타스피릿 직원이라더라.
-정말이냐? 연예인이 아니라고? 그런 얼굴로?
-이건도 주인장이 억지로 밀어붙였다고 하더라고.
-젠장. 그럼 주인장이 먼저 따먹었겠네.
-시발 이색기 말하는거 하고는. 생각이 그렇게 밖에 안돌아가냐? 그리고 주인장 결혼했는데.
-결혼했다고 여자 못만나냐. 분명히 무슨 관계가 있을 걸.
-하긴. 나라도 옆에 그렇게 예쁜여자가 있으면 정신 못차릴 거 같은데.
-야. 나 오늘부터 델타스피릿 지원하러 간다.
-거긴 공채없음. 그거 아직도 모르냐?
-이번에 직원 대규모 모집한다던데?
-그거야 란도넬 공장에서 일할 사람 모집하는 거고. 거긴 그냥 생산직이라고. 하루종일 기계만 보고 있어야 할걸.
-급여는?
-몰라. 가서 확인해보던지. 아쉬운놈이 우물파야지 왜 여기서 묻고 지랄.
-이거 하고 있으면 어쨌든 헌터 아님? 헌터라는 놈이 공장 들어가게?
-야. 나 10년째 하급인생인데. 이정도면 차라리 대기업 생산직이 벌이가 낫지 않냐. 거기다가 정규직이라면서.
-정규직이면 뭐. 어차피 잘리는 건 매한가지인데.
-이거 잘팔리면 오래 일할 수 있는거 아니냐? 내가 보기엔 이거 망할 수가 없는 아이템인데.
-그렇게 좋은거냐? 어차피 엔진이나 발전기 같은 건 더 이상 발전이 안되는 분야 아니야?
-결정체로 발전기 돌리는 건 처음이잖아. 효율이 얼마나 나오는지는 모르는데 어느정도만 나와도 훨씬 쓸만할걸.
-그런 것 치곤 결정체가 너무 비싼데.
-ㄴㄴ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으면 해결.
슬슬 엑조틱 엔진에 대해서 이야기가 달아오르자 준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제대로 된 정보는 이미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긴 했지만, 여기에 있는 놈들은 귀찮다는 이유로 그런 걸 일일이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는 인간들이었다.
=야. 이거 결정체 하나면 차 한달내내 굴릴 수 있음. 가서 에너지 효율 봐라. 개쩐다. 니들 차에 이거 하나씩만 달아도 기름값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음. 아니지. 기름값이 뭐냐. 이걸로 니네 집 난방까지 해결함.
-집도 차도 없으면?
-자살해. 병신아.
-주인장 등판. 야. 이거 오늘 로또사야겠다.
-주인장. 그 여자 누구임?
-했음?
-했겠지.
-나같으면 했다.
=모델에 대한 이야기는 질문 안받는다. 확실히 말하는데 안했다.
-할거지?
-할거면서.
-할 생각은 있는거지?
=됐고. 그런 사이 아니다. 그런데 그 CF에 여자 두 명 나왔는데 누구 이야기 하는거냐?
-두 명?
-무슨 소리야 한명인데.
-한 명 아님? 그 하얀머리. 와 나 어제 꿈에 나옴.
-야. 내가 찾아보니까 진짜 두 명임. 대박. 나 방금 알았음.
-구라 즐. 내가 백번 정도 돌려봤는데.
-다시 봐바. 두 명있다고 생각하니까 진짜 두 명으로 보임.
-뭐야. 매직아이냐?
-매직아이라니. 시발 무슨 중세시대도 아니고.
-억. 진짜 두 명임. 대박. 이 여자 대체 누구냐?
-그거 여자였음? 난 공기인 줄.
-난 배경인줄알았는데.
-아. 그거 사람이구나. 난 미토콘드리아인 줄.
=이 자식들이 ㅋㅋ 본인이 보면 어쩌려고. 고소각 나온다.
준이 낄낄거리면서 열심히 댓글을 달았다. 이미 예상했던 참사이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한 상황인 것 같았다. 아예 그녀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도 있을 정도라니.
