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91화 (39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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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조틱 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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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반응이 없네요.”

“그러게. 한 방 더 날릴까.”

이미 다음 포탄은 장전되어 있었다. 방아쇠만 당기면 그대로 발사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상태. 준이 다시한번 포탄을 발사하려고 하는 순간, 정문 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이 있었다.

건장한 체격의 중년 사내였다.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기세를 지닌 사내였다. 카심이 입을 열었다.

“이든 베넷입니다. 상급헌터죠. 실질적으로 이 도시를 장악한 헌터들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장이 나왔으니 이야기가 간단하겠군.”

준은 전차에서 내려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만. 더 이상 접근하면 발포하겠다.”

이든이 손을 들어 준이 어느정도 거리에 도착하자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자 양쪽 건물에서 모습을 드러낸 헌터들이 모두 손에 총을 들고는 준을 겨누고 있었다.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딱히 당황하거나 할 이유는 없었다.

준은 다시 고개를 돌려 이든을 바라보았다.

“내가 누군지 아나?”

“준 알스버그.”

“뭐, 제법 유명해진 모양이군.”

이곳으로 오면서 준과 접촉했던 헌터들은 뒤에서 따라오는 군인들에 의해 정리되었다. 결국 지금 이든은 준의 얼굴만을 보고 그 정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물론 란도넬의 지배권을 넘겨받은 이후, 준 알스버그는 현재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 되어 있었다. 현재 준의 얼굴 사진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원하는 게 뭐지?”

“자유. 우리들만의 도시를 가질 자유다.”

“썩 그럴 듯한 소리를 하는 군.”

“사라올 시티에 한해서 10년간의 치외법권을 요구한다. 이에 응하지 않을 시, 우리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목숨을 걸고 투쟁할 것이다.”

4천의 헌터가 목숨을 걸고 싸운다면 어느 국가라고 할지라도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막 란도넬 행성을 넘겨받은 델타스피릿이라면 훨씬 더 그럴 것이다. 이든은 준이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준의 태도는 영 심드렁했다.

“내가 왜 그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지?”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전쟁 뿐이다.”

“겨우 4천으로?”

“겨우라고? 우리는 총화기를 보유하고 있다. 헌터의 손에 들린 총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직 모르는 모양이지?”

이든 베넷이 허리춤에 찬 권총을 뽑아들고는 철컥 소리가 나도록 총알을 장전하고는 준을 향해 겨누었다.

“비슷한 짓을 하던 놈들이 있었지. 생각보다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더라고.”

준은 알카트뢰즈에 있을 때 이미 밴디트들과의 전쟁을 통해서 대규모 전투에 대한 경험이 있었다. 물론 당시의 준에 비해서 지금의 준은 훨씬 더 강했다. 게다가 당시 시어도어 대령은 지금의 이든에 비해 훨씬 많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외도를 이용했고 결정체 폭탄을 보유했고 방대한 실드 전개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것들이었다.

“정녕 피를 봐야 하겠다는 건가?”

“지금 항복하면 정상참작은 해주지.”

준의 말에 이든이 이를 갈았다. 결국 협상은 결렬이었다. 애초에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황이 이렇게 되고보니 준에 대한 증오가 더더욱 깊어졌다.

“애초에 잘 살고 있는 남의 땅에 와서는 왜 간섭질인거냐...”

“잘 살고 있는 건 너희들이나 그렇겠지.”

불법은 결국 돈 있는 자들을 위해서 움직인다. 란도넬 행성에서 일어나는 인권을 무시한 상업행위는 결국 다수의 희생을 먹고서 성장하는 것이다.

“이 자식이...”

타앙!

이든이 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초탄의 총성이 울리자, 근처 건물이 준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던 헌터들이 모두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탕!

거의 수백에 달하는 헌터들이 쏘아낸 총탄은 준과, 준의 주변을 때려대었다.

콰콰콱!

바닥의 콘크리트가 박살나며 먼지구름을 일으켰고, 준의 모습을 완전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치솟아 올랐다.

“사격중지!”

“사격중지!”

