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81화 (38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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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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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스버그님! 그림자!”

준은 그 말을 듣자마자 카심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았다. 그의 눈이 빠르게 바닥을 스쳤다. 마나는 고갈이 되어 라이트세이버의 빛을 키울 수는 없었지만 자체적으로 내는 빛만으로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폭발의 그림자, 준 자신의 그림자, 그리고 무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의 그림자가 그 사이를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준은 그것을 깨닫고는 빠르게 움직였다.

‘본체가 따로 있었군.’

무한한 부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착각이었다. 이곳은 던전의 안이 아니었다. 그 자체로 닫힌계인 던전과, 그렇지 않은 공간과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그것을 간과했다. 오히려 던전에 대한 경험이 적은 카심이기 때문에 눈치 챌 수 있었던 것이다.

슈칵!

콰앙!

준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폭발마를 향해 라이트세이버를 휘두르고는 빠르게 이탈했다. 콰앙, 하는 폭발과 함께 준이 이동한 곳은, 존재하지 말아야할 그림자의 바로 위였다.

콰드득!

그리고 준은 그 위치에 라이트세이버를 박아넣었다. 원래라면 아무런 저항없이 파고들어가야 할 라이트세이버가 마치 무언가에 걸린 듯 불꽃을 만들어 내며 소음을 내었다.

키히히히히!

그와 동시에 심장의 방 전체에서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폭발마들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준은 라이트세이버에 꿰뚫린 채 움직이지 못하는 그림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네놈이로군. 슬라임.”

스르르-

그러자 은빛의 슬라임이 스르르 다가와 그림자의 위를 덮었다. 그것으로 끝이였다. 녀석은 3번던전으로 빨려들어갔고, 폭발마들은 그림자와 함께 서서히 사라졌다.

심장을 완전히 해체하고 나자 그 안에서 두 번째 조각을 찾을 수 있었다.

-성장의 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두번째 목표를 달성하셨습니다.

준은 시스템 메시지를 들으며 손에 들고 있던 검은 색의 조각을 들여다보았다. 모양 자체는 산란장에서 얻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 안에 무언가가 잠들어 있다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통찰인가.’

준의 의지와 관계없이 발동되는 패시브 기술. 사물의 진실을 꿰뚫어 보는 그 기술덕에 준은 이 검은 색 조각이 꽤나 쓸만한 무언가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남은 것은 하나인가.’

지구라트의 뇌. 심장이 파괴되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없는 지구라트 내에서 녀석을 잡는 것은 지금까지보다는 수월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여기가 맞습니까?”

“끙... 잠깐만.”

준은 미니맵을 살폈다. 분명히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공간뿐이었다. 원래부터 빈곳은 아니었다. 수십마리의 외도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방금 전 카심과 함께 녀석들을 전부 해치우고는 자동분류를 통해 정리한 때문에 빈 공간인 것처럼 보일 분이다.

하지만 원래 준이 목표로 하던 지구라트의 뇌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여기가 아닌 것 같다.”

“또 입니까.”

카심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심장을 제거한 이후로, 그다지 어려운 외도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뇌가 있는 위치를 좀처럼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목표지점은 수시로 변했고, 준이 그 자리에 가면 언제 그자리에 있었냐는 듯 다시 자리를 옮겼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방금전까지 이 자리에 있었던 목표점이 다시 위치를 옮긴 것이다. 3차원 매핑이 안되는 미니맵의 한계라고 하기엔 녀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뇌를 옮기다니. 뭔가 이상한데요.”

지구라트는 건축물처럼 보이지만 일단은 생명체다. 살아서 숨을 쉬고 끊임없이 대사활동을 하며 새로운 외도를 생산한다. 그런 만큼 뇌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이탈한다는 것은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상해도 어쩔 수 없지. 지금으로선 계속해서 뒤를 쫓는 수밖에.”

지구라트는 크다. 밖에서 볼 때도 크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그 몇 배는 될 정도의 지하공간이 펼쳐져 있다. 벌써 준과 카심이 지구라트 안에서 들어 온 지 한나절이 지났음에도 전체의 반도 확인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나저나 슬슬 배가 고파오는데요.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안되겠습니까?”

오래 걸릴거라 생각하지 않아 식량을 따로 챙기지는 않았다. 상급헌터는 일주일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버틸 정도로 신체가 강인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극한상황에서였고 배가 고픈 것은 남들과 똑같았다.

“그럼 잠깐 쉬었다가지.”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델타폰을 통해 간단한 요리를 주문했다. 탁자를 꺼내고 그위에 주문이 완료된 스튜를 올려놓자 카심이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이, 이런 능력도 있다니.”

“이건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에이 그럴리가요.”

김이 올라오는 따뜻한 스튜는 연이은 전투로 지친 몸을 회복시키는데 꽤나 효과적이었다. 카심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식사를 마치고는 입을 열었다. 그 사이 델타폰에 대해서 알게된 그는 준에게 델타폰을 하나 구입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이게 진짜였다니...”

카심의 말에 준이 물었다.

“어디서 델타폰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

“소문으로요. 다만 진짜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이걸 직접 만드신겁니까?”

“공식적으로는 아니야. 하지만 뭐, 그렇지.”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심은 약간 경외에 찬 시선으로 준을 쳐다보았다. 그는 이동하는 중간에도 이런 저런 기능들을 시험해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처음에는 100EP정도만을 충전하더니 나중에는 감질나는 듯 준이 건네 준 파란색 결정체로 12만 EP가량을 충전해버렸다. 100억짜리 결정체를 단번에 EP로 환산하는 걸 보면서 준은 혀를 내둘렀다.

