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84화 (38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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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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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AI의 설명을 들으며 관리자 탭을 열었다. 그리고 수라드 행성과 이스카야 행성을 지정했다. 그러자 약간 복잡해 보이는 통계자료들이 준의 눈앞에 좌르륵 펼쳐졌다. 준은 그중에서 월별 수입과 인구수, 그리고 거주하는 헌터의 수, 치안상태, 경제력 등 몇가지 유념해야할 수치만을 따로 뽑아서 간략하게 표시하도록 했다.

그렇게 하자 두 행성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원리로 작동하는 거지?

아무리 델타라고 할지라도 50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이스카야 행성이나, 그보다 훨씬 먼 수라드 행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각지역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취합합니다. 인구수의 경우 출생신고와 사망신고 등을 바탕으로 집계합니다. 이는 준 알스버그님의 계정을 통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 얻은 정보입니다.

-아아. 그런 식이로군. 그럼 완전 정확하지는 않은거네?

-그렇습니다. 다만 참고자료로는 충분할거라 생각됩니다.

-참. 여기도 추가해야겠군.

준은 그렇게 말하며 행성 엘라를 목록에 추가했다. 그곳은 사실상 행정체계랄 것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지역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추 비슷한 통계치를 내어놓고 있었다.

‘이건 베를루스 대위의 보고서를 가지고 만든 데이터인 것 같군.’

어차피 알아보고자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는 정보였지만, 굳이 그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시스템에서 처리를 해준다는 것이 편리한 부분이었다.

[여기는 포스원. 포스원. 귀하의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신원을 확인 바란다.]

그때 준에게 통신이 들어왔다. 디스플레이를 확인해보니 준의 셔틀 뒤쪽으로 전투기 두 대가 따라붙고 있었다. 구식 제트엔진을 탑재한 기체이기는 했지만, 대기권 내에서 사용하기에 신뢰성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물건이라 여전히 현역으로 쓰이고 있는 물건이었다.

사실 준의 셔틀처럼 반중력 엔진을 달고 있는 물건은 막 굴리기에는 지나치게 전력이 많이 소모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실제 반중력 엔진의 에너지원은 반물질이었고, 반물질 가격은 지금도 상상을 초월하게 비싼 편이었다.

‘이것도 이제 엑조틱 엔진으로 교환해야겠군.’

엑조틱 엔진은 소형화와 고효율, 고출력의 세 마리 토끼를 잡은 물건이다. 엔진만 교체해도 셔틀의 유지비를 지금에 비해 엄청나게 줄일 수 있었다.

[기체넘버 N103054-SDS. 델타스피릿 소속의 스파이어 셔틀이다.]

[델타스피릿?]

통신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신 셔틀의 꼬리를 향해 여섯발의 열추적 미사일이 날아왔다.

“환영인사인가.”

셔틀의 기관포는 고정형식이라 뒤쪽으로 쏠 수는 없었다. 미사일을 발사 할 수 있도록 개조하긴 했지만 그것도 폭격용이지, 저런 전투기를 상대로 쓸 수 있는 무기는 아니었다.

“미, 미사일이 날아옵니다!”

외려 카심이 긴장하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 맞아도 돼. 아까 봤잖아?”

“그, 그건 총알이었잖습니까. 이건 미사일입니다. 화력이 다르다고요.”

“걱정마.”

아직 EX필드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인지 카심은 불안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준의 태도가 워낙 느긋해서인지 그는 될대로 되라라는 심정으로 준처럼 좌석에 앉아 몸을 기대었다. 어차피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윽고 미사일이 셔틀에 명중했다.

콰앙! 쾅! 쾅!

드드드!

미사일이 폭발함과 동시에 셔틀이 가볍게 떨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셔틀은 조금의 기기이상도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등속으로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런 셔틀을 향해 두 기의 전투기는 가진 화력을 전부 쏟아부었다. 열추적 미사일에 기관포를 계속해서 쏟아부었고, 결국 녀석들의 모든 무장이 떨어지고 나자 놈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마치 셔틀을 호위하듯 양쪽에 붙어 함께 비행을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네요.“

“말했잖아. 걱정하지 말라고.”

