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94화 (39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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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조틱 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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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 넣어둘게.]

[넌 인벤토리 없잖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면 돼. 루나도 있고.]

[참. 그러고보니 막스는 어떻게 됐어?]

[글세. 별다른 이야기는 없던데.]

[벌써 돌아오고도 남을 시간이긴 한데. 어쨌든 알았어. 그럼 내가 직접 연락해볼게.]

준은 그렇게 말하고 델타폰을 접었다. 에피알게나스와는 계약된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했다.

‘이 녀석과도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면 편하겠는데.’

알파의 소유자와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면 그녀의 능력을 일부라도 차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준에게 따로 치유능력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꽤나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나중에 직접 물어봐야겠다.’

그녀는 오리진에 대해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녀라면 어쩌면 이 일에 대한 힌트를 알고 있을런지도 몰랐다.

띠링-

에피알게나스가 보낸 메시지가 델타폰에 전송되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루나의 인벤토리로 보냈으니 확인.’

준이 얼른 확인해보자, 100칸짜리 루나의 인벤에 가득 찬 페트병들이 보였다. 1.5리터 짜리로 꽉들어찬 그것은 아무리 봐도 평범한 생수였다.

준은 얼른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이거 그냥 생수잖아.]

준은 인벤토리에서 페트병 하나를 꺼내어 맛을 보았다. 딱히 별다른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확인해봤어?]

[맛까지 봤는데 별 거 없던데.]

[효과는 확실하니까. 덤으로 원기회복도 돼.]

[정말이야?]

[물을 해독제로 바꾸는 정도는 어려운 기술도 아니야. 한통이면 백명정도를 해독시킬 수 있으니까 그정도만 해도 백만명을 회복시키는 건 어렵지 않을거야.]

[...정말인거냐?]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어.]

[그, 그래. 알았어. 일단 시험해볼게.]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1.5리터 플라스틱 병 하나에 100명분의 해독제가 들어있다고 했다. 일단 준은 오카모토를 불러 그에게 해독제를 모두 건네주었다. 인벤토리에 쌓여있는 페트병을 모두 합하면 약 2천개 가량. 그 정도면 1차로 중독자를 어느정도 치료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어떻게 이만한 양의 해독제를 만들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게 해독제라고요?”

“일단 믿고 가서 먹여. 겉보기에는 이래도 분명히 효과가 있을테니까. 참고로 이거 한 통에 백명분이니까 적당히 나눠서 희석시킨다음에 복용시키라고.”

“아, 알겠습니다.”

오카모토는 영 미덥지 못하다는 듯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준이 워낙 강경하게 주장하니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오카모토가 밝은 얼굴로 준을 찾아왔다.

“그 약. 효과가 굉장합니다! 정말로 중독자들의 증세가 씻은 듯이 나아졌습니다! 대체 이런 약을 어디서 구하신겁니까?”

“내 주치의.”

“역시. 알스버그님의 주치의면 그 실력도 상당하겠지요?”

“뭐,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실제로 에피알게나스는 죽지만 않으면 어떤 이들로 다시 살려낼 수 있었다. 일전에 물어보기를 자연사하기 직전의 인간도 살려낼수 있냐고 하니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녀의 치료는 신체의 능력을 그 사람의 한계치 이상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생명연장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이다.

그렇게 중독자 치료를 위한 약을 배급하는 것은 전적으로 오카모토의 손에 맡겨졌다. 그는 행정업무에 있어서는 제법 나쁘지 않은 수완을 가지고 있었다. 제법 결단력이 있고, 행동도 기민했다.

‘하긴, 지구라트에 헌터들을 이끌고 쳐들어 올 정도의 행동력이 있으니까.’

단순히 행정일만 하는 사람이기엔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무엇보다도 발로 직접 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같았다.

그는 직접 진두지휘하며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중독자치료센터에 에피알게나스의 물약을 지급하고, 그것에 제대로 배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철저하게 관리감독했다. 부패가 기본베이스인 새크리파이스의 관료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능력이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그... 찰리 브라운...”

“본인 성함이 맞습니까? 목록에 없는 이름입니다만.”

“그, 그것이...”

“아. 저 이분 알아요. 어제 약 받아가셨는데?”

중독클리닉의 상담직원 한 명이 옆에서 입을 열었다. 찰리 브라운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남성이 헛기침을 하며 손을 내밀었다.

“아, 아니야. 난 찰리 브라운이라고. 그러니까 약 좀 달라니까?”

“경비! 이 사람 좀 끌어내!”

“아, 글쎄! 아니라니까!”

“이 약이 지금 얼마나 귀한건데 또 받아가려고 그래요? 지금 무료배포한다고 해서 싸구려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허허. 이 사람. 그러지 말고. 내가 응? 서로 좋자는 거 아닌가.”

찰리 브라운이 은근슬쩍 화를 내는 직원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직원의 눈빛이 변했다. 맞잡은 손에 무언가가 느겨진 것이다.

“흠흠. 그러니까. 찰리 브라운이시라고...”

당장이라도 환자를 쫓아내려고 했던 직원은 헛기침을 하며 무언가를 적는 척 하더니 희석된 해독약 한병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하하. 고맙수다.”

그는 크게 웃으며 약을 들이켰다.

“캬! 이거 진짜 기가막힌다니까. 온몸에 활력이 도는 것이...”

“이보시오! 약 받았으면 얼른 나오시라고!”

“알았어. 알았네.”

