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2 ----------------------------------------------
엑조틱 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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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앗!”
“이게 대체 뭐야!”
“머리 숙여! 맞으면 골로 간다!”
니들건에서 쏘아지는 탄환들은 하나하나가 상당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엑조틱 에너지를 품고 있기도 했고, 준의 마나에 의해 파괴력이 상승되어 얇은 콘크리트 벽 정도는 뚫고 지나갈 정도였다. 때문에 벽 뒤에 숨어있다고 안심하다가 벽이 부서지면서 몸에 박히는 경우도 있었다. 상급헌터라면 모를까, 중급헌터만 되어도 니들건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총을 들고 있다고 한들, 준에게는 통하지도 않고 니들건을 맞추서 떨어뜨릴 수는 있지만 그것도 쏟아지는 쇠못들 사이에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만큼 준의 일백 니들건 난사는 무서운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나마는 두꺼운 벽 뒤에 숨어있다면 어떻게든 상대가 가능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적 발견. 제압명령. 비살상 무기로 전환.]
“이, 이건 뭐야?”
머리를 숙이며 건물 안쪽에 있던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인간 형태의 로봇을 보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녀석들은 헌터인 자신들 만큼이나 민첩한 몸놀림으로 움직이며, 사방으로 전기 충격기를 쏘아대고 있었다.
파즈즈즈!
“으아아악!”
와이어가 달린 탄환에 맞은 헌터들은 수만볼트의 전기에 감전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코끼리도 쓰러뜨릴 정도의 강력한 전류가 그들의 몸을 타고 흐르니 헌터라고 해도 버틸 방법이 없었다.
“젠장! 전부 공격해!”
타타탕!
급한대로 손에 들고 있던 소총을 갈겼지만, 녀석들의 강화 세라믹 외골격은 총탄에도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녀석들은 총탄 세례를 몸으로 버티면서 계속해서 전기충격탄환을 쏘아댔다. 십여명이 쓰러지고 나서야 그들은 총알이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무기를 바꿔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제로시리즈는 인간과의 전투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녀석은 아니다. 하지만 외도의 종류는 천차만별. 즉,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고, 인간을 뛰어넘는 민첩성과 방어력, 그리고 관절의 자유로움에서 오는 의외성은 인간을 상대로도 충분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카앙!
“젠장! 더럽게 단단하네!”
제로시리즈의 허리에 검하나가 파고들었다가 곧바로 튕겨나갔다. 마나를 실은 검이었지만, 겨우 흠집을 내는 정도에서 그쳤다. 그가 상당한 경험을 쌓은 중급헌터라는 것을 감안해보면 엄청난 방어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도망쳐! 다른 팀원들과 함류해야...!”
퍼억!
쿵!
황급히 건물의 창을 통해 바깥으로 점프한 헌터 하나가 그대로 도른의 주먹에 얻어맞고는 건물 벽에 처박했다. 벽에 금이 갈 정도의 강렬한 일격이었다.
“히익? 저건 뭐야!”
“외, 외도인가?”
“저렇게 사람처럼 생긴 외도도 있어?”
도른은 같은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크고, 피부색도 붉긴 했지만 어쨌든 인간형이었다. 외도들 중에서 인간과 유사하게 생긴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가 적기 때문에 실제로 인간형 외도는 거의 목격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드문 편이었다.
쾅! 퍽! 쿵!
도른은 제로시리즈를 피해 건물 밖으로 피신하는 헌터들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힘조절이 제대로 안되어서 인지 하나같이 심각한 중상을 입고는 바닥을 나뒹굴었다. 상급헌터라면 모를까 중급헌터 정도의 실력으로는 전투기술이 엉망인 도른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신체의 능력 자체가 엄청나다보니 그를 막을 수 있는 이들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건물 안에는 제로시리즈, 밖에는 도른이 버틴 상황. 건물 한 동에 숨어들었던 헌터들이 거의 쓸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건물에 숨어있던 헌터들이 그 광경을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 저런 놈들 상대로 해야하는 건가?”
“이 싸움 이길 수 있는 거야?”
“멍청하게 뭘 구경만 하고 있는 거야! 전원 전투 시작해!”
타타타탕!
팀장급의 헌터 하나가 외치자 총성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도른의 강인한 피부를 총탄으로 뚫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괜히 준이 고전 한 상대가 아닌 것이다. 그의 약점은 겁이 많다는 것, 그리고 전술적인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머리가 나쁘기 때문에 쉽게 함정에 빠져든다는 점인데, 지금 상황에서 그런 것까지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사이 이든은 골렘들의 공격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콰앙!
대흉근의 내려찍기 공격에 바리케이드의 잔해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것이 아니라, 충격파까지 생각해 멀리 피하는 데도 바닥에서 전해지는 충격파의 위력에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저 놈을 잡아야... 윽!’
쿵!
이든은 전면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황급히 자리에서 이탈했다.
콰득!
그 자리에 준이 집어던진 니들리스 스피어가 틀어박혔다. 근접전투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다. 골렘의 공격을 피하다 보면 준의 투창 공격이 들어온다. 골렘들을 피해 준에게 접근하려 해도, 그 틈을 노리고 준의 공격이 들어온다. 적극적으로 하수인을 부리는 준의 능력에 이든은 가까이 접근하는 데에서부터 난항을 겪어야만 했다.
“이드으은!”
그리고 그를 곤란함에서 벗어나게 해줄 목소리가 들려왔다. 7명의 상급헌터 중 자신을 제외한 이들 중 하나가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거대한 도끼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그는 대흉근의 공격을 튕겨내고는 이든의 앞을 가로막았다. 강력한 힘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그는 골렘들과의 맞대결에서도 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소린! 조심! 이 녀석들 만만치 않아!”
