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66화 (366/540)

0366 ----------------------------------------------

테러리스트

*

*

*

“나중에 소개팅 시켜주기로 하고 받은거야.”

“그러냐... 더 이상 묻지는 않을게.”

준은 납득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검둥이도 엄청나게 긍정적인 녀석이다. 외도가 된 상황에서도 딱히 비관을 하거나 하지도 않고, 현재 생활에 제법 만족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딱히 당장 사람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어보이지도 않았다.

“어쨌든 그래서. 나 새직업 얻었어.”

“뭔데?”

“연예인.”

“뭐라고...?”

준은 잠시 자기가 잘못들었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은설의 얼굴은 진지했다.

“뭐냐. 그 연예인이라는게. 그걸 직업으로 삼을 수가 있는거야?”

“전세계의 연예인들에게 실례되는 발언이야. 정당하게 세금도 내고 있는 인기직종이라고.”

“아니. 내가 말하는 건 그런게... 됐다. 내가 확인해 보면 되겠지.”

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서은설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사용자 : 서은설

레벨   : 10

클래스 : 마법사. 연예인

칭호   : 펠로우쉽의 대상자(모든 능력치 +1)

능력치

체력 56/56  마나 81/81 경험치 0  잔여 스탯 0

힘 15(+1)  민첩성 10(+1)  지능 46(+1)  정신력 19(+1)

기술

파이어 애로우(중급) : 불의 화살을 발사합니다. 한 번 시전에 열 개의 화살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숙련도 81%)

파이어 볼(초급) : 범위형 폭발을 일으키는 불의 구체를 발사합니다. 반경 10미터에 강력한 데미지를 입힙니다.(숙련도 97%)

파이어 월(초급) : 적들의 진입을 막는 불의 벽을 세웁니다.(숙련도 9%)

알아키르의 불(초급) :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을 일으킵니다.(숙련도 1%)

관심종자 : 사용자를 추종하는 이들로부터 마나를 나눠받습니다. 1인당 1의 마나를 얻습니다.

성대모사(초급) : 타인의 목소리를 흉내냅니다.(숙련도 0%)

연기(초급) : 타인의 행동을 흉내냅니다.(숙련도 0%)

팬클럽 : 추종자로부터 1퍼센트의 경험치를 받습니다. 경험치를 가지고 있는 대상에 한해서 적용됩니다.

“직업 기술이 생각보다 엄청 좋은데...?”

특히 ‘관심종자’라는 기술은 패시브 기술임에도 그 능력이 엄청나게 좋았다. 추종자 한 명당 1의 마나라는 건 어떻게 보면 적은 수치였지만, 일단 유명인사라도 된다면 그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전인류의 인구가 300억을 넘는다고 생각해볼 때. 그들 중 10퍼센트에게라도 사랑받는 연예인이 된다면 단순계산해도 마나량이 30억을 넘게 된다. 아니, 그런 사람들이 1만 명만 된다고 해도 거기서 얻는 마나량은 어마어마해진다.

18레벨인 현재 준의 마나량이 10만 정도라는 걸 생각해보면 꽤나 쓸만한 기술이었다.

‘팬클럽’이라는 패시브 기술도 추종자들로부터 경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준의 ‘십일조’에 비해 그 수치가 높지는 않지만 그 역시 수가 늘면 늘수록 쓸 만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네가 전혀 안유명하다는 거고.”“너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지적하지 말라고. 그렇지 않아도 지금 방법을 생각중이야.”

“연예인은 아무나 되냐? 그 얼... 른 포기하라고.”

그 얼굴로 무슨 연예인이냐, 하고 할뻔한 준은 얼른 말을 바꾸었다. 다행히 그녀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방법이야 찾아보면 많지. 일단 이번에 새롭게 개설하는 페이지에서 개인방송을 해볼생각인데.”

“그런 걸 하라고 관리자로 만들어 준건 아닌데.”

“어디까지나 개인의 입장에서 하는거라고. 일에는 문제없도록 할테니까 걱정마.”

“뭐, 권한을 남용하지만 않는다면.”

