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88화 (38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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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조틱 발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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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델타스피릿의 실적이 하나더 쌓이고 있을 무렵, 준은 헌터들의 도시 사라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셔틀을 타고 세 시간 정도 날아가 도착한 그곳은, 멀리서 봤을 때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였다. 다만 인구가 제법 되는 도시임에도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도시로 들어가는 남쪽 입구 근처에 군병력이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대대규모의 전력이었다. 준의 셔틀이 천천히 착륙하자 미리 연락을 받았던 이들이 준을 맞이하러 모습을 드러내었다.

란도넬 행성의 군대는 본래 모두 새크리파이스 직영의 민영기업이었다. 하지만 준이 란도넬 행성을 접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델타스피릿의 관할로 넘어갔다. 돈주는 사람이 바뀌었을 뿐이지만, 그들은 잔뜩 긴장을 한 채 준을 바라보았다.

이미 준에 대한 이야기는 부풀려질대로 부풀려져 있는 상태다. 일전의 함대전은 물론이고, 단독으로 회장실에 침입해 그를 사로잡아 란도넬 행성을 집어삼킨 것은 이미 유명한 일이다. 다들 준의 외모에 대해서 간단하게 브리핑을 받은 상황이다.

‘어려보인다고 하더니 진짜 스무살도 안되어 보이는 군.’

다니엘 소령은 셔틀에서 내리는 준을 향해 경례를 했다. 미리 알지 못했다면 큰 실수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니엘 크린그만 소령인가?”

“네. 그렇습니다. 준 알스버그님 맞으십니까?”

“아아. 일단 간단한 상황 설명을 듣고 싶은데.”

“이쪽으로 오십시오.”

커다란 막사 안에는 사라올 시티의 도심지 지도가 커다랗게 걸려있었다.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술 장교 몇이 준을 향해 경례를 했다.

“설명을 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전술장교 하나가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현재 사라올 시티의 반정부 세력은 총 4천 명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대부분은 중하급 헌터였지만, 그들을 이끄는 이들은 상급헌터 7인으로 현재 헌터들을 조직하여 도시 전체를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헌터만 4천명이라... 이 병력으로는 무리겠군.”“그렇습니다. 거기다가 도시 내 총기들로 충분히 무장한 상황입니다.”

연합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총기소유가 합법화 되어 있었다. 물론 그 범위에 헌터는 들어가지 않는다. 보통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최소 3년 이상의 중형이 떨어지게 된다. 준의 경우가 그러했고, 심할 경우는 10년 이상의 형이 내려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예 반정부 집단이 되어버린 경우에는 그들로서도 무장에 거리낌이 없었다. 어차피 군대를 상대로 전투를 해야 하는 그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놈들의 요구사항은?”

“도시 운영정책을 지금까지와 똑같이 유지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정말로 델타스피릿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4천의 헌터라는 숫자는 충분히 이쪽에도 위협적이었고 그 것을 바탕으로 사라올 시티만큼은 델타스피릿의 새로운 통치 방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이었다.

“턱도 없는 소리를 하는 군.”

“그래도 도시 하나 정도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크린그만 소령이 은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처음 준이 포고령을 내릴때만해도 란도넬 행성의 주민여론은 대략 반반정도로 갈려 있었다. 드디어 란도넬 행성이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변할 수 있을 거라는 측과, 지금까지가 훨씬 더 좋다는 측이었다. 하지만 시위대가 폭도무리로 변하고 그에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후에는 준의 의견쪽으로 대세가 기울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직도 과거가 좋다고 부르짖는 이들은, 재산이 충분히 많아 인신매매등을 통해 편안한 삶을 누리는 사람들과 그 관련 직종의 사람들, 그리고 변화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이들 정도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란도넬 주민의 3분의 일 가량은 되었다.

크린그만도 그런 이들 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집에 노예라도 두고 있나?”

“아, 아닙니다.”

“그야. 조사하면 나오겠지. 어차피 조만간 전 주민을 상대로 전수조사가 들어갈테니까.”

크린그만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소령이라고는 해도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고수익 직종은 아니었다. 그런 인물이 집에 노예를 두고 부릴 정도라면 어디선가 검은돈이 상당히 그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어쩌면 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것 자체가, 저 도시안의 헌터들과 모종의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크린그만 소령.”

“네, 넷!”

“지금부터 단 하나라도 의심스러운 점이 보이면 당장 지휘권을 박탈하고 구금하도록 하겠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 줄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3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장교였지만,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실제로 그는 도시안의 헌터조직과 비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애초에 서로 상부상조하며 헌터들의 전횡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상당한 부를 축적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준에게 의심까지 받고 있으니 여기서 혹여라도 더 눈에 띄는 짓을 했다가는 자신의 인생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면 노예들부터 처리해야겠군.’

란도넬에서 인신매매는 흔한 일이다. 집안일을 돕는 노예부터, 밤일을 시중드는 성노예까지. 돈 만있으면 인간을 사고 파는 일은 아주 쉬웠고, 그는 그만한 돈이 있었다. 얼마전에는 아예 넓은 대지를 사서 마약재배를 위한 인부들 까지 잔뜩 사모은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준이 나타나는 바람에 쫄딱 망하게 생긴 것이다.