준은 이제 바로옆까지 따라붙은 두기의 전투기를 향해 통신을 넣었다.

[여기는 델타스피릿의 준 알스버그. 잘 들리나?]

[듣고 있다.]

[늙은이에게 전하도록. 란도넬 행성을 넘겨받으러 간다고.]

[미친.]

[참고로 이대로 새크리파이스의 본사에 갈텐데 제대로 보고 하는 편이 그쪽에도 좋을 거야.]

[...알았다.]

준의 말에 파일럿의 무거운 목소리가 돌아왔다.

콰앙! 쾅!

광활한 넓이의 마약재배지 위에 지옥의 불길이 쏟아졌다. 준이 탑재하고 있던 싸구려 소이탄이 쏟아져 내린 것이다. 일반 폭탄이 강력한 파괴력에 비해 좁은 지역에만 화염을 일으킨다면 이건 폭발보다도 불을 붙이기 위해서 개발된 물건 인 만큼 불이 붙는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게다가 대상이 불타기 좋은 관목들이다 보니, 순식간에 불이 번져 수 천 헥타르에 달하는 마약재배지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소이탄을 사용하다보니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불이 꺼지지 않을테고 제대로 번지기만 한다면 인근의 마약재배지들은 순식간에 쓸어버릴 수 있었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니 엄청난 규모로군.”

준은 불타는 마약재배지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새크리파이스가 연합내의 마약생산 주요기지라는 것을 알고있었고, 애초에 그것을 노리고 오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이 아직 수십개가 더 있습니다. 이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너희들은 이걸 보고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안들어?”

“저희야, 뭐. 일상이니까요. 마약이라고는 해도 기호품이나 다름없이 판매되고 있고.”

“끙... 대단하네. 연합정부에서 내버려 둔게 이해가 안될 정도야.”

워낙 생산량이 많다보니 재배지 농가에서는 마약을 상습적으로 사용했고, 심지어 대도시에서도 공공연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연합법을 따르는 새크리파이스에서 마약을 대놓고 팔수는 없었지만 거주민들에게 그것은 이미 일상화 되어 기호품이나 다름없이 취급되고 있었다.

“란도넬 행성에 거주하고 있는 거주민의 약 3분의 1가량이 상습 마약복용자입니다.”

“그 정도면 심각한 거 아니냐? 후유증은 어떻게 하고?”

카심은 대답대신 어깨를 추켜올렸다. 누가 그런 걸 신경쓰냐는 듯한 모습이었다. 준이 재차 입을 열었다.

“너는?”

“저도 뭐...”

카심은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하얀 가루가 든 작은 비닐봉투를 꺼내었다. 코카인류의 마약인 듯 했다.

“그거 내놔.”

“여기.”

카심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내밀었다. 익숙하다고는 해도 마약이 나쁘다는 사실까지 모르지는 않았다. 게다가 준이 재배지를 태우고 있는 이상, 더 이상 란도넬 행성에서 마약을 취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준이 그것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는 카심을 향해 입을 열었다.

“참을 수 있겠어?”

“상급헌터의 의지력을 우습게 보지마십시오. 그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믿지. 나중에 마약취급하다 걸리면 해고로 끝나지 않을테니까 알아서 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준도 그다지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의 의지력을 믿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펠로우쉽의 계약자이기 때문이었다. 펠로우쉽은 신체의 상태를 항상 최상으로 유지한다. 마약으로 인해 손상된 뇌까지도 원래대로 회복시킬 것이기 때문에 중독증상은 아마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다만 습관적으로 손대는 것을 막기 위해 약간 겁을 준 것이다.

준은 재배지 하나를 통으로 불태운 다음 셔틀의 속도를 높였다. 굳이 바로 본사로 가지 않고 재배지를 들린 이유는 단순히 가는 길에 있기 때문이었다. 겸사겸사 일종의 무력시위이기도 했다.

프라이어 시티. 란도넬 행성의 수도이자 새크리파이스 영역의 7천만 인구를 모두 관할하는 중심도시였다. 그곳에서도 가장 높은 프라이어 빌딩. 200층짜리 건물의 최상층 크리스탈 룸에서 사쿠라이 마코토가 굳은 얼굴을 한 채 보고를 받고 있었다.