준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거문고자리 베타항성계에 도착한 것은 출발한지 정확히 열흘이 지나서였다. 다행히 가는 길에 선 단 한번도 발각되지 않았다.

“카모플라주 활성화. 지금부터는 조용히 접근한다.”

“카모플라주 활성화 하겠습니다.”

서은설이 알바트로스의 은폐장 기능을 활성화 했다. 카모플라주 기능은 수라드 행성전투에서 6개 함대가 뿌려대는 탐색용 전파에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미속전진. 인근 행성의 중력에 끌리지 않도록 하고.”

“미속전진. 방향조정하겠습니다.”

홍창만이 입을 열었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디스플레이에 펼쳐진 란도넬 행성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상업도시이자, 인근 수천만의 인구가 사용하는 물류가 움직이는 곳. 그야말로 새크리파이스의 영향력이 닿는 곳 중, 가장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행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나 새크리파이스의 수입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마약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넓은 코카나무, 양귀비, 대마등의 재배지가 있었고 이들을 정제하기 위한 시설도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마약판매를 금하고 있는 연합정부였지만, 란도넬 행성의 실질적인 지배자나 다름없는 새크리파이스가 하는 일에 태클을 걸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준이 주요타격지점으로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 마약관련 시설이었다. 주요위치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인 만큼 알아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알바트로스는 거문고자리 베타 항성계의 제 6행성 하야부사. 철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붉은 색으로 보이는 암석행성의 그림자에 들어섰다. 태양계의 화성과 유사한 환경으로 자기장이 없어 대부분의 대기가 태양풍에 의해 날아가버린 상태라 유기생명체가 살아남기 어려운 행성이었다. 그 하야부사의 그림자에 숨은 알바트로스에서 작은 셔틀 한기가 빠져나왔다. 준이 탄 셔틀이었다.

셔틀은 반중력 엔진과 소형 임펄스 엔진을 동시탑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주공간에서도 문제 없이 활동가능했다. 속도도 제법 나오는 편이라 대략 1억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사흘 이내로 주파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제법 오래 걸리는 것은 사실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오는데 열흘이 걸렸는데 현관에서 안방까지 사흘이 걸리는 셈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까이 근접하면 덩치가 큰 알바트로스가 걸릴 위험이 있어 내린 결정이었다. 제 아무리 이빨빠진 호랑이라고 해도 현재 란도넬의 플랫폼에는 몇 개의 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중이었고, 수시로 순찰선이 인근해역을 감시하고 있었다.

‘혼자서 보내는 사흘의 시간이라... 오랜만이군.’

준은 느긋하게 조종석에 몸을 묻었다. 이번 작전에는 시미도 데리고 오지 않았으니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서 있는 것은 알카트뢰즈에 잡혀간 이후로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준은 그동안 미뤄왔던 델타폰의 업데이트를 단행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델타폰은 현재 구형스마트폰의 외형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휴대하기도 불편하고 전투가 잦은 헌터들이 사용하기에 고장이나 파손의 위험이 높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막말로 싸우다가 바닥에 떨어뜨리기만 해도 액정이 깨져버리는 것이다. 그 때문에 준은 기존의 델타폰을 최신 스마트 패널과 유사한 형태로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손쉽게 휘어지고 복원력도 탁월한데다가 전력소비가 적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 나아지면 나아졌지 부족할 일은 없었다. 설계도는 이미 입수해둔 상태고 적용만 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일은 아니었다.

다만 문제는 델타폰의 업그레이드 비용을 어떻게 할 것이냐 였다.

‘개당 업그레이드 비용이 대략 50EP가량 드니까, 전체 판매대수를 생각하면 총 1500만 EP가 드는군...’

잠시나마 자신이 부담할까 생각했던 것이 싹 사라질 정도로 엄청난 양의 경험치였다. 준은 하는 수 없이 업그레이드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정도로만 하고 개인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돌리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EP가 없는 사람들은 나중에 여유가 될 때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능상에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니, 단지 사용성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시스템. 업로드한 설계대로 델타폰의 업그레이드를 시작해.

-설계도면 분석중입니다.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이대로 실행하시겠습니까?

