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65화 (36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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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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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포럼의 접속자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 현재에 이르러서는 30만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이미 알카트뢰즈에서는 필수품처럼 사용되고 있었고, 준이 점령한 수라드 행성에서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처음에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며 일종의 커뮤니티 역할만을 했다면 지금은 각자 자신들의 정보를 교환하며 실질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공간들도 늘어났다. 특히나 영상을 업로드 하는 것이 매우 쉽고 사용자들 대부분이 헌터다보니 외도에 관련한 정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유난히 인기가 많은 업로더들은 포럼내에서도 네임드 취급을 받으며 글을 올릴때마다 십만단위의 조회수를 기본으로 찍었다.

실질적인 컨텐츠 생산자들인 그들은 델타포럼이 인터넷이라는 또 다른 공간의 대체제로서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기여자들이었다.

준이 그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다름아닌 오프리 윈스턴의 사망소식이었다. 그는 알카트뢰즈 내전때 종군기자 역할을 하며 그 소식을 가장 빠르게 사람들에게 알린 인물이었다. 장기복역자라 준이 출소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알카트뢰즈에서 뉴스를 생산했는데, 어느날 외도사냥을 나갔다가 노란색 외도를 마주치는 바람에 사망하고 만 것이었다.

그의 글이 사라지자 한동안 알카트뢰즈 쪽의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양질의 정보를 생산하던 사람이 사라지자 새로운 뉴스가 갱신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몇몇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오프리 윈스턴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시도했지만, 아무래도 전문 기자 출신인 그의 능력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이들에게도 뭔가 보상안을 마련해야겠어.’

오프리 윈스턴의 경우는 사망으로 인한 문제였지만, 네임드라는 명예만으로 컨텐츠생산자들을 유지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오프리 윈스턴처럼 양질의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할 생각이었다.

그 대가가 현금이 아니라 EP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EP는 사실상 경험치다. EP를 모으면 델타스토어의 물품을 살 수도 있지만 자신의 레벨을 높일 수도 있었다. 그것만으로 그들의 능력을 키울 수 있고 그럴수록 더 뛰어난 컨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 질 것이다.

‘그렇다고 조회수대로 주는 것도 좀 그렇고...’

그랬다가는 무작정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서 자극적인 장면만을 편집해서 올리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외도사냥 영상들은 잔혹함이 도를 지나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골치를 썩이기도 했다.

사냥장면이니 만큼 어느정도의 잔혹함은 용인될 수 있겠지만, 누가봐도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장면을 만들어서 올리는 것이라면 준이 가차없에 삭제를 했다. 일일이 모두 살필수는 없으니 시스템의 판단에 맡겨서 그중 추린 것들을 준이 확인하고 지우는 것이었기 때문에 가끔이지만 준의 눈을 벗어나는 것들도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서은설이 준을 향해 다가와 입을 열었다. 함교에서만큼은 준에게 깍듯이 상급자 대우를 하는 그녀였다.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를 구분하려는 노력이었다.

“아. 델타포럼에 양질의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뭔가 보상안을 마련할까 싶어서.”

“오프리 윈스턴 사망소식때문인거죠?”

“눈치가 빠르네. 그 사람 글은 나도 자주 읽었는데 그렇게 갔다니 아쉽더라고. 그래서 정기적으로 EP를 지원해 줄까 하는데.”

“일종의 월급제인건가요?”

“계약직 직원처럼 되겠지.”

“흠... 나쁘진 않은 생각이네요. 거기에 추가로 도네이션 기능 같은 걸 넣으면 어때요?”

“도네이션? 기부를 말하는 거지?”

“네. 아예 개인페이지를 만들 수 있도록 한 다음에 그 페이지를 정기구독하면 다른 개인 사용자들이 EP를 지급하는 형태로요.”

“지금도 개인페이지는 만들 수 있는데.”

“델타시스템에서 운용되는 페이지를 만들려면 생각보다 많이 번거러워요. 아예 사장님이 판을 깔아주시는 게 나아요.”

“그럴까. 그러면 자신 명의의 계정으로 만들 수 있는 개인페이지를 신설하고, 거기에 EP를 기부할 수 있는 기능을 넣고, 또 정기구독자들을 위한 시스템도 만들면 되는건가?”

“거기에 일정이상 실적이 있으면 월급처럼 EP를 지원하면 되겠지요.”

“약간 복잡하긴 한데...”

“그보다 문제는 악용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라는 거겠죠.”

“그건 그래.”

서은설의 말에 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무언가 이득이 걸리면 어떻게든 그것의 허점을 찾아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인지라 딱히 누구를 원망할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완비하는 것.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 지나치게 자극적인 것들로만 채워지지 않을까. 야동도 버젓이 판매되는 것이 델타폰이니 자기들이 찍으려고 들지도 모르겠지. 생각해보니 그건 순기능인건가.”

“하하... 어쨌든 기부형태나 일정 실적 이상이라는 제한을 걸게 되면 컨텐츠들이 자극적이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에요. 그걸 막을 수는 없겠죠.”

“역시 그렇지? 그러면 내가 직접 사람들을 뽑아서 그들에게 컨텐츠를 만들라고 해야하는 걸까?”

“억지로 하면 될 것도 안돼요. 진짜 필요한 정보라면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하겠지요. 너무 자극적으로 흐르지 않게만 조절해야죠.”

“아무래도 페이지 관리자들을 따로 구해야겠는데. 나 혼자서 그것들을 전부 관리할 수는 없으니까. 시스템의 보조에도 한계가 있거든.”

“그건 제가 맡아서 할게요.”

“네가?”

“저야 시간이 많으니까요. 함선운영할때를 제외하고는 늘 엘라와 놀아주는 것 밖에는 일이 없는걸요.”