‘아무리 그래도 분량이 비슷한데 말이지.’
물론 주가 에피알게나스이긴 했지만 화면에 나오는 시간으로 따지면 비슷했다. 그녀의 데뷔는 아무래도 제대로 망한 것 같았다.
엑조틱 에너지로 움직이는 엔진, 상품명 ‘델타 엔진’이 조금씩 팔려나가기 시작하면서 준도 알바트로스의 동력을 원자력에서 델타엔진으로 바꾸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유지비 측면에서의 장점은 그렇게 까지 크지 않았다. 일단 플루토늄 자체가 상당히 싸고 한 번 연료봉을 교체하면 수개월 가량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은 어마어마 하게 많았다.
일단 원자력 엔진 자체가 비대하다. 방사능 차폐를 위한 장비뿐만 아니라 발전을 하기 위한 가압로나 증수로 등의 부피가 상당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제거하자 우주선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졌고 가용공간도 훨씬 늘었다. 또한 상시로 돌려야 하는 원자력 엔진과 달리 델타엔진은 언제든지 껐다 켰다 할 수 있어 에너지 낭비도 적었다.
순간 출력을 조절할 수도 있어서, 양전자포를 사용할 때 재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도 있었다.
“흠. 이정도 에너지량이면 10초안에 충전이 끝나겠는데.”
보통 원자력엔진을 통한 출력으로 1분에 한번정도 사용가능한 양전자 포를 10초마다 한번씩 사용할 수 있었다. 딱히 무장을 추가하지 않았음에도 몇 개의 양전자포를 추가로 장비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 하나하나 전력원을 바꾸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행성에는 핵융합발전소가 있기 때문에 도시전력에 손을 댈필요는 없었다. 단지 플랫폼이라던가, 전력을 많이 차지하지만 이동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초대형 장비등에 설치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어느정도 성과가 보이기 시작하자,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났다.
다름아닌 장원삼 과장이었다. 그는 프라이어 시티 최고층 빌딩의 전경을 보며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아, 아닙니다.”
준이 회의실에 들어가자, 장원삼 과장이 고개를 숙였다. 어쩐지 예전에 비해서 더욱 깍듯해진 느낌이었다.
“서로 불편하게 하지 말지. 이제와서 그래봐야 아부하는 느낌이 들어서 별로인데.”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허면 업무 이야기부터...”
“아니. 그보다 그 쪽 전쟁은 어떻게 되가는 거야? 정보통제라도 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된 소식이 들어오질 않는 것 같은데.”
만약 갤럭시 측만 정보를 막는다면 그쪽이 불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파티마 제국쪽에서 들어오는 정보다 상당히 통제되고 있었다. 알 수 있는 정보라고는 여전히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 정도.
물론 완벽하게 모든 정보가 막혀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쪽이 이긴다던가, 어느쪽이 진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올때마다 그 주체가 바뀌는 바람에 유불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허위정보가 많은 것이다.
“내부 사정은 저희쪽에서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궁금해서 그러지. 말해달라고. 어차피 내가 알고 있어봐야 누구에게 퍼트릴 것도 아닌데.”
“사장님께서는 가장 소문을 내기 좋은 플랫폼을 쥐고 계신걸로 압니다만.”
“아. 이거 말인가.”
준은 손목에 매고 있던 델타폰을 흔들었다. 현재 델타폰은 일전의 물리적 업데이트를 통해서 일반 스마트패널처럼 손목에 감고 다닐 수 있는 형태로 변화 되어 있었다.
“네. 사장님 한마디면 수십만명이 알게 되는 거 아닙니까?”
“아니. 뭐 그정도까진 아닌데.”
준은 머리를 긁적였다. 현재가지 델타폰의 개통 수는 약 15만. 준이 델타폰을 만든 이후로 채 2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전혀 홍보없이 이만큼이나 보급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델타폰의 자가복제가 가능한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증가추세가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었다. 몇 달 전만 해도 새 델타폰의 개통이 하루에 백 건씩 늘어나던 것이 지금은 천 건씩 늘어나는 식이었다.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제 담당분야가 아니라서요.”
