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90화 (39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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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조틱 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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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짧은 소동이었지만, 근처에서 누군가 그 모습을 보고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준은 자신들을 향해 몰려오는 헌터들의 기척을 느끼고는 가볍게 몸을 풀었다.

“잔뜩 몰려오네요.”

“감이 좋네.”

“뭐, 저렇게 기척도 숨기지 않고 몰려드는 녀석들을 모른척 하는 것도 어렵잖습니까.”

카심은 검집의 잠금쇠를 슬쩍 풀었다. 한두 녀석이 아닌 만큼 맨손으로 상대하는 짓을 할 이유는 없었다.

잠시후, 준과 카심의 주위에 십여 명의 헌터들이 모여들었다. 준은 가만히 그들을 살펴보았다. 무장과 복장이 통일 되지 않아 어수선한 모습이었지만, 저들 하나하나는 노련한 사냥꾼들이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상급에 이른 이들은 없었다. 대부분은 중하급 헌터들이었고, 카심의 선에서 정리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네 녀석들! 감히 이 도시에서 헌터를 공격하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얼굴에 상처가 가득한 근육질의 사내가 큰소리로 외쳤다. 생긴것만으로는 막스와 거의 쌍벽을 이룰 정도로 험악했다.

“혹시 막스라는 친구 알아?”

“개소리 말고 당장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차차창!

그의 외침과 함께 그들을 둘러싼 헌터들이 모두 무기를 꺼내들었다. 창, 검, 도끼. 해머, 등등. 각양각색의 무기들이 찬연하게 반짝이며 준과 카심을 향해 드리워졌다. 제법 가격대가 있어보였다. 능력과는 별개로 장비의 질은 대단했다. 그만큼 베테랑 헌터들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방금 전 카심과의 전투에서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대인전투에 익숙하지 않았다. 물론 무기술을 배울때는 기본적으로 대인전을 가정하고 연습하기 때문에 기술 자체의 숙련도가 낮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실전에서 같은 인간을 상대로 싸운 경험이 적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상대의 능력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제대로 되지 않는다.

도검에 포위된 상태에서도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무언가 경계심을 느껴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가 처리할까요?”

“어차피 계속 몰려 올 거 같은데. 굳이 시간 끌 필요 없겠지.”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팔짱을 풀고 오른손을 들었다.

“뭐하는 거지? 여기가 무슨 교실인 줄 아나? 질문 같은 건 안받는다고.”

험상궂은 사내가 피식 웃으며 빈정거렸다. 준은 그를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인벤토리 개방.”

쿠웅!

쩌적.

D1전차가 등장하며 아스팔트 바닥이 쩍, 하고 갈라졌다. 눈앞에 탱크가 나타나자 헌터들은 순간적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혼란스러웠다.

“어...?”

“탱크?”

“저게 왜 여기에...?”

다들 사태파악을 하지 못하고 어리둥절 하고 있는 사이 준이 전차에 올라타고는 카심을 향해 외쳤다.

“1인승이니까 알아서 따라와.”

“위에 올라가도 되나요?”

“상관은 없는데, 포신 돌아갈 때 조심하고.”

“네. 알겠습니다.”

카심은 그렇게 말하며 훌쩍 뛰어 전차의 위에 올라탔다. 그가 포신이 달린 머리부분에 올라 서자, 준은 천천히 전차를 전진시켰다.

“어어...? 움직인다?”

“마, 막아!”

“저걸 어떻게 막아!”

“저기 뚜껑 열려있잖아. 뛰어가서라도 막으라고!”

쿠르르르!

전차가 점점 속력을 내며 움직이자 헌터들이 황급히 전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1인승 전차다 보니 그리 크지 않고 높이도 2미터에 불과했기에 접근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카심이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쩌엉!

“큭!”

검을 휘두르며 준을 향해 점프했던 험악한 얼굴의 사내는, 카심이 휘두른 검에 의해 일격에 피를 뿌리며 튕겨나갔다. 그 뒤로 몇 명이 달려들었지만 다들 카심의 일격조차 버티지 못했다.

쐐액!

그런 카심의 뒤통수로 화살 하나가 날아들었다. 전면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그의 방심을 노린 일격이었다.