현재 란도넬 행성 전체에는 에피알게나스가 만들어낸 해독제를 받기 위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약탈이라도 일어날 분위기였지만, 오카모토의 빠른 통제로 인해 해독약이 배포되는 각 병원은 군인들이 상시로 경비를 서고 있었다.

헌데 약효가 너무 좋다보니 해독뿐만 아니라 정력에도 좋다는 소문이 들고 있었다. 물론 사실이 아니었다. 아주 약간의 건강개선 효과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소문이 돌자, 건강한 사람들 마저 해독제를 구하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다.

오카모토 혼자서 사방을 돌아다니며 불법과 비리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그의 능력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죄송합니다.”

“아니. 그거 뭐 당신이 미안해 할 일은 아니고.”

준은 10차에 걸쳐서 해독제를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이미 지금까지 넘긴 양만으로도 모든 중증 중독자를 치료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도 해독제의 수요는 끊이질 않았다.

“어쨌거나, 이는 제대로 통제를 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이 동네가 제대로 된 동네가 아니잖아. 당신이 미안해 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고.”

“송구스럽습니다.”

오카모토는 손수건을 꺼내어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고는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는 대금을 받고 팔 생각입니다.”

“뭐, 어느정도 풀리고 나면 그럴려고 하긴 했지만. 약간 시기를 앞당기자는 건가?”

“네. 이미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어느정도 제공되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시기를 놓친 이들은 후에 따로 보안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지금부터는 제대로 가격을 책정해서 팔아야 지금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카모토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에 파는 게 좋겠어?”

“제 의견을 필요로 하시는 겁니까?”

“이쪽 사정은 나보다는 네가 더 잘알테니까.”

“병당 100만원 정도면 어떻겠습니까?”

“흠. 좀 비싸지 않을까?”

“치료제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가격대는 아닙니다. 다만 자양강장제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비싼 금액이겠지요. 적당한 선에서 수요조절이 이루어 질거라고 봅니다.”

“흠. 네 판단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 물량에 문제가 있지는 않겠지?”

“가격을 올린다고 하면 수요가 많이 줄어들 겁니다. 실수요자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이정도면 가난하다고 해도 크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닙니다. 일회용이고, 한번만 사용해도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말이죠.”

“하긴. 지속적으로 병원비가 드는 것보다는...”

“그보다는 이로 인해서 생길 의료진의 반발입니다. 중독클리닉처럼 지속적으로 이 업무로 수익을 얻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달가운 일은 아니겠지요. 치료약을 뒷돈 주고 파는 행위가 일어나는 것도 결국 이 문제가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그쪽 의료진들도 먹고 살길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건가?”

“가능하다면요.”

“흠... 그러면 그쪽에 마진을 좀 받고 파는 걸 인정하는 쪽으로 하지.”

“미봉책이긴 하겠지만. 당장의 반발은 줄어들겠군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오카모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가가 100만원 짜리라면 얼마를 붙여먹나에 따라 상당한 이득을 챙길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해 약값의 가격이 오른다는 부작용이 있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가격상승만 막을 수 있도록 감시한다면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끙. 인구가 많으니 하나를 하면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기는 군. 대체 새크리파이스 놈들은 이런 문제를 끌어안고서 어떻게 통치를 해온거야?”

“원래 잘해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법입니다.”

“적당히 하라는 말이군.”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카모토의 말은 충분히 들을 가치가 있었다.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없다면, 어느정도 불만이 생기더라도 무시하고 갈 수밖에 없다. 그것에 일일이 휘둘리다가는 행성 전체에 자신의 모든 것을 퍼다주어도 모자랄 지경이 될 것이다.

갑자기 해독약의 가격이 엄청나게 뛰어오르자 사람들의 반발이 엄청나게 일어났다. 하지만 정책은 강행되었고, 사람들은 투덜거리면서도 돈을 주고 해독약을 구매했다. 그로 인해 순식간에 재정이 엄청나게 불어났다. 일주일만에 10만개를 팔았다. 즉, 일주일만에 얻은 수익이 천억이라는 뜻이다. 사실상 원가는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천억이라는 돈이 갑자기 허공에서 뚝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혹시 약 좀 더 만들어 줄 수 있어?]

[어렵지 않아. 얼마나?]

[저번과 비슷한 양으로.]

[알았어.]

[혹시 일이 힘들거나 하면 줄여도 돼.]

[딱히 힘든 건 아니야. 다만 결정체를 좀 소모하기만 하면 돼.]

[얼마나 필요한데?]

[1차 분량 같은 경우는 붉은색 결정체 기준으로 10개 정도.]

[엄청 저렴하네... 얼마든지 지원해줄게. 무리해서 능력을 사용하는 건 아니지?]

[무리라면 하지 않아.]

[참, 그리고 이 사업으로 돈이 좀 모이는데, 5대5로 분배해줄테니까 계좌라도 하나 만들어. 델타폰 계정이라도 있으면 경험치라도 줄텐데, 그건 안되니까.]

[저번에도 말했지만 난 돈이 필요한게 아니야.]

[끙. 그래도 뭔가 보답을 해야할 거 같은데.]

그녀의 능력으로 인해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 했다. 의료산업이라는 잠재성을 생각해보면 준보다 더 많이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두려면 그만한 보상이 있어야 했다.

[정 그렇다면, 나중에 내가 원하는 일 하나를 해줘.]

[그, 그건...]

[싫으면 약속하지 않아도 돼. 강제하는 건 아니니까.]

[아이를 낳게 해달라는 것만 아니면.]

[강제하지 않는다고 했어.]

[그래. 알았어. 할게.]

준은 하는 수 없이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녀가 무엇을 부탁하든, 준은 일단은 들어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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