“그런가. 사람을 구하는 것 까지 할 수 있겠어?”

“문제없어요.”

“좋아. 그럼 부탁해. 네트워크 서비스 팀을 따로 하나 만들어야겠군.”

“어머. 그럼 제가 팀장이 되는건가요? 월급 올려주는 건가요?”

“그런 셈이지. 그러니까 열심히 하라고. 매주 보고서 올리고.”

“그럼 몇가지 더 생각해본게 있는데...”

서은설이 델타포럼에 적용할 만한 서비스에 대한 안건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참을 듣던 준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

“너 포럼에 얼마나 자주 접속하는 거냐?”

“음... 거의 별일 없을 때는 계속 접속중인데요. 펠로우쉽은 편리한게 델타폰이 아니라도 포럼에 접속할 수 있잖아요. 시야 한쪽에 계속 띄워놓고 있어요.”

“그러냐. 어쨌든 그렇게 잘 안다니 전적으로 너에게 맡기지. 포럼의 관리자 권한도 공유할게.”

시스템을 통해 준은 서은설에게 델타포럼의 관리자 권한을 부여했다. 글의 삭제 권한뿐만 아니라 공지사항, 그리고 새로운 페이지의 생성까지 모두 가능했다.

“혹시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이야기해. 만들어 둘테니까.”

“지금 있는 기능으로도 충분해요. 생방송도 가능한 정도니까.”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방송을 하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개인페이지가 생긴다는 것은 즉 이런류의 방송도 가능해진다는 이야기였기에 델타포럼내에 수많은 방송국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서은설에게 시스템관리자 권한을 넘기고 나서 준은 진즉에 이렇게 할 걸 하고 약간은 후회했다. 일일이 검열해가면서 글을 삭제하는 것은 꽤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고, 그것을 서은설에게 넘기고 나니 훨씬 개인시간이 남았다.

그 남는 시간동안 준은 새로운 던전을 열었다. 가는 동안 직원들에게 경험치를 쌓게 하기 위해서였다. 펠로우쉽 개개인의 무력이 늘어나면 그만큼 여러 가지로 이득이 된다. 아주 단순하게는 레벨업을 통해 직원들의 체력을 올려 그만큼 부려먹을 수 있었다. 아무리 야근을 시켜도 몸이 버텨주니 충분히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특히 장기간동안 우주에서 체류를 해야하는 항해사일 경우에는 상당한 플러스가 된다. 매번 던전클리어를 하지 못하고 귀속하는 바람에 그동안 들어간 직원들은 경험치를 많이 얻지는 못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경험치를 몰아주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이건...”

던전클리어를 앞두고 준은 눈앞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막대를 보았다.

변화하는 마법의 지팡이(B급)

시전자가 5분간 레벨 업 합니다. 레벨 업 수치는 사용자의 레벨에 비례합니다. 변신하는 동안에는 무적상태가 되어 공격받지 않습니다.

‘변신지팡이라...’

준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그걸 바라보았다. 몇레벨이나 올려주는 지는 모르겠지만 일시적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사용할만한 메리트는 있었다. 하지만 준은 주저하지 않고 그것을 향해 라이트세이버를 내리쳤다.

이유는 간단했다. 하트모양의 핑크색 장식이 달린, 그야말로 10세미만의 여자아이들이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디자인의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능력에 혹해서 변신이라도 했다가 무슨 꼴을 당할지는 안봐도 비디오였다.

쩌엉!

던전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저적, 하고 공간이 갈라지며 무너져 내렸다. 처음 던전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직원들이 신기하다는 듯 탄성을 내질렀고, 그 소리는 곧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와앗? 레벨이 올랐어?”

“나, 나도!”

“나는 10레벨을 찍었어!”

사방에서 자신의 프로필을 확인하며 스탯과 기술들을 확인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 던전에서 준이 얻은 기여도는 약 30퍼센트. 간섭을 최소화 하면서 병사들이 외도를 향해 딜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뒤로 빠져있었던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략 10만을 조금 넘는 경험치가 스무명이 채 안되는 병사들에게 나뉘어졌고, 덕분에 꽤나 많은 녀석들이 10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9레벨과 10레벨은 단 1레벨 차이지만, 새 직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 질 수 있는 포인트였다.

서은설이 방실방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도 10레벨 됐어.”

“뭐? 넌 그동안 한 것도 없으면서 언제 9레벨 까지 올렸던거야?”

사람마다 10레벨에 오르는 경험치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 5만에서 10만 사이의 경험치가 필요했다. 붉은색 결정체 하나의 경험치가 약 10~15정도라는 걸 생각해보면 사냥만으로는 도저히 올릴 수 없는 레벨이었다. 직원들에게 월급대신 주는 EP라고 해도 한달 1000정도. 그러니까 지금 10레벨으로 올라간 녀석들은 그동안 준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경험치를 잘 받아먹었거나, 혹은 남는 시간동안 열심히 사냥을 한 녀석들이라는 뜻이다. 어느쪽이 되었든 열심히 한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서은설은 사냥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니 10레벨이라는 이야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엘라랑 검둥이랑 산책 나갔다가 잡은 외도들이 많아서. 거기서 나오는 것들을 전부 경험치로 돌렸더니 쑥쑥 오르더라고.”

“애초에 네가 잡은 것도 아닌데 왜 결정체를 니가 가져가는거야?”

“검둥이는 별로 필요없다고 하던데.”

“하긴 녀석에게 결정체 몇 개 줘봐야 티도 안나긴 하겠지만...”

그래도 결정체는 외도에게 좋은 간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은설에게 양보를 했다는 건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준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자 그녀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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