슥!

카심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화살을 입에 물었다. 검으로 튕겨내거나 손으로 잡아채거나 하는 것은 많이 보았지만 이빨로 물어버리는 것은 또 처음보는 기예였다.

준이 입을 열었다.

“뭐하러 그런 짓까지 하는 거야?”

“겁주는 덴 이만한게 없거든요.”

카심의 말에 준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카심의 ‘화살물기’이후 헌터들은 더 이상 공격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전차를 막을 힘도 없는데, 운전자를 지키는 인간은 날아오는 화살을 이빨로 잡을 정도로 엄청난 고수였다.

그쯤되면 백치가 아닌 이상, 자신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준과 카심이 탄 전차가 자신들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하냐?”

“빨리 대장에게 연락해라. 침입자가 있다고.”

“뭐라고 해? 전차를 탄 인간이 있다고?”

“아니. 준 알스버그가 나타났다고.”

“이런 시발. 어디서 비슷한 걸 들어본 적이 있다고 했더니... 그놈이었나...”

“그런데 단 두 명이서 온거야?”

“두 명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겠지. 실제로 보니... 정말 두 명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저 자는 상급헌터임이 분명하고... 준 알스버그도 본신의 능력이 엄청나다고 했어.”

“하지만 우리도 상급헌터가 있잖아. 그것도 7명이나.”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려고 한다면 말이지.”

험상궂은 얼굴의 사내가 깊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다들 짐싸. 최대한 빨리 이 도시를 떠나는 게 좋을거야.”

“무슨 소리야?”

“내가 봤을땐, 오늘 사라올 시티는 끝장난다. 여기 있다가 저 녀석에게 잡히면 어떻게 될지는 다들 알고 있지?”

“노예로 만들어서 팔아버린다고 하던데.”

“젠장. 자기는 할짓 다하면서 우리보고 못하게 하는 건 대체 무슨 심보야?”

“주절주절 떠들고 있을 시간 없어. 다들 빨리 움직이자고. 아는 사람있으면 연락하고.”

“만약 혹시라도 녀석을 물리치면 어떻게 되는거지?”

“그러면 란도넬 행성 전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거니까 걱정할 거 없어.”

“아. 그러네.”

헌터들은 다들 무기를 주섬주섬 챙겨들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아니, 벗어나려했다.

“다들 정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때 건물 틈 사이에서 숨어있던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준의 뒤를 따라오던 군인들이었다.

“젠장. 군인들이 왜 여기에.”

“튀어!”

헌터들이 빠르게 자리를 이탈하려 했다.

따다당!

“크윽!”

“헉!”

“으아악!”

하지만 도주하는 헌터들을 향해 총을 발사하자, 도주하던 헌터들도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몇몇 이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내구력이 좋은 헌터들은 총을 맞아도 버티긴 하지만, 이 자리에 그런 자는 없었다.

“젠장... 망했다.”

누군가 입을 열었다. 길고 긴 수감생활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엇다.

쿠르르르---

전차는 빠른 속도로 도로를 달려 도시 한 가운데에 있는 시청을 향했다. 스마트패널의 내비게이션을 보며 운전을 하고 있는 준을 향해 카심이 입을 열었다.

“이런 전차 하나에 얼마나 합니까?”

“열대에 3조원 정도.”

“헉... 진짜입니까?”

“갤럭시에 그렇게 팔았어. 그걸로 제법 재미 좀 봤을걸?”

“끙. 한 대 살 수 있을 까 했는데.”

“갖고 싶냐?”

“전차는 남자의 로망 아닙니까?”

“이 자식... 뭔가 아는 구나.”

준은 D1전차를 훑어보는 카심을 향해 말을 이었다.

“어차피 전투 지원 조에 들어가면 싫어도 만져야 할 날이 있을거야.”

“정말입니까? 거짓말 아니죠?”

“남들은 힘들다고 싫어하던데.”

“그거야 그놈들이 뭘 몰라서 하는 말이죠. 내 손으로 전차를 몰 수 있다니...”

카심은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준이 웃음기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계약서 보면 생각이 달라질텐데?”

“워, 월급이 많이 작습니까?”