“걱정마. 곧 나머지 녀석들도 도착할 테니까. 하나는 이미 저 붉은 괴물을 상대하고 있어.”
소린이라고 불린 사내의 말에 이든이 고개를 돌려 도른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건물의 외곽에 있던 헌터들을 때려눕히고 있던 붉은 거인의 앞에 긴 창을 든 자신의 동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창을 무기로 사용하는 신창 이원익이었다.
중국계 인물의 헌터로,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전의 기술을 익힌 그의 창솜씨는 키가 수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괴물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의 기술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사냥을 나갔던 헌터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준 알스버그라는 자를 상대로 충분히 이길 수 있을 병력이 모일 것이다.
“다들 힘을 내라! 아군이 모이고 있으니 시간만 끌어도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우와아아!
이든이 큰 소리로 외치자, 헌터들이 큰 소리로 환호성을 외쳤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준이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준의 모습에 이든이 여유를 되찾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네 놈에게 승산은 없다. 후후. 도망칠 생각은 말거라. 호랑이 굴 속에 자진해서 들어왔으니, 죽기 전에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준이 인상을 더욱 구기며 입을 열었다. 그가 미간을 찌푸린 것은, 카심으로부터 전해 온 통신 때문이었다.
-형님. 죄송합니다. 가다가 건물 벽에 들이받았는데 고장났나 봅니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안에 갇혔습니다.
-끙. 시미도 할 줄 아는 걸... 솔직히 말해. 너 운전면허 없지?
-그... 그게... 너무 바빠서 말입니다.
-헌터라는 직업이 그렇게 바쁜 직업이었냐? 그냥 너 기계치 아니야?
-아, 아닙니다. 델타폰도 사용할 줄 아는데요?
-그건 그거고. 운전은 또 다른 문제지.
준은 카심에게 알아서 나오라고 하고는 통신을 끊었다. D1전차의 내구력은 건물 몇동이 위에서 깔아뭉갠다고 해서 고장날 정도가 아니었다. 애초에 EX필드를 달고 있다보니 보통의 물리적 충격에서는 완전히 면역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녀석이 건물에 전차를 들이박고는 놀라서 시동을 꺼뜨렸다고 봐야했다.
어떻게 하면 오토매틱으로 운전이 가능한 전차의 시동을 꺼뜨릴 수 있는 걸까, 하고 인상을 쓴 것인데 이든이 멋대로 착각을 한 모양이었다.
“이제와서 후회해도 늦었다. 그럼 얌전히 포로가 되는 게 어떤가?”
“주절주절. 헛소리를 잘도 지껄이는 군.”
준은 머리위로 치켜든 손위에서 창을 회전시켰다. 염동력에 익숙해지자 자유자재로 그 힘을 다룰 수 있게 되었는데, 지금처럼 창에 강한 회전력을 걸고 그대로 앞으로 던지는 것도 가능했다.
파즈즈즈!
헌데 니들리스 스피어는 어느순간 임계점을 넘어 더욱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염동력으로 낼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휘리리릭!
준이 던진 창이 일직선으로 날아가며 그대로 이든과 소린이 있던 자리에 틀어박혔다. 두 사람은 이미 그 자리를 피했지만, 회전하는 창의 파괴력은 그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파괴력을 보였다.
콰아앙!
바닥이 엄청난 기세로 터져나가며 충격파가 소린과 이든을 덮쳤다. 파편과 충격파를 뒤집어쓴 두 사람은 바닥을 뒹굴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 마치 근거리에서 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은 충격이었다.
“어, 어떻게 이런 파괴력이...”
이든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준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의 그 파괴력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궁금해?”
끄덕.
이든과 소린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준이 피식 웃었다.
“간단해. 이거 레일건이거든.”
“뭐...?”
“말도안... 으핫!”
쐐애액!
놀랄 사이도 없이 두 번째 창이 날아들었다. 두 사람은 전력을 다해 지금 있는 위치에서 벗어났다. 순식간에 20여미터 이상 거리를 벌린 두 사람은 콰드득! 하고 창이 땅에 틀어박히는 모습을 봤다. 이번에는 폭발하지 않았다.
“뭐, 뭐냐?”
“재미있네. 이거.”
준은 인벤토리에서 다시 니들리스 스피어를 꺼내들었다. 창 자체는 순수한 강철이다. 그것에 강력한 전자기장을 걸어 엄청난 속도로 날려버리면 그게 다름아닌 레일건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저런 폭발력을 낼 수 없다. 때문에 준은 니들리스 스피어에 강화를 걸었다. 레일건의 물리력에, 파괴효과를 추가로 덧붙인 것이다.
물론 그만큼 상당한 경험치가 들어가지만, 그만큼 화력은 보장되었다. 레일건을 가속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앞에서 골렘들이 충분히 시간을 벌어주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준은 다시한번 니들리스 스피어의 주위에 전자기레일을 깔았다. 준이 쏟아붓는 마나가 높으면 높을수록, 전류는 강해지고 그만큼 탄자의 위력은 강해진다. 파괴효과까지 붙어 있는 니들리스 스피어는 땅에 부딪히자마자 일대를 파괴하며 엄청난 충격파를 사방으로 날렸다.
콰아아앙!
도시 바깥에서도 들릴 정도의 엄청난 충격음이 터져나왔다.
“흠. 괜찮네.”
준은 머리에 내려앉은 먼지를 털며 초토화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든과 소린은 죽은 듯이 늘어져 있었고, 도른을 상대하던 자는 충격파에 말려들었다가 도른에 의해 척추가 접혔다. 건물들 사이사이에 숨어있던 놈들은 알아서 준에게 항복했다.
괜히 도망치려고 했다가 건물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전의를 잃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