이든이 한 손을 들어 큰 소리로 외치자, 지휘관 쯤으로 보이는 헌터들이 복창하며 헌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타탕! 탕!

군인들과는 달리 일사분란하지는 않았지만, 차츰 총소리가 줄어들더니 이내 뚝 하고 끊겼다. 준이 있던 자리는 부서진 콘크리트가 뿜어올린 먼지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이든이 눈을 가늘게 좁히고 가만히 먼지가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드러난 곳에는 준이 멀쩡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이, 이럴수가... 어떻게?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거지?”

이든은 크게 당황한 얼굴이었다.

“알 필요없어. 그럼 마지막으로 제안하지. 내가 어지간해서는 이렇게 너그러운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깥에 나가있던 헌터들이 속속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 수가 워낙 많다보니 일일이 처리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군대를 끌고 올걸 그랬나... 아니. 지금은 다들 바쁘니까.’

군경은 현재 전력으로 치안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었다. 사라올 시티를 통째로 포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사단급의 병력이 필요한데, 그런 전력을 빼왔다가는 다른 곳의 치안이 무너질 우려가 있었다. 저 자도 그런 란도넬의 사정을 알고 있기에 반란군을 조직한 것이다. 설마하니 준이 혼자서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당장 무기 반납하고 항복해. 그러면 적어도 감옥에 보내지는 않을테니까.”

“웃기지마라. 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아니. 대체 무슨 배짱이야? 설마 이곳에서 버티면 나중에 내가 들어줄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설령 내가 여기서 물러난다고 해도, 나중에 치안이 안정되고 나서 사단급 병력을 데리고 오면 어쩌려는 거야?”

“이해가 안되는 건 내쪽이다. 어째서 그런 비효율적인 일을 하려는 거지. 그렇게 대규모 병력을 움직여서 네가 얻는 게 뭐지?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금세 답이 나올텐데.”

“하. 이거 진짜... 이놈의 나라에는 말이 통하는 놈들이 없어.”

그렇지 않아도 연합은 배금주의를 대표하는 국가다. 자본이 권력이 되는 곳. 그리고 새크리파이스는 그 경향이 더욱 심했다. 인권이라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그 사람의 가치는 그가 얼마나 자본을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인신매매나 장기밀매가 성행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이런 생각들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새크리파이스에서 인간은 결국 숫자다.

이든은 그 숫자들을 비교했을 때, 준이 절대로 사라올 시티를 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전차 안에 숨어있던 카심이 메시지를 보냈다. 총격을 피해 들어간 것이다.

-협상 결렬. 이 녀석들 내가 대규모 병력을 끌고오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실제로도 그렇지 않습니까? 사단급 병력을 이동시키려면 최소 몇 달은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 사이 다른 도시를 습격하거나 하면 골치아파지는 건 이쪽입니다.

4천만 란도넬 행성의 총 육군 병력은 약 5만 정도. 어찌보면 상당히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립하는 적국이 있는 것도 아니라 이 정도가 오히려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보통 육군의 수는 행성의 규모에 비해 적은 편이고 심지어는 지상군을 보유하지 않는 곳도 많았다. 그만큼 경찰병력의 수를 늘이면 되기 때문이다.

밴디트라는 적들이 활개치고 다니는 알카트뢰즈와는 사정이 다른 것이다.

준은 이 자리에서 이 녀석들을 해산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두를 잡아들이지는 못하겠지만 지금처럼 모여서 세력화가 되느니, 차라리 근거지를 깨부순 후에 각개격파 하는 쪽이 나았다.

-그거 끌고가서 뒤에 따라오는 병력들을 좀 도와줘.

-저, 정말입니까?

-조종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자동차보다 쉬우니까. 걱정말고.

-포탄은 어떻게...

-자동으로 걸리게 되어 있으니까 안전장치만 해제해. 방아쇠 오른쪽에 붉은색으로 칠해진 레버가 있을거야.

-알겠습니다.

쿠르릉!

