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70화 (37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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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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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아래가 어수선해지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잠시 대기했다. 장교로 보이는 이들이 황급히 막사바깥으로 나와 준이 타고 있는 셔틀을 보며 손가락질을 했다. 순식간에 대공포가 움직이고 셔틀을 향해 겨누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준은 느긋하게 조종석에 앉아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애초에 환영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준에게 중요한 것은 지구라트의 파괴였지,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아니었으니까.

부르르-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포격이 시작되었다. 준은 혀를 차며 눈을 감았다. 셔틀에서 느껴지는 진동과 떨림만으로도 녀석들이 얼마나 지독하게 포격을 해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십여분 간의 포격이 이어지고 연기로 인해 시계가 가려질 정도가 되자 포격이 멈추었다.

준은 기다리는 대신 외부스피커를 열어 입을 열었다.

[이제 내려가도 되나?]

[자, 잠깐 대기하라.]

[또 공격하려고?]

[그... 그것은...]

통신장교는 말을 잇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전함이라고 해도 버티지 못할 만큼의 포격을 쏟아부었는데도 멀쩡한 셔틀을 보고서 얼이 빠진 때문이었다.

[그럼 내려가지.]

준은 군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천천히 셔틀을 착륙시켰다. 멍청한 얼굴로 고개를 쳐들고 있던 군인들이 분분히 물러섰다.

처처척!

“움직이지마!”

준이 셔틀에서 내리자마자 준의 주변을 군인들이 포위하며 총구를 겨누었다.

“잠깐만. 일단 이것 좀 넣고.”

준은 그렇게 말하고 셔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커다란 셔틀이 무언가에 먹히듯이 쑥, 하고 사라졌다. 델타스피릿의 직원들에게는 평범한 장면이겠지만, 이런 모습을 처음 본 군인들에게는 눈으로 보면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광경이었다.

준은 자신을 포위한 이들 중에서 가장 상급자로 보이는 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책임자를 만나고 싶은데?”

“귀하의 신분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미 말했는데. 뭐, 믿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겠지.”

준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품에서 신분증을 꺼냈다. 연합은 수시로 인원구성이 바뀌기 때문에 시민증 같은 것은 따로 없었다. 대신 준은 엔지니어 등록증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준의 사진과 함께 분명하게 준 알스버그라는 이름이 박혀 있었다.

“저, 정말인가? 당신이 그 준 알스버그?”

“이제 신분이 확인 됐으니 상급자를 만날 수 있는건가?”

“대체 여기는 왜 온거지? 이유를 알기 전에는 만나게 할 수 없다.”

“원래는 다른 목적이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게 되어서 말이지.”

마약생산기지를 모두 털어버릴 생각이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란도넬 행성의 중심지역이 초토화 되고 있는 상태였다. 이미 대도시 중 두군데가 당했고, 10만 아래의 중소도시들도 최소한 열곳 이상이 박살난 상태. 이전의 무리어미 드랍에 비해서 그 피해규모가 훨씬 더 컸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란도넬 행성이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새크리파이스가 지배하고 있는 행성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이곳은 파악된 인구만 하더라도 거의 사천만 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큰 행성이었다. 10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행성 지구에 비하면야 한줌밖에 안되겠지만 전체 거주행성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인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수라드 행성만 하더라도 전체 인구가 겨우 100만을 넘을 정도였다.

그리고 무리어미 드랍이 이루어진 행성들도 대부분 수라드나 그보다 인구가 적은 곳이었다.

두 번째 문제는 초동대처의 미흡함이었다. 현재 새크리파이스는 델타스피릿과의 전투로 인해 입게 된 손해로 인해 일대 혼란이 벌어진 상태였다. 각 함대의 함대장들이 일제히 갈렸고, 함선 내의 책임자들도 문책성 인사를 통해 대부분 교체되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급작스럽게 벌어진 교체로 인해 함대의 지휘체계에 혼선이 일었다. 그런 상황에서 예기치 못하게 무리어미 드랍을 맞게 되었고 녀석이 행성에 돌입하기 전에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해주어야 할 함대들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되면서 준비기간이 짧았던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다름아닌 무리어미자체가 이전에 비해서 더 많은 외도를 품고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 나타났던 무리어미의 크기는 50미터 남짓. 하지만 이곳에 떨어진 무리어미는 100미터 짜리였다. 최소한 두세배의 외도를 품고 있다는 이야기. 거기다가 지구라트를 생성하는 속도도 이례적으로 빨랐다.

‘이 녀석들도 정예레벨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군.’

외도들은 각 단계사이에 정예라는 단계가 있다. 보통 외도들은 진화를 할 때 각 단계를 훌쩍 뛰어넘으며 비약적으로 강해진다. 하지만 가끔 그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놈들이 있는데, 같은 등급이라고 하더라도 훨씬 강하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훨씬 까다로웠다.

붉은 색 외도라고 생각하고 상대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훨씬 강하다. 결국 적의 전력을 잘못 계산한 셈이고 그 결과 팀이 전멸당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는 것이다. 그런 정예레벨 외도들은 안정적인 레이드를 하기 힘들게 만드는 원흉 중 하나이기도 했다.