애초에 도시를 공격할 생각도 없었다. 그저 적당히 눈치를 보면서 때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준의 정책이 계속해서 유지될지는 몰라도, 어차피 음지에서 일어나는 일 모두를 감독할 수는 없을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란도넬 행성은 뿌리부터 썩어 있었고, 젊은 지도자 한명이 나타나 개혁을 하려고 한다해도 그것이 모두 도려내어질 만큼 만만한 곳이 절대로 아니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동안 안전하게 보신을 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초장부터 찍혀서 죽게 생겼으니 그로서는 죽을 맛이었다.

-크린그만 소령의 집을 좀 확인해.

-알겠습니다.

준은 카심을 향해 통신을 보냈다. 아무래도 믿을 수 없는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노예들을 다수 데리고 있다면 그들을 죽여서라도 자신의 범죄행위를 인멸하려 들 가능성이 있었다. 실제로 준의 포고령 이후 노예를 풀어준 이들은 극소수였다.

그들은 대부분 포고령을 무시했고, 이후 일제히 일어나는 경찰단속에 모두 줄줄이 엮여들어갔다. 그들로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지금까지 수십년간 행해왔던 일이고, 갑자기 바꾼다고 그 인식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 때문에 그들 대부분은 준을 향해 분노를 터뜨리기만 할뿐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준은 그들에게 일벌백계의 차원에서 엄청난 형량을 약식재판을 통해 때렸다. 그 일은 빠르게 전파를 타고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이어서 더욱 골때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새로운 정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노예들을 죽이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자신이 노예를 데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처벌을 받게 될까 두려워서 벌인 일이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조치를 취한 덕에 그런 일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군경의 눈을 피해 노예를 죽이려는 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가진 것이 많은 자들일수록 더욱 그런 경향이 짙었다. 그리고 준은 크린그만 소령이 분명히 사고를 칠 거라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통찰 기술 덕분이었다. 대상의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그 능력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부분에 있어서는 루나나, 엘라가 사용하는 사이코키네시스에 비하면 약하지만 그래도 제법 쓸 만한 편이었다.

“으흐흑.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수시간후, 크린그만 소령의 집에 돌입한 경찰병력에 의해 그가 노예를 수십명이나 데리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뿐만 아니라, 그들을 죽이기 위해서 사람을 고용했다는 것까지 알려지며 그는 그대로 임시로 마련된 거처에 감금되었다.

그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준을 향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잘못이 없다면 재판에서 풀려나겠지.”

“그, 그런... 감옥만은... 제발 살려주십시오.”

그가 이렇게 두려워 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새크리파이스의 감옥이 그만큼 악명높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시설도 최악인데다가, 관리가 개판이라 일단 한번 들어가면 성한 몸으로 돌아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했다.

감방안은 마약중독자, 살인마, 남색가 등 최악의 인간들로 바글거렸고, 멀쩡한 인간들은 거기서 제정신으로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마약에 취해서 인간이하의 삶을 살다가 폐인이 되어서 나오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크린그만 역시 그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손으로 감옥에 보낸 자들만 해도 엄청난 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럼 다른 제안을 하지.”

준은 그렇게 말하며 엘라행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10년 기한으로 그곳에서 외도 사냥을 한다면 풀어준다는 조건이었다. 헌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에 오히려 그는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하겠습니다.”

“말했지만 외도 사냥은 위험한 일이다. 죽을 수도 있어.”

“감옥에 가는 것 보다는 낫겠지요.”

크린그만은 그렇게 말하며 스스로 던전에 들어섰다. 그곳에서 헌터가 되기까지를 기다린다음 곧바로 엘라행성에 보내질 것이다.

그를 처리한 이후 준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흠. 이 방법을 좀 더 생각해봐야겠는데.’

준의 포고령 이후 재판부는 마약, 인신매매, 장기밀매, 불법도박 등으로 잡혀오는 이들에게는 본보기 조로 예외없이 3년 이상을 때려오고 있었다.

문제는 전국적으로 그런 죄수들이 너무나도 많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란도넬 행성의 유치장은 사람들이 발붙일 곳도 없이 북적거렸고, 재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숫자도 엄청나게 밀려 있었다. 어떤 이들은 첫 공판이 1년후로 잡혀 있는 이들도 있었다.

‘죄명이 확인된 이들에 대해서만 약식재판을 통해 형량을 때리고 전부 3번 던전에 수용해야겠군. 블랙홀 던전 안은 다른 던전에 비해서 그 규모가 크고 내부가 넓기 때문에 수만명이 들어가더라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으니까.’

물론 동의를 하는 사람에 한해서만 이지만, 헌터가 될 수 있다고 약속하면 꽤나 많은 이들이 엮여 들어올 것 같았다. 그렇게 함으로서 란도넬 행성도 빠르게 안정화 시킬 수 있고, 준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크린그만이 체포되고, 그 다음 지휘관인 롤랜드 대위가 대대지휘관이 되었다. 그는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상급자였던 이가 모든 걸 잃고 체포되는 모습을 눈으로 보아서인지, 땀을 뻘뻘 흘리며 긴장을 하고 있었다.

“긴장 풀어. 죄만 없으면 나는 건드리지 않으니까.”

“네? 네! 알겠습니다.”

“뭔가 찔리는 거라도 있는건가? 어째 태도가...”

“없습니다! 절대로 없습니다!”

그는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뭔가 있긴 있나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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