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80화 (380/540)

0380 ----------------------------------------------

급속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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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녀석들은 도망칠 생각은 없어보였다. 대신 이전 처럼 무턱대고 달려들지는 않았다. 폭발마와 지구라트의 심장. 둘 중 우선순위는 심장쪽이었지만 일단 놈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심장을 건드리는 것도 어려웠다.

‘녀석들이 좀처럼 공격하려 들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먼저 움직이면 되는거지.’

휙!

준의 몸이 도약도 없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중력을 반전시켜 자연스럽게 공중으로 날아오른 준은 황급히 물러서는 폭발마들을 향해 가속했다.

히히힝!

녀석들은 각자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녀석들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관성제어를 전력으로 사용하는 준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결국 한 녀석이 준의 손에 뒷덜미를 잡혔다.

크히힝힝!

준은 녀석의 불타는 갈기를 잡아당겼다. 휙, 하고 딸려오는 녀석은 제법 당황한 모양새였다. 자신보다 훨씬 작은 인간이 자신의 몸을 한손으로 끌어당기고 있으니 그럴 법도 했다.

푸르르!

‘응?’

준은 순간적으로 녀석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불타는 갈기를 붙잡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녀석의 몸 전체가 수증기가 피어오를 정도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준은 실드를 전면에 펼치고는 몸을 웅크렸다.

콰아앙!

쿵!

“큭.”

허공에서 십여미터나 튕겨나가 벽에 부딪힌 준은 등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슬쩍 이를 갈았다.

“알스버그님!”

“괜찮아.”

카심이 깜짝 놀라며 준을 향해 소리쳤고, 준이 손을 흔들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었다. 어쨌건 간에 그의 목숨줄은 준에게 달려있는 셈이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준은 머리를 가볍게 흔들고는 방금 폭발한 녀석이 다시 부활해 자신의 앞에서 얼쩡거리며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녀석이 자신을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무진장 까다로운 놈들이군.’

놈들은 충격을 가해야만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위험을 느껴도 자폭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폭발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결국 놈들이 반응하기 전에 먼저 접근해 슬라임을 던지던지 어쩌든지 해서 녀석을 잡아먹어야 한다. 말은 쉽지만 현실로 옮기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슬라임이 흡수하려는 순간 자폭을 해버리면 아까운 슬라임이 죽어나갈 수도 있었다.

결국 준은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결국은 수비적으로 녀석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웅!

준은 인벤토리에서 D1전차를 꺼내었다. 일단 폭발마들을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심장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타격을 주어야 한다. 저 정도 크기의 심장이라면 직접 검을 휘둘러 제거하는 것 보다는 전차포를 이용하는 쪽이 효율적이다.

게다가 심장에서 터져나오는 피에서 몸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포탄을 걸며, 준은 슬라임을 전차위에 올려두었다. 폭발마에 대한 대처였다.

준이 지구라트의 심장을 향해 포신을 돌리고 포격을 시작했다.

콰앙!

그러자 엄청난 충격과 함께 심장의 한쪽이 터져나가며 검은 피를 왈칵 쏟아내기 시작했다. 폭발마들이 갑자기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준의 D1전차를 향해 쇄도했다.

총 아홉마리의 폭발마들이 서로 다른 궤적으로 날아왔지만 결국 목적지는 한 곳이었다. 준은 당황하지 않고 녀석들이 오는 방향에 던전의 입구를 열었다. 1,2번 던전안에는 아직 포로들이 남아있기에 사용할 수 없었지만 3번던전은 얼마든지 외도를 집어넣어도 괜찮았다.

덥썩!

슬라임이 하나의 폭발마를 삼키고, 바로 그 뒤에 따라오던 녀석이 방향을 틀다가 3번 던전의 입구 안으로 빨려들었다. 순식간에 두 마리를 해치운 셈이 되었지만, 아직 7마리나 남았다. 녀석들은 슬라임과 던전의 입구를 피해 D1전차의 지근거리까지 도착했다.

쿠웅!

