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74화 (37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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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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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도 죽여도 다시 나타나는 것 같은데?”

카심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파악했다. 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혹시 이런 녀석을 본 사람이 있나?”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경우는 있었습니다.”

롤렉스가 약간 주저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말을 해야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는 눈치였다. 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더 말해보라는 제스춰를 취하자 그가 말을 이었다.

“그때는 거미가 아니라 좀 더 작은 벌레같은 녀석들이었는데, 어미 벌레가 계속해서 벌레들을 토해내는 종류였습니다.”

“저 벌레를 계속해서 생산해 낸다고? 수백마리나 되는 녀석들을?”

공격력은 약하다고 해도 방어력 만큼은 붉은색 외도에 필적하는 놈들이다. 이런 녀석들을 계속해서 생산해낼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 본체의 능력이 얼마가 될지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웠다.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헌터들은 계속해서 거미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었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시간이 흐른다면 결국은 지치고 말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만약 본체라는 것이 있다면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녀석을 찾아 해치워야 했다.

하지만 본체를 찾으려면 파도처럼 밀려오는 저 검은 거미들을 뚫고 앞으로 나가야했다. 준 자신이야 문제없었지만 과연 나머지 헌터들이 저 녀석들 사이에서 버틸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여기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어.”

“어떻게 하려고?”

카심이 묻자 준이 라이트세이버를 앞으로 쭉 내질렀다. 번쩍, 하는 섬광과 함께 10미터에 달하는 직선의 길이 만들어 졌다. 순식간에 십수마리의 거미를 베어버린 것이다.

“나 혼자 갔다와야지. 대흉근이 앞에서 막아줄테니까 어느정도는 버틸 수 있을거야.”

“걱정마라고. 우리도 실력은 있으니까.”

카심이 그렇게 말하며 검기를 일으켜 준처럼 다가오는 거미들을 향해 내뻗었다. 슈칵! 하는 소리와 함께 반원형의 검기가 퍼져나가며 순식간에 방금 준이 죽인 만큼의 거미들이 반토막 나며 사라졌다.

“그렇겠군.”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델타스피릿의 직원들만 데리고 사냥을 하다보니 이들이 상급헌터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들 개개인은 어디에다가 떨어뜨려 놓아도 살아 돌아올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였다.

타탓!

준은 자신이 만들어 낸 길을 향해 직선으로 내달렸다. 마치 빈틈을 메꾸기라도 하듯, 양쪽에서 밀려들어오는 거미들의 파도를 무시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앞을 막아서는 거미들을 향해 계속해서 라이트세이버를 휘두르면서 달렸다.

순식간에 준의 주위에 거미들로 이루어진 시체의 산이 쌓였다. 죽으면 금방 녹아서 사라지는 녀석들이었지만, 놈들을 해치우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사라지기도 전에 쌓이는 것이다.

“후. 소문이 과장된 거라고 생각했는데.”

롤렉스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이미 준의 실력을 확인한 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수백마리의 외도를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새크리파이스가 과연 저 녀석을 이길 수 있을까?”

카심이 입을 열었다. 롤렉스도, 그리고 다른 이들도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만약 준이 강하기만 했다면 그렇게 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헌터라고 해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이미 준은 새크리파이스의 대함대를 물리친 전력이 있다. 함대전에서 물리칠 수 없다면 다수의 헌터를 통한 전투를 통해서라도 해치워야 했지만, 과연 백병전에서 저런 실력을 가진 준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암살이나 납치 같은 건 어때?”

롤렉스의 말에 카심이 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리스크가 너무 커. 암살시도야 그렇다 쳐도, 납치같은 건 그 배후를 드러내야 하니까. 만약 저 녀석이 열받으면 어떻게 될지 난 상상도 하기 싫은데.”

카심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납치도 사람을 봐가면서 해야한다. 최소한 적이 자신들에게 보복타격을 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정도는 있어야 했다. 하지만 저 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적진의 한가운데에 들어와서는 지구라트 공략을 하고 있는 모습만 봐도, 그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보였다.

“새크리파이스의 미래가 어둡구만.”

롤렉스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곳을 꽤나 마음에 들어했다. 마음껏 불법을 저질러도 상급헌터라는 이유 하나로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정말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무엇을 해도 괜찮았다. 그가 자리잡고 있던 지역에서는 거의 왕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삶이 갑자기 변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하루아침에 망하지는 않겠지.”

가장 연장자인 중년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 역시 젊은 나이에 상급헌터가 된 이후 이곳에서 머물며 온갖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했다. 이번에 제일 먼저 끌려나온 것도 새크리파이스의 직접관리대상이기 때문이었다. 많이 받아 먹은 만큼 일을 할때는 해줘야 그 이후에도 비슷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이런 생활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랬다.

“우리가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롤렉스가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모였다. 계속해서 몰려오는 거미를 처리하면서도 그들의 머릿속엔 어떻게든 지금의 상황을 타개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준의 존재는 새크리파이스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도 문제거리였다. 어딜 가든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긴 했지만, 어디에서도 이런 자유와 권력을 맛보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용기들이 나셨나보네. 지구라트에 들어오는 것도 차일피일 미루었던 사람들이 말이야.”

카심이 빈정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 중에서 그래도 가장 준에게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단 한수였고, 자신이 지레겁먹은 것이라고 해도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않고 자신을 제압했던 사람이다.

아무리 상급헌터의 수가 15명이라고 해도, 과연 그를 제압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았다.

“배신이냐?”

