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68화 (36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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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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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방금 전까지 살아있었던 동료를 벌레를 집어삼키듯 삼킨 크리슈나가 울부짖으며 날개를 퍼득였다. 등뒤에는 다이달로스, 앞에는 크리슈나, 그리고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온 트리케라톱스까지.

“아아...”

살아남은 여섯. 개개인 모두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뛰어난 헌터들이지만, 지금 이순간은 보통의 인간과 다를바 없는 공포를 느끼며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헌데 꽤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녀석들은 공격을 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들이 외도의 상태를 살펴보았는데, 녀석들은 어디엔가 정신이 팔린 것처럼 보였다.

우웅-

어디선가 낮은 진동음이 들려왔다. 누군가 입을 열었다.

“셔틀? 워, 원군인가?”

헌터들이 모두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선 빠른 속도로 이쪽으로 날아오는 은백색의 셔틀 한기가 있었다.

외도들의 시선도 자연히 셔틀 쪽으로 움직였다. 소리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셔틀안의 무언가가 지니고 있는 강력한 엑조틱 에너지 반응에 이끌린 것이다.

“다행히 노란색 외도에게도 어그로시스템이 잘 작동하는군.”

준은 인벤토리에서 끄집어낸 어그로시스템의 전원을 올린 상태로 셔틀을 움직이고 있었다. 셔틀의 뒤로는 십여 마리의 외도들이 따라붙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트리케라톱스는 사실 헌터들을 향해 오는 것이 아니라, 준의 셔틀을 따라서 움직이고 있던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많은 수의 외도들이 움직이는 바람에 일일이 녀석들을 상대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던 준으로서는 이렇게 한꺼번에 몰아서 사냥하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너무 늦긴 했지만... 아니. 지금이라도 온게 다행인건지도.’

하지만 준이 외도 몰이를 할 무렵에는 이미 인근의 모든 레이드 팀은 전멸한 이후였다. 유일하게 살아있는 것이 지금 저 아래에서 멍청한 얼굴로 자신이 탄 셔틀을 바라보고 있는 6명의 헌터들이었다.

준은 스피커를 켜고 그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도망쳐!]

“아?”

리더가 화들짝 놀라며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갑자기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판단력이 완전히 무너졌던 것은 그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단 정신을 차린 이상 빨리 움직여야 했다. 그는 여전히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헌터들을 독려하여 외도들이 가만히 있는 사이 재빨리 도주를 선택했다.

“쯧.”

준은 가볍게 혀를 차고는 셔틀을 천천히 바닥으로 착륙시켰다. 내리자마자 셔틀을 인벤토리에 넣은 그는 자신을 둘러싼 채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외도들을 보며 가볍게 주먹을 폈다 쥐었다.

‘크리슈나. 다이달로스. 트리케라톱스.’

그리고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준을 추격하고 있는 십여마리의 외도들이 더 있었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부터 처리해볼까.”

“이... 건...”

중급레이드 팀, 머셔너리의 리더인 홀스는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런 반응을 내비치고 있는 것은 홀스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슈나를 상대하기 위해 나섰다가 세명의 사망자를 내고 후퇴한 머셔너리의 팀원들은 갑자기 나타난 셔틀이 외도의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가까스로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는 대신, 멀찍이 거리를 두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을 택했다. 만약 셔틀에서 내린 헌터들이 수세에 몰리면 자신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셔틀에서 내린 것은 단 한 사람 뿐이었다. 이상함을 느낀 것은 그뿐만은 아니었다. 20여미터나 되는 셔틀이 갑자기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상급 마법사라고 할지라도 그 정도 규모의 셔틀을 한꺼번에 아공간에 넣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마치 셔틀을 주머니에 넣듯, 가볍게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장면은 방금의 일을 잊게 만들 정도로 경악스러웠다.

처음에는 크리슈나였다. 그는 맨몸으로 10미터짜리 외도인 크리슈나에게 접근해 그대로 검을 내리그었다. 셔틀이 사라진 것처럼 갑자기 나타난 빛의 검은 크리슈나의 날개를 그대로 베었다.

단 일격.

일격에 크리슈나의 날개 한쪽을 완전히 베어버린 그는 비명을 지르며 발광하는 크리슈나의 목을 그대로 날렸다. 노란색 외도의 최후치고는 너무나도 허무한 것이었다.

하지만 외도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다이달로스가!”

팀원중 누군가 외쳤다. 크리슈타의 목을 벤 사내의 등 뒤에서 다이달로스가 거대한 몽둥이를 휘두른 것이다. 아직 허공에 몸을 띄운 상태였기 때문에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홀스는 순간적으로 눈을 찡그렸다. 다음 순간 사내의 몸이 피떡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플라이?”

하지만 그는 마치 마법처럼 허공에서 몸을 띄웠다. 아공간에 셔틀을 집어넣는 것을 보았지만, 검을 사용해 크리슈나를 잡은 것으로 보아 마법사라고 보기엔 힘들었다. 헌데도 그는 마법사들만이 사용가능한 공중부양을 통해 가볍게 다이달로스의 공격을 회피해 낸 것이다.

“아니! 너무 빨라!”

누군가 반박했다. 그의 말대로 마법사의 플라이마법은 저토록 민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속이 붙으면 빠르게 날 수는 있지만 지금처럼 정지상태에서 공격을 피할 정도로 민첩한 움직임을 보일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허공을 날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다이달로서의 외눈에 검을 찔러넣었다. 8미터짜리 외눈박이 거인의 눈에 검이 박힌 순간, 이미 싸움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크워어어어!