‘이 녀석 사기당하기 딱 좋은 성격이군.’

그렇게 카심은 수트형 방어구와, 검등을 구입하고는 무장을 바꾸었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전투력은 이전에 비해 몇 배는 상승한 셈이다.

“이거라면 초록색 외도도 어렵지 않게 사냥할 수 있겠습니다.”

얼마나 좋은지 표정관리가 안 될 정도였다. 준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펠로우쉽 계약이라는 것도 있는데...”

“뭡니까? 그건?”

“간단히 말하면 결정체를 이용해서 능력을 상승시키는 거라고 할 수 있지.”

“가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안돼.”

“어째서요? 델타스피릿 소속이 아니라서 입니까? 그렇다면 당장 입사지원서를...”

얼마전까지 갈등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헌터에게 있어서 강해진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 새크리파이스에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준이 보여준 능력은 그런 것쯤은 가볍게 무시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빈자리가 없어.”

“아아...”

“뭐, 나중에는 다시 생기긴 할테지만.”

준의 말에 카심이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여기서 나가는 대로 이스카야 행성으로 가겠습니다. 나중에는 자리가 나는 거겠죠?”

“말리진 않을게. 다만 입사하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를거야. 나름대로 제약도 많고.”

준의 말에 그가 움찔하며 입을 열었다.

“혹시 노예 계약같은 겁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야. 퇴사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대신 펠로우쉽 계약은 다시 취소하겠지만.”

“그럼 문제될 것 없습니다.”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

그리고는 발목이 잡혀서 노예처럼 부려먹히고 있었다. 제임스가 하루에 서너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 내내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었고, 나머지들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모두 일반적인 근무기준에 비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델타스피릿의 인원구성은 규모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개개인이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했고, 전투원들도 행정일을 겸하거나 혹은 장거리 원정에 자주 차출되고 있었다.

악명높은 새크리파이스도 일반인들이나 혹사시키지 헌터들은 그 정도로 굴리지 못했다. 그만큼 실력있는 헌터들은 귀했고 중요자원으로 취급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준이 의도적으로 굴리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제임스와 그 밑에서 일을 하는 몇몇은 어쩔 수 없이 중노동을 강요받기는 하지만, 나머지 인원들은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다들 본인의 의사로 과한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장거리 원정은 운이 좋으면 단번에 레벨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박이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다들 어떻게든 준과 함께 원정을 나서려고 자기들끼리 순번표까지 만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원정을 나가지 않는 이들은 틈틈이 알파시티에서 외도를 사냥하면서 경험치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이게 다 자신의 능력이 수치화 되어 남들과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어렴풋이 남들과 비교했다면 지금은 정확한 수치가 나와 자신의 능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그 숫자를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 조각을 찾기 위해서 준은 지구라트를 이 잡듯이 뒤져야 했다. 그 와중에 외도들을 처리하면서 보조퀘스트까지 완료했다. 300마리를 모두 채우자, 보조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리고 곧 이어 지구라트의 뇌도 찾을 수 있었다. 모든 외도를 처리하자, 마지막 남은 목표가 준의 앞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것은 커다란 눈이었다. 인간의 안구를 닮은 그것은 신경다발이 연결 된 채 준이 도착한 커다란 방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계속 도망쳐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도망쳐 봐야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라이트세이버를 막 뽑으로겨 하는 찰나 놀랍게도 그것이 준에게 말을 걸어왔다.

[강한 인간. 무엇을 원하나.]

“헐. 저 녀석 지금 말을 한건가요?”

카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말하는 외도가 낯설지 않은 준도 제법 놀란 상태였다.

[원하는 걸 말해라. 그리고 나를 내버려 두어라.]

“딱히 원하는 건 없는데. 내버려 둘 이유도 없고. 애초에 사람이 사는 곳에 멋대로 쳐들어와서 깽판을 친건 네 녀석이잖아?”

[생존. 번영. 조합. 그것이 나의 목적.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살던 곳에서나 살지. 왜 우리우주에 까지 나타나서 지랄이냐고.”

[우리 우주. 붕괴한다. 살 곳이 필요하다.]

“그건 너네 사정이지. 아니. 그보다 굳이 여기일 필요도 없잖아.”

에피알게나스 덕에 대강의 사정은 알고 있다. 현재 두개의 우주가 충돌 중이고 그와중에 웜홀이 열려 두 우주사이에 간섭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우주는 크다. 인류의 활동범위는 아직 우리은하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고, 그런 은하의 수만해도 수천억개가 넘는다. 그런데 왜, 하필, 굳이, 인간이 사는 곳으로 넘어오려고 용을 쓰는 것인가.

[무슨 말. 이해 어렵다. 인간의 언어는 난해하다.]

“다른 은하로 꺼지라는 말이다.”

[불가능하다. 이곳이 아니면.]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거군.”

준은 코웃음 치며 라이트세이버를 꺼내들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눈앞에 나타난 이상 녀석을 살려보낼 생각은 없었다.

[지금. 모든 동족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인간들의 도시. 제거한다. 협상 요구한다.]

지구라트의 뇌는 황급히 준에게 협상안을 제시했다. 말이 좋아 협상이지, 협박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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