준의 명령이 떨어지자 전차가 빠른 속도로 후진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움직이는 전차를 향해 총탄이 쏟아졌지만 애초에 EX필드가 달려있는데다가, 저런 소총탄에 뚫릴 정도로 장갑이 약하지 않았다.

전차가 시청사에서 멀어지자, 남은 것은 준 혼자였다. 이든이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한 표정으로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설마, 혼자서 우리를 상대하겠다는 건가?”

“미리말하지만.”

준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공간이 일렁이며 백여개의 니들건이 쏟아져 나왔다. 델타시스템에 의해서 정교하게 제어되는 그 개인화기들이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을 향해 조준되었다.

“더 이상의 협상은 없어.”

투투투투!

준이 손을 아래로 그어 내리자, 니들건이 엄청난 속도로 쇠못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콰콰콰콰!

쇠못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준이 달렸다. 일차 목표는 눈앞에 있는 이든 베넷. 그는 갑옷도 입지 않은 편안한 옷차림에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휘잉!

준의 일차 공격을 상체의 움직임 만으로 피한 그는 그대로 왼손 훅을 준의 옆구리에 꽂아 넣었다.

콰앙!

쿠당탕!

“큭. 무술가인가?”

“소문만큼 강하지는 않은 모양이군.”

톡. 톡.

이든은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상급 무술가의 체술은 카렌에 비해서도 압도적일 정도로 빨랐고, 유연했다.

준은 다시 한 번 라이트 세이버를 휘두르며 이든을 향해 달려들었다.

휙! 뻑!

“큭!”

안면에 정타를 허용한 준은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이든은 자신감이 붙었는지, 준을 향해 손을 흔들며 들어오기를 종용하고 있었다.

‘스타일 구기는 군.’

카렌을 상대로 비등한 싸움을 한 때문인지 너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덩치가 크고 힘을 주무기로 싸우는 카렌과 준은 얼추 합이 맞을지 몰라도, 이든처럼 유연함과 속도를 무기로 삼는 적에게는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일대일 대결에서 이렇게 밀리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준은 약간 오기가 생겼다.

‘매크로무브.’

팟!

준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거의 순간이동 급의 움직임을 보이는 매크로무브를 통해 이든의 뒷공간을 점한 그는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든은 그 상황에서도 몸을 뒤로 젖히며 검을 피하고는 그대로 몸을 틀면서 뒷발로 준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뻐억!

“큭!”

-공격이 명중했습니다. 체력 391만큼 감소합니다.

강한 일격은 아니었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절묘했다. 스탯만으로도 지금까지의 적은 압도해 왔다. 하지만 이자는 확실히 실력이 남달랐다. 속도와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적은 지금의 준에게 있어 거의 천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있게 혼자서 달려들더니 뭔가 대단한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는 별로로군.”

이든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준이 한숨을 쉬고는 라이트세이버를 소환해제했다.

“포기한건가?”

“욕심을 버린거지. 대흉근.”

쿠웅!

준의 눈앞에 거대한 골렘이 등장했다. 이든이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세 마리의 골렘이 더 튀어나왔고, 그 뒤로 일곱기의 로봇이 나타났다. 그리고 하나 더.

[왜 불렀나?]

“심심할텐데. 바깥 공기라도 좀 쐬라고.”

붉은 육체의 거인. 도른이 웅크린 몸을 서서히 폈다. 던전안에서 치안대 역할을 하고 있는 그를 불러낸 것이다.

[바쁜데...]

“웃기시네. 어차피 하는 일도 없으면서.”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안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눈알에 힘주면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 밖에 없으니 바쁠 것도 없었다.

“이, 이게 다 뭐...?”

이든은 극도로 당황했다. 일대일의 싸움에서 갑자기 이상한 것들이 잔뜩 튀어나온 것이다. 초록색 외도인 골렘 세 마리에 무기를 잔뜩 달고 있는 일곱기의 로봇. 그리고 듣도보도 못한 붉은 거인까지. 하나같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들이었다.

“아. 미안 정정당당하게 해보려고 했는데. 솔직히 네가 너무 강해서.”

준은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소총을 꺼내들었다. 4천의 헌터들을 상대하려면 결국 물량으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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