“뭐, 사실 누가이기든 별 상관없긴 한데.”
“그래서 말입니다. 이번에 새 엔진을 하나 개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말이 나왔다.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갤럭시 같은 큰 기업에 대규모 물량으로 넘기는 일이 꼭 필요했다.
“사겠다고?”
“그것이... 현재 상태로는 어렵습니다. 현제 델타스피릿이 통상금지가 걸려있지 않습니까?”
“그거야 새크리파이스에서 주도한 거고. 전쟁도 란도넬 행성을 넘겨주는 걸로 끝냈고, 슬슬 통상금지도 풀 때가 되지 않았어?”
“그건 풀린 다음의 이야기지요. 백인회를 재소집해서 금수조치를 풀기 위해서는 여러 기업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충분한 근거없이 정해진 조치를 풀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권이 걸린 문제라서요.”
준이야 자세한 사정을 모르지만, 애당초 통상금지는 델타스피릿의 기술력에 대한 두려움과 시기심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는 이상 타기업들이 금수정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애초에 반대했어야지. 그러면 일이 훨씬 수월했을텐데.”
“어쨌든 그래서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는 공동투자 형식으로 물건을 좀 받을 생각입니다.”
“그런 꼼수도 한 두 번이지. 솔직히 좀 마음에 안드는데.”
말이 투자지 사실은 거래였다. 하지만 금수조치가 걸린 상황에서는 꼼수를 부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갤럭시에서야 그렇게 물건을 받아가면 그만이지만, 델타스피릿 입장에서는 언제까지 이런 방식을 취할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꼼수도 자꾸 쓰면 걸린다. 만약 이번 전쟁에서 갤럭시가 지고, 파인애플이 연합정부의 패권을 쥐게 되면 이런 꼼수는 결국 비수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받았던 투자금액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들어올 거고 그걸 피해갈 재주는 준이라고 해도 없었다. 이때를 대비해서 파티마제국에 발을 걸쳐놓기는 했지만, 어쨌건 간에 앞으로 연합내에서의 상행위는 불가능하다고 봐야했다. 그것은 이미 세 개의 행성을 관할하에 둔 델타스피릿 입장에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문제는 그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갤럭시가 승리해야했고, 그러기 위해서 준은 또다시 이 투자유치방식으로 물건을 납품해야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런식으로 갤럭시 인더스트리에 예속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결국 갤럭시의 하청업체나 다름없는 상황에 빠지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들을 다 떠나서 생각하더라도, 연합내에서 물건을 사고팔지 못한다는 것은 행성자체의 자급도를 생각해봤을 때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란도넬 행성이 크다고는 해도 모든 상품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다른 기업들로부터 필수품을 구입해야 한다. 수라드 행성까지는 준이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었지만 란도넬 행성을 손에 넣고 난 이후에는 그 문제가 좀 더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4천만이라는 수가 사용하는 필수품들을 준 혼자서 공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건설되고 있는 델타엔지니어링의 공장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전체 규모의 약 절반 정도를 투자할 생각입니다.”
장원삼 과장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은 더 이상 힘들어. 통상금지부터 해결하고, 정식으로 판매품을 사가라고.”
“저희 회사에서는 현재 그런 협상을 진행할 여력이 없습니다. 사활을 건 전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런 싸움이라면 나도 방금 끝낸 참이야. 갤럭시 정도 되는 기업이 그정도에 흔들릴 리는 없고, 결국 우리를 견제하겠다는 생각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장원삼 과장. 잘 들어.”
준은 회의실 탁자를 탕, 소리가 나게 내리치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이 협상이 결렬되는 순간, 나는 이 물건을 가지고 파티마제국으로 갈거야. 델타 엔진을 탑재한 파티마제국의 전함은 아마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을 지니게 될거고. 갤럭시에서 내 전함 몇 대를 사갔다고해도, 과연 숫적으로 압도하고 있는 파티마제국의 대함대에 맞써 싸울 수 있을까?”
“그런 일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아직 대화로 풀어볼 여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장원삼은 땀을 뻘뻘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로서도 무작정 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애초에 그런 엄청난 약속을 할만큼의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