“목적?”

“아. 그건 이제 의미가 없고, 지금은 저 지구라트를 처리하는 게 우선이겠지. 헌데 놈이 이곳에 떨어진지 이틀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진입을 하지 않고 있는거지? 저걸 그냥 내버려뒀다가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텐데?”

첫 번째 무리어미 웨이브때에는 보통 지구라트가 완성되는데 보름가량이 걸렸다. 운좋게 완성되기 전에 발견했던 것들은 손쉽게 처리했지만, 완전히 형태를 갖추고 둥지에서 외도를 생산하기 시작한 녀석들은 훨씬 더 큰 피해를 입고서야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녀석은 덩치가 큰 만큼 지구라트를 완성하는 속도도 빨라 보였다. 자리 잡은지 겨우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거의 완성직전에 이른 것처럼 보였다. 높이만 30미터에 지하로는 그보다 더 깊이 파고 들어가 있을 저 대형 유기체 구조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행성을 폐허로 만들기에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설명하지.”

그때 준을 둘러싼 군인들을 헤치고 나온 인물이 있었다. 백발의 장신 군인으로, 계급장으로 보았을 때 소장 정도로 보였다. 그 정도 계급이라면 이 저지선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 중 최상급자 일 것이다. 왼쪽 가슴에는 브라이트 힐이라고 이름이 쓰여 있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말해봐.”

“상급 헌터들이 들어가기를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지.”

“간단명료한 설명 고맙군. 그 이유는?”

“지금까지 알려진 지구라트와 달리 규모가 크고, 그 위험도도 높다는 판단이 선 모양이더군. 아무리 상급헌터들이라고 해도 겁이 나는 모양이야.”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을 텐데.”

“행성 전체에서 상급헌터들을 끌어 모으고 있지. 최소한 서른 명 이상의 상급헌터가 모이지 않는다면 움직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지.”

“서른 명이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저 안은 더 위험해 질텐데.”

“네 녀석이 준 알스버그가 맞다면, 저 안에 들어가 본적이 있을테지?”

“그렇다만.”

“서른 명의 상급헌터라면 처리할 수 있는 것인가?”

“가능해. 다만 피해는 좀 입겠지만.”

“전원 생존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로군.”

“애초에 저런 녀석을 상대로 싸우면서 안전하리라고 기대하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브라이트 힐 소장은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다른 막사에 비해 훨씬 더 크게 지어진 막사가 있었다. 크기도 크고, 부대시설도 일반 병사들이 쓰는 것에 비하면 넘칠 정도로 제대로 갖추어져 있었다.

겨우 이틀만에 저정도의 시설을 세우려면 그야말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준은 그곳에 상급헌터들이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몇몇 인물들이 밖으로 나와 준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제법 강맹한 것이 결코 카렌의 아래가 아니었다.

브라이트 힐은 말을 이었다.

“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하군.”

“뭐... 이해는 안되는 건 아니지.”

준이 어깨를 으쓱했다.

브라이트 힐은 상급헌터들이 몸을 사리는 것에 상당한 불만이 있어 보였다. 지금 란도넬 행성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몬스터 웨이브를 막고 있는 것은 대부분이 중급헌터였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도시들을 지키고 있는 와중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할 상급헌터들이 이곳까지 와서 몸을 사리고 있으니 화가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상급헌터 입장에서는 굳이 저 안에 무리해서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모두의 선망을 받는 원 밀리언, 즉 ‘초인’이었고 그들이 받고 있는 대우는 어디를 가든 초특급이었다. 연합 내에서도 각 기업들끼리 상급헌터를 초빙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돈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무리해서 목숨을 내걸면서 까지 저 안으로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밥값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완전히 안전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수가 모이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합리적인 행동이었다.

“허나, 지금도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너무나도 이기적인 행동 아닌가?”

“원래 가진게 많은 녀석들은 엉덩이가 무거운 법이야. 굳이 내 입으로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 어쨌거나, 나를 저 안으로 들여보내 주면 저 녀석을 해결하지. 애초에 그러려고 온 거니까.”

“혼자서 말인가?”

“그게 편해. 굳이 짐 덩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갈 수는 없으니까.”

“소장님. 이 자는 안됩니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후에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소장의 부관으로 보이는 자가 입을 열었다. 육군의 입장에서는 준에게 딱히 악감정은 없었다. 직접 칼을 맞대고 싸운 적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현재 준은 새크리파이스의 절대 악이었다. 지구라트를 해결하는데 그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다른 이들은 몰라도 책임자인 브라이트 힐은 반드시 문책을 받게 될 것이다. 어쩌면 준과 내통했다는 죄목을 뒤집어 쓰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흠...”

브라이트 힐은 고민했다. 당장 지구라트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 와있는 상급헌터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고, 갑작스레 나타난 구원자는 하필이면 절대로 가까이 두어선 안되는 인물이었다.

무엇이 중요한지 그라고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 책임을 자신이 혼자서 뒤집어 쓴다면 흔쾌하게 준의 요구를 수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준 알스버그라는 이름만 들어도 이를 가는 이들이 상부에 깔려 있는 이상 이것은 추측이 아니라 예정된 미래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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