“네 생각보다 더 적을걸. 형평성 문제도 있고. 물론 상급헌터니 만큼 어느정도 실적이 쌓이면 빠르게 진급시켜 주긴 할거야. 그러면 월급도 늘어나겠지.”

카심은 아직 정식으로 델타스피릿에 입사한 상태는 아니었다. 얼렁뚱땅 파란색 결정체에 대한 보답을 하겠다며 곁에 붙어 있는 상태였다. 물론 준은 그를 정식으로 입사시킬 생각으로 펠로우쉽 계약을 맺어 주었고, 그도 이미 어떤 계약이든 사인을 하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뭐, 돈 때문에 들어가려는 건 아니니까요.”

“아직 재정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래. 워낙 돈 들어 갈데가 많아서.”

갤럭시에서 100조의 전함 판매 금액이 들어오긴 할테지만, 아직 전액이 들어온 상황은 아니었다. 거기다가 엄청나 보이는 그 돈도 란도넬 행성의 정상화에 쏟아붓고 나면 얼마 남지 않을 것 같았다.

“아. 저깁니다.”

그때 카심이 고개를 들어 눈에 보이는 시청사를 가리켰다. 3층 크기의 건물 여러채가 늘어서 있는 건물이었는데 건물앞에는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었다. 일반 군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용도인 듯 했다.

타앙!

핑!

“큿!”

그때 시청사 쪽에서 총탄 한발이 날아들었다. 실력이 엉망인지 제대로 맞지는 않았지만 포탑위에 걸터 앉아 있던 카심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뒤쪽으로 가서 숨어.”

“끙... 알겠습니다.”

카심은 포탑의 뒤쪽으로 몸을 숨겼다. 상급헌터 정도 되면 총탄 한두발에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 하지만 화기의 무서움은 그런 총격이 연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적당한 거리와, 시야, 그리고 뛰어난 사격술만 있으면 일반인도 상급헌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일 정도, 그만큼 헌터와 총기의 상성은 극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쿠르릉.

준은 일단 전차를 세웠다. 저쪽에서 먼저 인사를 보낸 만큼 이쪽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자. 그럼 한방 먹여볼까?”

“뭘로 날리실 겁니까? 철갑탄? EMP? 고폭탄?”

“고폭탄. 입구 쪽에 사람이 없는 것 같으니까.”

일단 인사인 만큼 처음부터 사상자를 낼 필요는 없었다.

기이잉-

준은 포신을 움직여 시청사의 정문,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는 곳을 조준했다.

“준비하시고. 갑니다.”

딸깍.

준이 방아쇠를 당기자, 콰앙! 하는 굉음이 고막을 때렸다. 전차가 엄청난 기세로 흔들렸고, 카심이 소리를 꽥꽥 질렀다.

“우하하하! 대박! 엄청납니다!”

뭐가 엄청나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기분이 좋아보였다. 무엇보다도 포격을 바로 눈앞에서 본 것이 상당히 기쁜 모양이었다.

정문에 있던 바리케이드는 단 한발의 고폭탄 사격으로 깨끗하게 처리되었다. 준은 고개를 들어 주변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건물 안에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4천에 달하는 헌터들이 모두 이 자리에 있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수가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타타탕! 탕!

그리고 등뒤에서 500명에 이르는 군인들이 발사하는 총 소리가 들려왔다. 준의 후위를 맡으며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댔지만, 사실은 이번 일에 끼어들어 조그마한 공이라도 세울 생각인 모양이었다. 준 알스버그는 어쨌든 그들과 직접적으로 계약이 되어 있는 주체다. 그와 같은 높은 사람이 직접 움직이는 일에 도움을 준다면 군내평가에서도 상당히 가산점이 주어진다. 진급에 영향을 미칠만한 일인 것이다.

“뒤쪽에서도 슬슬 모이고 있는 모양인데요?”

“도망 가는게 나을텐데.”

준은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500명 정도의 적은 인원으로 도시 전체의 헌터들을 사로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준은 도시를 포위하는 것은 포기하고 수뇌부만 잡는 것으로 작전을 수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몸을 던져오는 이들이 있다면 기꺼이 잡아서 엘라행성으로 보낼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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