그 순간, 준은 폭발마들의 앞에 건물을 내려놓았다. 예전 알카트뢰즈에서 만들어 두었던 병사들의 막사였다. 1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3층짜리 건물이 눈앞에 나타나자, 녀석들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그대로 전부 건물에 들이받을 수밖에 없었다.

콰앙! 쾅! 콰르르!

7마리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딱히 견고하게 지은 녀석은 아니라 순식간에 파괴되었다. 약간 아깝기는 했지만, 일차방어선의 역할은 훌륭하게 해주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거, 건물?”

가슴을 졸이며 상황을 지켜보던 카심의 두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전차가 튀어나오는 시점부터 더 이상 놀랄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또 다른 의미에서 상상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준은 건물의 잔해와 먼지속에서 다시 부활하는 폭발마를 무시하고는 두 번쨰 포격을 지구라트의 심장에 날렸다. 그 사이 슬라임도 소화를 마치고 다시 전차위에 대기하고 있었고, 부서진 건물의 잔해들이 D1전차의 한쪽을 완벽하게 방어해주고 있었다.

콰앙!

쿠르르릉!

두번쨰 포격을 맞은 지구라트의 심장에서 다시한번 검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지구라트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만큼 심각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타격을 입고서도 심장은 조금씩이지만 상처를 수복하며 움찔대고 있었다.

‘파란색 외도도 날려버리는 포격을 두방이나 맞고 버티다니. 예상외로 튼튼한 녀석이군.’

준은 그렇게 생각하며 폭발마의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치이익!

“우웃?”

카심이 갑자기 훌쩍 뛰어오르며 소리를 질렀다. 녀석의 발밑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의 발에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가 닿은 모양이었다.

“신발 벗어.”

“네? 네!”

카심은 황급히 신발을 벗어던졌다. 그의 손에서 벗어난 신발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녹아내린 건 신발이 아니라 그의 발이 될 수도 있었다. 독성이 워낙 강력해, 상급헌터라고 해도 쉬이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카심이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게 뭡니까? 산성용액?”

“나도 모르지 일단 샘플이나 챙겨놔.”

독일 수도, 혹은 강산성의 용액일 수도 있다. 외도의 체액이 이런 성질을 띄는 건 특이한 일도 아니었다. 다만 독일 경우는 해독을 위해 분석을 좀 해볼 필요는 있었다. 펠로우쉽 계약자라면 시간이 지나면 자연해독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런 정보도 상당히 중요했다.

히히힝!

곧 다시 부활한 폭발마들이 미친듯이 투레질을 하더니 허공을 밟으며 달려왔다. 달렸다고는 하지만 거의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는 모양새였다. 머리위헤서 달려드는 만큼 이번에는 아까처럼 건물을 꺼내어 막거나 할 수는 없었다.

‘제법 지능이 있는 녀석들이군.’

준은 고개를 들어 녀석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들의 움직임은 제법 효과적이어서, 준이라고 할지라도 제대로 방어를 해내기 까다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어쩔 수 없이 실드를 펼쳐 머리위를 단단히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폭발마들이 부딪혀 오기 시작했다.

투웅! 퉁!

녀석들이 일거에 실드에 막혀 튕겨나갔다. 그 사이 준은 다시한번 포격을 시도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심장의 윗부분이 터져나갔다. 얼핏봐도 이제 제기능을 수행하기는 힘들어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폭발마들이 준의 실드에 부딪히며 일거에 폭발했다.

꽈아아앙!

지이이잉!

“끅.”

이명이 울릴 정도의 엄청난 폭발음이 터졌다. 다행히 실드가 깨진 것은 아니었지만, 7마리가 동시에 폭발하며 터뜨린 화력에 준의 마나가 바닥을 드러내었다.

‘더이상 실드는 무리인가.’

마나까지 떨어졌으니, 마나를 베이스로 하는 기술들을 사용하는 것도 무리였다. 다른 기술들이야 지금 상황에서 별 의미가 없었지만 관성제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였다.