준이 ‘네’를 선택하자 곧바로 델타폰 전체에 공지사항이 날아갔다.

디링!

준의 델타폰에도 업그레이드 관련 메시지가 날아왔다. 거기에는 50EP를 지불함으로서 현재의 형태를 최신 스마트패널의 형태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준이 가볍게 터치를 해서 승낙하자, 델타폰이 그 형태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완전히 스마트 패널의 형태로 변화되어 손목에 찰 수 있도록 변환되는데는 약 10분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완전히 변환된 델타폰을 쭉 펼치자 대략 30*20정도의 크기까지 펼칠 수 있었다.

그렇게 펼쳐져서 사용되는 델타폰은 이전에 비해 몇가지 기능이 추가되었다. 첫 번째가 홀로그램 기능이었다. 이는 일반적인 스마트패널에서도 사용가능한 기능으로, 완전히 펼쳐진 델타폰 위에 3차원 매핑이 이루어지며 영상을 재생하는 것이다. 화상통화를 할 때 많이 사용되기도 하는 기능이기도 했다. 하지만 델타폰에는 그 이상의 기능이 있었는데, 구현화 기능과 접목되어 매핑된 형태에 촉감을 부여한 것이다.

즉, 화상통화를 하는 상대방을 만질 수 있게 되었다. 굳이 억지로 만든 것은 아니었고 있는 기능을 활용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꽤나 쓸만한 기능이라 생각되어 붙여 넣은 것이다.

그렇게 얼추 업그레이드 과정을 끝내고 나자 곧바로 델타포럼에도 이런 저런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델타폰의 첫 번째 업그레이드가 시작됨. 다들 확인해 봐.

-50EP나 내놓으라고 하는데?

-해보면 돈이 안아까울 거임. 최신형 스마트패널로 변신한다니까.

-흠... 이거 조금 무서운데. 이게 정말 기술만으로 가능한 일인가?

-이 자식 뉴비티내내. 주인장이 만든 것들에 비하면 그나마 이건 양호한거지.

-그건 그럼. 최소한 거대로봇을 타고 함대를 썰어버리는 것보다는 이쪽이 현실적이지 않냐.

-난 둘 다 뻥같애.

-나 방금 업그레이드 완료함. 크기는 기존 스마트패널하고 비슷함. 기능적으로 뭐가 달라졌는지는 좀 더 써봐야 알겠다.

-그래봐야 델타OS를 쓰는 거니까 크게 다르진 않을텐데.

-난 일단 보류. 지금도 사용하는데 큰 불편없음. 괜히 EP퍼부어가면서 만들 메리트가 있을까?

-난 있다고 봄. 적어도 액정 안깨먹는거만 해도 어디임? 난 지금 쓰는게 세 번째인데.

-하긴 그것도 그렇네.

고장날 확률이 획기적으로 줄었다. 그것하나만으로도 50EP를 투자할 가치는 충분했다.

다음으로 한 것은 델타스토어의 물품을 올리는 것이다. 최근 갑옷의 요구수요가 높아지면서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했고, 그 형태도 수요에 맞추어 다양화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달라진 것은 준이 제작품에 강화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즉, 제작갑옷에 EX필드를 걸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는 총기사고에 대한 완벽한 방어를 제공할수도 있었다. 그뿐 아니라 일반적인 충격. 그러니까 교통사고나, 낙하충격 같은 것들도 막아줄 수 있었다.

준이 만든 EX필드가 걸린 신발을 신고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릴 경우, 제대로 착지만 한다는 가정하에서 별다른 충격없이 지상으로 낙하할 수 있었다. 충격에너지를 모두 빗겨내버리기 때문이었다.

이는 하지만 헌터들의 규제를 원하는 정부의 눈에 띌 염려가 있어서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만약 준의 갑옷을 입고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생기면 결국 책임은 준에게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건 직원들에게만 제공해야겠군.’

지상돌입작전 같은 걸 할 때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몸을 가리는 강화복 형태의 수트를 제작해 거기에 EX필드를 걸어버리게 되면 낙하산이 없이도 궤도강하병을 양성할 수 있었다.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