다이달로스의 고통과 분노가 섞인 포효가 대지를 울렸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홀스조차도 몸이 저려올 만큼의 끔찍한 포효였다. 외도의 포효는 단순한 음파가 아니었다. 엑조틱 에너지가 실린 포효는 실제로 적에게 공포와 마비를 일으키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 눈이 먼 다이달로스의 공격을 자연스럽게 회피하고는 그대로 목을 날렸다. 설령 실드가 없다 하더라도 다이달로스의 가죽은 총탄마저 튕겨낼 정도로 질겼다. 검으로 베어내는 것 조차 어려워 유일한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눈을 집중공략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 일검으로 녀석의 두꺼운 목을 베어버렸다. 남은 것은 트리케라톱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엄청난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녀석이었지만, 다른 두 마리 외도에 비해서는 그다지 강한 개체는 아니었다.

“끝난 건가...”

“아니. 아직 아니다.”

홀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멀리 먼지구름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전투에 정신이 팔려확인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그 먼지구름의 크기가 커져있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그것들의 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외도무리다.”

처음보는 대규모 외도의 무리. 결정도는 알 수 없었지만 그 크기로 보아선 하나같이 주황색 이상의 외도들이었다.

“저, 저게 전부 몇 마리야?”

“열 마리는 넘는 것 같은데?”

“설마. 이 구역을 침범한 외도들 전부를 불러 모은건가?”

“그게 가능한거야? 아니. 그보다 저 녀석들을 전부 혼자서 처리할 생각인 건가?”

“말도 안돼...”

“준 알스버그.”

홀스는 문득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렸다. 1차 무리어미 드랍이 일어났을 때, 새크리파이스를 제외한 타지역의 무리어미를 처리한 인물의 이름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델타스피릿? 새크리파이스의 적이라던 그 녀석을 말하는 거야?”

“아마도 그런 것 같아. 듣기보다는 훨씬 더 어려보이긴 하지만.”

새크리파이스의 영역내에서 준 알스버그의 악명은 상당이 퍼져있었다. 수라드 행성에서는 준의 평판이 좋았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새크리파이스의 의도적인 언론조작을 통해 그가 피도눈물도 없는 삼두육비의 괴물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묘사되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은 그 사실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에 대한 인상이 나빠지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본 준 알스버그는 그들이 상상하던 사람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인상이었다.

“하, 하지만 그자가 대체 왜 여기에 있는거지? 확실한거야?”

“아니.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단신으로 저 정도의 외도무리를 상대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이 떠오르지 않아.”

“토르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갤럭시 인더스트리의 상급 헌터중 하나인 토르는 이미 엑조틱 웨폰 광고를 통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유명세만큼이나 그의 실력도 확실했다. 그가 이끄는 팀 어벤져의 경우에는 파란색 외도마저도 손쉽게 때려잡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해도 혼자서 저정도 수의 외도를 잡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홀스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정말로 혼자서 저걸 다 잡을 수 있을까?”

“시간 문제겠지.”

그들이 이야기 하는 사이 뿔이 잘린 트리케라톱스의 목덜미로 올라선 준이 그대로 라이트세이버를 녀석의 목덜미에 꽂아넣었다. 덩치가 크다고는 해도 급소를 찔리게 되면 금방 전투력을 잃는 것은 생물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이상 외도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스으으-

준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는 세 마리의 외도를 자동분류했다. 그러나 녀석들의 사체가 에너지화 되어 준에게로 흡수되었다. 피 한방울까지 모두 흡수되자, 전장에 남은 것은 크리슈나의 충격파에 죽은 두 사람의 헌터 뿐. 준은 그들에게 슬쩍 시선을 두었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외도들을 바라보았다.

‘좀 많긴 하네.’

정확히 14마리. 하나하나가 주황색 이상의 외도들이었다. 저것들 모두가 무리어미의 뱃속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보기엔 란도넬 행성 전체에서 이런 식의 몬스터 웨이브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중 극히 일부 지역을 준이 마크하고 있는 것 뿐이었다.

‘무리어미가 만들어낸 지구라트가 외도를 컨트롤 하고 있는 건가?’

근거없는 생각이었지만 지나친 비약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지금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외도들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없었다. 특히나 노란색 이상의 외도들이 단체행동을 한다는 것은 그들을 컨트롤 하는 자가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외도들은 서로를 공격해서 잡아먹는 것으로 자신의 결정도를 높인다. 즉, 어느정도 이상으로 강력해진 외도들은 혼자서 다닐 수밖에 없어.’

이는 알카트뢰즈에 있을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미니골렘들을 키우면서 외도의 습성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외도들끼리도 서로 공격하는 모습은 종종 발견되었고, 그들 중 이긴 녀석이 진 녀석을 잡아먹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결국 지구라트를 해결해야 이 사태를 해결 할 수 있겠군.’

지난 경험을 통해 지구라트를 제거해야 이 현상이 사라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지구라트까지 가기도 전에 일어난 몬스터 웨이브에 준이 발목이 잡힌 것 뿐이었다.

‘일단 이 녀석들을 해치우는 대로 최대한 빨리 가야겠군.’

준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외도들을 보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거대한 로봇이, 공간을 찢어발길 듯한 기세로 튀어나왔다.

[우와아아아!]

“시끄러워 이자식아.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기세랄까. 전투중인 것 같길래.]

“별 시덥잖은...”

하지만 로버의 고함소리는 의외로 외도들에게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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