“준 알스버그가 이곳에 있다...?”

“스파이어 셔틀에 탑승한 채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격추시키게.”

“불가능합니다.”

“적 전함과 같은 것인가?”

“그렇습니다.”

알바트로스는 EX필드가 걸려있었다. 그것의 정체까지는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지만 새크리파이스 전략분석팀은 그것이 일종의 플라즈마를 이용한 에너지 필드가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외도의 항력과 유사한 것이 아닐까 하고 주장했지만, 그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며 일축되었다.

하지만 셔틀 크기의 작은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는 기체가 비슷한 형태의 실드를 가지고 있다면, 단순 에너지 필드라고 볼 수 없었다. 애초에 플라즈마를 만들기 위한 전력생산량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도 전함에 적용하기에 현실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크게 양보해서 전함까지는 그렇다 쳐도 셔틀에까지 같은 실드가 걸려있다면 그것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해야했다.

“나를 죽이러 오는 건가?”

“협상안을 제시했습니다.”

비서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사쿠라이가 가만히 그를 응시하자 비서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란도넬 행성의 지배권을 넘겨달라고 합니다.”

“그게 협상인가?”

“휴전 조건이라고 하는 군요. 대신 새크리파이스의 도발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애송이라고 생각했더니. 내가 너무 녀석을 얕보았던 건가.”

“누구라도 그러했을 겁니다. 그의 존재는 이레귤러입니다.”

“그래. 마치 외도와 같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존재.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존재라는 의미에서 말이지.”

그의 시선은 크리스탈 룸의 창문 너머 어두운 밤하늘에 닿아 있었다. 80년전. 인류는 역대 최악의 대 재앙을 맞이했다. 그것은 갑자기 나타났고, 모든 것을 해일처럼 쓸어버렸다. 그는 당시의 일을 어제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네. 수많은 사람들이 무력하게 죽어갔지. 삶이라는 것이 그토록 허무한 것인지, 나는 처음으로 느꼈지. 그리고, 지금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 느껴지는 군.”

그의 시선에 수십 개의 반짝이는 불빛들이 눈에 들어왔다. 준의 스파이어 셔틀과, 그를 호위하듯 따라붙고 있는 전투기들이었다.

“어떻게 생긴놈인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더 어린 놈이었군.”

“나도 마찬가지야. 생각보다 더 늙은이잖아?”

“아마 자네 생각보다 더 늙은이일 거라네.”

준의 맞받아치는 말에도 당황하지 않고 받아치는 솜씨가 제법 대단했다. 준은 굳이 말싸움을 해봐야 손해만 볼 것같다는 생각에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 요구조건은 이미 들었을테고. 대답은?”

“성격이 급하군. 그보다는 먼저 차나 한잔 들지 않겠나? 이곳에는 질 좋은 차들이 많이 생산된다네.”

사쿠라이는 준의 앞에 놓여 있는 차를 향해 손짓을 했다. 그의 말대로 차는 새크리파이스의 주요 생산품목 중 하나였다. 마약재배를 하면서 발달된 농업기술로 생산을 해낸 것이다.

“가능하면 서둘러 줬으면 하는데. 이런 규모가 큰 행성을 접수하려면 준비해야할게 한두가지가 아니거든.”

준은 사쿠라이 회장의 크리스탈 룸에 있었다. 사방이 유리로 된 펜트하우스는 프라이어 시티 전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조망이 좋았다.

‘돈이 많으면 이런 데서 살 수도 있구만... 나도 하나 만들어볼까?’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었다. 건축기술도 있겠다, 자재와 시간, 그리고 경험치만 쏟아부으면 비교적 짧은 시간내에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딱히 그럴 이유가 없었다. 이스카야 행성은 아직 인구 10만도 되지 않고, 수라드 행성에다가 굳이 이런 걸 만들 이유도 없었다. 수많은 식민행성을 가진 현대에 와서는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은 실효성이 전혀 없었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안에 수십억이 모여살던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거주 환경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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