“징그러운 녀석들.”

준은 혀를 차고는 전차에서 뛰어내렸다. D1전차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전부 해주었다. 인벤토리에 넣고나서 준은 라이트세이버를 꺼내들었다. 지구라트의 심장은 이제 검은피를 죽죽 쏟아내며 죽어가고 있었다. 회복은 불가능해 보였다. 당장 기능이 정지하지는 않겠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시간문제였다.

크허헝!

그 여파때문인지 폭발마들은 거의 미쳐 날뛰면서 달려들었다. 이지러진 궤적을 보이며 준을 향해 쇄도하는 놈들의 모습은 열추적 미사일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 속도도 엄청나 슬라임의 느린 움직임으로 녀석들을 잡아먹는 것도 더 이상은 어려웠다.

쾅! 콰앙!

바닥이 움푹 패여나가며 검붉은 파편들이 튀었다. 그것들 모두 무리어미의 살점에서 변화된 것들. 준은 콘크리트보다도 단단하게 경화된 그것들을 보며 이 녀석들의 진화능력에 대해 감탄했다. 건축이라는 것을 유기체로 이루어낸 것은 확실히 경탄할 만했다.

‘이 녀석들은 대체 무슨 매커니즘으로 만들어지는 걸까?’

무리어미의 등장은 기존에 외도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많은 지식을 모조리 갱신해야 할 정도로 충격을 던져주었다. 무리어미는 항성간 이동이 가능했으며, 수송선의 역할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행성에 정착하여 근거지를 마련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것들은 자연적인 진화로 만들어 질 수 없는 것들이다. 결국 인간과 같이, 외도들도 의도적인 선택진화를 할 수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반드시 그것을 가능케할 ‘지성’의 존재가 필요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폭발마의 공격에 당할 뻔 한 준은 번득 정신을 차렸다.

외도의 정체가 무엇이든, 결론은 같았다. 외도는 인간의 적이며, 무슨수를 써서라도 절멸시켜야 할 존재일 뿐이다. 준은 자신을 향해 낙하하는 폭발마들을 향해 라이트세이버를 크게 휘둘렀다.

준에게 폭발마들의 어그로가 끌린 사이 카심도 놈들을 처리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무한히 부활하는 존재는 있을 수 없다. 그것이 외도라고 해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놈들을 계속해서 부활하도록 만드는 무언가가 근처에 있을 거야.’

그것은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다. 부활 이라는 것은 자연적이지 않은 행위다. 스스로 무한히 부활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반드시 외부에서 그것을 컨트롤 하는 주체가 있을 것이다.

‘어디냐!’

그는 바닥을 흐르고 있는 검은 피를 밟지 않기 위해 애쓰며 사방을 돌아다녔다. 준은 라이트세이버 하나를 들고 녀석들을 상대하는 중이었다. 계속해서 폭발음이 터졌고 그때마다 준은 아슬아슬하게 폭발의 반경에서 벗어났다.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어 보이긴 했지만 녀석들이 무한히 부활한다면 결국 지는 것은 이쪽이었다. 그렇다면 관심에서 벗어난 자신이 방법을 찾아야했다.

그렇게 심장의 방에서 주변을 탐색하던 카심의 눈에 무언가 걸려들었다. 반드시 무언가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찾았기 떄문에 알 수 있는 것. 무심코 스쳐지나갔다면 절대로 깨달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림자.’

폭발마들의 그림자가 이상했다. 현재 준의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는 폭발마는 모두 7마리. 슬라임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는 때문인지 이전처럼 녀석들도 쉽사리 당하지 않고 있었다.

헌데 녀석들은 그림자가 없었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하나의 그림자가 있었다. 헌데 그 그림자는 폭발마들의 것이 아니었다. 준의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기는 했지만 분명히 폭발마들의 것도, 준의 것도 아닌 다른 무언가였다. 지구라트 내부가 빛이 강하지 않고, 얼핏보면 폭발로 인해서 생기는 그림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흐릿했지만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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