롤렉스가 눈을 스산하게 빛내며 입을 열었다. 카심은 겁이 덜컥났지만, 여기서 물러나서는 더 큰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너희들이 시도했다고 실패하면 그 여파가 여기서 멈출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새크리파이스가 망하던 말던, 난 내 목숨만 부지하면 그만이라고. 왜 굳이 위험을 자초하려고 하는거야?”

“역시 뜨내기 출신은 어쩔 수 없군.”

“뭐라고 말해도 상관없어. 난 최대한 너희들을 말렸고, 가능하면 이 일에는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가?”

롤렉스가 다른 헌터들을 향해 슬쩍 눈치를 주었다. 카심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직감했다. 혹시라도 자신들의 계획이 발설될 것이 두려워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다.

‘14명이라. 도망치는 게 쉽지는 않겠군.’

평소라면 그들의 포위망에서 도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헌터라고 해도 나머지 사람들도 한가락 하는 이들. 혼자서 그들의 손에서 벗어난 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라트의 안이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검은 거미들이 끝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 모양이군.”

롤렉스가 검의 방향을 카심에게로 돌렸다. 붉은머리 헌터, 카심은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입을 열었다.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거야.”

“그 전에 너는 죽겠지.”

그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나머지 헌터들이 반원형으로 카심을 압박했다. 앞에는 검은 거미, 뒤에는 방금전 까지 동료였던 상급헌터들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지구라트의 안이니 하늘로 솟을 구멍도 없었다. 그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카심은 빙긋 웃었다.

“왜 웃지? 허세라도 부리려는 건가?”

“아니. 너희들 상급헌터 주제에 너무 멍청해서 말이야.”

카심은 그렇게 말하고는 검은거미들이 밀려오는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롤렉스가 아차, 하고 뒤늦게 그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이미 카심은 거미들의 파도속에 묻혀 보이지 않게 된 이후였다.

“이런 식으로 놓치다니...”

롤렉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방금 준이 거미들을 뚫고 나가는 것을 보고서도 카심이 같은 방법을 택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실책이었다. 중년의 헌터가 입을 열었다.

“저 녀석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기껏해야 10분이나 버티면 용한거겠지.”

“그 전에 준 알스버그가 있는 곳에 도착하면?”

롤렉스가 반문했다.

“어차피 우리는 그 자식과 싸울 거 아니었나? 기습이 아니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건가?”

“후. 어쩔 수 없군. 우리는 최대한 이곳에서 버티면서 놈을 기다린다. 카심 녀석이 죽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힘은 최대한 비축하도록.”

모두가 롤렉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준이 두렵기는 하지만, 자신들도 상급헌터였다. 15명이나 모여있다보니 근거없는 자신감이 솟아올랐다. 상급헌터가 이렇게 많이 보이는 것을 본 것은 자신들도 처음이었던 것이다.

“파워덩크!”

콰아앙!

준의 전면으로 엄청난 충격파가 일며 반경 10미터 안에 있던 거미들이 튕겨져 나갔다. 오랜만에 니들리스 해머를 시전하는 기술이었다. 일격에 놈들을 죽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차피 놈들을 일일이 죽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죽여봐야 다시 나타나는 놈들이니 죽죽 밀어내면서 전진하는 것이 마나도 아낄 수 있었다.

콰앙! 쾅!

그렇게 한껏 점프를 한다음 바닥으로 내려치면서 전진하기를 십여 분, 준의 눈에 이글거리면서 끌어오르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니들리스 해머를 집어넣고, 다시 라이트세이버를 꺼내어 빛을 밝히자 그것의 정체가 더욱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다.

“바퀴벌레...?”

거미를 왕창쏟아내는 그것은 멀리서 보기에도 혐오스러울 정도로 거대한 바퀴벌레였다. 일반적인 바퀴벌레보다 몸이 더 두껍고 넓었지만, 전체적인 생김새는 유사했다. 그것의 등은 엄청난 기세로 끓어오르고 있었는데, 검은 기포를 내면서 끌어오르는 등에서 끊임없이 거미들이 토해져 나오고 있었다.

물이 끓을 때 나오는 기포 하나하나당 거미가 한 마리씩 뛰쳐나오는 셈이었다. 그 엄청난 생산력에 준은 혀를 내둘렀다.

‘저정도면 최소한 파란색 외도는 되겠는데? 아무리 무리어미가 강력한 외도들을 품고 있다고 해도 파란색 외도까지 가지고 있는 건가?’

물론 그렇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준이 처리한 무리어미에는 파란색 외도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이 개체가 다른 녀석들에 비해 강력하다고 봐야했다.

준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거미들을 해치우며 빠르게 놈을 향해 접근했다. 준의 접근을 눈치챘는지 녀석의 등이 더욱 맹렬하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거미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준이 미처 놈들을 다 죽이기도 전에 밀려드는 거미의 파도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장난 아니잖아? 너무 쉽게 생각했나?’

파란색외도를 직접 상대해본적도 있고, 거의 대부분은 준의 손에 의해 죽었다. 그렇다보니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골렘들도 놓고 온 지금 상황에서 저 녀석을 오로지 힘만으로 상대하려고 했던 것은 준의 오만이었다.

‘일단 저 거미들을 전부 처리하지 않으면 접근할 수 없다는 건가?’

하지만 지금은 골렘도, 시미도, 검둥이도 없다. 로버를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꺼내봤자 쓰지도 못하고, 비교적 넓은 통로라고 할지라도 로버가 들어가기에는 턱없이 좁았다. 결국 준은 손발이 묶인채로 녀석을 상대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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